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8호에 실린 글

 (전국군중문학작품현상모집 2등 당선작품)

시 초

우리는 이 땅의 청춘

기 경 호

 

우리는 삶의 주소를 정했다


중학을 마칠적에

우린 참말 꿈도 많았지

피끓는 젊음을 한밑천 삼아

새 출발의 길에 나선 우리들앞에

생활의 문은 어디에나 열려있었지

 

노을비낀 지평선 멀리 어디선가

성공이 어서 오라 손젓는듯싶어

공상의 나래펴고 훨훨

하루밤에 한생을 누비기도 했었지

 

권리는 아낌없이

선택의 자유를 베풀었건만

조국이 겪는 어려움을 두고

누구나 생각이 많던 그때

공민증 품는 열일곱나이들이

어찌 행복할 권리만을 쫓았으랴

 

조국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조국이 필요한 청춘이 되자

청춘의 리상을 대지우에 꽃피우려

청년분조 기발아래 삶의 주소 정한 우리

 

씨 뿌리고 열매 거두는

그것도 목숨을 건 하나의 싸움임을

준엄한 세월이 가르쳤거니

지켜야 할 사회주의가 멀리에 있지 않았다

 

쌀― 그것은 우리에게

조국의 운명과 나란히 놓이던 말

총대가 이 나라의 기둥이라면

쌀은 그 기둥을 떠받든 주추

 

쌀밑에 거름을 묻어야 한다면

조국의 운명밑에 우린 심장을 묻으리

쌀이여! 너는 오늘에

내가 지켜선 붉은기다

 

폭풍서정


우뢰 번개 모두 앞세우고

달려들어 줄창 내리꽂는 창살비

너는 나를 처마아래 붙잡아두려느냐

 

바람도 심술에선 짝지지 않는 쌍둥이

우리의 의지를 시험이나 하려는가

비옷을 떨쳐입고 포전에 향한 걸음

여봐란듯 길을 막고 잉잉 호통이다

 

오만한 하늘은 꽈릉― 꽈릉―

이마살을 찌프리고 골을 낸다

태질하는 폭풍은 길길이 날뛰며

드러내라누나 제 본색을

 

맑은 날 거연하던 기상은 어디

조아린듯 머리 수그린 뭇나무들

누구냐 단 하나

맞받아 도전자로 나선것은

 

갖은 바람 휘잡아 뿌리며

천하가 제것인듯 호기찬 붉은기

보아라, 달라진것도 달라질것도 없는

저것이 우리의 본색이다

바람이 세찰수록 더더욱 거세찬!

 

대지의 숨결인양 펄럭이는 기발아래

웃음을 누벼 노래를 누벼

오늘이면 애벌논김 마감이라

일욕심에 달이 뜬 번개같은 솜씨들

 

제 아무리 기승인들 땅까지야 떠옮기랴

너따윈 이 땅을 스쳐가는 한낱 회오리

검불처럼 흩날릴 쭉정이인생은

여기에 단 하나도 없어!

 

사랑은 무엇입니까


겨울

분조장 성애

선참 들에 나와 기발을 꽂는다

포전머리 덩실한 거름더미에

높다라니 붉은 기발을 세운다

 

쌀쌀한 새벽기운에

두뺨이 붉은

네가 그대로 기발이다

분조의 앞장에서 우릴 모두 이끄는

 

그래, 분조장이니

첫 이랑은 응당 제거란 말이지

그렇다고

첫 자리도 응당 제것이랴

 

바싹 마음 도슬러먹고

씽씽 다궈대도

안되겠어, 반은 내 이랑 매주면서도

저만치 앞서 가며 김잡는 솜씨

 

저렇게 일손이 여물었으니

가을이 땅땅 알찰수밖에

 

여름

새벽참에 또 한짐 날래 베들이자

숫돌에 썩― 썩―

낫갈아 허리차고

목수건 감으며 토방돌 나서는데

 

줄당콩 우거선 바자너머 동구길로

자박자박 재우치는 종종걸음

보나마나 이악쟁이

조장 성애다

 

엊저녁도 슬쩍―

우리 집 퇴적장 넘보며

어마지두 커지던 동실눈

뻔하다, 나한테 질가봐 서두르는 품

 

일에선 늘쌍

쌍벽으로 다투는 성애와 나

김매기땐 첫 자리 양보했어도

어김없어 풀베기에선

아무렴 뚝심 센 나를 당할가?!

