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까지 원쑤를 쳐달라!》 최 광
지금도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제시하신 전략전술적방침을 높이 받들고 1938년 북만원정에서 돌아오던 때의 일을 생각하면 나의 가슴에는 원쑤들에 대한 참을수 없는 증오와 복수심이 북받쳐오르군 한다. 우리 부대와 지휘부는 그해 3월에 이미 남만으로 원정갔으나 내가 속하였던 중대만은 병원에서 치료중인 동지들을 데리고가기 위하여 8월까지 련화포부근에 남아있었다. 그때 나도 부상당하여 후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었다. 목에 입었던 상처는 아물어가고있었지만 마비되였던 오른쪽팔다리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걸을라면 매우 힘이 들었다. 이런 때에 환자들을 밀영에 남겨두고 중대는 빨리 남만으로 나오라는 지휘부의 명령을 가지고 정광일동무가 우리에게로 왔었다. 동무들은 남만원정을 앞두고 행군준비를 서둘렀다. 《최광동무는 남아서 몸을 마저 치료해야겠소.》 나는 이 말을 듣자 동지들과 헤여져서는 안되겠다는것과 이 절박한 순간에 병석에 눕게 되였던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앉았다. 나는 우후린 아래벌 지주놈의 집에서 목에 도끼를 맞던 때 일이 머리에 되살아났다. … 나는 어느날 밤 우후린의 한 지주를 길안내자로 데려오라는 임무를 받고 그 집으로 갔었다. 지주는 탄장의 편지를 보자 첫마디에 선선히 우리의 요구를 응낙하더니 옷을 갈아입을동안 좀 기다려달라고 하면서 나에게 끓인 물을 권했다. 나는 총을 단단히 틀어쥐고 지주의 거동을 은근히 감시하면서 사방에 주의를 돌리고있었다. 바로 그때에 경각성을 높이지 않았던들 나는 살아나지 못하였을것이였다. 지주가 옷을 거의다 갈아입을 림박에 문득 내 등뒤에서 누가 도끼를 쳐드는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감촉하고 번개같이 몸을 돌리며 쓰러졌기에 한편 목만 찔렸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정수리에 도끼를 맞을번하였다. 시퍼런 도끼날이 왼편 목에 찔리는 순간 나는 정신이 아뜩하여짐을 느끼면서 원쑤놈이 재차 내려찍는 도끼를 피하였다. 위기일발에서 벗어난 나는 원쑤놈을 놓쳐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였으나 정신이 흐려지고 사지에 맥이 풀리여 못견딜 지경이였다. 《이래서는 안된다, 일어서야 한다, 원쑤놈을 놓쳐서는 안된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간신히 일어났으나 머리가 자꾸만 아래로 드리워져서 일어서있을수가 없었다. 나는 한손으로 머리를 받들고 무릎을 끌면서 뛰여달아나는 원쑤놈을 쫓아나갔다. 다리가 휘청거려 빨리 갈수가 없었고 총을 겨누려고 바른 손을 이마에서 떼고보니 머리가 아래로 수그러져서 금시에 쓰러질것만 같았다. 나는 왼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바른손에 총을 들어 이발로 격발기를 제낀 다음 이를 악물고 몇방 쏘았다. 그 순간 곡식밭속으로 숨으려던 원쑤놈이 어푸러지는것을 보았다. 순간 나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한놈이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백배천배로 원쑤를 갚아야 한다.) 이 생각이 나로 하여금 다시 정신을 차리게 하였다.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으며 다시 지주집까지 가서 지주놈을 찾았다. 그러나 집안에는 불이 꺼지고 아무도 없었다. 바로 그때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수비대쪽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총소리를 듣고 놈들이 달려오는것이 틀림없었다.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지주놈의 집을 나와서 산으로 향했다. 