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9호에 실린 글

 

시 초

나는 선생님이 되고싶습니다

변 송 희

모교의 아침

착한 마음은 남몰라야 좋은듯

이른새벽 싹― 싹― 홀로 울리더니

어느새 운동장가득 비질소리

떠들썩 아이들의 랑랑한 웨침

아침은 또 한번 여기서 깨는듯…

 

첫 교단에 서는 내 마음에 환희가 샘솟아

가야 할 앞길에 밝음만 보이는

모교의 이 아침

 

이 아침도 꽃밭에 물주시며

세월이 얹어준 백발은 이였어도

첫 교단 그 시절에 사시는 선생님들

그 앞에선 내 아직

머리숙여야 할 학생이건만…

 

단발머리로 예서 첫종을 울렸더라고

나에게 종끈을 넘겨주시는

어릴적 담임― 교장선생님

마음엔 서른해의 그 자욱이 보여와

어깨엔 이어야 할 그 전통이 실려와―

 

쿵 쿵 흉벽을 치는 소리

내 디딜 걸음의 보폭을 재여주며

안고 걸으며 안고 숨쉬며

부여안고 몸부림쳐야 할 미래를

미래를 이 어깨에 옮겨지며

마음에 먼저 울리는 종소리 종소리…

 

맑고 푸른 교정의 창공에

내 다시 왔음을 소소리 알리며

종이 울립니다

종소리 울려퍼집니다

아름다울 내 삶의 시작을 알리는

첫 교단의 이 아침에, 내 종소리에

아이들이 뛰여옵니다 미래가 달려옵니다

무한대한 삶을 안고 기쁨에 겨운

저 영웅도 교실로 들어서는듯

 

해 솟아 해 밝아

교재원의 푸른 숲도 한껏 아지를 펴는

모교의 이 아침에

나는 선생님이 되였습니다

오늘 나는 첫 수업을 합니다

 

수업시간

옥이랑 잡은것은 범나비구요

철이가 잡은것은 장수풍뎅이

―맴맴 매미에겐 기타가 있을거야―

고개 기웃 남이의 엉터리에

짝짜그르 웃음이 구으는

나의 수업 생물시간입니다

 

내 고향 모든 산이 잣나무림 된다면…

저 넓은 앞골짜기 목장이 된다면…

면적공식과 체적공식을 익히며

씨근대는 혁이며 정남이

래일이라 부르는 그 시간이

불쑥 펼쳐지는듯 꽃펴나는듯

 

타이름도 잊고서 나도 빠져버린

고향의 미래앞에 입이 벌어집니다

두번세번 계산했다 꼭 맞는다는

그 말을 듣고선 눈물이 납니다

 

어릴적 내 심은 나무 푸르러진 산

우리 부모 손으로 달라진 새 마을

이 고향에 천지개벽 또 한번 있으리라고

나는 미래를 내다봅니다

앞날을 그려봅니다

 

밤에도 발전소 세워가는 아버지들처럼

날마다 콩포기수 헤인다는 엄마들처럼

애지중지 고향을 가꾸어갈 이 애들을

창조의 거인되고 영웅이 된 모습들을…

 

억척스레 지키는 땅

피나게 가꾸어가는 내 조국땅

후손만대로 변함이 없으리라고

아니, 더 커지고

더 풍만해지고 더 아름다워질거라고

푹, 믿어져 앞길이 보이는

이런 시간 이런 순간이면…

 

바칠 마음 용암처럼 끓어번집니다

이 애들을 위해, 이 애들을 키워

든든히 래일을 잇는 내 삶에

밤잠이 무엇입니까

끼니가 대수입니까

한생이 든다 한들 한이 있겠습니까

 

선생님 웃으시네

푸른 잎새 설레며 노래하는 교재원

제자들이 심었다는 버드나무

실실이 드리운 아지아래서

선생님 웃으시네 제자들속에…

 

끌끌한 대들보감인듯

억세게 자라난 제대병사들

쓸어보곤 쳐다보고 그리곤 또 손을 잡고

 

대학으로 간다는 어제날의 학급장

쑥스럽게 내놓는 보풀인 사진

군대로 가던 날 눈물이 그렁해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네

 

간석지로 탄원한 통줄배기 영남이

그는 어제날의 애군

속태우던 그 나날을 못 잊어선가

《용서하시라》시구절 조용히 읊더니…

 

