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진군의 길에서 맞은 설

한천추         

 

해가 바뀌여 설을 맞을 때마다 간고한 항일무장투쟁시기에 맞군 하던 설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중에도 잊을수 없는 설은 혁명이 한창 고조에 달하던 력사적인 해 1937년에 맞은 설이다. 그 설을 나는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를 모시고 맞았을뿐아니라 조국으로 진군하던 길에서 맞았던것이다.

1936년 2월 녕안현 남호두회의에서 명시된 사령관동지의 혁명로선과 전략적방침을 관철하기 위하여 조선인민혁명군 부대는 국경지대와 국내에로 진출하여 군사정치활동을 적극적으로 조직전개하는 동시에 각계각층의 반일애국세력을 항일의 기치밑에 광범히 결속하는 사업을 비롯한 일련의 중대한 혁명적임무들을 수행하고있었다.

이 거창한 투쟁의 선두에는 사령관동지께서 서계셨고 그이의 지휘밑에 조선인민혁명군 부대들은 무송, 림강, 장백의 광활한 지대를 주름잡아 적을 쥐락펴락하였다.

새로 창설된 유격근거지는 조선혁명의 중심지로 되였으며 항일무장투쟁은 일층 확대발전되였다. 그때 우리는 사령관동지의 전사된 드높은 영예감으로하여 누구나 할것없이 가슴을 들먹이였으며 오직 조선혁명의 승리와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자기들의 모든것을 바쳐싸웠다.

빼앗긴 조국, 총검의 수풀과 기아의 구렁텅이에서 헤매는 내나라 부모형제들, 못견디게 그리운 고향마을의 산과 들…

이 모든것을 위하여, 우리들의 겨레를 구원하기 위하여, 암흑속에 묻힌 조국땅에 재생의 불빛을 주기 위하여 우리 유격대원들은 사령관동지의 현명한 령도밑에 힘을 기르고 신들메를 든든히 조이였었다.

이 얼마나 벅찬 일인가! 우리 얼마나 손꼽아기다리던 조국으로 향한 이 길인가!

이 흥분과 이 불덩어리 같은 마음을 안고 우리들은 도처에서 원쑤들을 쓸어눕히였다.

분노에 차서 무송현 만강, 시난차, 서강을 쳤고 적《토벌》력량이 집결한 무송현성을 공격하였다. 그리고 장백현 대덕수, 소덕수와 이도강, 곰의골 등지에서 적들에게 섬멸적인 타격을 주었다.

이렇게 우리는 날에 날마다 혁명의 씨앗을 도처에 뿌리며 원쑤들을 격멸하였고 기억도 새로운 홍두산밀영에서 1937년의 새날을 맞이하였다.

일제가 당시 제일 두려워한것은 국내에로 혁명력량이 뻗치는 그것이였고 각처에 혁명조직들이 조직되고 국내깊이까지 혁명의 영향이 미치는 그것이였다. 그러므로 1936년 10월에 일제총독 미나미와 소위 관동군사령관 우에다는 《도문회담》을 긴급히 열고 조선혁명의 수뇌부이며 참모부인 우리 사령부를 집중공격하려고 악착하게 덤벼들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새해를 맞는 홍두산밀영은 모진 설한풍에 휩싸여있었다. 눈보라가 아우성쳤다.

우리 경위중대는 사령관동지를 모시고 홍두산밀영에서 설을 쇠게 되였다.

그이께서는 새해를 맞아 놈들의 준동이 더욱 우심하리라는것을 예견하시고 오중흡동무가 지휘하는 한개부대를 시켜 사령부가 위치한 밀영으로부터 얼마간 떨어진 전방밀영에 나가 적을 경계하면서 설을 쇠게 하시였다. 그리고 전방밀영, 후방밀영들에는 유리한 지점에다 전호와 포대를 구축하고 언제 어느때든지 적들이 나타나기만 하면 물리칠수 있도록 만단의 전투준비를 갖추게 하시였다.

그리고 그이께서는 깊이 쌓인 눈무지를 딴딴하게 다져서 전호를 만들것과 눈을 다져 만든 포대에는 능히 그에 의지하여 총을 쏠수 있도록 구멍을 뚫으라는 일련의 구체적인 지시를 하셨다.

우리는 그이께서 지시하신대로 사령부가 위치한곳에서 좀 떨어진 요소들에 《눈전호》와 《눈포대》를 만들었고 이곳에 방차대원들이 배치되였다.

설맞이준비에서 제일 중요한 경계근무조직을 한다음에 우리는 옷을 기워입고 수염도 깎고 설날음식을 마련하며 즐거운 오락회도 준비하였다. 우리들은 마치 어린애들처럼 기뻐했다.

