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우구인민들 김자린
1933년 초여름, 이 시기 내가 속한 연길현유격대는 왕우구일대를 근거지로 삼고 활동하고있었다. 이때 유격근거지내의 혁명군중들과 그 주변(적통치구역에 속해있는)의 인민들은 언제나 우리의 투쟁을 물불을 헤아리지 않고 방조해주었다. 그들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시는 항일유격대만이 일제와 그 주구들인 착취자들을 물리치고 자기들의 리익을 옹호해준다는것을 깨달았기때문에 진정으로 우리를 따르고 또 우리와 일심동체가 되여 일제와 싸워나섰던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굶을지언정 유격대를 배곯게 하지 않으려 하였고 자기들이 헐벗을망정 우리를 추위에서 가려주려 하였다. 일제가 장성하는 우리 유격대의 력량에 겁을 집어먹고 왕우구유격구를 없애려고 매일처럼 달려들었을 때에도 우리는 인민들의 적극적인 방조와 지지밑에 사기충천하여 적을 물리치고 승리하였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마치 친혈육의 품마냥 그들의 사랑과 방조속에서 일제를 격멸소탕하는 싸움마다에 용감할수 있었으며 그들의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위해 몸바침을 더없는 영예로 생각하였다. 인민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이 미더운 확신은 언제어디에서나 우리 마음속에 간직되여있는 크나큰 힘이였으며 승리에로 이끄는 거대한 추동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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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지방공작대원들로부터 정보를 보내왔다. 그에 의하면 물자를 가득 실은 수십대의 위만군마차가 왕청현 시가지를 향해 연길시를 떠났다는것이였다. 지휘부에서는 곧 작전계획을 세우고 출동명령을 내렸다. 그때 나는 7~8명의 대원들을 데리고 구룡평 뒤고지에 나가 방차대의 임무를 수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것은 본부대가 마차를 습격할동안 구룡평수비대놈들이 달려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곧 구룡평방향의 산비탈에 매복을 하였다. 만단의 전투태세를 갖춘 우리는 놈들이 마차가 나타나기만 기다렸다. 당시 우리에게는 식량이 부족하였고 피복이며 신발들이 아주 귀했다. 따라서 우리뿐만이 아니라 특히 근거지내 인민들을 위해서도 이 전투는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었다. (인민들에게 량식을 마련해주자. 그리고 헐벗은 어린이들에게 새옷을 갈아입히자.)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며 구룡평 산굽인돌이를 주시하고있을 때 갑자기 그쪽에서 삐걱거리는 마차바퀴소리가 들려왔다. 놈들의 마차였다. 마차들은 점점 우리가 매복하고있는 둔덕앞으로 다가왔다. 마차들에는 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리고 마차들 어간어간에는 위만군놈들이 걸어오고있었으며 마차의 짐꼭대기에도 몇놈씩 올라타고있었다. 어떤 놈은 총을 쥔채로 꺼떡꺼떡 졸고있는가 하면 어떤 놈은 제법 코노래를 부르고있었다. 우리는 온 정신을 가다듬어 습격조의 총소리를 기다리면서 방차대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구룡평 앞산을 주시하고있었다. 마지막마차가 습격조원들의 매복구역을 거의 들어서려할 때 《땅!》하는 총소리가 울렸다. 습격조원들의 총성과 벽력같은 함성이 불의에 일어나는바람에 놈들은 혼비백산하여 어쩔줄을 모르고 헤매다가 그 자리에서 쓰러지거나 도망치고말았다. 