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기
 
 

 

《갑무경비도로》행군때 있은 이야기
 

                                                         강  위  룡

 

해마다 그러하듯이 올해 2월초에도 나는 가족들과 함께 백두산지구를 답사하였다.
 무산지구전투승리 55돐이 되는 해여서인지 삼지연에서부터 무산쪽으로 가는 큰길우로는 백두고원의 추위도 마다하지 않고 행군해가는 답사자들이 꼬리를 물고있었다. 쉬임없이 흐르는 그 씩씩한 대렬을 바라보느라니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모시고 그때 당시 왜놈의 군용도로였던 그 길을 기세좋게 행군하던 일이 어제런듯 감회깊이 떠오름을 금할수 없었다.
 왜놈들이 항일유격대를 《토벌》하고 인민들을 탄압하는데 리용한 어제날의 《갑무경비도로》우로 오늘은 위대한 수령님의 혁명력사를 따라배우고 항일선렬들의 투쟁정신을 본받고저 사람들의 물결이 끝없이 흐르고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긍지와 자부심으로 더욱 부풀어올랐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바로 우리 인민의 행복한 오늘을 위해서 그처럼 간고한 항일혁명투쟁을 스무해동안이나 벌리신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인민모두가 일제의 노예살이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아갈 내 조국을 찾기 위하여 우리 항일유격대원들은 백두의 설한풍속에서 모진 추위와 굶주림을 참고 견디며 원쑤 일제와 피흘려 싸웠던것이 아니겠는가.
 한발자국을 짚어도 짓밟힌 겨례를 생각하고 빼앗긴 조국을 생각하자, 이것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항일무장투쟁의 전기간 우리 대원들에게 늘 가르쳐주신 가슴뜨거운 가르치심이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자기 조국과 자기 인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 나라 혁명에 대하여 열정을 가질수 없으며 그 승리를 위하여 몸바쳐 싸울수 없습니다.》
 조선인민혁명군이 진행한 일행천리행군, 《갑무경비도로》 행군로정에는 대원들과 인민에 대한 사령관동지의 뜨겁고 열렬한 사랑이 자욱마다 어려있다.
 세상사람들은 《갑무경비도로》라고 하면 사령관동지의 《일행천리전술》을 먼저 생각하며 《일행천리전술》로 유명해진것이 바로 《갑무경비도로》라고도 말할수 있다.
 그러나 그때 조선인민혁명군의 행군길에는 일제놈들의 넋을 잃게 한 사령관동지의 탁월한 전략전술과 함께 대원들과 인민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력력히 새겨져있다.
 《갑무경비도로》를 힘있게 디디며 일행천리행군에 참가했던 나는 이 글에서 그때 심장으로 느낀 대원들과 인민에 대한 사령관동지의 뜨겁고도 깊은 사랑에 대하여 적으려고 한다.
 사령관동지를 모시고 5호물동을 넘어 그립던 조국땅에 첫발을 들여놓은 우리 대오가 청봉과 건창, 베개봉에서 하루밤씩 묵고 삼지연을 거쳐 무산쪽으로 가는 큰길에 들어선것은 1939년 5월 21일 정오가 좀 지난 때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원쑤들이 우리를 치겠다고 닦아놓은 길로 우리가 먼저 놈들을 족치러 간다는 통쾌한 생각으로 들뜬 기분이였던 나였지만 막상 울창한 수림속 한복판을 꿰질러 직선으로 뻗어간 대도로에 들어서니 은근히 마음이 조여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무렵 우리 조선인민혁명군이 압록강을 건너 국내깊이에 들어온다는것을 알아차린 놈들은 압록강연안에 경비진을 겹겹이 늘여놓으며 분주탕을 피우고있었다.
 놈들은 혜산, 갑산, 호인, 신갈파를 비롯한 각지 경찰서에서 선발한 수많은 경관들로 2개의 《특별토벌대》를 만들어가지고 국경경비를 강화하고있었다. 그뿐아니라 장백현 24도구계선에는 관동군부대와 위만군부대 수백명을 집결시켜 포위태세를 갖추고있었고 압록강상류로부터 두만강상류에 이르는 요충지들에는 함경남북도일대의 국경수비대와 경찰대를 모두 동원하여 배치하였다.
 그리하여 백두산동남부지대에는 숱한 적병력이 뒤덮여있었던것이다.
 그러니 놈들이 우리의 행동방향을 정확히 가늠 못하고 갈팡질팡한다고 해도 언제 우리가 행군해가는 대도로 량옆의 수림속에서 쓸어나올지 또 도로의 앞뒤에서 달려들지 알수 없는 일이였다.
 물론 이것은 우리의 공연한 조바심이라고 할수도 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 작전하시고 지휘하신 전투는 설사 그것이 위험하고 어렵기 그지없는것이라고 하여도 우리는 매번 승리하군 하였다.
 나에게는 사령관동지께서 부대가 적들의 포위에 들었을 때 대담한 림기응변의 수를 쓰시여 단 한명의 부상자도 내지 않고 적들속을 유유히 빠져나오신 일도 떠올랐고 땅굴을 파서 적의 코밑에까지 다가가 어마어마한 포대들을 까부시도록 한 일도 생각났다.
 그러나 이번은 그때와도 다른 매우 긴장한 정황속에서 우리가 행동하고있었다.
 준공검사를 받겠다고 말끔히 청소까지 해놓고 일체통행을 금지시킨 《갑무경비도로》를, 대낮에 시오리도 아닌 100리에 달하는 긴 구간을 부대가 행군해가야 하는것이였다.
 긴장감과 조급한 생각으로 하여 나도 모르게 꽉 그러쥔 주먹에는 땀이 질벅하게 배였다.
 그때 나는 사령부호위를 담당한 기관총소대의 소대장임무를 맡고있었다.
 우리 소대에는 기관총이 3정 있었는데 기관총 한정에 각각 5명의 인원이 배속되여있었다.
 
