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8호에 실린 글

 

자 료

봉건 말기 시대상을 반영한 박지원소설의 인물형상

옥 성 일

 

박지원(17371805)은 18세기의 대표적인 실학파문인이며 재능있는 소설가이다. 그의 소설문학에서 중요한 측면은 봉건말기 사회상이 비낀 인간성격들을 독특하게 탐구하고 사회계급적처지와 인간적바탕에 밀착시켜 그 특질을 개성적으로 그려낸것이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시였다.

《어떤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의 성격을 어떻게 그리는가 하는 문제는 문학예술의 사회적성격과 관련되는 기본문제로서 사회제도와 계급에 따라 언제나 다르게 제기되고 해결되였다.》

박지원의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어느것이나 다 당시 우리 나라 현실에 존재한 구체적인 계급과 계층을 대변하고있다.

그는 봉건제도가 바야흐로 붕괴되고 근대화의 기운이 태동하기 시작하던 시대현실에 낯을 돌려 현실의 인간들속에서 묘사대상을 선택하고 그들의 생활과 운명에 대한 미학적평가를 주는데로 나갔다.

박지원이 새롭게 창조한 인물형상가운데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것은 지난 시기 볼수 없었던 실학의 선구자에 대한 형상이다. 박지원은 이전시기 우리 소설사에 지배적으로 존재해온 《어진 관료》형의 주인공형상과는 다르게 사회적진보와 문명발전을 지향하는 새로운 인간성격을 탐구하여 내세움으로써 인물형상화의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였다.

소설 《허생전》의 주인공 허생의 성격에서 주도적특질을 이루는것은 고루한 신분관념에 구애되지 않고 실용적인것을 중시하며 개인의 영달보다 나라의 발전을 우선시하는 애국적지향이다.

허생은 나라의 후진성을 극복하는것이 절박하게 제기되던 시대적분위기속에서 배출된 실학자들의 립장과 견해를 그대로 대변하고있다. 실학의 사상적리념이 《부국강병》에 있었고 그를 위해 급선무로 제기된것이 량반사대부들의 공리공담을 극복하고 실용적인것을 탐구하는것이였다. 따라서 봉건사회의 고루하고 모순된 제도를 개혁할 지향을 지니고 그를 실천하기 위해 행동하는 허생의 형상은 바로 실학의 선구자에 대한 형상으로 되고있는것이다.

박지원이 새롭게 창조한 인물형상가운데서 또한 두드러지는것은 최하층신분의 고결한 인간들에 대한 형상이다. 그것은 소박하면서도 로동에 성실한 사람이야말로 참된 량심과 의리의 소유자들이며 따라서 이들을 신분의 귀천관계로 멸시할것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주제사상을 해명하는데서 중요한 몫을 담당수행하고있다.

소설 《광문전》의 광문, 《예덕선생전》의 예덕 등의 형상은 사회적으로도 가장 비천한 신분으로 간주하던 이러한 최하층인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사기와 위선이 판을 치는 어지러운 풍조속에서도 자기의 노력과 량심으로 앞길을 개척해나가는 인간들로 그려냈다.

《광문전》에서 광문은 볼품없는 용모를 지녔지만 언제나 재물과 권세에 아부하는것을 수치로 여기며 량심과 의리를 귀중히 여긴다.

《예덕선생전》에서는 로동으로 사회적부를 생산하는 주인공 엄행수의 생활을 량반사대부들의 기생충적생활에 대치시키고 인격을 빈부귀천이 아니라 로동의 가치로 평가할것을 지향하던 당대의 근대적지향을 새롭게 반영하였다.

인물형상의 측면에서 박지원의 소설이 보여준 특성은 또한 량반귀족계급의 형상을 이전시기와는 다르게 한것이다. 다시말하여 량반들이 대개 위선적이며 무맥한 인간들로 묘사되고있는것이다. 이것은 자기 시대를 다 산, 량반계급의 지위가 허물어져가고있던 당대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한것으로서 그의 문학의 근대적요소를 보여준다.

《량반전》의 정선고을 량반은 무위도식을 일삼으면서 허송세월하던 량반계급의 성격적특질을 뚜렷이 나타내고있다. 그의 사고와 행동의 기초에 놓여있는것은 량반이라는 《위엄》과 상반되는 정신도덕적공허성, 극도의 나약성과 무능력이다.

이 형상은 봉건신분제도가 걷잡을수없이 와해되고 거기에 명줄을 걸고있던 량반계급이 더는 맥을 출수 없게 된 력사발전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있다.

박지원의 소설들에는 이밖에도 반봉건지향이 높아지고 근대적요소가 싹터자라던 력사적전환기의 특징을 보여주는 다양한 시대적인물들이 형상되고있다.

박지원의 새로운 인물형상화와 관련하여 반드시 언급해야 할것은 그것이 현실적이며 일상적인 정황속에서 창조되였다는 사실이다.

그가 내세운 등장인물들은 환상적이며 비상한 환경이 아니라 봉건제도가 무너지고 근대적추향이 강화되던 시기 우리 나라의 구체적사회현실속에서 사고하고 생활하는 인물로 형상되고있다.

이와 같이 등장인물들을 례외없이 당대의 구체적인 계급과 계층속에서 설정하고 그 성격적특질과 시대적표상을 현실적정황에서 선명하게 형상한것은 박지원이 중세말기 소설문학발전의 전환적계기를 열어놓은데서 하나의 공적으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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