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9(2020)년 제12호에 실린 글

 

단상

오지단지

리선향

나는 지금 자그마한 오지단지앞에서 발걸음을 뗄수 없다. 사연많은 오지단지를 여기 계급교양관에서 보게 될줄이야.…

새 땅찾기운동이 힘있게 벌어지던 1970년대말 돌각담을 들추던 어느해 봄날 우리 할아버지들이 큰 돌밑에서 땅에 묻은 자그마한 오지단지를 보게 되였다고 한다. 호기심이 어린 눈길들이 오지단지에 쏠렸을 때 한겹두겹 기름종이에 싼 종이를 펼치던 나의 할아버지는 뚝 굳어져버렸다고 한다. 그것은 강지주놈의 토지문서였다고 한다. …

해방전 우리 할아버지는 고향이 평안북도의 벌방지대였다. 왜놈들과 지주놈의 등쌀에 견디지 못하여 할수없이 정든 고향을 등지고 온 가족이 정처없이 길이 떠나다 멈춰선 곳이 여기 전천군의 막바지골이였다. 여기엔 좀 나을가 하여 우리 할아버지의 가족은 이사짐을 풀고 산에 불을 놓아 화전을 일구었다. 이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곳 산들도 제땅이라고 자처하는 강지주놈이 무작정 자기 땅이라고 토지문서에 올리였다. 열살도 채 안되였던 나의 할아버지는 강지주놈이 그 토지문서를 흔들며 우리 온 가족이 한해동안 피땀을 흘리며 거둔 얼마 안되는 낟알을 몽땅 털어가는것을 보면서 그 토지문서가 우리 온 가족을 노예로 만들려는 올가미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할아버지에게서 말로만 들어오던 그 토지문서를 이렇게 직접 목격하게 될줄이야 어이 알았으랴.

옛꿈을 꾸며 제놈의 땅을 찾을 날이 다시 오리라 믿으며 지주놈은 남몰래 토지문서를 감추었으리라.

보지는 못했어도 나의 눈앞엔 흉물스럽고 악착스러운 강지주놈의 낯짝이 보여온다. 남이 볼세라, 비 한방울 슴배여들세라 피눈이 되여 감추었을 토지문서!

그것은 세월이 흐르고 강산이 변해도 절대로 변할수 없는 착취자들의 략탈적본성을 보여주는 력사의 고발장이다.

 

(전천군 광복기술고급중학교 학생)

오지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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