지주집과 산사이에는 100m가량 되는 물창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외나무다리가 있었다. 더욱 수그러드는 머리를 한손으로 받들고 외나무다리에 발을 들여놓았으나 몸에 중심이 잡히지 않고 눈앞이 아찔아찔하여 도저히 건늘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시도 그자리에 머물러있을수는 없었다. 나는 총을 짚고 물창에 들어섰다. 목이 타는듯 말라오고 온몸이 오싹하더니 정신이 아찔하여지며 금시에 쓰러질것만 같았다. 《쓰러지기만 하면 마지막이다.》 나는 총대에 온몸을 의지하고 간신히 서있었다. 바로 그 순간에 더구나 급한 정세가 나를 뒤쫓았다. 벌써 지주집에서는 수비대놈들이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한발자국 한발자국 물을 건넜다. 밀림속에 다달아서는 네발걸음으로, 얼마 지나서는 배밀이로 기였다. 실로 한치한치의 땅을 십리 맞잡이로 기여나갔다.… 이까지 생각한 나는 악몽에서 깨여난 사람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찌 한순간인들 대오에서 떨어질수 있으랴. 나는 하루바삐 원쑤격멸에로 나서야 한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웨치며 배낭을 메고 다른 동무들과 같이 출발준비를 서둘렀다. 동무들은 나를 만류하다가 할수없이 정광일동무의 소대에 배속시켜 같이 가게 해주었다. 우리의 행군로정에는 중중첩첩한 곤난이 가로놓여있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이끄시는 조선인민혁명군의 북만원정에 겁을 먹고 질겁한 원쑤들은 당시 북만일대에도 집단부락제도를 철저히 실시하여 유격대를 경제적으로 봉쇄하는 동시에 교통요충지, 밀림지대, 산기슭 그 어디에나 수비대를 배치하고 우리에게 발악적으로 달려들었다. 주민지대들에는 밀정과 주구들이 욱실거리였고 밀림속에도 놈들이 사냥개마냥 싸다니고있었다. 이런 조건하에서 우리 력량을 보존하면서 멀리 남만까지 간다는것은 실로 쉬운 일이 아니였다. 더구나 시일이 급하고 놈들의 경계가 심한데로부터 행군준비도 변변히 갖추지 못하고 떠난 우리는 행군하면서 많은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우리는 원쑤들의 경비망을 피하면서 행군도중에 인민들과 련계를 맺고 필요한 식량과 물자들을 해결하면서 행군을 계속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는 다툰허부근에 이르렀다. 다툰허 앞산밑에는 상당히 넓은 분지가 있었는데 그곳에 독립가옥이 하나 있었다. 사방을 정찰하여보았으나 별다른 동정이 없다고 판정한 우리는 독립가옥으로 접근하였다. 바로 이때 산릉선을 타고오던 왜놈 수비대가 우리를 발견하고 은밀히 포위하고있는것을 우리는 모르고있었다. 우리가 탄 말들이 농가앞에 있는 도랑을 건느느라고 몰켜섰을 때 불의에 적의 집중사격을 받게 되였다. 우리들은 재빨리 말에서 내려 은페하려 하였다. 그러나 반반한 개활지대여서 은페물이라고는 없었다. 우리는 풀포기나 작은 웅뎅이에 은페하여 맹렬하게 반격하여나섰다. 하지만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있는 적들을 밑에서 올려쏘아서 소멸하기는 힘들었다. 퇴각하자니 뒤는 벌판이고 앞으로 돌격해나가자니 적기관총탄이 비발치듯 날아오기때문에 머리를 들수가 없었다. 아주 위험한 정황이였다. 눈에서는 불이 펄펄 이는것 같았다. 우리들은 놈들을 한놈한놈 쏘아눕혔다. 그러나 너무나 짝이 기우는 적아의 력량관계와 불리한 지형은 어쩌는수가 없었다. 놈들의 병력은 200명이상이나 되며 거기에 여러정의 기관총까지 있었다. 우리 동무들은 하나둘 적탄에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동무들은 적탄에 맞고서도 계속 총을 쏘면서 적과 완강히 싸웠다. 문득 나는 오른팔에 심한 충격을 받고 총을 떨어뜨렸다. 아직 힘이 완전히 오르지 못했던 나의 오른팔은 적탄에 맞아 너덜너덜하였다. 아픔보다도 총을 못쏘는 안타까움과 원쑤에 대한 분노로 하여 나는 이를 갈았다. 나는 각반을 찢어 지혈시킨 다음 왼손에 총을 잡았다. 