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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룡천강호안공사를 맡은 돌격대의 정치일군으로 사업하던 강치명은 오늘 리건창의 부름을 받고 시당으로 갔다. 흥성철제일용품공장을 떠난 후 여러 기관들과 공장들에서 당사업을 맡아한 그였다. 룡천강호안공사가 시작되자 이 자연개조사업이 가지는 중요성을 잘 알고있던 그는 자진하여 오늘까지 일해온것이였다. 강치명은 지금 여느때없는 흥분을 안고 리건창의 방에 들어서고있었다. 어쩐지 당에서 자기에게 새로운 임무를 안겨줄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것이였다.

《강동무, 어서 앉소. 그간 정말 수고가 많았소.》

과로한탓인지 부석부석한데다 피로가 실린 리건창의 얼굴을 바라보며 강치명은 저으기 긴장한 마음을 안고 자리를 잡았다. 이미 호안공사장에서 여러번이나 만난 그들이였다.

《동무를 이렇게 찾은것은 한가지 중요한 문제를 토론하자고 그러오.》

강치명은 상급의 얼굴에서 진지한 표정을 읽으며 의문을 품었다. 오래전부터 알고지내지만 언제나 어려운 존재가 이 사람이였다. 전쟁시기에는 일개 무전수인 병사였던 자기보다 높은 급의 군관이였으며 직급상으로나 년조로 보나 대비도 안되는 상대인데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일군인 리건창이였던것이다.

《동무도 전번에 있은 시당전원회의에 참가해서 알고있지만 우리 시당에서는 공화국창건 서른돐을 맞으며 대담한 공격목표들을 세웠소. 6천톤프레스, 대형보링반, 화학공장의 유해가스처리공정건설, 룡천강호안공사완공, 과학원 분원살림집건설, 2백톤능력의 돼지목장건설… 전투목표는 이미 확정되였소. 그중에는 흥성철제일용품공장에서 결의해나선 로보트제작과제도 있소. 사실 이건 그 공장의 기술발전수준에 비해볼 때 리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너무도 아름찬 과제이기도 하오. 하지만 남계수지배인을 비롯한 공장일군들과 로동계급은 기꺼이 맡아나섰소. 동무도 이걸 알고있을테지?》

《그렇습니다.》

강치명은 상급의 의도를 알지 못하면서 긍정했다.

리건창은 눈길을 수굿한채 이야기했다. 우리가 결의한 방대한 목표를 앞당겨 점령하기 위해 시당에서는 시와 구역안의 모든 사람들이 한사람같이 떨쳐나설것을 호소하였다, 녀맹조직에서는 벌써 가두녀성들로 지원대를 조직하고 화학공장으로 달려나갔다, 지금 흥성철제일용품공장에서 자체의 힘과 기술로 로보트를 제작하는 일은 당중앙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다, 고열로동과 유해로동이 심한 기간공업이 많이 집중되여있는 우리 시에서 그 해결방도는 생산공정의 자동화, 로보트화의 길을 우리자체로 개척해나가는것이다.

《남계수동무도 처음엔 내앞에서 연구해보겠다는 대답밖에 못했소. 그후 공장의 기술자, 로동자들과 무려 두달가까이 토론을 거듭하고 자체의 힘으로 하겠다는 결의를 다졌소. 시당에서는 그들의 결의를 당중앙에 보고드리였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남계수지배인이 공장로동계급과 자체의 기술력량을 굳게 믿고 로보트를 개발하겠다고 결의해나선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만족해하시였소. 그러시면서 남계수동무는 우리 수령님께서 잘 아시고 높이 평가하시는 일군인것만큼 시당위원회가 잘 도와주어야겠다는 말씀을 주시였소. …》

격해나는 마음을 누르며 리건창은 강치명을 바라보았다.

강치명의 마음속으로는 남계수가 다가들고있었다.

차돌같은 이마에 주먹을 가져다대면 한시간이건 두시간이건 한모양으로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 괴벽스럽다고 할만큼 고집이 센 사나이, 언제나 정확히 타산하고 랭철하게 행동할줄 아는 남계수였다.

하지만 이렇듯 그 인간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부하는 강치명자신도 당에서 남계수라는 평범하고 결함도 많은 한 기업가출신의 일군을 얼마나 아끼고 내세워주고있는지 미처 몰랐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남계수는 아마 자기에게 얼마나 크나큰 믿음과 은정이 또다시 차례졌는지 모를것이다.

《지금 남계수동무네는 힘겨운 전투를 벌리고있소.》

리건창의 심중한 표정을 읽으며 강치명은 말했다.

