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장동무 김 양 춘
1937년 겨울, 내가 속한 부대가 호림현 추송정자밀림속에 주둔하였을 때의 일이다. 이때 우리는 군수관을 하던 장동무를 비롯하여 50명가량 되였는데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제시하신 방침을 받들고 모두 군정학습에 열중하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이였다. 갑자기 적의 대부대가 우리의 주둔지역에 달려들었다. 적이 나타났다는 보초의 신호총소리를 듣고 우리는 급히 전호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벌써 적들이 기관총을 휘두르며 밀영으로 기여오르고있었다. 적들은 수백명에 달했는데 산림이 울창하고 지형이 가파로와 100여명만이 먼저 기여들고 나머지 놈들은 뒤에서 어물거리고있었다. 우리는 유리한 지형과 전호에 의지하여 나타나는 적들을 겨누어 연방 방아쇠를 당겼다. 처음에 멋모르고 함부로 달려들던 적들은 우리의 강한 화력앞에 많은 주검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악한 놈들은 수량상 우세를 믿고 포위망을 좁히며 계속 다가왔다. 우리는 적의 포위속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이때 우리가 나갈수 있는 곳은 남쪽 골짜기뿐이였다. 적이 그쪽으로 력량을 돌리기전에 먼저 행동해야 하였다. 그러나 적들이 우리에게 바싹 붙어 기여드는 조건하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포위망을 뚫고나가자면 어차피 눈앞에 있는 적을 물리쳐야 하였다. 우리는 적을 가까이 접근시켜놓고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맹렬한 반격의 총탄을 퍼부었다. 앞서 오던 놈들은 쓰러지고 뒤따르던 적들은 일시 주춤거리더니 드디여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우리는 도망치는 놈들의 뒤통수를 겨누어 계속 맹렬히 사격했다. 이리하여 적아간에는 얼마간의 거리가 생겼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의 기본대오는 재빨리 남쪽골짜기로 빠졌다. 적들이 뒤따라올것이므로 이를 막기 위하여 7~8명의 대원이 남았다. 이때 나도 동무들과 함께 남게 되였다. 이윽고 밀려가던 놈들이 다시 기여오르기 시작했다. 적들의 행동은 보다 더 조직적이였고 적탄도 더욱 세차게 날아와 싸움은 한결 어렵게 되였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기본대오가 안전한 장소로 철수할 때까지 적을 견제하여야 하였다. 우리는 적에게 계속 불벼락을 안겼다. 내가 앞으로 달려드는 적을 노리고있을 때 장동무가 내옆에 와 엎드리면서 《양춘이! 앞만 보지 말고 옆도 잘 살펴야 해.》라고 말하는것이였다. 그제서야 나는 그에게 눈길을 돌렸다. 전투경험이 적었던 나는 그의 말을 심중하게 들었다. 전투마당을 고루 살피며 사격을 하니 더욱 많은 적을 잡을수 있었다. 나는 달려드는 적을 쏘다가 오른쪽팔을 무거운 몽둥이에 맞은듯한 심한 충동을 받고 잠시 눈우에 쓰러졌다. 다시 일어났을 때 나는 전혀 오른팔을 쓸수 없어 왼쪽손에 싸창을 거머쥐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조준이 잘되지 않아 쏠 때마다 빗나가군 하였는데 나는 몇방만에야 겨우 적 한놈을 쏘아넘겼다. 내가 두번째 적을 겨누던 때에 장동무가 나에게로 달려왔다. 《빨리 물홈으로 해서 아래로 빠져라!》 나는 그 말이 저으기 못마땅하게 여겨져 못가겠다고 했다. 《부상당한 몸으로 어떻게 싸운단 말인가.… 여기는 우리만으로도 싸울수 있으니 어서 가라. 어서!!》 나는 종시 그에게 떠밀리다싶이 하면서 그자리를 떠났다. 얼마후 나는 부상자들이 모여있는 곳을 찾아냈다. 그곳에는 중상을 당한 허주임도 있었고 우리들을 간호하기 위하여 몇명의 대원들도 남아있었다. 적을 끝까지 견제하면서 마지막까지 싸우던 장동무와 또 한명의 대원이 잠시후 우리에게로 달려왔다. 이리하여 우리를 《포위섬멸》하려던 적의 《공격》은 완전히 좌절되였다. 이 전투에서 수많은 주검을 낸 적들은 이날 더는 기여들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가 어느 한 산중턱에서 식사를 하고있는데 또다시 적이 온다는 신호가 전달되였다. 놈들의 수색병이 우리의 뒤를 따라오기 시작한것이다. 장동무는 우리에게 빨리 앞산을 넘으라고 하면서 다리를 쓰지 못하는 허주임을 담가에 눕혀가지고 나섰다. 