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0(2021)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행복의 요람
동 의 회
제 4 회
육아원의 식당주방안에 있던 정분녀는 하마트면 남비를 떨어뜨릴번 했다.
지금 이 육아원에
얼결에 주방안을 둘러보았다. 한창 원아들의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은 어수선했다. 바닥에는 물이 질벅했고 한켠에는 남새가 무져있었다. 밀대질이라도 할 생각으로 몸을 돌리는데 누군가가 날래게 밀대를 잡고 바닥의 물기를 닦아내고있었다. 그는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아까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마당에 깔려있던 눈을 누구들인가 말끔히 쓸어놓았다. 주방안도 정분녀가 미처 손을 대를 사이도 없이 어느새 정돈되였다.
남새단도 가려지고 깨끗이 씻은 식기들은 차곡차곡 쌓여졌다. 밀대로 닦아낸 주방바닥은 벌써 말라갔다. 숨이 나갔다.
지금
그 순간 년로보장을 받은것이 얼마나 후회되는지 몰랐다. 자기가 담당했던 세쌍둥이방에
정분녀는 이렇게 어이없는 생각에 잠겼다.
이때였다. 문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며 문이 활짝 열렸다.
《수고들 합니다.》
우렁우렁하면서도 다정하신 음성, 모두의 마음을 한순간에 끌어당기는것만 같은 더없이 친근하신 음성이였다.
정분녀는 눈부신 해살같은 미소를 지으시며 주방안에 들어서시는
찬장안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그릇들이며 식찬들을 담아놓은 조리대우의 찬그릇들도 일일이 보시였다.
그러시다가 나이많은 정분녀를 보시고 무척 놀라시였다.
정분녀는 앞으로 다가오시는
《여기에 손자가 있습니까?》하고
아마도 나라의 은덕으로 육아원에서 키우는 세쌍둥이손자라도 보고싶어 찾아나온 할머니로 생각하신것같았다. 순간에 가슴이 차분히 진정되여 정분녀는 스스럼없이 말씀드리였다.
《저… 여기 원아들을 다 손주로 여기고있습니다.》
《이 정분녀할머니는 여기 육아원에서 일하다가 년로보장으로 들어간 후에도 계속 우리 육아원에 찾아와서 자기의 마음을 보태고있습니다. 오늘은 병원에 입원했던 한 원아의 건강을 자기가 회복시키겠다고 저렇게 닭곰을 해왔습니다.》
더운김이 확 떠오르는 남비안에서 구수한 닭곰냄새가 풍겨났다.
정분녀는 따사로운 해살에 온몸을 맡긴채 그자리에 굳어졌다. 꿈만 같은 황홀경에 잠기여 온몸이 둥둥 뜨는것 같았다. 꽃그릇들과 숟가락을
만져보시는
《할머니!》
가슴에 젖어드는 정깊은 부르심에 그의 눈시울이 화끈 달아올랐다.
《고맙습니다. 우리 원아들에게 할머니의 정을 주신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저는 이 원아들에게… 저에게는 아이들을 돌보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스스럼없이 흘러나오는 말이였다.
《의무라니?》
《저에게는 여적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그런… 그런…》
정분녀는 자기의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스스럼없이 나왔는지 느끼지 못했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수 없었던 자기의 죄를 아무런 바재임도
없이 죄다 털어놓고만싶은 그런 용기가 어떻게 생겼던가. 봄날의 해빛과도 같이 그지없이 따사로운 그 인자함, 그
《제가 젊었을 때 일입니다.》
꼭지를 떤 정분녀는 이렇게 스스럼없이 자기의 《죄》를 말짱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