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원의 보살핌속에서

 

 

구대원의 보살핌속에서
 

                                                      전  문  욱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시는 조선인민혁명군에 내가 입대한것은 1937년 봄이였다.

그전에 나는 장백현 상풍동 산간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항일구국청년회원으로 사업하고있었다. 유격대에서 입대시키겠다는 통지를 받은 나는 그길로 부대가 주둔하고있는 주경동으로 달려갔다.

내가 도착하자 곧 부대는 마을에서 떠나게 되였다. 나는 집에서 입던 옷차림 그대로 대오를 따라나섰다.

캄캄한 밤인데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 길은 몹시 험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다른것은 몰라도 산길을 타는데는 남에게 짝지지 않겠다는 자신을 가지고 행군하였다. 그것은 그때까지 아침저녁으로 지게를 지고 가파로운 산길을 오르내린것이 나의 생활이였기때문이다.

나는 앞에서 걷는 대원의 배낭에 비끄러맨 흰수건을 보며 열심히 따라갔다.

그런데 얼마 못가서 나는 앞서가는 대원에게서 차츰 뒤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반달음으로 뒤떨어진 거리를 따라잡느라고 내리막길에서 나무그루에 걸려 여러번 넘어질번 하였다.

그럴 때마다 뒤에서 따라오던 동무가 나를 부축하여주어서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다.

부대는 쉬지 않고 줄곧 몇십리를 행군하였다. 추운 날씨인데도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

휴식구령이 내리자 나는 자리를 가릴 사이도 없이 풀썩 주저앉고말았다. 이때 한 대원이 내옆에 앉더니 나무가지에 긁힌 내 얼굴과 손을 만져보며 힘들지 않는가고 물었다.

달도 없는 밤이여서 나는 그의 얼굴을 알아볼수 없었다. 쓸데 없는 자존심에서 나는 힘들지 않다고 대답하였다.

《왜 힘들지 않겠소. 그러나 이것을 참고 견디여야 훌륭한 유격대원이 될수 있소.》

그는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기침을 심하게 하는것을 보고 어둠속에서 배낭을 뒤지더니 소금을 꺼내여주는것이였다.

《기침이 그냥 나오면 이걸 입안에 물고있소.》

나는 그제서야 행군에서는 기침을 깇는것이 금물이라는것을 깨달았다. 그 다음부터 나는 기침이 나와도 참았고 진대나무통에서 내리뛸 때도 주의하여 되도록 소리안나게 뛰여넘었다. 또한 구대원이 새롭게 가르쳐준대로 담배를 피울 때는 손으로 불빛을 가리고 피웠다. 그리고 풀밭에서 일어설 때는 다시 풀대를 하나하나 일으켜세웠다.

첫 행군은 생각하던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러나 나는 구대원들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무사히 100리 길을 걸어 지양개에 당도했다. 여기서 나는 7련대 4중대 기관총분대에 편입되였다.

나는 지난밤에 나를 각별히 보살펴준 구대원이 어느 동무인지 알고싶어서 주위의 대원들을 주의깊이 살펴보았다. 그러나 모두 한결같이 친절하기때문에 그 구대원을 종시 알아내지 못하였다.

《이제는 당당한 유격대원이 되여 매우 기쁘겠소. 함께 싸워봅시다.》

분대장은 나를 반겨맞아주면서 군복을 갈아입고 총을 힘있게 틀어쥔 나를 축하해주었다. 나의 기쁨과 감격은 그 무엇에 비할수 없었다. 일제놈들을 쳐부시고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몸바쳐싸울 굳은 결의로 하여 나의 가슴은 저도 모르게 부풀어올랐다.

그러나 결의와 포부에 비하여 나의 준비정도는 매우 어렸다.

날마다 험한 산길을 쉬임없이 행군하는 짬짬에도 군정학습을 하는 한편 수시로 제기되는 군사적임무들을 수행하여야 했다. 내가 새로운 일에 부닥쳐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망설일 때 분대장은 내 심정을 환히 꿰뚫고있는듯 제때에 나의 애로를 해결해주었다.

그렇기때문에 찬 이슬을 맞으며 풀밭에서 자고 비바람 사나운 준령을 넘으면서도 나는 언제나 부모의 슬하에 있을 때와 같은 따듯한 정을 느꼈다. 그럴수록 나는 어떻게 하면 하루속히 구대원들과 같은 훌륭한 전투원이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불타오를뿐이였다.

