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푸른 신호등

김철

(제 3 회)

 

추억깊은 룡남산시절… 교정의 은행나무아래서 새파랗게 젊었던 경선과 함께 인민에 대한 력사적고찰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어제런듯 떠오르시였다.

경선은 이렇게 말했다.

《근대력사를 파헤쳐봐도 <인민의 벗>이라는 허울좋은 가면을 쓴 로씨야의 자유주의적인 민주주의자들이 말하기를 인민대중은 걸출한 개인의 목적과 의사에 따라 임의의 방향으로 끌려갈수 있는 수동적인 객체라고 하였습니다.

이렇듯 내노라 하는 정치가나 학자치고 인민의 <모자>를 쓰지 않은이는 거의 없었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인민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서 출발한 가장 공고하고 진실한 인민적인것은 아니였습니다.

인류의 머리우에 세계대전의 참화를 들씌운 파시즘의 정치적조상과도 같은 니체의 학설은 그 이른바 초인설을 내걸고 근로대중을 <축군> 즉 짐승무리로, <병든 동물>, <피의 방대한 과잉오작품>이라고 모독중상하였습니다.

이 얼마나 인민대중의 력사적지위를 악랄하게 부정하고 칼질하는 반인민적인 악담입니까. …》

경선은 이름할수 없는 분함이 치밀어오른듯 연신 주먹을 내리그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말을 긍정하시고 저력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경선동무가 력사적실례를 든것처럼 지나온 정치사를 분석해보면 인민대중에 대한 관점과 립장문제는 그 정치의 성격을 엄격히 가르는 시금석입니다. 사람자체가 가지고있는 본질적특성을 과학적으로 해명하고 인민대중을 력사의 주체로 보는 주체사상이 전면적으로 구현된 사람중심의 사회주의제도에서만 인민의 요구와 의사가 참답게 실현될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시절에 위대한 수령님의 고전적로작들을 전면적으로 깊이있게 연구체득하기로 결심하고 전력을 다하고있습니다.》

《나는 동무의 학습태도를 지지합니다. 우리 한생 수령님의 이민위천의 좌우명을 심장에 새기고 인민을 위하여 복무해나갑시다.》

못잊을 룡남산시절을 추억하신 그이께서는 경선의 딸인 선희를 다시금 생각하시였다.

누가 보건말건 나라의 얼굴인 도로를 알뜰히 관리하는 도로관리원들의 남모르는 수고를 헤아리시였다.

모든 도로관리원들에게 두툼한 솜옷과 장갑을 마련하여 안겨준다면 그들이 얼마나 좋아할것인가. 다음순간 그이께서는 고개를 저으시였다.

솜옷과 장갑만으로는 부족하다. 추운 겨울에 수고로이 도로를 관리하는 그들에게 찬바람이 스며들지 않게 털목수건과 뜨개모자, 솜장화도 보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이께서는 전국적인 도로관리원수를 알아보고 그들모두에게 솜옷과 장갑, 털목수건과 뜨개모자, 솜장화를 마련해주는 문제를 경공업부문 일군들과 마주앉아 토의할 결심을 굳히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직은 단잠에 든 인민들의 요람을 돌보시듯 수도의 거리를 살펴보시며 부러 천천히 차를 몰도록 하시였다.

미명이 깃을 편 새벽거리…

길가에 주런이 늘어선 아담한 아빠트들의 창가에 불빛이 하나둘 나타난다.

그이께서는 바로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생각이 피끗 갈마드시였다.

그러니 시민들은 여적 늦잠에 들어있을것이다. 차창밖에 흘러가는 정다운 불빛들을 여겨보시는 그이의 마음속에는 봄빛같은 따스함이 스며들었다.

보금자리… 우리 인민들이 내 삶의 보금자리로 귀중히 여기는 사회주의 큰집…

승용차는 동문네거리에 이르렀다.