 

언제건 나란히 있고싶어도

겉은 아닌체

성애는 저켠서 나는 이켠서

단참에 한단 베여 묶어놓고

땀 씻는척 허리펴고 하는 생각

 

헛참

다른건 뭐나 다 양보하면서도

일에선 좀체로 지려 하지 않으니

어찌보면 사랑이란 승벽인게지?!…

 

가을

역시 처년 처녑니다

예상수확 최고기록이라

놀랍지만… 《놀랍지 않은》

별치 않은 일에도 눈물을 다 흘립니다

 

봄, 여름내

흘린 땀이 적었습니까

볕에 비에

쏟은 정이 적었습니까

 

내가 총각이란것도 잊은듯

눈물이 그렁해 마주선 눈길

아, 이런 때 얼싸 안아라도 주고싶은 마음

사랑이란 정녕 무엇입니까?!

 

꿈을 깬 새벽에


올리자던, 올리자던 인사는

목이 메여 아니 나오고

참자던, 참자던 눈물만이

쏟아져 앞을 가리는데

 

농사를 참 잘 지었다고

그새 정말 수고가 많았다고

나의 등을 두드려주시는 장군님

어서 벌이나 돌아보자시며

주인이 앞서라고 다정히 이르시네

 

어쩌랴?!

간밤에 내린 비로 미츠러운 두렁길

송구스런 마음에 걸음마저 조리여

아차, 그만에야 헛짚었네

 

그 바람에 깨여보니

아쉬워라 꿈인걸…

정말로 오시였나 한달음에 달려가니

배부른 이삭들만 영문 몰라 반기네

 

쭈르르― 두볼을 타는 눈물이여

찌르르― 가슴을 훑는 자책이여

꿈이라도 정녕 꿈이라도

인사야 왜 제대로 올리지 못했을가

이제 더는 포전길 걷지 마시라고

그 말씀 한마디야 아뢰지 못했을가

 

용서해다오 이삭들아

꿈아닌 이 새벽에 정말로 오시면

꿈에서 내 못 드린 축원의 그 인사

네가 대신 드려다오

 

기쁘시여

기쁘시여 안아보실

아, 너희들보다 더 큰

축원의 인사가 또 어데 있으랴!

 

붉은기아래


여기 따스한 아래목만 있어

붉은기여!

우리는 네아래

삶을 정하지 않았다

 

한시절 차례진 젊음을

번쩍이게 장식할 명예를 찾아

우리는 네밑에

청춘을 세우지 않았다

 

때로 찬비에 젖고

눈보라에 온몸이 얼어도

우리는 딴 처마아래

비긋기 원치 않았거니

 

감사나운 산자락밭 휘잡아

땀동이를 부어가며 두벌 세벌―

피나게 나락을 안아올린 심장들엔

높뛰고있었다 너의 세찬 퍼덕임같은 박동이

 

어려울수록 더 간절히

북두칠성 우러러 노래부르며

포전을 비우지 않은 가슴들엔

끓고있었다 너의 변색을 모르는 붉은 피가

 

네가 번져가는 번영의 새 력사를

조국의 대지우에 이삭으로 새기며

강성의 만년성새를

쌀로써 쌓아가는 우리는 땅의 청춘

 

추켜들어 긍지높고

맡겨 후회없을 한생에

지켜 목숨인들 서슴으랴

청춘의 위훈이 깃들인 요람이여!

 

수령님 안고사신

혁명의 붉은기와 한빛으로

장군님 높이 드신

선군의 기치와 한뜻으로

 

살아도 네아래

붉은기인생으로 빛내고싶고

죽어도 네밑에

붉은기삶으로 영생할 청춘아

 

좋은 날에나 시련의 날에나

청춘을 가장 밝게만 빛내주는

붉은기, 붉은기아래

장군님의 청춘― 우리가 있다!

(김형직사범대학 작가양성반 학생)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