분대장은 짬을 내여 나를 친절히 가르쳐주었다. 특히 그는 무기에 대하여 많이 이야기해주었다. 유격대의 각종 무기마다에 깃들어있는 피어린 싸움의 력사에 대하여, 혁명선배들이 명사수가 되기 위해 기울인 꾸준한 노력에 대하여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 누가 총을 가장 잘 쏘는가? 그것은 원쑤에 대한 적개심이 가장 높은 사람이다. 여태까지 명사수들치고 원쑤에 대한 적개심이 높지 않은 동무가 없었다. 부모형제들의 원쑤를 갚고야말겠다는 불타는 마음으로 훈련에 힘쓸 때 어찌 명사수가 되지 않을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들의 모범을 꾸준히 따라배워야 한다.…

분대장은 항상 이렇게 타일러주군 했다. 그러면서 그는 총 한방을 쏘고도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깊이 연구하여 결론에 도달한 사격경험들을 가지고 나를 교육하였다.

한가지 방식, 한가지 방법만으로는 각이한 조건에서 어김없이 목표를 격파할수 없다고 하면서 분대장은 사격술의 묘리를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 올리쏠 때는 머리를 겨누어야 가슴에 맞고 내리쏠 때는 아래를 겨누어야 가운데 가 맞으며 내뛰는 놈은 꼭대기를 겨누고 앞으로 들어오는 놈은 밑을 겨누어야 중심에 맞고 큰강 건너에 있는 적을 쏠 때에는 조준점을 좀 높이 잡아서 사격해야 한다.…

분대장이 가르쳐주는 이 모든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였다. 여기에는 많은 혁명선배들의 고귀한 노력과 지혜와 피가 스며있는것이였다.

피로써 얻은 이 경험과 산지식을 습득하면서 나는 어느때나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할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하기에 더욱 노력하였다.

나는 무한한 기대와 흥분속에 첫 전투를 기다렸다.

마침내 그날은 왔다.

입대한지 얼마 안되여 나는 처음으로 영광스럽게도 력사적인 보천보전투에 참가하게 되였다.

그리운 조국의 강ㅡ압록강을 건너 곤장덕으로 오르는 나의 가슴은 억제할수 없이 높이 뛰였다. 나는 일제놈들을 내 총으로 쏘아눕히리라 마음속깊이 다짐하였다.

그러나 나의 이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전투가 개시되자 구대원들이 어느새 놈들을 후닥닥 족쳐버렸던지 내가 탄알을 잘못 재우고 얼마간 덤벼치는동안에 벌써 대항하던 일제놈은 우리 동무들의 총에 맞아 쓰러지고말았다.

다른 임무는 명령대로 수행하였으나 총 한방 쏴보지 못하고 다시 압록강을 건너서는 나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동무들을 보기에도 부끄러웠고 미안한 생각까지 들었다.

일제놈을 쓸어눕히기는 고사하고 총 한방 못쐈으니 이런 일이 또 어디 있는가 하는 자책과 후회가 막 뒤엉켜 가슴속에서 뒤끓었다.

곰의골밀영에 왔을 때 전투총화가 있다는 말을 듣자 나의 마음은 더욱 침울해졌다.

분대장은 나에게 총을 얼마나 쏴보았는가고 물었다.

나는 당황한탓으로 총알을 제대로 재우지 못하여 한방도 쏘지 못한 사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였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나는 분대장과 동무들이 나를 책망할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분대장은 이 문제에 대하여 진심으로 자기비판부터 하는것이였다. 그는 자기가 실속있게 교육을 하지 못한탓이라고 하면서 자기에게 책임을 돌리고 나를 책망하는 빛은 조금도 없었다. 나는 그것이 더 가슴깊이 느껴졌다.

이날밤 나는 한잠도 자지 못하였다. 분대장이 나를 성심성의로 가르쳐주던 일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깊은 자책에 잠긴 나의 머리에는 새삼스럽게도 신입대원 환영모임에서 하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말씀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신대원동무들은 구대원들에게서 허심하게 배우고 구대원들은 신대원동무들을 친절히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구대원은 신대원들의 맏형입니다. 맏형이 동생들을 사랑하고 돌보듯이 신대원들이 괴로와하는 점, 안타까와하는 점을 제때에 포착하여 해결해주며 일거일동에서 신대원들의 거울이 되여야 합니다.

분대장은 참으로 우리 신대원들의 맏형이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크나큰 품속에서 자라난 수많은 구대원들이 모두 우리의 맏형이였다.

(그들의 모범을 허심하게 배워 하루바삐 그들처럼 되리라!)