그이께서는 급히 차를 멈춰세우도록 하시였다. 시창너머로 많은 사람들이 도로의 눈을 치느라고 붐비는 모습을 보게 되신것이다.

도로바닥을 어루비치는 두줄기 전조등빛…

웬일인지 웅성이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도로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불쑥 나타난 차를 보고 인도에 올라서려 부산스레 움직이는것이 아닌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미간을 좁히고 앞창너머 도로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시였다.

모를 일이다. 어이하여 시민들이 잠에 들었어야 할 이 새벽에 도로에 떨쳐나와 눈을 치고있는것인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눈앞에 펼쳐진것으로 심장의 박동이 여느때없이 빨라지는것같으시였다. 깜박이는 푸른 신호등…

도로가 안전하니 어서 통과하라고 재촉하는 푸른 신호등…

그이께서는 심호흡을 깊이 하시였다.

여느때는 네거리에서 무심히 보았던 저 푸른 신호등이 어찌하여 마음속을 아프게 파고드는것인가.

푸른 신호등이 승용차의 통과를 흔연히 가리키고있건만 인민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마련된 안전한 길, 바늘방석같은 그 길로 이 김정일 어떻게 차를 타고 지나갈수 있단 말인가. 그이께서는 부관과 운전사에게 다급히 이르시였다.

《동무들은 빨리 도로로 나가야겠소. 눈치기를 책임진 일군이나 구역의 책임일군이 있으면 데려오도록 하시오. 나는 차를 뒤로 뽑아 주체사상탑마당에서 기다리겠소.》

《알았습니다.》

부관과 운전사는 전투명령을 받은 병사처럼 절도있게 대답하고 차문을 나섰다. 운전좌석으로 자리를 바꾸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구보로 뛰여가는 그들의 뒤모습과 인도에 서있는 인민들을 보시며 가속기를 지그시 밟으시였다.

운전대를 굳게 움켜쥐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달아오른 마음의 열기를 식히듯 속도를 높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운전대를 돌리시였다.

도로에서 가지를 뻗은 좁은 길에 들어선 승용차는 대동강기슭을 향하여 질주했다.

주체사상탑이 높이 솟아있는 넓은 마당에 승용차가 멎어서자 그이께서는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시였다.

쌀쌀한 강바람이 기다린듯 그이의 솜옷자락에 감겨들었다. 그이께서는 가슴이 답답하신듯 솜옷쟈크를 반쯤 내리시였다. 찬바람이 열려진 솜옷앞섶으로 사정없이 밀려들었으나 오히려 그이께서는 세차게 타번지기만 하는 마음의 불을 끄기가 힘드시였다.

천천히 거니시는 그이의 안광에는 도로에서 눈치기를 하던 인민들의 모습이 떠나지 않으시였다. 순간 가슴 한귀가 쩌릿해지시였다.

지금쯤이면 도로에 있던 인민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 추위에 얼었던 몸을 녹이고있을가? 모름지기 이 세상에서 제일 무겁다는 눈시울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겉옷을 벗기 바쁘게 곧장 꿈나라에 가있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

그이께서는 눈길을 돌려 주체사상탑의 봉화를 올려다보시였다. 어두운 세계를 환히 밝히며 주체의 열원으로 활활 타오르는 저 불길…

그이의 시선은 《주체》라는 금문자가 부각된 탑의 화강석단들을 지나 3인군상에서 멎었다. 당마크를 높이 추켜든 로동자, 농민, 지식인의 신심넘친 구리빛얼굴들…

그것은 곧 제일로 믿고 사랑하는 인민의 모습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옷깃을 삼가 여미게 되는 숭엄한 감정에 불길처럼 휩싸이게 되시였다.

인민, 위대한 수령님께서 한생을 바치시여 하늘높이 떠받드신 우리 인민, 시련과 난관이 겹쌓여도 오직 당만 믿고 사회주의 한길로 억세게 나아가는 우리 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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