《전 그들을 믿습니다. 하지만 힘껏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고있소. 하지만 남계수지배인과 공장에서는 모든걸 자체로 해내겠다는거요.》

《예?》

리건창은 자리에 앉으며 두손을 마주 포개였다. 바라보는 눈빛에 그 어떤 기대가 실려있는것을 느끼며 강치명은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요구하는것이 있다면 단 한가지요.》

《?…》

《부재중인 당비서를 속히 보내달라는것이요.》

강치명은 가슴을 치는 충격에 어쩔바를 몰랐다. 어려운 전투임무를 앞에 두고 지휘관은 예비대나 화력지원을 요구한것이 아니라 정치일군을 기다리고있는것이다. 힘이 딸리면 힘을 보태주고 지쳐 쓰러지면 욕질도 서슴지 않으며 어깨를 들이밀고 부축하여 일으켜줄 심장이 통하고 발걸음의 보폭이 맞는 그런 당일군을…

리건창은 저력있는 어조로 말했다.

《때문에 우린 심중히 토론하고… 동무를 그 공장의 당비서로 파견하기로 했소.》

강치명은 자기에게 차례지는 신임앞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제가… 이미 남계수지배인과의 사업에서 실패한 사람이라는것을 상기시켜드리지 않을수 없습니다.》

리건창이 미소를 지었다.

《동무가 말하는 그 실패가 중요한거요. 그것은 귀중한 경험과 교훈으로 될것이기때문이요. 솔직히 말해서 동무만큼 남계수를 잘 아는 일군은 없다고 우리는 보고있소.》

강치명은 병사시절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차렷자세로 섰다.

《당의 믿음과 기대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그러리라고 믿었소. 고맙소.》

리건창은 강치명의 손을 굳게 잡아주었다.

하루동안에 필요한 인계와 수속을 마친 강치명은 그길로 새로운 초소인 공장으로 갔다.

남계수지배인은 평양에 출장을 갔는데 오늘 온다는 말을 들은 그는 기사장을 만나려고 그의 방에 갔다. 정시홍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새 공장이 많이 달라졌군요.》

자리를 마주하자 정시홍은 공장의 실태를 이야기했다.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물질기술적토대와 수준이 현저히 개선되였으며 후방보장사업도 자기가 일할 때보다는 비할바없이 향상되였을뿐아니라 종업원들이 잘 꾸려진 문화후생시설을 리용하고있는것이 만족스러웠다.

《기사장동문 년세도 있는데 일이 힘들지 않습니까?》

강치명의 물음에 정시홍은 대답했다.

《나이야 못 속이지요. 헌데 지배인을 따라서자니 힘이 드는겁니다. 나보다 불과 두살우인데도 30대젊은이들처럼 펄펄 뛰니 말입니다. 허허.》

《그게 얼마나 좋습니까. 정신적로쇠란 있어서는 안되지요.》

《예. 내가 이따금 퇴직할 소리를 할라치면 남지배인은 야, 집에 들어가 베개를 베고 죽을 궁리를 하는게 무슨 사내냐. 나하구 같이 일하다가 합금로앞에서 죽자., 이렇게 호통을 치며 몰아댑니다. 하지만 당비서동무야 나를 리해해줄수 있겠지요?》

강치명은 우스개말을 하는 정시홍의 심리를 알수 있었다. 새 세대 기술일군들이 많이 자라는데 렴치없이 기사장자리에 그냥 앉아있기가 미안하다는것이였다.

《나에게서 어떤 리해를 바라는가본대 나로선 지배인동무처럼 살기를 바랄뿐입니다.》

《이전이나 다름이 없구만요. 그 명백한 말투가 말입니다.》

《사람의 성격이야 어떻게 달라지겠습니까. 쯔쯔돈돈은 굳어진 성민걸요.》

《하하하. 정확한거야 좋은거지요.》

강치명은 《흥성-1》호제작을 위한 준비정형을 물었다. 대답은 생각보다 시원치 않았다. 기사장이 제일 우려하는것은 로보트제작이 과학기술적으로 매우 예민하고 복잡한 일인데 비해볼 때 자체의 기술력량이 매우 미약한것이였다.

《유압식사출장치를 만들어 생산에 도입한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그와는 판판 다릅니다. 나도 이번에 지배인동무가 가져온 기술잡지를 보면서 로보트야말로 인류가 희망하는 미래의 공업을 대표하는 상징이 될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로동을 대신해주는 로보트공업은 끝없이 새롭게 개척되며 발전할겁니다.》

《그래서 해볼만 한 일인게 아닙니까.》

두사람의 대화가 한창인데 방으로 려현석이 들어왔다. 강치명은 어제날의 민청위원장을 보자 감회가 깊었다.

