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푸른 신호등

김철

(제 1 회)

 

겨울이 마지막기운을 짜내는 2월 북부지구에 대한 현지지도를 마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평양으로 돌아오고계시였다.

흰눈이 한벌 깔린 도로에는 겨울의 심술인양 맵짠 바람이 영악스레 불어쳤다.

두줄기 전조등빛으로 어둠을 헤가르며 곧바로 달리는 승용차의 성에낀 창유리에 눈가루들이 휘뿌려졌다.

승용차의 뒤좌석에 앉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보시던 문건을 덮고 좌석등받이에 기대이셨다. 그러느라니 외교부(당시) 일군들이 올려보낸 반향자료의 내용이 다시금 상기되시였다. … 이른바 부르죠아철학자들은 쏘련과 동유럽의 대공산권붕괴로 하여 사회주의가 세계정치무대에서 막을 내리였다고 줴치고있습니다.

이것으로 20세기력사의 대로를 승벽으로 질주한 자본주의에는 푸른 신호등이, 사회주의에는 붉은 신호등이 켜지게 되였으며 이것은 어길수 없는 력사의 법칙으로 되였다고 력설하면서 사회주의에 대한 비난전에 열을 올리고있습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하시였다.

제국주의자들과 반동들은 사회주의를 건설하던 일부 나라들에서 일어난 사태를 놓고 《사회주의의 종말》에 대하여 떠들고있다.

사회주의배신자들은 사회주의리념자체가 잘못된것이라고 하면서 저들의 추악한 배신행위를 변호하려 하고있다. 마치 손바닥으로 해빛을 막아보려는 가소로운짓이다.

이것은 대하의 거품과도 같은것이다. …

조용히 눈을 감으신 그이께서는 올해 1994년의 봉우리에서 내려다보게 되는 1990년대초엽의 생눈길을 하나하나 더듬으시였다.

근 70년간이나 휘날렸던 크레믈리의 붉은기가 맥없이 내리워지고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의 자본주의복귀라는 가슴아픈 정치대지진…

적대세력들이 《조선은 사회주의종말의 마지막기슭》이라고 희떱게 떠벌이며 악착스럽게 벌린 강도적인 제재와 봉쇄…

지난해도 민족의 존엄과 우리와 사회주의운명을 위협하는 반혁명세력이 몰아온 광풍으로 닥쳐온 위기일발의 시각들을 혁명의 폭풍우로 과감히 물리친 사변적인 한해였다.

민족의 자주권과 나라의 리익을 위하여 결사의 의지로 선포한 준전시상태에 이어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의 탈퇴…

이는 정녕 인민의 힘을 믿고 사회주의의 승리를 진리로 확신한 위대한 우리 국가가 행성의 중심에 우뚝 서서 세계정치를 주도한 력사의 소용돌이였다.

《개혁》이라는 말과 《혁명》이라는 말사이에 같기표를 치고싶다고 궤변을 늘어놓은 기회주의에 의하여 일시 가슴아픈 곡절을 겪고있는 사회주의 여러 나라에서 사회주의가 무너진것은 과학으로서의 사회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주의를 변질시킨 기회주의의 파산을 의미하는것이 아닌가.

오늘날 자주성을 위하여 투쟁하는 인민대중의 리념이며 혁명적기치인 사회주의의 정당성과 승리의 필연성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는것은 온갖 기회주의자들의 외곡과 제국주의자들의 공격으로부터 사회주의를 고수하기 위하여서도 매우 절박한 과제로 나서고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좌석등받이에서 허리를 떼시였다. 차창너머 기승을 부리며 요란스레 태질하던 눈보라의 울부짖음이 한결 잦아든듯싶었던것이다.

차는 어느덧 평양시내의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눈보라치는 차창밖을 내다보시던 그이께서는 옆좌석에 놓여있는 가방에서 여러장의 사진을 꺼내시였다.

그이의 존안에는 기쁨의 미소가 피여났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흰색 등 갖가지 솜옷들을 맵시있게 차려입은 학생들의 밝은 웃음을 이윽토록 보느라니 언제인가 어느한 중학교를 찾으신 어버이수령님께서 손수 사진기를 드시고 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일일이 찍어주시던 일이 생생히 떠오르시여 격정을 금할수가 없으시였다.

사실 한겨울에도 뜨뜻하고 청소년들의 기호와 심리에 맞게 색갈과 모양새를 갖춘 새 솜옷문제는 그이께서 오래전부터 특별히 주목하고 힘을 넣으신것이였다.

전국의 청소년들에게 차례지는 많은 량의 솜옷이여서 처음에 일군들은 학령전어린이와 인민학교, 중학교 학생용으로 몇가지 견본을 만들어 공급하려고 했었다.

그때 솜옷견본실을 찾으신 그이께서는 안색을 흐리시였다.

한동안 진렬대에 걸린 솜옷들을 바라보시던 그이께서는 뜨거이 말씀하시였다.

《우리 다시 생각해봅시다.

새세대들은 혁명의 계승자들이며 나라와 민족의 미래입니다. 그러므로 새세대들을 키우는 문제가 부모들의 책임으로만 될수는 없습니다.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사회주의사회에서는 마땅히 모든 새세대들을 당과 국가에서 맡아키워야 합니다.

늘 해주는 일이라고 만성적으로 대하지 말고 우리 품이 많이 들더라도 어머니의 심정, 어머니의 손길로 그들이 요구하는 다양하고 특색있는 솜옷들을 지어줍시다.

어머니는 제 자식을 위한 일은 절대로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법이요.》

봄날처럼 따뜻한 새 솜옷을 입은 학생들을 만나보고 랑만에 넘친 모습을 사진에 담아 수령님께 보여드리게 된 그이의 마음은 뿌듯하시였다.

사진을 흐뭇이 받아드시고 《정말 좋은 일이요. 우리 학생들이 기뻐하니 내 마음도 하늘을 나는듯이 기쁘오.》 하시는 수령님의 해빛같은 그 미소가 금시 어려오는듯싶으시였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