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가목에 대한 이야기

최  광              

 

우리의 강철같은 혁명적규률이 자각성에 기초한것이였으며 깨뜨릴수 없는 단결의 표현이였음을 우리는 많은 실례로써 이야기할수 있다.

또한 이것이 혈육과 같은 사랑과 설복, 교양에 의하여 더욱더 공고히 되였다는것을 나는 항상 생각하게 된다.

지금 말하려는 《총가목에 대한 이야기》도 바로 그러한 실례의 하나이다.

1933년 당시 왕청유격대는 소왕청 마촌에 본부를 두고 요영구, 당수하자, 다홍왜, 십리평, 가야허 등지에 관하 중대들을 주둔시키고있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주 이 지역들을 돌아보시면서 당 및 혁명조직들을 지도하시고 근거지인민들의 생활과 유격대원들의 군정학습을 보살피셨으며 전투를 직접 조직지휘하셨다.

그러한 어느날이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소왕청을 떠나 라자구쪽으로 가시던 길에 통신병을 데리시고 십리평에 들리셨다.

이날밤 적들의 군수물자수송부대가 왕청을 통과하여 훈춘으로 향한다는 정보를 받으신 그이께서는 이미 전투를 계획하시고 이곳 중대에 오셨던것이다.

그이의 친솔밑에 중대는 훈춘방향으로 출동하였다.

전투는 왕청-훈춘사이의 대도로를 차단하는 매복기습전이였다. 그리고 이날 전투에는 녀성대원 리동무도 참가하였다.

리동무는 당시 중대의 단 한명뿐인 녀성대원으로서 지휘관과 대원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날 전투에서도 그는 다른 동무들과 더불어 용감히 싸웠다.

적들을 소탕하고 식량, 피복, 탄약 등 많은 물자를 로획한 후에 중대는 그길로 험한 산길을 돌아 밤중에 십리평으로 오게 되였다. 어느덧 밤은 깊어 울창한 수림속은 먹물을 뿌린듯 캄캄하였다.

강행군으로 달려가서 전투를 치른 뒤인데다가 아직 식사를 하지 못한채 100여리 길을 되돌아걷자니 어깨를 지지누르는 무거운 짐이 숨을 가쁘게 하였다.

그러나 로획환 전리품을 받아안고 반가와 할 근거지인민들을 생각하니 우리의 걸음은 그지없이 가벼웠다. 그리고 이 기쁨이 비단 우리 유격대원들과 근거지인민들에게만 한한것이 아니라 장차 광복될 조국의 모든 인민들과도 이렇게 나누어질 그날을 생각하니 큰산이라도 떠옮길듯 한 힘이 생기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쓰려오르는 시장기와 덮쳐누르는듯한 잠에 못이겨 그 험준한 산길을 걸으면서도 깜빡깜빡 잠에 취하군 하였다.

《징검다리요!… 주의해 딛소!》

대렬선두에서 지휘관이 일깨워주는 이 말은 뒤따르는 대원들에게 전해졌다.

그런데 리동무에게는 이 전달이 그만 잠결에 스쳐지나갔던 모양이였다. 그는 개울에 첫발을 들여놓자마자 디딤돌을 헛딛고 그만 풍덩 물속에 주저앉았다. 그 순간 돌짬을 짚었던 총대가 무거운 짐을 진채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몸에 눌리여 총가목이 지끈 부러졌다.

이 사고는 곧 중대장에게 보고되였다. 중대장은 리동무의 말을 듣고나서 랭정히 비판했다.

…물론 우리는 어려운 조건에서 행군을 하고있다. 그러나 이 총이 어떤 총인가. 이런 사고를 저질러놓고도 실수라고 하는가. 동무는 해이되였다. 동무는 무기를 가질 자격이 없다.…

중대장의 이러한 비판은 십분 옳은것이였다. 당시 우리들이 가진 무기 하나하나가 동지들의 고귀한 피와 바꾼것임을 생각할 때 그와 같은 실수란 있을수 없는것이다.

그런데 리동무에게는 이 비판이 접수되지 않는 모양이였다.

눈을 내리뜨고 입술을 깨물며 그는 중대장앞을 물러서버렸다. 그리고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는 응대조차 하지 않고 대렬뒤에 떨어져 걷고있었다.

이 일을 아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그가 따라오기를 기다리셨다가 같이 걸으시면서 《그놈의 잠이 사람을 못견디게 굴거든.》하고 그에게 말씀을 건네시였다.

