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5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소원

리명호 

제 2 회

1

(2)

 

김정은동지께서는 감회가 새로우시였다. 수십년세월이 흘렀어도 산골마을의 평범한 소녀를 만나보지 못한것이 못내 아쉬우시여 그가 있던 곳을 더듬으시듯 멀리 북쪽하늘가를 바라보시던 수령님의 자애로운 영상이 그이의 가슴을 가득채우며 안겨오시였다.

전선시찰이나 현지지도의 길에서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되는것이지만 이 땅 그 어디에나 인민을 위해 베푸신 위대한 수령님들의 사랑이 어려있었다. 그 사랑은 각이한 인간들이 품고있는 천갈래만갈래의 크고작은 소원들을 꽃피워주는 따뜻한 해빛이였고 은혜로운 품이였다.

수령님들의 해빛같은 사랑은 그가 누구이든 이 땅우에 소원의 싹을 맘껏 움틔워주었고 이 하늘아래 구김없는 성장의 줄기를 튼튼히 자래워주었다. 사색이 짙어질수록 소녀시절의 소중한 소원을 안고 오늘도 애끊는 희망과 념원속에 살아오고있을 이름모를 녀인에 대한 련민의 정으로 마음이 무거우시였다.

《그가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있는지 알고있습니까?》

한가닥 희망을 안고 물으시였으나 방금까지 흥떠있던 구분대지휘관은 대답이 없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수령님께서 간직하시였던 그날의 아쉬움이 수십년이라는 시공간을 뛰여넘어 자신께 옮겨진듯 애틋한 심정을 금치 못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구분대지휘관을 앞세우시고 샘터가 있는 곳으로 향하시였다.

세월이 흘러 관리자들은 많이 바뀌고 발전하는 시대의 미감에 그들의 취미까지 덧얹혀져 샘터의 꾸림새는 계속 변하였으련만 소녀에게 소원의 싹을 움틔워준 그곳을 보느라면 그의 체취라도 느낄상싶으셨던것이다.

샘터에 다달으신 그이께서는 정갈한 샘물가의 한쪽가녁에 자그마한 연노란빛바가지가 놓여있는것을 보시고 반색하시였다.

《이 샘터는 언제나 손님을 기다려주고있구만.》

위대한 수령님께 정히 샘물을 떠올리겠다고 소녀가 마련했다던 바가지인가? 아니, 그것일수는 없다. 하지만 이 샘터의 《첫 주인》의 소원이 담겼던 그것으로 무작정 믿고싶으셨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허리를 굽히시여 바가지에 샘물을 반나마 떠담으시고 밑굽에 흐르는 물방울을 훔쳐내시였다. 쩡한 기운이 손끝에 마쳐오시였다.

이 샘물로 한모금 목을 추기고나면 피곤은 순간에 풀리고 온몸이 거뜬해질것만 같으시였다.

《처음에는 그 소녀가 따서 굳힌 자그마한 바가지가 샘터에 띄워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학교를 졸업한 그가 대학으로 떠날 때 그것을 가지고갔다고 합니다.

오늘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이 샘터를 찾으셨다는것을 알면 그는 너무 기뻐 막 울겁니다.》

구분대지휘관의 간절한 저 눈빛! 그가 이 순간 무엇을 원하고있는지 어찌 모르랴.

하지만 그이께서는 바가지에 담긴 소녀의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고계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끝내 샘물을 드시지 못하시고 손에 드신 바가지를 도로 제자리에 내려놓으시였다.

수정처럼 맑은 샘물이 다시 시야에 비껴드는 순간 그이께서는 크나큰 충격속에 눈굽이 달아오름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온 나라 인민들이 강서약수를 마음껏 마시게 하는것이 자신의 평생소원이라시던 어버이수령님의 귀익은 음성이 금시인양 들려오는것만 같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샘터를 떠나 아름드리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수림속으로 들어서시였다. 저녁 이슬에 젖은 해묵은 락엽들을 밟으시며 걸음을 옮기시던 그이께서는 별들이 빛을 뿌리는 동켠하늘가를 바라보시였다.

바로 저 하늘아래 김수정지배인이 있고 그가 일하는 공장이 있다. 그곳 로동계급은 생산되는 약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온갖 지혜와 정열을 다해왔으며 마침내는 오늘과 같이 강서약수는 인민들이 즐겨찾는 인기음료로 되였다.

공장에 주신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서 성과를 거두고있는 지금 김수정은 무엇을 하고있을가. 그도 지배인이기전에 남편과 자식을 돌봐야 하는 한가정의 주부이기에 오늘 일요일의 하루쯤은 때맞추어 밥짓기에 여념이 없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래주었으면… 아니, 그는 오로지 하나의 소원을 안고 생을 달음쳐오고있는 녀성일군이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기다리겠다고 친히 약속해주셨던 편지를 끝끝내 올리지 못한 마음속 괴로움을 안고사는 그가 아닌가. …

김정은동지께서는 문득 걸음을 멈추시였다.

개암나무며 분지나무들이 늘어선 앞쪽비탈면의 양지쪽기슭에서 한창 피여나고있는 들꽃들을 띄여보신것이다.

그이께서 그리로 다가가시자 노랗고 하얀 들꽃들이 때마침 불어온 산들바람에 춤추듯 하느적이였다. 향기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마음은 일순 들리워지신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시던 그이의 시선이 한곳에서 굳어지시였다. 곰처럼 웅크리고앉은 큼직한 바위곁에서 추위에 옹송그리듯 해끗해끗한 꽃잎들을 잔뜩 오무린 한포기의 들꽃을 보신것이다. 싹이 움터나고 잎과 줄기가 자라는것은 다름아닌 꽃을 소원해서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망울을 펴지 못하는것은 바위가 던지는 그늘탓인가 아니면 자연의 순리를 억제하는 다른 요인이 있어서인가?…

저러다 꽃을 피우지 못한채 스러져버리지나 않을가.

어쩐지 샘터의 소녀나 김수정의 모습을 보는것만 같으시여 그냥 돌아설수가 없으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두손으로 정히 꽃포기를 감싸안으시였다. 자신의 온기로 품안으시면 연푸른 잎들의 옹위속에 든 꽃망울이 금시라도 해끗한 꽃잎들을 활짝 펼칠듯싶으시여 동안이 지나도록 꽃포기에서 손을 떼지 못하시였다.

피할수 없었던 자연의 영향은 성장을 억제했지만 인간의 지성과 노력은 기필코 너의 잎새우에 꽃을 피울것이다. 아니, 피여나야 한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아까부터 조심스레 뒤를 따르던 인민군지휘성원들속에서 안성옥부부장을 찾으시였다.

《밤새워 차를 달리느라면 래일 점심쯤에는 평양에 닿을거요. 함께 시내를 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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