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전취물을 지켜

 

 

혁명의 전취물을 지켜
 

                                                     최    현         

 

피로써 쟁취한 우리의 혁명적전취물을 빼앗을 그 어떠한 힘도 이 세상에는 없다.

적들의 총포의 위협으로도, 기만과 회유, 온갖 비렬하고 악랄한 파괴책동으로도 결코 장성하는 우리의 기세를 꺾을수 없으며 우리의 전취물을 빼앗아낼수는 없다.

이 진리는 지난 항일무장투쟁시기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조직령도하신 유격구방위투쟁에서 뚜렷이 실증되였다.

지난날 항일무장투쟁의 불길속에서 창설된 유격근거지의 인민들은 자기들의 오랜 숙망을 자기 손으로 피흘려 실현하였다.

이곳에서 인민들은 자기들의 주권을 가졌다. 처음으로 진정한 자유와 권리를 향유하고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가졌다.

이 제도, 이 권리, 이 행복을 수호하기 위하여 유격대와 인민들은 한덩어리가 되여 모든것을 바쳐 싸웠다.

그러기에 적의 총검의 포위속에 있으면서도 근거지는 창설된 이래 날로 더욱 튼튼해졌다. 이에 당황한 원쑤 일제는 유격근거지가 창설되던 첫날부터 발광적으로 유격근거지를 소멸하려고 날치였다.

나는 이 시기 있었던 수많은 사실들가운데서 하나의 실례로 의란구 북동 방충령 《작살바위전투》에 대하여 이야기하려 한다.

1933년 봄 거듭되는 참패에도 불구하고 적들은 이해 겨울에 수많은 《토벌대》를 동원하여 도처에서 유격근거지들을 침습하여왔다.

적들은 나무잎이 떨어져 산속이 환히 들여다보이고 근거지인민들의 식량사정이 어렵게 된 동기조건을 리용하여 우리를 일격에 소멸하려고 하였던것이다.

1933년 12월 어느날, 나는 적《토벌대》가 사방에서 우리 의란구유격근거지를 포위하고 침공해온다는 정보를 받고 급히 고성촌쪽에서 경계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4명의 대원과 함께 그쪽으로 달려갔다. 산릉선을 따라 내려가다보니 적들은 벌써 누렇게 골짜기를 덮고 후미진 계곡의 막바지로 죄여들고있었다.

우리는 산릉선이 골짜기를 맞받아 흘러내리다 벼랑을 이루어 뭉청 끊어진 작살끝처럼 생긴 바위(《작살바위》라는 이름도 이때문에 나왔다)에 의지하여 적들이 더 접근하기만 기다렸다.

가소롭게도 적들은 연거퍼 박격포로 위협사격을 해왔다. 작살바위에 맞은 포탄이 요란하게 작렬하여 파편이며 돌쪼각들이 우박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공격해오던 적대렬의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

적의 병력은 어림짐작으로도 500~600명은 훨씬 넘었다. 중기와 경기, 박격포까지 끌고 놈들은 2렬종대로 점점 접근해오고있었다.

(어떻게 할것인가?)

우리는 모두 다섯사람밖에 없었으며 총은 보병총이 아니면 《튀퉁》그리고 《연길폭탄》뿐이였다.

나는 동무들을 둘러보았다. 모두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우고 오히려 어서 사격구령을 하달해달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결심을 이야기했다.

유리한 지형을 잘 리용하여 완강하게 방어하면 적들은 절대로 이 길을 뚫고 들어오지 못할것이다. 뿐만아니라 우리는 수많은 적을 모조리 잡을수 있다.

작살바위 정면으로 곧추 10리나 실히 되게 골짜기가 뻗어있는데 골짜기 량옆은 바위와 벼랑으로 길이 막혀있다.

작살바위밑에서 골짜기는 두 가다리로 갈라졌는데 왼쪽길은 얼마 안들어가 주머니처럼 앞이 막히고 오른쪽길은 좁고 경사가 심하다. 게다가 골짜기일대 개바닥의 10리길은 떵떵 얼어붙었으므로 적들은 미끄러워 뒤로 곤두박질치며 넘어지군 하였다.

이처럼 지형이 적에게는 불리하고 우리에게는 유리하다보니 이 골짜기안에 들어온 놈들은 독안에 든 쥐나 다름 없었다.