그러나 리동무는 묵묵히 걷고있을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다시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러나 우리가 잠쯤이야 이겨내야지. 어느 혁명가가 잠에 못견디였다고 하면 동무는 그래 그런 혁명가의 수치스러운 일에 동정할수 있겠소? 어디 동무의 말을 들어봅시다.》

이렇게 부드러운 위대한 수령님의 말씀을 듣고있는 리동무는 어둠속에서도 미소를 띠우신 그이의 자애로운 모습을 감촉할수 있었다. 그러자 그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호소하듯이 중대장의 비판이 못마땅하다는 심정을 털어놓았다.

《물론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중대장은 너무합니다. 혼자서 조선혁명을 도맡아 할셈인지 저더러 우리 대오에 함께 있을 자격이 없다는 말까지야 어떻게 합니까.》

곁의 동무들이 듣기에도 한심한 말이였다.

그러나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그의 푸념을 주의깊게 듣고계셨다.

그의 말이 끝난 뒤에야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비로소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그러니까 내가 중대장동무를 잘못했다고 한바탕 단단히 비판을 해야만 동무의 마음이 확 풀릴것 같군.》

사령관동지께서는 그를 돌아보시며 말씀하시였다.

《그러나 나는 중대장동무를 나무람할수는 없소. 오히려 중대장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오. 그의 립장이 얼마나 원칙적이요.》

이렇게 말씀하신 다음에 잠시 걸으시던 그이께서는 부드럽고 은정담긴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세상에는 열자식중에 어느 하나도 미워하는 부모가 없는 법입니다. 중대장의 립장도 바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동무에게 아픈 말을 합니까. 그것은 동무를 아끼고 사랑하기때문입니다. 동무에게 무기가 없으면 당장에라도 무엇을 들고싸우겠습니까. 적들은 동무에게 총을 겨누는데 거저 죽고 말겠습니까. 이것을 노엽다고 하면 동무는 스스로가 진실한 동지적사랑을 배반하고 제눈을 찌르는 격으로 됩니다. 좋은 사람이 되라고 꾸짖는 부모의 말을 쓰게 생각하고 아프게만 들으면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망종》밖에 될 길이 없는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내생각에는 중대에 단 한명뿐인 녀성이라고 해서 지휘관이나 중대동무들이 너무 아끼고 어루만진탓으로 동무를 은연중에 응석꾸러기로 길러놓은것 같습니다.

그러시고는 화제를 잠시 다른데로 돌리시였다. 그것은 섬세하고 온순한 어느 한 녀성에 대한 옛이야기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어찌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시는지 리동무는 물론이고 다른 동무들까지도 말끔히 잠도 행군의 피곤도 잊고 그이께서 하시는 이야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우리 눈앞에는 귀엽고 온순하면서도 강의하고 부지런한 녀성의 모습이 떠올랏다. 그리고 그 녀성의 손에 쥐여있는 작고 반짝이는 바늘이며, 윤기 알른거리는 찬장의 그릇들이며, 소박하고도 단정한 옷맵시 등이 점점 더 친숙하게 안겨왔다.

그러한 생각은 어느덧 광복된 조국땅우에 펼쳐질 크나큰 살림과 건설에 이르렀다.…

이러한 때에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조용히 이야기를 끝마치시면서 리동무를 바라보셨다. 방금전까지 노여워서 뾰로통하던 표정은 가셔지고 이야기에 황홀해진 리동무의 눈은 유난히 반짝이고있었다.

《내생각 같아서는 리동무두 꼭 그런 녀성이 되리라고 믿고싶소. 리동무! 어떻소. 꼭 그렇게 될수 있지.》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대렬에 선 동무들도 여기저기서 모두 따라웃는 소리가 났다.

이때 리동무는 얼굴이 화끈해지는지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며 《제 잘못을 더 깊이 생각해보겠습니다.》하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한마디를 하고는 다시 말을 잇지 못하였다.

《좋소. …우선 자기가 잘못한것부터 깨닫고보면 그 다음에 문제는 다 풀리오.…그러면 중대장의 비판이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될게요. …그렇게만 되면 누구도 동무를 우리 대오에서 내쫓을 사람이란 없소. …잘 생각해보오. …매사에 감정과 흥분을 앞세우지 말고 침착하고 랭정하게 잘 생각해보는것이 중요하오.》

그러시면서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무기를 생명과 같이 아끼는 중대장의 심정을 고려하여 그에게 리동무가 무기를 애호하는 정신이 충분히 표현될만 한 일을 해보여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부러진 총가목을 밤중으로 고쳐놓으면 그의 노여움이 풀려서 리동무를 용서할 마음이 생길수도 있을것이라고 하셨다.

이러한 그이의 말씀에서 리동무는 저으기 기를 펴게 되였다.

