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97(2008)년 제11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시  초

         

신천의 결산은 끝나지 않았다
 

                                조 광 원

 

피의 지층

 

우리 사는 이 땅은 얼마나 좋은가
지상에는 행복의 거리와 마을들
지하에는 가득찬 금은보화
허나 우리 어찌 다 알았으랴
딛고사는 땅속의 또 하나의 지층을

오늘도
신천땅 이름없는 산기슭
한기장도 못 미친 땅속에서
처참한 유해가 또다시 나왔거늘

저 멀리 고생대의 유적도 아닌
20세기 미제의 학살흔적
다시한번 소스라쳐 생각노니
물어보자 야만의 시대가
이렇듯 새 세기 가까이에 있었던가

사람들이여
묵도를 해야 하는가
아니면 땅을 쳐 통곡해야 하는가
우리 딛고사는 락원의 땅밑에
눈 못 감고 묻혀있는 이 령혼들앞에서

검붉은 이 흙을 떠보라
그들의 살점은 아닌가
아직도 복수의 절규가
우리의 가슴을 쾅― 쾅― 때린다

지금껏 이렇게 찾아낸 유골은 얼마고
찾지 못한것은 또 얼마일가
봉분에도 들지 못한 억울한 목숨들이
하나의 지층을 이룬 땅아

죄스럽구나
내 날마다 이 땅을 밟고 다니며
행복한 래일을 꿈꾸어온것이
이 피의 지층을 잊고
누가 무심히 보습을 대여 씨를 뿌리며
아름다운 창조물의 기둥을 박으랴

아 이 한겹 피의 지층을 잊는다면
우리가 쌓아가는
행복의 그 모든것을 잃게 되나니
내 이 지층을
이 땅의 력사
계급사에 피의 교훈으로 새겨넣으리라
후대들이 대를 이어 영원히 읽도록!

 

혈 붙 이

 

묻힐것이 묻혀있어
해마다 내 여기 찾아왔더냐
피덩이같은 백둘어린이를 흙속에 묻은채
억이 막혀
말도 없는 신천의 봉분

이제라도 딸랑이를 흔들어보이면
금시 뛰쳐나올것만 같은
젖먹이들아
이 몸의 피를 갈라낸 혈붙이여서
너희들은 내 가슴에 맺혀있는가

이름도 모른다
얼굴도 모른다
어찌 그것으로만 혈육을 말하랴
대를 두고 풀지 못한 민족의 원한속에
너희들은 우리와
피로 얽힌 정 맺고있어

행복한 순간에조차 나의 마음은
너희들곁으로 때없이 온다
세상을 다 모르는
나의 철없는 두 아들조차
신천의 아이들아 너희들만은 안다

어른들은
이 한을 다 못 푼채
해마다 먹은 나이를 아프게 세고
아이들은
이 봉분에 꽃을 놓으며
해마다 증오의 나이를 먹나니

총검이 서리발치는 전호가
그 어느 가슴엔들 너희들이 없으랴
쇠물을 끓이고 오곡을 익히는
그 어느 심장엔들 너희들이 없으랴
순간이나마 너를 잊고사는 생이 있다면
그 삶은 또다시 흙에 묻히리


아, 먼저 간 자식은
땅이 아닌 엄마의 가슴에 묻힌다지만
그 어머니마저 함께 묻힌 신천의 아이들을
우리는 복수로 끓는
수천만의 가슴에 묻고산다

죽어서도 살아뛰는 아이들의 심장인듯
피의 대지 한복판에 솟아있는 봉분이여
결산의 날이 앞에 있어
너와 맺고사는
복수의 피줄기만은 끊기지 않으리라

 

증오의 단시

 

력사의 흐름이 여기서 멎었는가
원한의 응어리가 여기에 쌓였는가
신천, 너를 그대로 안고가기엔
실리는 아픔이 너무 크구나

허나, 나는 끝까지 안고가리라
이 아픔이 우리에겐 천만근이여도
이것은 결코 짐이 아니기에

                   ×

방은 좁고 어둡건만
방공호담벽에 빛나는 글발
《조선로동당 만세!》

심장에 안고산 삶의 모든것
원쑤들은 그것을 가두려 했건만
가둘수 없는 빛으로
글발은 영원히 눈부시다!

                   ×

이 땅에 뿌리를 박은
신천의 나무들
우리는 어느 하나도 무심히 보지 않는다
선뜻 베지는 더욱 못한다

피의 년륜을 감고있는 저 나무
우리 정녕 베일 날이 있다면
마지막판가리의
총가목을 만들리라!

                     ×

방향을 가리키는 라침판이 있어
사람은 먼길도 편차없이 간다
신천이여 네가 있는 땅에서
우리 세대는 계급의 탈선을 모른다!