나도 목에 끈을 걸어 오른쪽팔을 드리운채 그들의 뒤를 따라섰다. 우리가 산릉선에 올라서자 모진 눈보라가 얼굴을 후려쳐서 금시에 숨이 막혀 그자리에 쓰러질것만 같았다. 담가의 앞채를 들고 눈속을 헤치며 나아가는 장동무는 누구보다도 힘겨운 행군을 했다. 령하 40℃가 넘는 혹한속에서도 그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솟아났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담가채를 어느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는 한시바삐 부상당한 동지들을 위험속에서 구출하려는 일념으로 있는 힘을 다하여 걸음을 다그쳤다. 적들은 계속 집요하게 뒤를 따랐다. 놈들이 쏘는 탄알은 비오듯 우리의 주위에 떨어졌다. 정황은 점점 위급해졌다. 자기때문에 동지들에게 위험이 다가오고있음을 직감한 허주임은 《동지들! 나를 내려놔주오. 나는 아직 싸울수 있소!》하고 웨치면서 담가에서 굴러떨어지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장동무는 아무 대꾸도 없이 그를 더욱 단단히 붙잡고 걸음을 다그칠뿐이였다. 오직 혁명의 승리를 위하여 만난을 뚫고 함께 싸워온 동지, 더우기 중상을 입은 상관인 그를 두고 그냥 갈수는 없었다. 장동무는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위험속에서 구출하려고 있는 힘을 다하였다. 그러나 그대로만 가다가는 조만간에 적들에게 체포될수 있었다. 장동무는 무엇을 생각하였던지 바로 길앞에 나타난 진대나무있는데로 바삐 달려갔다. 그리고 재빨리 진대나무밑에 있는 눈을 손으로 파헤치더니 허주임을 담가에 눕힌채로 그밑에 은페시켰다. 장동무는 허주임이 미처 말을 꺼낼사이도 없이 눈으로 그를 덮어버렸다. 《주임동지! 참고 견뎌야 합니다.》 그는 눈우에 난 손자취를 지우며 이렇게 말했다. 팔을 부상당한 동무와 나도 이렇게 나무밑에 은페되였다. 《총을 쏘지 말고 견뎌야 해… 양춘이!》 진대나무밑에 들어앉은 나의 어깨를 잡고 이렇게 말하는 장동무를 보는 나의 가슴에는 뜨거운것이 치밀어올랐다. 《안돼요. 나도 함께 가겠어요.》 나는 내 몸을 가리고있는 눈더미를 왼손으로 확 헤쳤다. 《양춘이! 왜 이러는가. 아무래도 현재 우리의 힘으로 적과 맞선다는것은 불리한 일이 아닌가. 혁명을 하는 사람은 항상 침착하게 문제를 깊이 생각할줄 알아야 해. 적을 따돌리고 올테니 어서 내 말대로 하라구. 그리고 상처가 얼지 않도록 자주 돌봐야 해.》 적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긴박한 순간이였건만 나를 다시 나무밑에 숨겨놓고 눈으로 덮어주는 그의 뜨거운 마음에 나는 몹시 감동되였다. 《장동무, 꼭 돌아와야 해요.》 나는 목이 메여 겨우 이 한마디를 했을뿐이였다. 장동무는 나이많은 최동무도 억지로 나무밑에 은페시킨 후 《부상자들을 부탁하오!》라고 하더니 발자국을 우정 크게 내면서 산너머로 내달았다. 그의 뒤를 또 한명의 동지가 따라섰다. 진대나무밑에 엎드린 나의 머리에는 장동무와 함께 밤늦도록 우등불가에서 학습하던 일이며 그와 나란히 말을 몰고 적을 무찌르던 일들이 선히 떠올랐다. 그러던 장동무가 지금 우리를 위하여 어려운 길을 걷고있다. 그를 다시 만날수 있을가. 이런 생각에 나의 가슴은 못견디게 아팠고 원쑤에 대한 증오심으로 더욱 세차게 타번지였다. 나는 탄창을 뽑았다. 나머지 총알 여섯발이면 피값이라도 할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탄창을 재우고 사격태세를 갖추었다. 이윽고 적들의 발자국소리, 말소리가 들려오더니 잠시후에는 적 두놈이 내앞에 있는 진대나무우에 쑥 올라서는것이였다. 나는 얼른 팔소매로 눈을 비비고 총을 들어 그놈의 가슴팍을 겨누었다. 왼쪽손에 쥐여진 싸창은 여간만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가슴을 조이며 세번이나 적을 겨누고있을 때 장동무가 사라지던 쪽에서 몇방의 총소리가 울리였다. 장동무는 우리를 위하여 적을 자기에게로 유인하고있었다. 이 순간 나의 귀전에서는 《총을 쏘지 말고 견뎌야 한다!》고 장동무가 바로 옆에서 타이르는듯 했다. 나의 총구는 곧바로 원쑤놈의 심장을 겨누고있었으나 나는 동지들을 위하여 총을 쏘지 말아야 했다. 원쑤들을 코앞에 두고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안타까운 순간이 흘러갔다. 헐떡거리며 진대나무우에 멍청하니 서있던 놈들은 내가 은페하고있는 진대나무를 넘어 총소리가 난 방향으로 우르르 밀려나갔다. 놈들이 지나가자 나는 눈무지를 헤치고 진대나무우에 올라섰다. 