나는 동무들과 함께 밀영앞으로 가로누운 령에 올라 흰눈을 머리에 쓰고 솟은 태고연한 백두산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백두산! 백두산!》하고 몇번이고 웨쳤다.

나서자란 마을이 눈앞에 떠오르고 그리운 고향을 하직하고 살길을 찾아 이역땅으로 떠나오던 길에 삼지연못가에서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과 둘러앉아 주먹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일이며 그때 애타는 심정으로 떠마신 삼지연의 물맛도 그리워지며 어느새 나의 마음은 날고 날아 고향의 문전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웨쳤다.

《고향사람들이여! 김일성장군님께서 오셨다! 일어나 같이 싸우자. 그리고 조국을 다시찾자!》

이와 같이 끝없이 조국으로만 달리는 마음을 안고 우리는 번들령을 내려 천고의 밀림속에 자리잡은 집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그이의 두리에 모여앉자 사령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우리가 오늘 이러한 산정에서 설을 맞게 되지만 그리운 부모형제들과 같이 설을 즐기는 그러한 마음으로 이날을 지내야 합니다. 이날을 맞아서 생각되는것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제일 많이 생각되는것은 《인민의 충복이 되자.》는것입니다.

우리는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인민에게 의지하여 그들에게서 힘을 얻어 우리의 위대한 목적을 이룩하여야 합니다.

이해는 우리에게 있어서 참으로 보람이 큰 해입니다. 우리는 이해에 조국동포들을 잘 깨우치고 단합시켜서 일제를 반대하는 항일전선의 불길을 그 어느때보다도 높이자는것입니다. 이 위업앞에 우리는 무한히 충실해야 합니다. 인민의 충복답게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끓어번지는 가슴에 굳게 맹세를 다지였다.

(사령관동지께서 가리키시는대로, 사령관동지께서 의도하시는대로, 인민이 념원하는대로 충실하게 싸우리라.)

이윽고 오락회가 벌어졌다.

우리는 손벽을 치면서 《즐거운 무도곡》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노래에 맞추어 무장춤을 추었고 곱새춤도 추었다. 그이께서도 우리와 함께 노래를 부르시였다.

사령관동지께서 부르시는 노래를 들으니 웬일인지 가슴이 뭉클해지고 뜨거운것이 치밀어오르는감을 느끼였다. 우리는 재청을 요구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시면서 《동무들의 요구인데 그럼 또 불러야지.》하시면서 노래를 부르셨다.…

얼마후였다.

밀림속에 요란한 총소리가 들려왔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이날 놈들은 전방부대를 피하여 우리를 《토벌》하러 번들령으로 기여오르고있었다. 놈들은 가장 악질적인 《정안군》500여명이였는데 온몸을 백포로 가리우고 심지어는 총신까지도 흰 붕대를 감아 위장하고 은밀하게 령을 오르고있었다. 그러나 가슴팍까지 빠지는 눈길이였고 설한풍이 잠시도 쉬지 않고 불어대며 아우성을 쳤으므로 놈들은 무척 애를 쓰며 오르고있었다. 번들령에 방차대로 나가있던 우리 대원들은 놈들이 령밀 500m가까이까지 기여들었을무렵에야 적정을 알게 되였다. 눈안개가 온 누리를 뒤덮어 전방을 감시하기가 매우 불리했던것이다. 사령관동지의 지시에 따라 우리들은 즉시 전투준비를 갖추었다. 우리의 머리에는 《사령부를 보위해야 한다. 사령부가 있는곳으로 놈들을 접근시켜서는 안된다.》는 생각만이 꽉 차있었다.

일부 대원들이 방차대가 있는 번들령으로 급히 출전하였다. 그런데 악귀같은 놈들의 일부가 이미 령우에 올라가서 그쪽으로 내닫고있는 우리에게 맹사격을 퍼붓는것이였다. 사태는 위급했다. 아군은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면서 놈들과 응전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놈들이 차지한 지점을 도로 빼앗아야 하였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속을 헤치며 올라가야했고 비발치듯 쏟아지는 탄우속을 뚫고 전진해야 했다. 우리들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였다. 우리들은 눈길, 불속을 뚫으며 놈들의 턱밑으로 죄여들어갔다.

이러한 때였다.

우리의 한 동무가 부상을 입고 넘어졌다.