우리는 만약 불의의 정황이 생기는 경우 사령관동지를 결사보위할 굳은 각오를 품고 앞뒤에서 그이를 호위하며 걸음을 다그쳐나갔다.
 대오가 한참 행군해가고있는데 돌연히 한쪽켠 수림속에서 노루 한마리가 껑충껑충 뛰여나왔다.
 가뜩이나 긴장되였던 나의 마음은 더욱 팽팽해졌다.
 나는 재빠르게 수림속을 살펴보고 이상이 없다는것을 확인한 다음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사령관동지께서 배낭에 기관총까지 메시고 땀을 흘리며 걷고계시였다. 힘들어하는 대원들을 도와주느라 그러신것이였다.
 나는 그때 사령관동지의 바로 앞자리에서 행군하고있었는데 앞쪽을 살필 생각만 하느라고 사령관동지께서 대원들을 위해 로고를 바치고계시는것을 미처 보지 못한것이 얼마나 죄스러운지 몰랐다.
 나는 급히 사령관동지께로 달려가 배낭과 기관총을 옮겨메려고 하였다.
 그런데 사령관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신채 짐을 벗지 않으시고 걸음을 계속하시는것이였다.
 우리 소대에서 제일 나이가 어렸던 리동무는 얼굴이 새빨갛게 상기되여 어쩔줄 몰라하는것이 확연히 알리였다.
 사령관동지께서 지고계시는 배낭이 바로 리동무의것이였던것이다.
 나는 사령관동지께 몇번이나 간청을 드려서야 겨우 기관총을 옮겨멜수 있었다.
 행군은 계속되였다.
 행군의 높은 속도와 긴장감으로 하여 온몸에는 땀이 배였지만 우리의 가슴마다는 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조국땅을 밟고있다는 기쁨, 그것도 밝은 대낮에 놈들이 품을 들여 닦아놓은 큰길로 보무당당히 지나가고있다는 통쾌감으로 후련하고 시원하였다.
 한 네댓시간가량 행군을 하니 장산령기슭이 나졌다.
 사령관동지의 명령에 따라 대오는 큰길에서 쭉 빠져나와 그곳에서 행군을 멈추었다.
 해질녘의 무포는 참으로 아늑하였다.
 두만강의 물소리가 유난스레 정깊게 들려왔고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숲속에서는 깃을 찾아드는 이름모를 산새들이 저마다 지저귀고있었다.
 숙영준비를 끝낸 대원들은 저마끔 신발을 벗어들고 해진데를 꿰매기 시작하였다.
 수림속을 걸을 때는 늘쌍 락엽을 딛고 다니므로 신발이 그렇게 빨리 해지지 않았는데 그날 행군에서는 대원들의 신발이 많이 닳아졌던것이다.
 우리 기관총소대는 분대별로 모여앉아 송곳과 우산살을 돌려가며 신발을 꿰매고있었다. 그때 우리는 신발이 터지거나 닳아지면 인차 수리할수 있는 준비를 항상 갖추고 다녔다.
 우리 소대에서는 나어린 리동무의 신이 제일 험하게 되였었다.
 우리 소대원들이 한창 신발을 꿰매고있는데 사령관동지께서 오시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바닥이 드러난 우리들의 신발을 일일이 만져보시고나서 《동무들이 오늘 참 수고했소.》라고 하시면서 《특히 기관총사수들이 힘겨운 행군을 용케 해냈소.》라고 치하해주시였다.
 그러시고는 우리들에게 신발 꿰매는 방법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시던 사령관동지께서는 몸소 리동무의 신발을 보시더니 그것을 손에 쥐시고 꿰매기 시작하시였다.
