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속의 명절 백학림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명령에 의하여 조선인민혁명군 부대들이 장백현 북대정자로 집결한것은 1939년 4월초였다. 아직은 흰눈이 바위밑 음지쪽에 까치잔등처럼 희끔희끔 보이고있었지만 양지에는 벌써 파란 기운이 제법 돌았다. 완연히 새봄이 돌아왔던것이다. 우리는 이 봄을 몹시 기쁘게 맞이하였다. 고난의 행군을 이겨낸 기쁨도 기쁨이려니와 더욱더 단련되고 사기왕성한 동지들을 여러달만에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 기쁨이야말로 그지없었다. 그런데다 멀지 않아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모시고 또다시 조국에로 진군한다는 기쁨은 우리를 더욱 흥분시켰다. 그리하여 사기충천한 우리는 춘기공세로 이행하면서 무비의 용감성을 발휘하였다. 우리는 먼저 4월 11일에 장백현 구가점을 습격하여 춘기공세의 첫 불벼락을 퍼부음으로써 유격대가 전멸되였다고 떠벌이던 적의 허위선전을 완전히 폭로하였다. 그리고 인민들을 반일투쟁에로 더욱 힘차게 고무하였다. 우리의 춘기공세는 쉬임없이 계속되였다. 특히 4월 26일에 진행된 15도구습격전투는 5.1절을 높은 전투적성과로 맞자는 구호밑에 진행되였다. 그리하여 수많은 적들을 살상하고 막대한 군수물자를 로획하였을뿐만아니라 장백 큰골오지일대에 대한 적들의 토벌《거점》을 소탕하여버렸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전투를 종결하신후 소덕수 마등창으로 돌아오시자 전부대에 휴식을 명령하고 군정간부회의를 소집하셨다. 고난의 행군에 이어 춘기공세로 넘어선 우리 혁명군대원들은 조국진군을 앞두고 어느정도 피로해있었다. 이 사정을 헤아리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5.1절을 성대히 기념함으로써 유격대원들에게 일정한 휴식과 사기를 더욱 북돋아주려고 하시였던것이다. 그리하여 간부회의마감에 5.1절행사와 관련된 간곡한 교시가 있었다. 4월 30일, 마등창밀림속 숙영지는 날이 저물어갈수록 더욱 흥성거리고있었다. 지휘관들은 명절준비를 지도하기에 분망했고 어떤 대원들은 천막에서 꽃송이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명절음식을 만드는 취사장에서도, 대회장준비를 서두르는 숲속에서도 모든것이 바쁘고 흥겨웠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날저녁 특히 각 부대에 경비를 강화할것을 명령하시였다. 그리고 기타 인원들은 축배를 들어도 좋다고 허락하시였다. 이리하여 밀림속 여기저기에서는 조국진군을 앞둔 뜻깊고 소박한 축하연이 벌어졌다. 이날 축하연에는 우리 부대에 와있던 목재소 로동자와 15도구 농민들도 초대되였다. 우리 사령부 전령병들도 이날은 축배를 들었다. 잠시후에 나는 슬그머니 천막밖으로 나왔다. 류달리 시원한 밤이였다. 노래소리와 웃음소리, 피리와 하모니카소리들이 화음을 이루는 밀림속은 한층 더 새로운 감회를 불러일으켰다. 축하연이 끝난 뒤에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천막을 나오시였다. 조금전까지도 떠들썩하던 밀림속 숙영지는 밤이 깊어지자 어느덧 고요해졌다. 달은 서쪽골짜기 이깔나무꼭대기에 걸리고 불과 몇십리 안팎인 압록강 남쪽하늘에 박힌 총총한 별들은 류달리 마음을 끌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일제강도놈들의 폭압밑에 신음하는 국내동포들을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조국으로 진군할 우리 조선인민혁명군의 작전을 구상하시는지 잠시 남쪽에 눈길을 돌리시였다. 나는 위대한 수령님의 발자국을 따랐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천막마다 들여다보시며 대원들의 잠자리를 하나하나 살피시였다. 그리고 잠을 갈개자는 대원들의 모포깃을 당겨 바로 덮어주기도 하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사령부천막으로 다시 돌아오셨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자리에 누우시지 않으시고 나더러