우리들은 분노에 떨리는 함성을 웨치며 적진을 향해 돌진하였다. 아군은 두 방향으로 나누어 놈들의 숨통을 찌르는 기세로 좌우측에서 돌격하였다. 이 기세에 질겁한 적들은 노호하는 번들령의 눈무지속에서 몸부림을 쳤다. 급해맞은 일본지도관놈은 긴 칼을 빼여들고 휘두르며 《돌격! 돌격!》하고 소리를 지르고있었다. 바로 이때 명사수로 이름이난 《사냥군노토리》동무가 단발명중으로 그놈을 거꾸러뜨렸다. 그러자 적들은 더욱 당황해하였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리들은 《만세!》를 부르며 그놈들을 무찔렀다.

무엇이 우리들로 하여금 그처럼 어려운 정황을 무릅쓰고 원쑤들을 물리칠수 있게 하였는가?

그것은 오로지 한가지 생각, 우리 조선혁명의 사령부를 목숨으로 사수하기 위한 불타는 결의와 자각이였고 적에 대한 치솟는 증오심이였다.

눈보라 사납게 몰아치는 번들령밑 깊은 골짜기에로 밀리여내려간 적들은 그래도 자기들의 수적《우세》를 믿고 계속 덤벼들었다.

사령부에서는 어두워질 때까지 적을 견제하라는 명령을 내리였다. 원쑤들은 집요하게 달려들었다. 날이 저물어서야 사경에 처한 적들이 100여명의 얼어 빠진 시체를 끌고 눈속을 헤매며 10리가량 되는 지점에로 물러갔다.

캄캄한 밤이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살아남은 놈들을 한놈도 남김없이 소탕해버릴 계획으로 야간습격조를 파견하시였다. 10여명의 야간습격조원들속에는 나도 끼여있었다. 뼈를 에이는듯 한 무서운 추위였으나 우리는 도무지 추운감을 느끼지 못하였고 온몸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기만 했다.

적들은 군데군데에 불을 피워놓고 그옆에서 세상없이 곯아떨어져있었다. 그것을 본 우리들은 《먹었구나!》하는 생각이 앞섰다. 우리는 몇동무씩 분담하여 불무지를 습격했다. 통쾌한 기습전이 벌어졌다. 비명을 올리는 놈들의 아우성소리가 사처에서 일어났다. 어느 한 동무는 발악하는 털보놈을 안고 딩굴다가 어떻게도 증오가 서리였던지 그놈의 턱수염을 뭉텅 뽑아버리기까지 하였다. 우리가 이렇게 한참 기습전을 하고있을 때였다. 전방에 나가있던 오중흡동무가 지휘하는 부대가 이곳에서 일어나는 총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우리는 그들이 얼마나 급한 걸음으로 달려왔는가를 인차 짐작할수 있었다. 그들은 사령부가 안전하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자 우리를 얼싸안으며 기쁜 눈물을 흘리는것이였다.

실로 오중흡동무와 그의 전우들은 간고한 나날 위험과 어려움의 난관이 중첩될 때마다 목숨으로 사령부를 보위하였고 악랄하고 집요한 《토벌대》놈들을 뒤에 달고다니면서 불철주야로 사령관동지를 보위하기에 전력을 다해왔었다.

우리는 오중흡동무가 지휘한 부대와 힘을 합쳐 증오스러운 적들을 전멸시켰다. 겨우 목숨이 붙어있던 놈들도 백두준령의 설한풍에 얼어죽었다. 불무지근처에는 많은 군수품들과 놈들이 먹으려고 지고온 식료품들이 그냥그대로 남아있었다. 원쑤들은 이번에 목숨과 함께 설음식까지 우리에게 바치러온셈이였다.

우리는 백두산이 바라보이는 번들령에서 이렇게 1937년의 새해를 맞고 조국진군의 길에 올랐다.

이 길에서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우리 대원들에게 몇번이고 간곡히 말씀하시였다.

이번의 걸음은 보통때의 걸음과는 다릅니다. 이번에 우리는 그처럼 열망하던 조국땅을 밟게 됩니다. 이번에 우리가 울릴 총소리는 암흑속에서 허덕이는 조선동포들의 심장에 새 희망과 승리의 신심을 북돋아줄것이며 일제는 멸망하고야 말리라는것을 똑똑히 알려주게 될것입니다.

동무들은 한걸음 걸으면서도 조국을 생각하며 조국의 운명을 걸머지고있다는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우리 인민들의 천리마대진군의 진두에는 그때와 다름없이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서계시며 나는 그때와 다름없이 그이의 혁명전사로 일하고있다.

나는 오늘 투쟁과 승리로 빛나는 영광스러운 지난날을 돌이켜보면서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충직한 전사로서의 긍지를 안고 수령님께서 가리키시는 길을 따라 조국통일과 공화국북반부에서의 사회주의건설의 촉진을 위하여 힘차게 전진할 굳은 결의에 충만되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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