리동무는 그이의 말씀대로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의논까지도 서슴없이 내놓을수 있게 되였다.

분질러놓은 총가목을 고쳐낼 재간이 없는것이 근심이라고도 했고 고친다해도 총가목에 험한 상처가 남으면 어쩌느냐고도 했다.

이 말을 들으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매우 만족해하셨다.

《더 잘 생각해보오. …동무가 지금 말한것처럼 어떻게 하면 상처의 흠집도 잘 모르게 훌륭히 고쳐놓겠는가. …녀성다운 섬세한 심정과 지혜를 기울이고 힘써 노력하면 다 되오. …그래도 안될 때에는 곁에서 도와줄수도 있지. …동무들도 있고 중대장도 있고 나도 있으니까 총가목 하나야 못고치겠소.》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그 자리를 떠나 대렬앞으로 나가시였다.

얼마후 중대는 숙영지에 도착하였다.

리동무는 휴식명령이 내린 뒤에 부러진 총가목을 만지며 애를 쓰고있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중대장을 데리고 대원들이 모두 잠든 숙영구역을 돌아보시다가 자기 가까이로 오시여 바라보시는줄도 모르고 리동무는 총가목을 고쳐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리동무를 바라보시던 그이께서는 그곁에 있는 직일관에게 리동무가 총가목을 고치지 못하거나 또는 피곤해서 잠들수도 있으니 그때에는 자신께 알려달라고 말씀하시고나서 그 자리를 뜨시였다.

사실 리동무는 기어이 고쳐보려고 애는 썼으나 얼마못가서 그만 저도모르는 사이에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나 잤는지 떠들썩하는 소리에 눈을 뜨니 벌써 날이 훤히 밝았다. 그리고 작식대원들은 아침식사가 되였다고 알리는것이였다.

리동무는 그만 가슴이 덜렁 내려앉는것 같았다.

행군대렬에 들어서기 바쁘게 중대장에게 거듭 추궁을 받지나 않을가, 그보다도 사령관동지께서 그토록 타일러주시던 말씀대로 총가목을 고쳐놓지 못하고 깜빡 잠이 들어버린 일이 야속하고 분하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자기의 품에 안겨있는 총대를 보던 그는 자기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지금 그의 품에 안겨있는 총은 총가목이 부러진 총이 아니라 총가목이 제대로 고쳐진 총이였기때문이였다.

(내가 꿈을 꾸나?!)

그는 의아한 생각으로 눈을 비비며 자기 총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자기의 총이였다.

(누구의 솜씨일가?)

얼마나 정성스럽고 멋있게 고쳤는지 얼핏 보기에는 고친 자리조차 잘 알려지지 않을 정도였던것이다.

굵은 철사를 똑같은 길이로 끊고 그 끝을 다듬어만든 못들이 부러졌던 총가목앞뒤에 촘촘히 박혀있는데 그 솜씨가 여간 아니였다.

리동무는 무작정 기뻤다. 자기 총을 새삼스럽게 그러안으며 그는 마치 상처가 나은 동무에게라도 속삭이듯 《아! 이젠 됐다. 이젠 됐다.》하고 기뻐서 얼쩔줄을 몰라했다.

이럴 때에 그앞을 지나던 직일관이 리동무를 바라보더니 《동무는 잠을 자면서도 부러진 총가목을 제꺽 고치는 비상한 재주가 있군.》하고 말을 하자 리동무는 그제야 자기 정신을 차린듯 정숙해지면서 《놀리지 마세요. 직일관동무, 다 알고있으면서두 그러지요. 이 총을 누가 이렇게 고쳤는지 어서 좀 이야기해주세요.》하고 조르며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직일관은 그 총이 새것처럼 고쳐진 경위를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그것은 어제밤 그가 잠을 잘 때에 위대한 수령님께서 그 총을 가져오라고 하시더니 모닥불곁에서 손수 고치시느라고 꼬박 밤을 새우셨다는것이였다.

리동무는 이 말을 듣자 더욱 그 총을 꽉 그러안고 총가목을 쓰다듬으며 흐르는 눈물을 금치 못했다.

사람이란 가르치기에 달린것입니다.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생명까지 바치면서 적들과 싸우는 혁명동지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다 한가지로 원칙성만을 강조하거나 군사적명령만으로는 안됩니다. …반드시 설복과 교양이 동반되여야 합니다. …진정으로 동지를 사랑하지 않고는 그의 결함을 고쳐줄수 없는것입니다.

이때의 일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늘 강조하시던 이 말씀을 더욱더 가슴깊이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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