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0(2021)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행복의 요람

동 의 회

제 5 회

 

몸가짐을 바로하고 섰던 정문한은 하마트면 들고있던 수첩을 떨어뜨릴번 했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바로 자기가 엊그제 보고왔던 육아원에 대해서 지적의 말씀을 하시는게 아닌가.

그이의 말씀은 매우 준절하시였다.

《나에게로 달려오며 반기는 애들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즐거웠댔는데 주방안에 들어가보고는 정말 기분이 나빴습니다. 우리 일군들이 육아원이랑 애육원에 자주 나가본다는데 도대체 무엇을 보고 옵니까? 그래 아이들에게 주는 그릇을 보고 생각되는게 없습니까? 애들이 밥을 먹으며 그릇을 깨뜨릴가봐 그런 늄그릇에 주고있습니까? 이런것을 보고도 가슴아파하지 않는 우리 일군들의 심장을 두고 과연 무엇이라고 해야 합니까?》

그이께서는 그만 더 말씀을 못하고 돌아서시였다. 솟구치는 격정을 가까스로 참으시는듯 뒤짐을 지고 창가를 향해 서신 그이께서는 오래도록 말씀이 없으시였다. 집무실은 얼어든듯 숨소리 하나 없었다.

그이를 우러르는 정문한은 금시 숨이 막혀오는듯 했다.

나는 어떻게 했던가. 원아들이 그런 늄식기에 밥을 먹는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지. 친부모의 심정이였다면 그렇게 아무 생각이 없었을가. 그것이 과연 일군다운 행동인가. 그이의 뜻을 받드는 자세였던가.

부모없는 원아들의 생활을 세심하게 살펴보지 못한 자책으로 정문한의 가슴은 답답하게 죄여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들려오는 그이의 말씀을 들으며 깜짝 놀랐다. 설마, 그는 한순간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오늘 육아원에서 오래동안 일해온 한 할머니를 만났댔는데 그의 말을 듣고 생각되는게 많았습니다.》

그러시며 그이께서는 오늘 만나시였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였다.

 

×

 

사람들의 가슴이 해방의 감격과 환희로 부풀어오르던 시기였다. 정분녀에게도 새라새롭게 기쁜 일만 생기였다. 제일 기쁜건 가정을 이루고도 거처할 곳이 없던 그에게 집이 생긴것이였다. 앞마당에 샘터까지 있는 아담한 단층집이였다. 철도수리공장에 다니는 남편이 손질을 좀 하니 첫 아기 순이가 뛰놀 마당도 생기였다.

단출한 그의 집으로 남편네 작업반총각이 자주 놀러 오군 했다. 정분녀는 그를 보면 해방전에 헤여져 소식조차 모르는 동생을 찾은것 같아 가슴이 설레이군 했다.

한해가 지나 그 총각이 장가들어 새색시를 데려왔다. 정분녀는 꼭 친동생이 장가든것 같아 그들부부를 얼싸안다싶이 맞아들였다. 새색시는 눈이 오목한 녀인이였는데 인차 마음이 통하고 친해졌다.

두집이 달라붙어 웃방을 내고 부엌을 달아 제꺽 새집들이를 했다. 그들의 살림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인차 이들에게도 애기가 태여났다. 그애의 이름은 철룡이였다.

공장에서 혁신자로 이름을 날리는 그들 두집은 일요일이 되면 함께 들놀이를 나가기도 했다. 다음일요일은 상반년도계획을 끝낸 기쁨을 안고 강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기로 약속했다.

일요일의 천렵놀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들먹거리였다. 그러나 고대하던 6월의 그 일요일은 평화롭던 이 땅에서 폭음이 울린 날이였다. 전쟁이 일어난것이다.

전쟁이 일어나자 남편들은 전선으로 나갔다. 그들은 떠나면서 안해들에게 약속했다.