제옆에 앉았던 분옥인 뭘 하느냐고

아까부터 익살인 해병―영예군인

군복은 벗어도 열병장엔 간다고

선생님손을 잡고 능청이라네

글쎄, 분옥인 뭘 하느냐고

 

자신보다 더 자란 키를 가늠하시는가

그 키에 고여진 지난날을 보시는가

웃음진 얼굴에 눈굽 찍으시며

손들을 잡으신채 말씀하시네

―분옥이가 뭘 하는지 자네들이 모를라구―

 

수삼나무 기둥인양 높이 자란 교정에

또 하나 영웅을 제자로 둔 우리 선생님

한생이 오늘을 위해 있은듯

우시단 웃으시네

웃으시단 우시네

 

푸른 숲 설레며 노래하는 교재원앞에

인간숲을 안으시고 선생님 웃으시네

나에게 가꿔야 할 《땅》을 보여주시며…

나에게 심어야 할 《씨앗》을 주시며…

 

저  녁

내 지금 두손 모아잡고 서서―

저녁해빛 깔린 퇴근길에 세우고

날더러 학교일 묻는 이 사람은

다름아닌 영웅관리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랍니다

 

우리 학교 졸업식땐 의례히 찾아와

주석단에 서서는 할말 많아도

―어디 가든 땀을 흘려야 한다―

쿵― 심장을 울리는 영웅아저씨 말

 

자그만 수첩 꺼내들고서

도란도란 내 말을 적어가는 아저씨

새 콤퓨터 더 있음 좋겠단 내 말도

벙글 웃으시며 쓰시는 아저씨

 

손녀를 배워주는 선생님이라고

농장마을아이들 배워주는 선생님이라고

모자 벗고 꾸벅 인사하시며

웃음소리 내앞에 그냥 남겨놓고서

벌 한끝 어디론가 아저씨는 갔지만

 

그냥은 발을 못 떼

그냥은 발을 못 떼 서서 생각합니다

이날껏 부럼없이 내 자란 터전을…

아이들이 자라는 해밝은 학교를…

미래를 책임진 이 제도를…

 

서산너머로 해는 사라져가도

싱싱 푸른 아침을 나는 봅니다

억만리로 창창 열린 조국의 미래

뿌듯이 힘이 솟아 속구구를 합니다

오늘밤 하고싶은 일 너무도 많아

걸음도 총총히 빨라지는

아, 참 좋은 저녁입니다

 

내 자주 영웅앞에서

영웅메달 달고서도

식지 않은 그날의 심장 불태우며

모교를 지켜선 영웅앞에

내 자주 마주와 섭니다

 

내 작은 어깨가 못 미치는 저 높이

바라보며 재여보며

공화국영웅! 그 글발을 닦으며

나는 생각합니다

 

내 처음 출근하던 날

다정히 내 손 잡아주던이가

이 영웅의 담임선생이라지

별로 눈에 뜨이지 않은데

어쩜 이런 영웅을…

 

콤퓨터화면에 내 손길따라

새 프로그람 완성한 그날

웃으며 울리던 목소리

나이가 부러운데요

 

그밤엔 한동기가 된듯

지나온 이야기 서슴없이 했었지

은근히 내 자랑 섞어가면서

대학에서 최우등을 한거랑…

 

위성을 설계한 젊은 박사

장군님 모시고 사진찍은 소식

편지에 담아 보내왔을 때

내 부끄럽던 생각

나도 모르게 부럽던 생각

 

나와 한책상 마주했대도

나를 두고 무랍없이 선생이라 불러도

어깨를 같이할수 없는 나

감히 마주 웃을수 없는 나

 

그래서 영웅의 높이

이리도 높은것이리

그래서 선생님의 삶

저렇게 아름다운것이리

 

선생님이 되고싶습니다

선생이라 불리우지만

아직은 선생님일수 없는 나에게

선생님이란 무엇인가 깨우쳐주는

모교앞에! 영웅앞에!

 

아름다운 삶을 원하는 갈망

값높은 인생을 살고픈 열망

장군님과 조국앞에

내 창조물― 무성한 인재의 숲을

드리고싶은 마음! 펼치고싶은 소원!

 

내 자주 영웅앞에 서서

먼 앞날을 그려봅니다

내 몸은 비록 그땐 없어도

제자들의 삶에 비껴 빛을 뿌리는

나의 삶을 봅니다!

 

아, 진정

나는 선생님이 되고싶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 송탄중학교 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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