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2(2023)년 제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나의 교수안 

최 영 훈

(마지막회)

3

 

어느새 점심식사시간이 되였다.

나는 재혁이와 나란히 앉아 준비해온 점심밥을 서로 나누어먹으며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재혁이의 아버지도 임무수행중 부상을 당하여 제대된 영예군인이였다. 어머니는 군약초관리소 로동자로 일하는데 집에 들어올 때보다 나가있는적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집안의 맏이인 재혁이가 부모들을 도와 동생들을 돌보고 가정일도 맡아한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편안히 학교에 나오던 내가 얼마나 철부지로 보이는지 머리가 수그러졌다.

(넌 좋은 동무야.)

서로 마주보는 우리의 눈빛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오고있었다.

유쾌한 오락회까지 진행한 우리는 기세를 올려 나무심기작업에 달라붙었다.

오후작업은 선생님이 정히 들고온듯한 일정한 크기의 나무들과 자기 이름이 씌여진 자그마한 나무표쪽들을 받는것부터 시작되였다.

《모두 자기들이 심은 나무에 명찰표들을 매답시다.》

선생님이 밤새 한자한자 새긴 우리들의 이름들이였다.

우리는 자그마한 나무패쪽을 무겁게 받아안으며 생각이 깊어졌다.

이 모든것을 준비하느라 밤을 지새웠을 선생님의 로고가 어려왔던것이다.

《10년후 동무들이 몰라보게 성장했을 때 이 나무들도 〈어른〉이 될것입니다. 그때 오늘 나무를 심으면서 함께 심었던 애국의 마음들을 다시 돌이켜보시오. 나는 나라를 떠받드는 기둥감으로 자랐는가 하고 되새겨보며 언제나 마음속에 오늘을 안고살기 바랍니다.》

동무들이 정성껏 나무를 심고 나무들에 골고루 물을 주었다.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터진것은 바로 그 순간이였다.

번쩍 고개를 든 나의 눈가에 차바퀴만한 바위돌이 움씰거리는것이 안겨들었다. 나무구뎅이를 팔 때 나온 돌들을 한쪽에 무져놓았는데 그것이 굴러내리면 아래쪽에서 일하는 다른 학급애들이 상할수 있었다.

《피하라!―》

어느새 나타났는지 번개같이 날아든 선생님이 굴러내리는 바위를 향하여 몸을 내댔다.

《선생님!―》

이윽고 달려온 다른 선생님들이 우리 담임선생님을 안아다 자리에 눕혔다.

얼핏 보기엔 상처가 크지 않은것같았지만 선생님은 숨쉬기 몹시 힘들어하였다.

《동무들… 나무심기를 계속…》

이것이 선생님이 남긴 마지막말씀이였다.

정신을 잃은 그 순간에조차 선생님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있었다. 모두가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주먹으로 닦으며 공구들을 들었다.

마치 나무가 아니라 금시 쏟아질듯한 격정을 파고 묻는듯 손들이 떨리였다.

《얘들아, 우리 이 나무에 선생님의 이름을 써넣자.》

재혁이의 말에 모두가 머리를 들었다.

다름아닌 나와 재혁이가 위치를 바꾸려던 그 구뎅이에 한그루의 어린 나무가 연약한 가지를 펴고있었다. 그 나무는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는듯싶었다.

땀을 묻으라고, 애국의 마음을 심으라고.

선생님은 다시 교단으로 돌아오지 못하였다.

나무심기를 하다가 다친 상처의 후과도 있었지만 군사복무시절에 입은 부상때문에 병원생활을 오래동안 하게 되였던것이다.

군사복무를 마치고 불편한 몸으로도 대학에 입학하여 무서운 열정으로 전과목 최우등의 영예를 지닌 선생님이였다고 한다.

선생님은 불편한 몸이였지만 후대들을 키우는 사업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겠다면서 제일 뒤떨어진 우리 학급을 자진하여 맡았던것이다.

하루해가 저물어가는 그날 저녁 나는 선생님이 섰던 교탁으로 다가갔다.

교탁우에 선생님의 교수안이 놓여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교수안을 펴들었다.

첫장에 눈에 익은 필체가 확 안겨들었다.

《내 삶의 순간순간이 후대들을 위한 밑거름이 되게 하리라!》

아, 바로 이것이였구나.

이것은 선생님만이 아닌 우리 제자들모두가 한생 간직하고 살아야 할 인생의 교수안이 아니겠는가. 어린 마음에도 선생님이 단 하루밖에 서있지 못한 교단이였어도 아득한 높이에서 나를 굽어보는듯한 느낌이 갈마들었다.

내 언제나 선생님이 바라던대로 살리라.

내 어디서나 선생님처럼 조국을 위하여, 후대들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치리라. …

 

×

 

《군사복무를 마친 나는 희망대로 사범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어제날 선생님이 섰던 교단에 다시 서고보니 아직은 부족한것이 많다는 생각뿐입니다. 하지만 나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인생의 먼길을 곧바로 걸어가라신 선생님의 그 말씀이 떠난적 없었습니다.

〈내 삶의 순간순간이 후대들을 위한 밑거름이 되게 하리라!〉

이것은 새세대 교육자인 나에게 있어서 오늘도 래일도 변함없는 참된 삶의 좌우명으로, 영원한 나의 교수안으로 될것입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연단을 내리는 나의 눈앞에는 뜨거운 마음으로 박수를 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어제날의 잊을수 없는 선생님의 모습으로 안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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