이 습격전투는 불과 몇분동안에 끝냈다. 습격조원들은 곧 마차들을 왕우구쪽으로 끌고들어갔다. 이때 총소리를 들은 구룡평의 수비대놈들이 예측한대로 우리 방차대가 매복한 맞은편 산고지에 올랐다. 놈들은 산등성이에 기관총을 걸고 왕우구곬으로 들어가는 마차들을 향하여 맹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적과 우리와의 거리는 불과 500~600m밖에 되지 않았다. 적들의 기관총, 보총탄알은 마차를 끌고들어가는 습격조원들의 주위에 쏟아졌다. 우리 방차대원들은 지체없이 함부로 총질하는 적기관총을 향해 일제사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적들의 화력은 우리에게로 집중되였다. 놈들은 자기들의 수적우세를 믿고 집요하게 저항하였다. 그리하여 적아간에는 치렬한 화력전이 벌어졌다. 적들의 기관총탄은 길옆 바위돌에 맞아 돌가루를 일구기도 하고 나무아지들을 찢어 늘어지게 하였다. (우리가 만약 여기서 한발자국이라도 물러선다면 인민들이 목마르게 기다리는 귀중한 물품을 빼앗길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이 자리를 지켜내자. 놈들의 기관총탄이 왕우구로 들어가는 마차주변에 떨어지게 하여서는 안된다.) 우리의 가슴은 이러한 일념으로 불탔었다. 우리는 놈들의 맹사격을 막아내면서 결사적으로 싸웠다. 이러는사이에 수십대의 6두마차는 왕우구곬으로 깊이 들어가고있었다. 큰 도로에서 왕우구까지는 약 40리가 실했다. 그런데 큰길로부터 왕우구곬으로 들어가는 길은 이전에 닦아놓기는 했으나 며칠전에 비가 왔으므로 여간 험하지 않았다. 이 험한 길로 짐을 실은 6두마차행렬이 들어간다는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였다. 그리고 우리 방차대동무들이 미친듯이 달려드는 구룡평수비대놈들을 피로써 막아내는 그러한 위급한 순간이므로 마차를 잠시도 멈춰세울새없이 몰고들어가야 했다. 유격대원들은 마차앞뒤에 달라붙어 끌며 밀며 하였다. 적들에게 강제로 끌려온 마부들도 우리 유격대원들을 도와 있는 힘을 다하여 마차를 몰았다. 그런데 마차는 마음과는 달리 굼뜨게 움직이고있었다. 이때 왕우구어귀에 사는 적통치구역 인민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산에서, 밭에서 일하던 쟁기를 그냥 들고 유격대를 돕기 위해 뛰여온것이다. 그들가운데는 로인들도 있었다. 적들이 쏘아대는 총알이 비발처럼 날아왔지만 이들은 자기 일신의 위험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만일 유격대를 도왔다는 사실이 원쑤놈들에게 알려지는 날에는 자기 목숨뿐만아니라 온 가족과 집까지 불속에 들어간다는것을 이들은 잘 알고있었다. 그러나 인민들은 그것을 가리지 않고 유격대를 도와나섰다. 이들은 항일유격대만이 자기들처럼 가난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싸우며 일제를 타도하고 우리 나라를 독립시키는 인민의 진정한 군대이라는것을 믿고 그에서 희망을 얻으며 사는 사람들이였다. 이러한 인민들이 유격대가 어려운 고비를 겪고있을 때 무엇을 주저하겠는가. 마차주변에 총알이 푹푹 떨어졌으나 이들은 마차를 밀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차들이 웅뎅이, 진창에 빠져 움직이지 못할 때마다 사람들은 마차를 떠올리고 산에 올라가 나무를 찍어깔았으며 아낙네들은 개울에 내려가 치마폭에 돌을 날라다 진창길에 깔았다. 사람들의 얼굴과 옷자락에는 흙물이 튀여서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려웠으며 옷은 갈래갈래 찢어졌다. 해는 벌써 서산에 기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피로할대로 피로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하나 힘들다는 말한마디 입밖에 내지 않았다. 