나는 새로운 결의를 굳게 다졌다.

그후 분대장은 더욱 세심하게 나를 지도해주었다. 나는 구대원들이 하는 일거일동을 주의깊이 살피며 그들의 모범을 따랐다.

그들은 아무리 힘겨운 행군끝에도 먼저 무기부터 잘 닦았고 짬짬이 조준련습을 하였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훈련에 힘썼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분대장은 다음날 새벽 분대가 매복습격에 참가하게 되였다는 기쁜 소식을 나에게 전해주었다.

밤을 밝혀 목적지로 행군하는 나의 마음속에는 커다란 희망과 굳은 결의가 어려있었다.

(반드시 동무들의 기대에 보답하리라.)

나는 흥분된 심정을 억제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는 장백, 림강의 접경지대에서 매복전을 하기로 되였다. 적들이 이른새벽에 그곳을 지나게 되여있다는것이였다.

길 북쪽의 산마루에 위대한 수령님께서 지휘처를 정하시고 그밑에 소년중대동무들이 배치되고 우리 기관총분대는 길 남쪽의 풀숲에 엎디여있었다.

그날은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어느덧 온몸은 비에 푹 젖었다.

날이 밝아서 적들이 기여들 시간이 되였는데도 한놈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낮이 가까와올 때까지 우리는 그대로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나는 초조해졌다.

(이놈들이 뺑소니를 쳤는가?)

적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데 모기가 극성스럽게 달려들어 애를 먹였다.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입을 벌리기만 하면 잔태미(모기의 일종)가 입안으로 날아들군 하였다.

그렇게 몇시간을 참고있으려니 더우기 갑갑하기도 하였다. 나는 풀대를 꺾어서 모기를 쫓았다.

분대장이 눈짓으로 은밀성을 보장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나는 까딱도 하지 않고 비물이 고인 축축한 땅에 엎디여있었다. 통행인들은 빈번히 우리앞을 지나면서도 우리가 매복하고있는것을 알지 못했다.

한낮이 훨씬 지나서야 적들이 나타났다.

적의 행군서렬이 우리 매복권내에 들어섰을 때 지휘부에서 사격개시의 총성이 울렸다. 먼저 도로 북쪽에 매복하고있던 소년중대동무들이 적들을 사격하였다.

불의의 습격에 당황한 적들은 우르르 아래로 밀려내려왔다. 나는 총을 힘있게 그러쥐고 달려오는 적들을 겨누었다. 놈들은 우리앞으로 사태처럼 내리쏠렸다. 어느덧 놈들의 흉악한 몰골이 눈앞을 콱 막아나섰다.

바로 그때였다. 사격개시의 명령과 함께 우리는 일제히 적들에게 불벼락을 퍼부었다.

나는 한놈의 아래배를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달려오던 적병이 손을 벌리고 뒤로 통나무 쓰러지듯 넘어졌다.

《문욱동무, 면바루 쐈소!》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분대장의 목소리였다. 나는 또 한놈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그놈도 단방에 꼬꾸라졌다.

나는 힘이 솟았다. 연거퍼 몇놈을 그렇게 쓸어눕히고 그 다음은 분대장이 하는 그대로 놈들에게 함화를 들이댔다.

《너희들은 누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가?》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자!》

적들은 총을 버리고 투항해왔다. 소수의 악질분자들만이 계속 대항하다가 우리에게 몰살당했다.

우리는 포로들에게 선전사업을 하고 려비까지 주어 돌려보냈다.

이날 전투총화가 있었다. 구대원들은 정다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싸웠는가 어서 말하라고 재촉하는듯 하였다. 내가 어쩔줄 몰라하는데 분대장이 먼저 일어서서 이야기하였다.

내가 어떻게 싸웠는지 분대장은 나보다 더 잘 알고있었다.

동무들은 내가 6명의 적병을 쓸어눕힌 사실을 듣고 앞을 다투어 나를 축하해주며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하였다.

나는 무엇이라 대답했으면 좋을는지 몰랐다. 내가 다소라도 전투승리에 이바지할수 있은것은 오직 구대원동무들이 끊임없이 나를 돌봐주고 지도해주며 고무해주었기때문이다.

나는 구대원들에 대한 감사의 정에 넘쳐있었다. 나를 둘러싸고있는 모든 구대원들이 나의 친형과 같이, 아니 그보다 더 정답게 보였다.

나는 이와 같이 수많은 맏형들의 사랑과 보살핌속에서 투쟁의 첫걸음을 내여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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