어서 자라고 하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이제 자지…》하고 책을 펼쳐드시였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막을 나왔다.(이렇게 늦어서 책을 펴드시였으니 필경 오늘밤도 밝히시겠구나.)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보초를 섰다. 어느새 새날이 밝아왔다. 5.1절날 아침이였다. 경위중대동무들은 밤새 정성들여 만든 붉은 꽃송이를 들고 사령부로 달려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가슴에 달아드렸다. 로동자와 농민대표들에게도 큼직한 꽃송이를 달아주었다. 붉은 꽃송이는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대회장에 정렬해선 유격대원들의 가슴마다에도 빠짐없이 달려있었다. 백양나무아래에 꾸려진 가설무대에는 《만국의 로동자들은 단결하라!》, 《조선혁명만세!》의 구호가 걸려있었고 그옆에는 붉은기가 울창한 밀림속에 눈부신 빛을 뿌리며 휘날리고있었다. 바로 그앞으로 위대한 수령님을 비롯한 여러 간부들과 병사대표, 지방인민대표들이 등장하자 7련대장 오중흡동지의 구령으로 대렬경례를 드렸다. 뒤이어 밀림속에는 《메데가》의 노래가 류창하게 울려퍼졌다. 만국의 로동자명절 5.1절경축대회가 시작된것이다.
들어라 만국의 로동자 천지를 진동하는 메데를 …
우리는 국제공산주의운동의 동방초소에 선 높은 긍지감을 가지고 세계로동계급이 부르는 이 노래를 높이 불렀다. 이윽고 위대한 수령님께서 전체 대원들의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속에 주석단에 오르시였다. 그이께서는 영채도는 시선으로 조용히 정렬해선 우리들을 둘러보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먼저 만국의 로동자들의 명절 5.1절을 맞이하면서 여러 장병들과 지방인민대표를 축하한다고 하시자 밀림이 떠나갈듯한 우렁찬 박수소리가 오래오래 울려퍼졌다. 계속하여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5.1절의 유래와 그 력사적의의에 대하여 말씀하시였다. 또한 조선의 정치정세와 조선혁명운동의 현상태, 국제로동운동의 장성발전과 쏘련에서의 사회주의혁명의 승리 등에 대하여 상세히 언급하시였다. 그리고 우리 조선인민혁명군의 전투적과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보천보전투를 비롯한 여러 전투의 승리와 국내공작원들의 활동으로 말미암아 암담하던 국내혁명기세는 앙양되고 민족해방의 서광을 본 인민들은 혁명조직에 날로 단결되여왔습니다. 그러나 간악한 원쑤 일제는 각종악법과 경찰들을 증대시켜 애국적인 조선인민들을 검거, 투옥, 학살하며 지어 조선사람들의 말까지 없애려 하고있습니다. 때문에 앙양되였던 혁명기세는 다시 수그러져가고 조국의 하늘은 어두운 구름에 덮였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 구름을 걷어치워야 하며 인민들을 고무하여 그들에게 희망과 새 승리의 신심을 북돋아주어야만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조선인민은 절대로 일제에게 굴하지 않고 민족의 해방을 쟁취하고야말 억센 투지로 충만되여있다는것을 널리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우리 혁명군은 곧 국내로 진군하게 됩니다. 전체 전투원들은 무비의 용감성을 발휘합시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말씀을 끝마치시자 조용하던 밀림속의 경축대회장에는 우뢰와 같은 박수가 그칠줄 몰랐다. 어떠한 곤난앞에서도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수 있다는 확신이 온 장내를 사로잡았으며 그 승리를 위하여서는 마지막 피한방울까지 바치겠다는 결의로 우리들의 가슴은 충만되였던것이다. 나는 가라앉힐수 없는 흥분속에서 많은것을 생각해보았다. 사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우리는 유격대초창기부터 얼마나 고난에 찬 가시덤불길을 걸어왔던것인가. 