처음에는 서투른 왼손이 잘 움직여지지를 않아 원쑤를 면바로 맞히지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원쑤에 대한 불타는 증오와 복수심으로 적을 한놈한놈 노리며 쏘아눕혔다. 그때 옆에서 싸우던 정광일동무가 나를 불렀다. 정광일동무는 왼다리에 적탄이 맞아 골절되였는데 상처가 너무도 심하여 지혈시키기도 곤난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기색도 보이지 않고 탄띠를 풀어서 앞에다 놓았다. 그리고 모든것을 각오한듯 엄숙하고 침착하게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동무는 여기서 빨리 빠져나가오. 나는 아무래도 희망이 없으니 마지막 탄알이 떨어질 때까지 싸우겠소. 우리 동지들이 어떻게 싸웠는가를 지휘부에 보고해주오.》 이 말을 듣고 주춤거리는 나에게 그는 다시 재촉하듯이 《어서 빨리 빠져나가오.》라고 한마디 덧붙이고나서 자기의 온몸과 주위의 풀밭을 붉은 피로 물들이며 적을 겨누어 쏘고 또 쏘았다. 그는 자기의 아픔과 불행에 대하여서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동무를 두고 어떻게 떠나가랴. 위험속에 있는 동지를, 더구나 중상을 입은 동무를 내버리고 어떻게 발이 떨어지겠는가. 그의 말이 비록 나에게 주는 명령이긴 하였지만 나는 순응할수가 없었다. (죽어도 같이 싸우다 죽자.) 나는 이렇게 결심하였다. 나는 계속 왼손으로 총을 쏘았다. 이제는 왼손이 서투른것이 문제가 아니였다. 복수로 불타는 일념이 그대로 원쑤들의 심장을 꿰뚫는듯 총알마다 적을 쓸어눕혔다. 우리는 이렇게 해가 뉘엿뉘엿할 때까지 싸웠다. 그런데 나는 총알이 떨어지고말았다. 모두다 총알이 떨어졌는지 우리 쪽에서는 잠잠하였다. 이제는 어찌할것인가. 끝까지 원쑤를 갚지 못하고 죽게 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터지는것만 같았다. 나는 주위에서 돌을 주어모아 으스러지게 틀어쥐였다. 마지막으로 피값이나 하고 죽자고 결심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원쑤놈들이 있는 산너머에서 요란한 총소리가 났다. 그러자 우리 쪽으로 우줄우줄 내려오고있던 원쑤들은 황급히 돌아서서 산너머로 몰려가버리고말았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때 조선인민혁명군의 다른 부대가 놈들의 뒤통수를 쳤던것이다. 나는 정광일동무의 이름을 목메게 부르며 정신없이 그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나 불러도 또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는 풀밭에 엎드려 원쑤를 향해 총을 겨눈채 고결한 최후를 마치였다. 총구는 원쑤의 가슴팍을 겨누는듯 그때까지도 산을 향해 뻗치였고 손가락은 방아쇠를 당긴채로 굳어져있었다. 나는 그를 부여안고 그의 이름을 또다시 몇번이나 불렀다. 나의 가슴은 미여질듯 했다. 얼마후 나는 그의 옆에서 돌에 끼워놓은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동지들! 나는 죽는다. 탄알이 떨어져서 더 싸우지 못하고 죽는것이 한이다. 동지들, 내 몫까지 원쑤를 쳐달라! 소지품을 돌밑에 묻었으니 꺼내쓰라.》 마지막 순간까지도 혁명과 동지를 생각한 정광일동무, 불사조처럼 원쑤와 싸워왔고 원쑤를 향해 총을 쏘며 숨을 거둔 동지… 《우리는 반드시 그대의 몫까지 원쑤를 치리라! 백배천배로 복수하리라! 동지여, 안심하고 고이 잠들라.》 우리들은 주먹을 부르쥐며 그의 시체앞에서 이렇게 맹세했다. 우리들은 길을 떠났다. 복수의 길, 원쑤격멸의 길로. 그후 항일무장투쟁의 전행정에서 원쑤와 맞다들 때마다 나는 그때를 회상하군 했다. 《내 몫까지 원쑤를 쳐달라!》 그때마다 피타게 웨치던 정광일동무의 이 부탁이 들려오는것 같았고 그것은 원쑤격멸에로, 복수에로 나를 고무하였다. 지금도 항일무장투쟁의 나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령도밑에 혁명의 승리를 위하여 최후까지 싸우다가 희생된 동지들을 생각할 때마다 그들이 남긴 유언 그대로 우리는 그들의 몫까지 싸워야 할 의무가 있고 책임이 있다는것을 다시금 느끼군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