심한 구렁창에 마차가 빠져서 더 나오지 못하고 게다가 말들까지 피로해서 넘어져버릴 때마다 인민들은 달려들어 마차의 짐짝들을 일정한 장소에 등짐으로 운반하군 하였다. 이렇게 하면서 수십리 산길을 들어가야했으니 그 난관이란 이루 말할수 없었다. 마차대렬은 고성촌 고개밑에 이르고있었다. 고성촌 고개길은 산중턱으로 꼬불꼬불 뻗어져나갔으며 길의 한쪽은 절벽을 이루고있었다. 이 고개너머까지 마차들을 넘겨야 했다. 그런데 유격대원들과 인민들앞에는 보다 큰 난관이 가로놓여있었다. 마차들이 이 고개길에 들어서게 되면 적들과 가까운 직선거리에 놓이게 되므로 생길로 질러서올라가야만 하였다. 그런데 인제는 사람들도 피로할대로 피로했고 말들도 기운을 쓰지 못했다. 날은 점점 어두워갔다. 이러한 때에 왕우구유격구 인민들이 삽과 곡괭이, 도끼 등을 들고뛰여왔다. 그리하여 새로운 기세로 지름길을 닦기 시작했다. 깎아지른듯한 절벽의 바위돌을 허물어 길을 닦느라고 불꽃을 튕기는 사람들, 나무를 찍어서 홈타기에 까는 사람들, 험한 길에 돌과 흙을 펴는 녀성들… 이처럼 왕우구인민들은 유격대와 한덩어리가 되여 지름길을 닦았다. 유격대원들과 인민들의 하나로 뭉친 힘, 굴할줄 모르는 투지와 정열앞에 그 어떤 난관인들 극복 못하랴. 지름길은 닦아졌다. 마차들은 고개중턱을 오르기 시작했다. 《끝까지 싸웁시다. 지금 구룡평쪽에선 유격대동무들이 우리가 가는 길을 피로써 지켜주고있습니다!》 《우리모두 더욱 용기를 냅시다. 유격대와 인민들의 단결된 힘을 시위합시다!》 이렇게 서로 고무격려하면서 유격대와 한덩어리가 된 인민들은 있는 힘을 다했다. 그리하여 마차들은 고성촌고개우까지 거의거의 오르고있었다. 이때였다. 마차들중 한대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따르던 마차들도 껴묻혀서 뒤로 밀리게 되였다. 좁고 험한 언덕길에서 이것은 참으로 위급한 일이였다. 사람들은 밀려내리는 마차에 결사적으로 달라붙었다. 녀성들도 말고삐를 끌어당기며 채찍질했다. 이때 한 로인이 밀려내리는 마차바퀴밑에 몸을 던졌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그 로인의 뒤를 따라 바퀴밑에 몸을 던졌다. 이리하여 위험은 극복되였으며 하나로 뭉쳐진 이 힘앞에 다시금 두줄기의 자리를 내면서 마차는 언덕우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때야 로인은 《그러면 그렇겠지, 우리가 나아가는 길을 어느놈이 감히 막아낸담.》하며 소리쳐 말하였다. 마차들은 드디여 고성촌고개우에 올라섰다. 《야-!》하고 사람들은 서로 그러안으며 환성을 올리였다. 그리고 너무나 기뻐서 말잔등을 어루만지며 좋아하였고 젊은이들은 유격대원들을 공중으로 떠받들어 올리면서 소리높이 만세를 불렀다. 어떤 녀성들은 기쁨에 겨워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우리 방차대는 맡겨진 전투임무가 끝났으므로 즉시 철수하라는 련락을 받고 유격구로 돌아왔다. 우리가 철수하여 유격구에 와보니 로획한 물품은 굉장히 많았다. 광목, 신, 밀가루, 약품, 발동기, 철근… 이 모든 물품들은 유격대와 왕우구인민들이 피로써 쟁취한 물품들이였다. 왕우구유격구는 명절날처럼 흥성거렸다. 난생처음으로 새 운동화를 신은 아동단원들이 너무나 기뻐서 유격대원들의 목에 매여달리며 좋아하던 일이 지금도 나의 눈앞에 선히 떠오른다. 참으로 왕우구인민들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시는 항일유격대에 자기들의 모든것을 의탁하였으며 유격대를 위하여서라면 목숨도 서슴없이 바치였다. 그들은 유격대와 일심동체가 되여 간고하고 험악한 투쟁의 길에서 언제나 용감히 싸웠다. 이런 혁명적군중에 의거했으며 혁명적군중에게서 힘을 얻었기에 우리 항일유격대는 15성상 일제와 싸워 승리할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