승리하고 돌아와서 우리가 약속한대로 꼭 천렵놀이를 하자고… 허나 한달도 안된 어느날 순이의 아버지가 전사했다는 통지가 날아왔다. 뒤이어 련달아 닥친 철룡이 아버지의 전사통지서… 오열을 터치며 가슴을 치던 두 녀인은 문득 벽에서 똑딱거리는 시계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 시계는 새집들이를 한 날 두집이 같이 상점에 나가서 처음으로 산것이였다. 눈물어린 눈길로 시계를 바라보던 정분녀는 입술을 사려물었다.

어떻게 마련된 우리 생활이였더냐. 눈물만 흘리고있을 때가 아니였다. 우리의 행복을 빼앗으려는 원쑤들에게 굴복하지 말고 끝까지 우리의 땅을 지켜야 한다. 그는 치마끈을 조여맸다.

그찰나 철룡이 엄마의 나직하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이 어머니, 머리를 잘라주세요. 군복을 입겠어요.》

정분녀는 흠칫 가슴을 떨며 눈을 치떴다.

《나를 막지 말아요. 그대신 부탁이 있어요.》

정분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못하고 마른침을 꼴깍 삼키기만 했다.

《제발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우리 철룡이를 맡아줘요. 난 원쑤를 갚아야겠어요.》

입술을 옥무는 그의 눈에서 불꽃이 튕겨나왔다.

철룡이 엄마가 떠나면서 종이에 꽁꽁 싼 성냥곽만 한것을 손에 쥐여주었다. 백날을 맞으며 찍은 철룡이의 사진이였다.

《이거야 건사해야지.》

《나한테는 또 있어요.》

정분녀는 사진을 줌안에 꼭 싸쥐였다. 아마 남편과 함께 아기를 안고 찍은 사진은 그가 건사했을것이였다.

이렇게 그는 전선으로 떠나갔다.

정분녀는 두 애를 데리고 이악하게 공장에 나가 일을 했고 집을 지켜냈다. 그속에서도 정분녀가 제일 관심한것은 철룡이를 돌보는 일이였다. 전선에서 돌아오는 그애 엄마에게 튼튼하게 자란 철룡이를 안겨주어야 했다. 공장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정분녀는 애들이 먹을 밥부터 짓군 했다. 언제 적비행기가 올지 알수 없었다.

불을 피우고 밥을 할 때 몇끼 잘되게 푼푼히 해야 방공호에 가서도 편안할수 있었다. 철룡이도 이젠 밥을 잘 먹었다.

그날 밥이 거의 잦아들무렵이였다. 갑자기 종소리가 다급하게 울리였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공장에서 조직한 자위대에서 저렇게 신호를 보내군 했다.

벌써 둔중한 비행기소리가 들려왔다. 저주할 놈의 비행기소리. 저 비행기소리만 나면 무엇을 할것인가 하던 생각이 다 날아나고만다.

가까운 곳에서 폭탄이 터졌는지 매캐한 내가 풍겨왔다. 대번에 눈앞이 어리어리해지면서 정신을 종잡을수가 없었다. 정분녀는 밥가마를 들고가고싶었지만 너무 급하여 그냥 방안으로 뛰여들어가면서 연방 불러댔다.

《순이야, 철룡아!》

방안에서는 철룡이가 아직 께여나지 않은채 자고있었다.

어디선가 또 《꽝!》하고 터지는 폭탄소리, 순이가 《왕!》하고 울음을 터뜨리였다.

정분녀는 마음이 급해서 자기가 왜 방으로 들어왔는지도 모를 착각이 일어났다. 창황중에 띠개를 감아쥔 생각만 났지 어떻게 자고있는 철룡이를 업었는지, 어떻게 뛰쳐나왔는지 분간하지 못했다. 치마폭으로 감겨드는 순이의 손을 잡고 허둥지둥 마당을 벗어났다. 정신없이 방공호로 뛰여들어갔다. 그 순간 발뒤꿈치를 물어뜯는듯 한 폭음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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