인사를 나누고나자 려현석이 물었다.

《제가 방해되지 않습니까?》

강치명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이렇게 다시 만나니 반갑소.》

《당비서동무와 로보트제작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문제들을 토론하던중인데 마침이요. 어서 앉소. 려기사동무가 답변을 주는게 좋겠소.》

기사장의 말을 들으며 자리를 잡은 려현석은 어렵지 않게 입을 열었다.

《대답은 한마디입니다. 이 과제는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 이겁니다.》

강치명은 마음에 드는 대답을 들으며 려현석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제대배낭을 공장에 풀어놓고 일을 시작할 때 이 사람은 새파랗게 젊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많이도 변한 모습이다. 이마에 깊은 주름이 한줄기 건너갔고 눈빛엔 어떤 시름 같은것이 깔려있다. 흥분하기 좋아하던것과는 달리 성미도 침착해진것이 알린다.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는건 더 말할 필요가 없소. 그러자면 현실성과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리용해야 하는거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것은 우리의 기술력량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거요.》

강치명의 말을 심중히 들은 려현석이 이번에도 짤막하게 대답했다.

《믿어야 합니다. 우리 공장 기술자들과 기능공들을 말입니다.》

《그건 두말할 필요도 없소. 그 다음엔 공장의 기술력량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편성하는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겠소?》

《그건 기사장동지가 결심할 일입니다.》

정시홍이 기다리기라도 한듯 말했다.

《아니! 그 문제는 나 혼자 결심할 문제가 아니요.》

남계수를 념두에 둔 말이여서 강치명은 생각했다. 이미 두사람사이에는 토론이 있었을것이다. 거기에서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한것이 아닌지… 제일 선차적이고 중요한것은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것이다.

흥성-1호제작전투에서도 동소옥동무가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봅니다.》

강치명은 동소옥이라는 이름이 가슴을 찌르는것을 느꼈다. 다시 공장으로 돌아오면서도 처녀시절의 동소옥은 거의나 잊고있었다.

그 처녀가 아직도 여기에서 일하고있었구나, 연마분을 만들어보겠다고 천동광산에까지 가서 석영을 찾아 메고 왔던 모습이 삼삼히 떠올랐다.

공장대학을 졸업하고 이젠 기사로 일한다는데 그사이 어떻게 변했을가, 이젠 나이도 어지간하니 시집을 갔을것이며 가정부인으로서 현장기사로 일하자면 어려울것이 많겠는데…

《동소옥이라면 인상에 남은 동무요.》

정시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능있는 기술잡니다.》

그 말에 려현석이 어지간히 불만스러워하며 입을 열었다.

《리해할수 없는건 그 동무가 서른다섯살이 되여오도록 입당청원을 하지 않고있는것입니다.》

《동소옥의 나이가 서른다섯…》

강치명은 이렇게 되뇌여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였다.

《려동무, 고맙소. 난 동무가 사업을 새로 시작해야 할 나에게 귀중한 충고를 준데 대해 고맙게 여기오.》

《아닙니다, 당비서동지. 이제 우리가 진행해야 하는 일에서 그 동무가 맡고있는 책임이 매우 중요하기때문에 말을 꺼냈을뿐입니다.》

강치명은 자기 마음이 이상할만큼 훈훈해나는것을 느꼈다.

얼마나 대바르고 인정깊은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는가. 나는 로보트제작문제를 먼저 걱정했지만 그 로보트도 바로 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것이 아닌가. 바로 이것이다. 바로 이들의 심장을 발동시켜야 한다.

이때 사무실문이 열리는 소리에 세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리였다.

남계수가 급한 걸음으로 왔는지 땀을 훔치며 들어섰다.

《지배인동무!》

강치명이 기쁨에 넘쳐 벌떡 일어나서 마주 걸어갔다.

《왔구만, 그래두 이 못난 놈을 잊지 않구!…》

두손을 마주잡은채 남계수는 강치명의 얼굴을 다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새 절 많이 나무랐지요?》

《여보, 그런 말 마오. 난 강치명이라는 이름이 되살아날 때면 내가 당조직앞에서 철딱서니없이 놀아댄 일들이 생각나 얼굴이 따가와나군 했소.》

남계수는 물기가 슴배여난 눈길로 진정을 터뜨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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