 나와 리동무는 송구스러워 사령관동지를 만류하며 신발을 돌려주실것을 간청하는데 그이께서는 웃으시며 동무들보다 못하지 않게 기워줄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시면서 계속 꿰매시는것이였다.
 사령관동지를 우러르는 우리의 마음은 마냥 뜨거워났다.
 늘쌍 우리가 느껴오는것이였지만 자신의 로고보다도 대원들을 먼저 생각하시며 극진히 보살펴주고 위해주시는 그이의 위대한 어버이사랑을 다시금 받아안고 우리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사이 대원들이 사령관동지의 두리에 빙 둘러앉았다.
 그들속에서 문득 이런 소곤거림이 들리였다.
 《놈들이 우리가 지나가라고 길을 닦아놓은것은 잘한 일인데 너무 탄탄해서 발이 아파 어디 걸을수가 있어야지.》
 《그럼 왜놈들보고 길을 폭신하게 다시 닦으라고 해야겠군.》
 이 말에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그런데 사령관동지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대원들을 바라보시더니 잠시 일손을 놓으시고 생각깊으신 어조로 나는 《갑무경비도로》를 걸으면서 그우에 뿌려진 수많은 우리 동포들의 피와 땀을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청장년들이 왜놈들의 강제에 못 이겨 끌려나와 고역을 치르었겠는가고 말씀하시였다.
 그러시면서 사령관동지께서는 놈들이 보천보에서 혁명군한테 혼쌀난 후부터 국경경비를 강화하기 위한 주요대책의 하나로서 이 도로공사를 벌려놓은데 대해서, 공사를 빠른 시일안에 끝내기 위하여 조선총독부의 추가예산까지 세우고 이 공사에 경상도와 전라도를 비롯한 조선의 방방곡곡에서 숱한 청장년들을 끌어내다가 마소와 같이 혹사한데 대해서 말씀해주시였다.
 그러시면서 사령관동지께서는 동무들 생각해보라, 우리 인민들이 아름드리나무들이 꽉 들어선 무인지경에 끌려와서 힘겹게 바위돌을 까내고 나무를 베고 그 뿌리를 들춰내면서 바란것이 과연 무엇이였겠는가, 그들은 바로 이 길로 우리 혁명군이 하루속히 쳐들어와 왜놈들을 족쳐버리기를 간절히 바랐을것이다, 그리고 삼천리강산의 그 어느 길이든 마음놓고 활보하며 살아갈 해방된 내 조국을 그려보았을것이다, 후에 인민들이 우리가 자기들의 원한과 한숨이 슴배인 놈들의 군용도로를 따라 왜놈들을 족치러 갔다는것을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후련해 하겠는가라고 말씀하시였다.
 사령관동지의 말씀은 우리들의 가슴을 뜨겁게 쳤다.
 인민을 그토록 극진히 사랑하시는 우리 수령님께서만이 하실수 있는 생각이며 말씀이였던것이다.
 되새겨보면 사령관동지께서는 행군의 한발자욱을 내짚어도 조국땅을 생각하고 조국인민을 생각해야 한다고 언제나 우리 대원들을 교양하시였고 온 대오가 낟알 한알 없는 그러한 최악의 식량난을 겪을 때에도 임자없는 감자밭이나 수수밭에 그냥은 손을 대지 못하게 하시였었다.