《저 놈들을 몽땅 잡아치우기요.》

나는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적병을 지켜보았다. 맨 앞에 선 놈의 길죽한 낯짝이 똑똑히 보이고 견장의 별까지 세여볼수 있게 되였을 때 나는 그놈의 이마를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땅!》

요란한 총소리가 언 공기를 가르며 좁은 골짜기에 메아리쳤다. 사이를 두지 않고 련속 총소리가 울렸다. 우리는 맹렬하게 사격을 퍼부었다.

적의 대렬에서는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놈들은 갈팡질팡하면서 어찌할바를 몰랐다.

여기저기서 연거퍼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어떤 놈들은 뒤도 안돌아보고 오던 길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총알 하나에 어김없이 한놈씩 꺼꾸러뜨렸다. 골짜기는 10리나 계속되므로 우리는 뛰는 놈들을 얼마든지 쏠수 있었다.

마침내 얼마쯤 뛰여가던 적들은 은페지도 없는 번번한 곳을 그냥 뛰다가 더욱 자기들에게 불리하다는것을 깨닫고 다시 돌아서서 우리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러는 사이에 적들은 우리의 력량이 극히 적다는것을 눈치챈 모양으로 여기저기서 총질을 시작했다.

우리는 놈들이 우리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할수 없도록 이쪽에서 한방 쏘고는 이내 반대쪽에 가서 갈기고 거기에 적들의 화력이 쏠리면 또 자리를 옮겨 적들이 예상하지 않던 다른 곳에서 사격하군 했다.

작살바위에는 돌출부가 많아서 바위를 안고 돌면서 자리를 옮기기가 아주 헐했다.

악에 받친 적들은 저희들의 시체를 넘고 아득바득 기여왔다.

어떤 놈들은 벼랑밑에 딱붙어 아래를 받쳐주어가며 얼음이 깔린 미끄러운 절벽을 기여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놈들이 올라오는것을 알고도 그대로 내버려두고 먼데 있는 놈부터 쏘아눕혔다.

이윽고 절벽밑에는 적들이 새까맣게 몰려들었다. 우리는 적들이 거의 다 올라왔을 때 바위틈에서 나와 총구를 아래로 겨누고 불의에 사격했다.

손을 올리 뻗치며 미끄러운 얼음판을 허비적거리던 한놈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그 바람에 밑에 달렸던 놈들이 떨어지는 놈에게 깔려서 같이 데굴데굴 골짜기아래로 굴러떨어져 죽었다.

적들은 하는수없이 정면공격을 그만두고 사방대쪽으로 빠지는 오른쪽 골짜기로 에돌아가려고 하였다. 우리는 이내 작살바위오른쪽에 붙어서 올라오는 놈들에게 명중탄을 퍼부었다.

적들은 그곳에서 한바탕 두들겨맞고 다시 제자리로 쫓겨갔다.

적들은 또다시 정면공격을 시도했다. 지도관놈이 칼을 휘두르며 위만군병사들을 돌격에로 내모는것이 보였다.

죽어 자빠진 저들의 시체에 몸을 가리우고 기여오는 놈이 있는가 하면 죽은듯이 까딱하지 않고있다가 몇걸음씩 껑충껑충 달려오는 놈들도 있었다.

우리는 바위에 몸을 기대고 왼발을 힘껏 벋딛고서 어깨에 총탁을 꽉 붙이고 사격을 계속했다. 쏘고 또 쏘았다. 총신이 달면 한참 쉬여서 식기를 기다렸다가 또 사격하였다. 우리는 어깨가 아픈것도 발끝이 얼어드는것도 배가 고픈것도 느끼지 못했다.

아침 10시경부터 한낮이 지나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질무렵까지 우리는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적들을 사격하였다. 발이 아주 감각을 잃을 지경이 되였어도 우리는 그런것은 개의치 않았다.

단 한가지 걱정되는것은 총알이 점점 떨어져가는것뿐이였다. 적들은 아직도 수백명이 골짜기안에 우글거리는데 우리는 알쌈이 몇개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한 동무를 급히 총알을 가지러 사방대로 보냈다.

그런데 그는 이내 돌아오지 않았다.

총알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적들은 우리의 사격밀도가 설피여진것을 보고 더욱 발악적으로 대들었다.

나는 또 한 동무를 보냈다. 그리하여 작살바위에는 나까지 세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전투가 치렬해진 사방대쪽에서도 총알은 더 보충받지 못했다는것이였다.

적들은 경기까지 걸고 쏘아대였다.

적탄은 비발치듯 우리에게 집중되였다.