지난 겨울만해도 그러했다. 수만의 적들은 항공대까지 동원하여 겨우내 우리의 발꿈치를 물고 계속 추격해왔었다. 그런데다 우리에게는 식량이 한달이상 떨어진 때도 있었다. 추위는 령하40℃이하로 떨어지고 눈은 키를 넘어 길을 막고 온 강산을 깊이 묻어버렸었다. 그러나 우리는 생눈을 헤쳐 길을 내고 눈을 빚어 요기를 해가면서 원쑤와 싸워이겼던것이다. 우리는 오직 필승의 주체적혁명로선을 믿고 멸망해가는 원쑤를 똑똑히 보고있었다. 그리고 위대한 수령님께서 혁명의 진두에 서계신다는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더없는 힘이였다. 우리는 이 신념과 이 힘을 가지고 서로서로 뜨거운 동지애로 부축하면서 위대한 수령님의 천재적인 전략전술과 현명한 령도를 받들어싸웠던것이다. 나는 슬그머니 눈길을 돌려 전우들의 긴장한 얼굴에서도 나와 같은 생각이 어려있음을 찾아보았다. 위대한 수령님의 지도밑에 통일되고 단결된 혁명전사들의 필승의 신념과 억센 맹세를 더한층 굳게 다지는것 같았다. 우리들의 이 뜻을 대표하여 안경석동지가 연단에 올라 흥분된 어조로 위대한 수령님께서 맡겨주신 혁명과업수행에 더욱 충실하며 마지막 피한방울까지 바쳐싸울 결의를 피력하였다. 뒤이어 로동자대표의 축사가 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 그 대표의 모습을 잊을수 없다. 그는 검실검실한 얼굴에 몹집이 류달리 육중하였다. 하염없이 우리 유격대원들의 대렬을 훑어보던 그의 어글어글한 두눈이 잠시 내려감기는듯 하더니 다시금 치켜뜨고 《여러분!》하고 목메는듯한 목소리로 웨쳤다. 그의 량볼에는 감격어린 눈물줄기가 굵다랗게 내려흘렀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느끼지 못하는상싶었다. 그는 한참동안이나 한곳만을 바라보고섰다가 흐려진 눈을 훔치면서 궁글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러분! 나는 오늘의 이 감격을 잊을수 없습니다. 나는 여기서 보고듣고 배운것을 잊을수 없습니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살고싶습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나더러 내려가는것이 더 중하다구 하시니까 내려가려 합니다만 내 마음은 여기를 떠나지 않습니다. … 여러분! 하루속히 우리 나라에서 일본놈을 몰아내주십시오. 나는 김일성장군님의 말씀을 꼭 실행하겠습니다. 여러분을 적극 원호하겠습니다.…》하고 그는 두손을 높이 들어 마주잡고 억세게 흔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어이 실천하겠다고 거듭거듭 되뇌였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것을 느꼈다. 특히 이번 조국진군의 목적을 한사코 수행할 결의를 더욱 다졌다. 그것은 비단 나뿐이 아니였다. 그가 연단을 내렸을 때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웃음을 띠우시고 그의 손을 잡으시며 무엇인가 말씀하시는것 같았다. 그 로동자의 이글이글한 두눈동자가 결의를 담고 더욱 타는듯 빛났다. 농민대표 역시 감격에 벅찬 어조로 우리의 승리를 축복하였다. 그는 우리 조선인민혁명군 부대에 적극 식량을 원호하겠다고 결의하였다. 만국의 로동자들과의 전투적단결과 조선인민혁명군의 전투력을 시위한 밀림속의 5.1절경축대회는 조선인민혁명군의 노래로 끝났다. 뒤이어 주석단은 재빠르게 연예무대로 변하여졌으며 사기충천한 유격대원들의 즐거운 춤과 노래는 밤이 깊도록 계속되였다. 우리는 간고한 항일무장투쟁시기에 항상 높은 전투적기세로써 5.1절을 맞이하였고 소박한 경축회도 가지군 하였다. 그러나 이해의 5.1절만은 특히 성대하였고 보다 더 확고한 필승불패의 신념을 우리 가슴에 안겨주었다. 그 며칠후에 우리는 바로 그 기세로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친솔밑에 삼엄한 적의 국경경비망을 뚫고 그립고그립던 조국진군의 힘찬 발걸음을 옮겨디뎠다. 그리하여 우리 조국강토에 둥지를 튼 일제침략자들에게 거듭 섬멸적타격을 가하고 우리 부모, 형제들인 우리 인민들에게 새로운 신심을 불러일으켰던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