                     ×

참관을 마치고
박물관을 나서는 마음
폭우를 광풍을 불러찾건만
신천의 하늘은 맑고 푸르다

단두대의 층계를 오르면서도
고개들어 받들어올린 우리의 하늘
우뢰치고 번개치는 이 가슴에
나는 저 하늘을 안고나선다

아, 한목숨 바쳐서라도
끝까지 지켜갈 푸른 하늘―내 조국을!

 

경계선앞에서

 

좁은 강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표식판이 내앞에 있다
신천―재령

어디서부터 어디까진가 신천은
원쑤의 귀축같은 만행은…
신천이라고 살인만행 더 심했고
재령이라고 강점자가 양순했던가

―이 땅의 생명체는 모조리 죽이라
야수의 살인명령에는
계선이 따로 없었거늘
임신부라고 손이 떨렸고
젖먹이아기라고 서슴었더냐


오, 인두겁을 쓴 야수는
세월도 진화시킬수 없나니
새 세기라고 이 야수들을
인간으로 만들었더냐

오늘도 내 조국 남쪽땅에선
꽃나이소녀들이 무한궤도에 찢겨지고
대륙과 지경을 넘어
미제의 발굽 닿는 곳마다
이 시각도 침략과 살륙이 벌어지고있나니
신천은 이 땅에만 있는것인가

자그마한 표식비
신천땅은 여기서 끝나도
이앞에서 더욱 굳어지는 우리의 의지
미제가 없는 내 조국땅
야수없는 행성을 기어이 만들고야말
우리의 복수에는 한계가 없다!

 

주인에 대한 생각

 

벼이삭들은
들에 가득히 물결치는데
밭머리에 앉아 낫을 가는
신천의 농민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그날도 이런 때
이런 가을날
흐뭇한 작황을 한가슴에 안아보며
사람들은 수확의 낫을 갈았겠지

허나 어찌 알았으랴
여문 이삭 한줌도 베여 못 본채
그 낫이 원쑤의 손에 쥐여질줄은
고향의 들판은 가을빛이 아닌
살륙의 피로 물들었나니

분하구나
신천사람들
익어가는 이삭때문에 고향을 못 떠났던가
원쑤들의 손에
이랑이랑 피를 쏟으며 묻힐 때
이 땅의 가을은 무엇을 새겼던가

오, 땅이여
네우에 석자이름을 표말로 박았다고
우리 진정 주인이였더냐
땀과 거름으로 너를 걸구었어도
손이 닳도록 너를 가꾸었어도
주인의 본분을 어떻게 다해야 하는가를
가슴치며 전하는 신천의 가을

일렁이는 벼바다
생각깊은 밭머리에서
신천의 농민은 낫을 간다
써억― 써억―
이 땅의 주인은
수호자의 의지를 서리차게 벼린다!

 

우리는 새 다리를 놓지 않는다

 

산기슭에 솟아나는 선경마을들
옛 모습을 털어버린 드넓은 벌
이 땅은 몰라보게 변모되건만
석당교, 어이하여 너만은
50년대 그 기슭에 서있는것이냐

이제는 땅의 주인이 되였다고
그리도 환희에 찼던 생들이
너의 교각밑에 무리로 수장될 때
정녕 이대로는 못 간다고
너 비분에 떨며
흐르는 세월을 붙잡았더냐

강물은 흘러 세월을 넘겼건만
그날의 피물은 흘러보낼수 없어
지금도 너의 기둥에
나의 가슴에
피 솟구며 증오를 끓이고있나니

그냥은 누구도 못 지나
평범한 날에도
준엄한 그날을 걷게 하는 다리여
넥타이를 날리는 소년단원아이들도
네우에선 나이를 앞질러
계급의 키를 자래우거늘

하루일 마친 즐거운 저녁
젖은 수건 목에 걸친 전야의 주인들
네우에선 하루 한 일 복수의 일기로 적고
뜨락똘에 가득 실은 알찬 이삭들도
네우에선 복수의 무게로 계산되거니

놓지 않으리라
선군세월의 벅찬 살림 다 안기엔
비록 네가 비좁다 해도
너 아닌 새 다리를
우린 결코 놓지 않으리라

아, 커가는 우리의 행복을 건네우며
락원의 기슭을 이어주는 다리는 많아도
력사가 남긴 피의 교훈을
세대와 세대로 이어주며
오늘도 서있는 석당교

변하고 또 변하라
마을이여 들이여 산천이여
허나 석당교
너만은 서있으라 50년대 그 기슭에
오, 신천의 결산은 끝나지 않았다!
 

(평양시 락랑구역 충성2동 특류영예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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