적탄이 바위에 맞아 눈가루를 날릴 때마다 돌쪼각이 귀밑으로 날아왔고 더러는 얼굴에도 튕겨올랐다.

사태는 점점 위급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작살바위에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싸울것을 결심했다.

죽어도 이 길을 내여주어서는 안된다. 우리 뒤에는 사방대가 있고 거기에는 사선을 넘어 우리에게로 모여온 혁명적군중과 목숨보다 더 귀중한 혁명조직들이 있다.

《근거지를 사수하자!》

나는 엄숙한 맹세를 다지며 원쑤들을 쏘아보았다. 그 하나하나의 흉악한 몰골을 볼 때 나는 적들에게 무참하게 학살된 수많은 인민의 원한의 목소리가 금시 귀가에 들리는것만 같았다.

우리는 최후의 육박전을 준비하였다.

우리가 잠잠하고있는 어간에 적들은 불개미떼처럼 절벽으로 바라올랐다.

무엇이라고 적들이 지껄이는 소리가 손에 잡힐듯 가까이에서 들리자 나는 불쑥 바위틈에서 나와 적병을 겨누었다.

나는 줄레줄레 뒤를 받치고 올라오는 적병놈들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맨꼭대기의 놈이 뒤로 벌렁 넘어짐과 함께 밑의 놈들도 가슴을 그러쥐고 몸을 비틀며 벼랑아래로 곤두박았다.

알쌈은 몇개 안남았지만 마음은 한결 든든해졌다. 적들은 겁을 먹고 잠시 형세만 살피고있었다.

개바닥에 엎디여 올리쏘는 놈들은 우리가 바위뒤에 숨은 후에도 닭알로 성벽을 치듯 바위에 총질을 하며 공연히 총알을 없앴다.

그때에야 우리는 모진 추위를 느끼며 굵게 만 담배를 한모금씩 나누어 피웠다.

손과 발은 칼바람 부는 혹한속에서 10시간 가까이 싸우는 동안에 얼대로 얼었다.

우리가 담배를 피우는 사이에 적들은 또 작살바위정면과 량옆에 붙어서 절벽을 기여올라왔다. 우리는 총알을 재우고 기다리다가 적들이 코앞에까지 올라왔을 때 바위짬에서 몸을 내밀고 놈들을 보기 좋게 쏴눕혔다.

이렇게 우리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싸웠다. 총알은 이제 몇알씩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바위끝에 모자만 올려놓고 태연하게 바위뒤에서 담배도 피웠고 서로 이야기도 하다가 적이 거의 올라오면 바위 뒤에서 나와 한방씩 갈기군 하였다.

그런데도 적들은 헐레벌떡 기를 쓰며 톺아오르고있었다.

우리는 《연길폭탄》을 힘있게 던지고 또 던졌다.

《쾅! 쾅!》

천지를 뒤흔드는듯 한 폭발소리와 함께 저주로운 원쑤들은 무리로 쓰러졌다.

어느덧 어둠이 내려덮이는 골짜기에는 수많은 적의 시체가 너저분하게 깔려있었다.

날이 어둡자 적들은 공격을 단념하고 어둠을 타서 구룡평쪽으로 꽁무니를 빼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인차 절벽밑으로 내려가 적의 시체에서 탄약을 거두고 골짜기를 따라 더 앞으로 나아갔다.

날이 밝으면 적들이 시체를 가지러 이 골짜기로 기여들것을 예견하고 우리는 산에 매복하고있었다.

아니나다를가 아침에 적들은 수십대의 소발구를 몰고왔다. 우리는 그놈들을 마저 제껴치웠다. 이렇게 두서너번 조겨대니 고성촌골짜기는 놈들의 시체로 발을 옮겨디디지 못할 지경이였다.

의란구유격근거지를 소멸하려던 적들의 시도는 이처럼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고말았다.

우리는 이 전투에서 한명의 부상자도 없이 200여명의 적을 소멸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자기의 주권, 자기의 인민을 위해 싸우는 우리 혁명군대의 의지는 그 무엇으로써도 꺾지 못한다.

자기가 왜 총을 쥐고 초소에 섰는가, 자기가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 하는것을 자각한 유격대원들은 소수로써도 다수의 적을 이길수 있으며 렬등한 무기를 가지고도 최신식장비를 갖춘 적을 타승할수 있으며 언제 어디에서나 반드시 최후의 승리를 쟁취하고야마는것이다.

바로 이것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우리가 찾은 고귀한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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