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2(2023)년 제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나의 교수안 

최 영 훈

(제 1 회)

1

 

이번 교원강습은 여느때없이 심도있게 진행되였다.

강습에서는 달라진 교수내용과 질, 교수방식과 방법 등 많은 문제들이 토의되면서 며칠째 계속되고있었다.

이날 강습에는 도인민위원회의 김순철과장동지도 참가하였다.

강습이 끝난 휴식시간에 참가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던 그는 내앞에서 웃음짓고 옛 제자를 잠시 바라보았다. 오랜만의 상봉으로 나의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그는 나의 교수년한을 다정히 물었다.

《4년째입니다.》

나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며 대답하였다.

《4년이라… 세월은 류수와 같다더니.》

나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고난 그는 강습집행자로부터 그간 강습정형을 구체적으로 료해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였다.

《수준들이 이만저만이 아니로구만. 하지만 자만해서는 안되겠소. 특히 교원들의 자질문제가 중요하지. 보다 중요한것은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 가르쳐주신대로 교원은 참다운 애국자, 훌륭한 혁명가라는 자각을 잊지 않는거요. 바로 여기에 교원들의 자질도 교육방식과 방법이랑 개선해나가는 방도가 있는거요.》

장내는 잠시 물을 뿌린듯 조용해졌다.

《과장동지, 오셨던김에 참고가 될 이야기를 한마디 해주십시오.》

누군가의 말에 그는 겸손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내가 무슨…》

그러던 그가 나에게 눈길을 주었다.

《남민고급중학교 서정철선생.》

나는 그의 친근한 부름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생이 한마디 하지.》

교원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젊은 교원에게 언권을 넘기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리였다.

《거 있잖소. 동무가 교원이 될 결심을 한 사연 말이요.》

애틋한 추억이 어린 그의 목소리가 참가자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켰다.

《저, 그 사연이야 과장동지도 다 아시는…》

나는 눈길을 떨구었다.

《알지. 하지만 오랜만에 동무를 만나니 다시 듣고싶어 그러오. 어서 여기 올라와 얘길 하오.》

미더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있었다.

나는 눈시울이 달아오르는것을 느끼며 연단에 올라섰다.

《이제는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때는 제가 중학교졸업반 학생이였습니다.》

 

×

 

중학교졸업을 한해 앞두고 우리 학급은 담임선생님이 또 바뀌게 되였다.

내가 중학교를 다니는 전 기간 벌써 세번째였다.

물론 그럴만한 리유가 있었다.

첫 담임선생님은 최전연부대에서 복무하는 군관과 결혼하여 떠나갔고 두번째 선생님은 신병관계로 교수사업을 더는 할수 없었다.

한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우리 학급엔 담임선생님이 없었다.

학교적으로 제일 뒤떨어진 학급이라는 평을 받고있는지라 선뜻 맡으려는 교원이 없는 모양이였다. 아무튼 담임선생님이 자주 바뀌다보니 아이들도 성미가 거칠어지고 실력도 자연히 떨어지게 되여 학급장인 나로서도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1년밖에 남지 않은 중학시절을 어떻게 마무리짓는가에 따라 사회에 나가는 우리들의 다음인생길이 좌우될것이였다. 이런것으로 하여 나는 하루라도 빨리 새 선생님이 오셨으면 했다.

그러던 어느날 교장선생님이 우리 교실로 들어왔다.

금방 마지막수업이 끝난 뒤라 교실안은 부산스럽기 그지없었다.

《학생들, 조용하시오.》

교장선생님의 웅글은 목소리가 울리자 교실안은 삽시에 물을 뿌린듯 조용해졌다.

《우리 학교에 새로 오신 강무선생님입니다. 오늘부터 동무들을 담임하게 됩니다.》

교장선생님이 우리에게 알리고는 그에게 돌아섰다.

《그럼 부탁하오.》

교장선생님이 밖으로 나가자 강무선생님은 잠시 우리를 둘러보았다.

《좀 무섭게 생겼는데…》

누군가가 이렇게 쑤군거리자 나는 말소리가 울린쪽을 홱― 돌아보았다.