적의 발자국소리는 아직 간간이 들려왔으나 눈보라가 앞을 가리여 알아볼수 없었다. 세찬 눈보라때문에 몽몽해진 수림속을 바라보는 나의 눈앞에는 어느덧 적을 족치면서 높은 산, 깊은 계곡의 눈속을 헤치고나갈 장동무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진대나무밑에서 나를 부르는 허주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에야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진대나무에서 내렸다. 그리고 장동무의 부탁을 생각하면서 동무들과 같이 새로운 밀영지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대오의 뒤를 따라가는 나의 눈앞에는 잠시도 장동무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를 생각하던 나머지 걸음을 옮기다가 나무아지에 얼굴을 긁히기도 하였고 모진 바람에 휘감겨 쓰러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아픔도 추위도 느끼지 못하고 오직 그가 무사했으면 하는 한가지 념원으로 가슴을 태웠다. 그러다가도 뒤에서 나는 총성을 듣고 흠칫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군 하였다. 안타까운 생각으로 가슴을 태우며 총성이 울리는 쪽을 바라보는 나의 머리속에서는 (장동무는 지금 얼마나 어려운 싸움을 하고있을가. 진정 그를 도울수 없단말인가. 그럴수 없다. 나에게는 총이 있고 힘이 있지 않는가. 무엇을 주저하는가. 어서 그를 돕자.)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권총을 틀어잡았다. 이럴 때 《동지들을 부탁하오!》하는 장동무의 목소리가 귀전에서 울리는듯 하였다. 나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치밀어오르는 격정으로 하여 터지는듯 하는 가슴을 안고 잠시 오도가도 못했다. 이날밤 우리의 행방을 찾아 떠난 통신원들을 만나 그들이 목격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를 찾느라고 적이 지나간 발자취를 유심히 살피며 걷던 통신원들은 진대나무들이 많은 곳에서 적의 발자국과는 다른 두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하였다. 적들의 무질서한 발자국에 묻혀 그것은 나타났다가도 사라지고 사라졌다가도 다시 나타나군 하면서 수림을 지나 험한 계곡으로 뻗어나갔었다. 길이 멀어질수록 더욱 자주 헤갈리던 그 발자국은 어느 한 산마루에서부터 눈우로 굴러간 자취로 바뀌더니 마침내 올리막에 잡아들면서 다시 모대기를 치며 기여간 자취로 변하였다. 그 발자취를 따라 산으로 오르던 통신원들은 산중턱에 이르러 고개너머에서 울리는 총성을 듣고 더욱 걸음을 다그쳤다. 가쁜숨을 몰아쉬며 산으로 달려올라간 통신원들은 맞은켠 산중턱에서 적탄에 맞아 최후를 마친 동지를 옆에 두고 적과 판가리싸움을 하는 장동무를 보았다. 통신원은 장동무를 위험속에서 구출하기 위하여 적을 겨누어 사격을 했으나 벌써 때가 늦었었다. 적들은 무리로 죽어넘어진 제놈들의 시체를 밟으며 이리떼마냥 장동무에게로 달려올라가고있었다. 놈들은 악을 쓰며 사격하였고 수류탄을 뿌렸다. 이때 탄알이 떨어진 장동무는 총 한방 쏘지 못했다. 그는 다가오는 적을 쏘아보면서 격발기를 뽑아쥐고 놈들이 코밑까지 왔을 때 상반신을 일으키며 원쑤놈의 면상에 힘껏 뿌렸다. 그리고 거연히 일어서서 격발기에 맞은 얼굴을 싸쥐며 비칠거리는 원쑤의 가슴팍에 복수의 총창을 박았다. 그 순간 그는 또다시 적탄에 맞았다. 그는 마지막 힘을 모아 《조선혁명 만세!》를 웨치고 장렬한 최후를 마치였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가 흐느껴울었고 원쑤에 대한 불타는 증오로 하여 몸이 떨리였다. (반드시 복수하리라! 장동무가 그처럼 바라던 혁명의 승리를 위하여 끝까지 용감히 싸워나아가리라!) 나는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몇번이고 이렇게 다짐하였다. 장동무와 그리고 그와 함께 최후를 마친 동지는 지금 우리의 곁에 없다. 그러나 그들이 지닌 불굴의 혁명정신과 혁명동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우리의 심장속깊이 간직되여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령도따라 사회주의락원을 건설하는 우리들을 새로운 승리에로 고무하고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