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2호에 실린 글
시 초
조국이여 나를 최전선에 세워달라
리 철 봉
다시한번 들려다오
군복입은 내 모습 멋있다고 하급생동생들은 두팔에 매달리고 군복입은 내 모습 장하다고 선생님들은 자꾸만 어깨를 어루쓸고…
그런데 문득 울리는 수업종소리 그 종소리따라 새무리마냥 교실로 날아들어가는 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느라니 아, 가슴치는 생각이여
봄날의 어린 싹마냥 철없던 이 몸이 저 종소리와 더불어 자라나지 않았던가
저 종소리는 나에게 배워줬노라 《가갸거겨…》 아름다운 우리 말과 셈세기시간에서 시작된 수학의 심오한 세계를
배워줬노라 크레용으로 처음 그려본 백두산의 그 모습은 내 한생 올라야 할 신념의 메부리라는것을
조국은 단순히 땅이 아니라 목숨바쳐 지켜야 할 아버지장군님의 품이라는 삶의 철리를 저 종소리는 나에게 배워주었거니
헤여지지 않으리 순간이라도 이 마음속에서 종소리여 네가 울리지 않는다면 나는 이 교정을 졸업 못한 학생으로 남게 되려니
다시한번 들려다오 모교의 종소리여 위훈으로 부르는 조국의 목소리로 너를 이 가슴에 새기고 내 복무의 나날을 너의 쟁쟁한 울림속에 빛내여가리라
교정의 추억
운동장에 발자욱 또렷이 새기며 중학시절이 흘러간 교정을 둘러보니 눈에 안겨드는 그 모든것에 감회가 새로와지노라
다시 서보고싶노라 미처 외우지 못한 물리공식때문에 나도 그날에 흠뻑 땀을 흘리고 선생님이마에도 땀발이 서던 저기 저 황철나무아래에…
저기 저 철봉대가 아니던가 몸과 의지를 함께 키워주느라고 선생님은 그날에 얼마나 애를 썼고 힘에 부친 동작을 익히느라 나는 그날에 얼마나 숨이 찼던가
한번 더 받아보고싶구나 잔디밭에 펴놓은 화판의 세계에 파묻혀 수업시간을 잊어버린 나를 맵짜게도 비판하던 학급반장동무의 그 번쩍이는 눈길을…
그날엔 고깝기도 하고 지어는 억울하기도 하던 그 모든것이 오늘은 어쩌면 그리도 애틋하게 추억되는것인가
정녕 잊을수 없어라 군학과경연에서 1등을 하고 돌아오던 날 교문밖까지 나와 나를 포옹해주던 선생님의 뜨거운 그 숨결을
다시 타보고싶어라 내가 지닌 자랑이자 우리 학급의 영예이라며 동무들이 저저마다 태워주던 그 목마에…
뭉클 가슴속에서 그 무엇인가 솟구쳐올라라 그 모든것 총대로 조국을 받들어갈 이 가슴에 꽉― 채워넣어야 할 그런 소중한것이라는…
아, 사랑의 뿌리는 이렇게 내리는것인가 조국애는 이렇게 움트고 자라는것인가
조국이여 나를 최전선에 세워달라
잘 있으라 잘 있으라 인사를 남기며 고향을 떠나는 이 시각 다시금 생각한다 나는 왜 군복을 입었는가
꽃나이 푸르러지도록 안아주고 키워준 고마운 그 품을 위해서였던가
아니면 조국이 어려움을 겪을 때조차 공장의 기대소리는 때로 멎었어도 배움의 글소리는 더 높이 울려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던가
무엇으로든 보답할수 있으리라 이랑이랑 적셔가는 보석같은 땀방울로 내 고향의 벌을 가꾸어 나라의 쌀독을 가득히 채우며…
어찌 알랴 조국이 부르는 건설장에서 청춘의 노래높이 위훈 떨치면 온 나라가 다 아는 영웅도 될지…
허나 오늘도 들려오는 그 소리… 야전차의 동음소리 선군장정의 천만리길을 열어가시는 아, 장군님의 야전차동음소리여
사회주의운명을 지켜 조국수호의 최전선에 그리운 장군님 계시는 그곳 군복입은 내 거기에 서지 않는다면 이 땅 그 어디에서 설 자리 찾으랴
유치원시절에 즐겨하던 군사놀이도 최전선의 병사가 되기 위한것 아니였던가
그것은 그 어떤 충동이 아니라 그 품에서 태여나 그 품에서 자라난 청춘의 의무 장군님과 가장 가까운 그곳 최전선에 서지 않는다면 나는 이 땅의 청춘이 아니거니
조국이여 나를 최전선에 세워달라 행복한 내 삶의 어제도 창창한 조국의 래일도 선군으로 지켜주고 펼쳐가시는 아버지장군님을 받드는 길에서 청춘도 빛내고 한생도 빛내갈 결사옹위의 최전선에 나를 세워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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