그애는 말썽군으로 소문난 재혁이라는 애였다.

나와 눈길이 마주치자 재혁이는 입술을 비죽거리며 볼테면 보라는듯 머리를 시계추처럼 흔들거렸다.

이윽고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동무들, 안녕하십니까?》

키드득― 웃음소리가 터졌다. 보나마나 또 재혁이일것이다.

저애는 암만 봐도 밉살스럽다니까. 뭐가 우스울게 있다구.

그러거나말거나 선생님은 말씀을 이었다.

《앞으로 함께 생활하면서 알게 되겠지만 저자신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나는 솔직한것을 좋아합니다. 방금 한 동무가 날 보고 무섭게 생겼다고 했는데…》

순간 모두의 눈길이 재혁이에게로 향했다.

재혁이는 순간에 자라목이 되고말았다.

선생님은 긴장해진 우리들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이것 역시 솔직성의 한 표현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얼굴이 벌개진 재혁이를 바라보며 나는 잘코사니야 하고 깨고소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학급장인 나에게 있어서 재혁이는 코코에 말썽만 일으키는, 그야말로 전혀 도움이 안되는 애물단지였던것이다.

《둘째로, 나는 대담하고 용감한 학생을 좋아합니다. 우물쭈물하면서 남자답지 않게 행동하는것은 질색입니다. 자, 그럼 출석을 부르겠습니다.》

출석부를 펼친 선생님은 한사람한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우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선생님이 지명할 때마다 동무들은 자기들의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하여 가슴을 쭉 펴고 일어나군 했다. 더우기 남학생들은 용감하고 대담한 표징이 외모에 있기라도 한듯 발뒤축까지 들며 대답하였다.

출석부를 덮으며 선생님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100% 출석! 아주 좋습니다. 이건 우리가 얼마든지 학교적으로 제일 앞선 모범학급으로 될수 있다는 힘있는 증거입니다.》

학생들의 눈길이 휘둥그래졌다.

제일 락후하다는 꼬리표를 달고다니는 우리 학급이 제일 모범이 될수 있다는 소리가 놀랍게 들려왔기때문일것이다. 나 역시 선생님의 말씀이 뜻밖이여서 눈만 껌뻑거렸다. 선생님은 놀라는 우리를 둘러보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이제 한해후이면 군대에 입대하는 동무도 있을게고 대학에 입학하는 동무도 있을것입니다. 우리의 가슴속에 간직될 학창시절이 가장 소중하고 값있는 추억으로 되자면 모두가 마음을 합쳐 하나의 지향을 위하여 달려야 합니다.》

길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우리의 가슴속에 준 여운은 적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날 많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앞에 앉아있는 학생들이 아직 나이가 어린 철부지들이 아니라 다 자란 성인들인것처럼 진지하게 말씀을 하였다.

그 꾸밈없는 모습에서 모두가 대번에 친근감을 느꼈다는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것이다.

선생님은 다음날 학교에서 20여리 떨어진 구봉산에 나무를 심으러 가게 되였다는것을 알려주었다.

애들은 순간에 환성을 터뜨렸다. 마치 들놀이라도 가는것처럼 기분들이 둥 떠서 말이 아니였다. 그러나 몇몇 애들은 순간에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매 가정의 살림살이가 풍족하지 않았다.

어떤 애는 점심밥을 준비하기 어려워 슬그머니 학교에 결석하기도 했다.

학급의 말썽군인 재혁이도 다를바 없었다.

그가 말썽을 피우는 원인의 하나도 바로 가정사정에 있다는것을 잘 알고있지만 도무지 가책이라는것을 느끼지 못하고 뻑뻑 맞서기만 하는 꼴이 보기 싫어 나와 자주 마찰이 일어나군 하였던것이다.

아니나다를가 방금전까지 퇴비무지에 올라선 수닭처럼 고개를 빼들고 후뜰거리던 재혁이의 얼굴색이 금시 썩은 콩을 씹은 상이 되였다.

그 기색을 알아차린듯 선생님은 모든 동무들이 늦지 말고 제정된 장소에 모일것을 다시금 강조하였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