 그리고 힘겨운 전투가 끝난 후에도, 또 적들이 꼬리를 물고 달려든다는 통보를 받으시여도 인민들이 있는 마을을 지나실 때에는 한마디라도 위로의 말씀을 하시지 않고서는 발걸음을 떼지 못하시는 사령관동지이시였다.
 바로 《이민위천》의 사상에서 흘러나온 조국과 인민에 대한 그처럼 뜨겁고 열렬한 사랑을 지니고계시는 그이이시기에 대오가 삼지연못가에서 잠시 휴식할 때에도 조국산천의 아름다움속에 해방된 인민들의 밝은 웃음을 먼저 그려보시며 혁명이 승리한 다음 여기다 휴양소를 지으면 좋겠다고 그토록 절절히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그날 행군으로 왜놈들에게 골탕을 먹인것이 너무 통쾌하여 롱말만을 건늬던 대원들은 자기들의 짧은 생각이 부끄럽게 돌이켜져 얼굴들이 붉어졌다.
 그들뿐이 아니라 우리모두의 마음도 끝없는 감동과 자책속에 잠겨들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부드러운 눈길로 우리를 다시 둘러보시며 조국과 인민에 대한 진실하고 열렬한 사랑의 감정을 지니면 적에 대한 증오심도 더욱 커지게 되는것이고 원쑤치는 지혜와 용기도 저절로 생겨나는 법이라고 하시면서 이번 무산지구전투에서 기관총소대가 한번 본때를 보이라고 하시였다.
 사령관동지의 말씀을 들으며 우리는 그이의 말씀대로 이번 전투에서 모두가 멸적의 기개와 용감성을 남김없이 발휘할 각오를 더욱 굳게 다지였다.
 뜻깊은 그날밤 사령관동지께서는 지휘관회의를 여시고 《갑무경비도로》의 행군과정을 총화하시고 무산지구진공작전을 위한 구체적인 전투임무를 각 부대들에 주시였다.
 무산지구진공작전의 승리를 위한 구체적인 전투임무를 받아안은 우리는 흥분에 싸여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 심어주신 조국과 인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의 뜨거운 불씨를 가슴깊이 새겨안았기에 우리는 신개척과 신사동, 대홍단벌 등 이르는 곳마다에서 원쑤격멸의 총성을 높이 올릴수 있었고 빛나는 승리를 이룩할수 있었던것이다.
 나는 지금도 늘 이렇게 생각하군 한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항일무장투쟁시기 원쑤놈들과의 싸움마다에서 조선인민혁명군을 승리에로 이끄신 불굴의 의지, 담대한 전술, 탁월한 령도력은 무엇보다도 그이께서 지니고계시는 인민에 대한, 조국에 대한 지극하고 열렬한 사랑을 바탕으로 하여 생겨난것이라고.
 인민을 떠난, 조국을 떠난 위대한 수령님의 사색과 탐구, 활동과 투쟁은 단 한번도 없었으며 바로 그렇기때문에 수령님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도 조국해방전쟁도 위대한 승리로 끝났고 오늘 우리 공화국을 고립압살하려는 제국주의반동들의 발악적책동을 분쇄하며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제도도 나날이 승승장구하고있는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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