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6(2007)년 제12호에 실린 글

 

(전국군중문학작품현상모집 3등 당선작품)

  단편소설

                                        방  태  일

 

사랑하는 사람의 손목에 상봉의 날을 기대하며 새 손목시계를 채워 멀리 북변의 공장으로 떠나보낸 그때로부터 처녀는 이름 못할 번민과 우려에 휩싸여 길고긴 나날을 보내왔다.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울가. … 내가 떠나온 그 곳으로 오늘은 그이가 가게 될줄이야.…)

그것은 첫눈이 펑펑 내리던 초겨울의 어느 아침이였다.

흰눈을 뒤집어쓴 통신원녀인이 찾아와 편지 한통을 넘겨주었다. 처녀는 누가 볼세라 두근거리는 가슴우에 그것을 꼭 감싸안고 서둘러 방으로 달려들어가 편지를 펼쳐들었다.

 

×

 

리향이, 그동안 잘있었소? 동무가 걱정하고있는줄 알면서도 끝내 짬을 내지 못했소. 허지만 이것이 일부 사람들이 말하듯이 과학자의 생활에 있게 된다는 애정에 대한 메마름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무관심때문이라고는 생각지 마오.

나는 오늘 두번째 시험을 끝내고 이렇게 펜을 들었소.

사람이 순간마다 자기가 할 일을 느끼고 그것을 행동에 구현한다는것이 생각처럼, 말처럼 쉽지 않은 일임을 나는 여기 와서야 절감한것 같소. 연구소의 과업을 받고 이곳 북변의 공장으로 내려오기 전에 나는 동무에게서 이 공장 기사장에 대한 인상특징을 들은바 있소.

길쑴한 얼굴에 뭉툭한 코마루, 8월의 무더위에도 땀 한방울 내돋을것 같지 않은 살결 그리고 꺽두룩한 키, 북방의 사투리가 섞인 석쉼하고도 웅글진 음성…

그런데 그의 이름은? 유감스럽게도 이름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소. 저으기 조바심도 없지 않았으나 그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라 난 애당초 그 인간에 대해 기억하려 하지 않았고 또 기억하고싶지도 않았던거요.

로 그가 과학자로서의 동무의 자존심에 오점을 남기고 칼질을 했다고 했지. 운명에는 우연이 있다더니 … 오늘은 또 내가 여기로 오게 될줄이야…

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무거웠고 이 공장 정문으로 첫걸음을 내딛자마자 그 사람부터 만나보려 했소. 그런데 일이 뜻대로 잘 안되더군. 나를 처음 맞이한것은 인정이 넘쳐보이고 퍽 진중해보이는 지성인형의 지배인이였소. 마침 그때 그의 방에서는 현장일군들의 협의회가 있었는데 그가 나를 모두에게 소개시키더군.

《동무들, 연구소에서 우리 공장의 기술갱신과 특히는 1직장 종합가공반의 현대화를 추진시키기 위해 내려보낸 연구사동무요.》

《문정송이라고 합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는 사람들을 향해 머리를 약간 숙였소. 그러면서도 모여앉은 사람들속에서 기사장으로 짐작되는 사람을 찾으려고 애써보았소. 그런데 동무에게서 들은 인상특징을 그대로 체현한 사람이 쉽게 눈에 뜨이지 않더군.

의회가 끝난 뒤 지배인이 직접 나를 합숙으로 안내했소.

《자, 이 방이요.》하면서 그가 문을 활짝 열어주는 순간 난 그만 코마루가 찡해났소.

치도 새살림을 시작한 신혼부부의 살림방처럼 알뜰하게 꾸린 그 한복판에서 나는 앞으로 리향이와 우리 집도 이렇게 꾸렸으면 하는 생각이 다 떠오르더군.

《그래 방이 마음에 드오?》

배인은 아직까지도 엉성한 기분으로 주춤거리는 나를 침대우에 눌러앉히고 그자신도 옆자리에 허물없이 주저앉더군.

《아마 불편한 점이 많을거요.》

《별말씀을… 전 그저 과분한 생각뿐입니다.》

린 잠시동안 나란히 앉아 공장의 현실태며 나의 연구사업전망 등에 론점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소.

러다가 이야기뒤끝에 슬그머니 물었지.

《그런데 기사장동진 지금 어디 계십니까?》

《기사장?》 불시에 그의 고개가 뻣뻣해지더군. 나의 질문에서 뭔가 감촉한듯 한동안 기척이 없이 그냥 그냥 쳐다보기만 하는게 아니요.

쪽방이라 여름중천에 뜬 태양의 빛발이 창문으로 들어와 우리 두사람을 화끈하게 달구어주는데 이건 마치도 거울인듯, 불길인듯… 그의 눈길을 마주보기가 베찰 지경이였소. 그래도 난 그를 마주보았소.

윽고 지배인이 눈길을 아래로 떨구면서 나직하게 대답하더군. 《기사장이… 지금은 결원이요.》

《결원이라구요?… 그럼 어디 다른 곳으로…》

는 묵묵히 고개만 끄떡이더군. 나는 금시 속에 얹혔던 돌덩이가 밖으로 쑥ㅡ 빠져나온듯 한 안정감에 휩싸이면서 동시에 일종의 서운함이 겹쳐들어 형언하기 어려운 심경에 사로잡혔소.

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여하튼 나의 현직연구사업의 첫 차단봉이 제거된셈이였소.

《득!ㅡ》 성냥불 긋는 소리가 울렸소. 지배인이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소.

《동무가 무엇때문에 기사장에 대해서 묻는지 짐작이 가오.

무도 아마 리향연구사동무와 같은 부서에 있을테지? 1년전에 여기서 그가 겪은 일도 더러 들었을테구?》

배인이 선뜻 넘겨짚어 질문하는 바람에 난 인차 할 말을 찾지 못했소.

순간 나의 눈앞에는 하나의 환영이 영사막의 화면처럼 또렷이 펼쳐졌소. 아니, 그것은 환영이 아니라 사실이였지.

1년전의 바로 이곳… 봄기운은 완연했지만 공장구내의 포장도로에 자취없이 찍혀지던 실패한 연구사의 괴로운 발자국.

손에 트렁크를 든 리향이가 내가 만나려 했던 그 사람과 마주 서있었소.

영의 그림자인듯 륜곽만이 뿌옇게 보이는 그 사람이 동무에게 마지막선언을 하고있었소.

《동문 더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겠소. 여기선 누구도 동무의 성공을 바라지 않소. 떠나시오.》

《기사장동지, 이건 너무합니다.》

《너무하긴 뭐가 너무하다는거요?》…

랭한 그의 저음이 금시 고막을 찌르며 살속을 파고드는것 같았소.

《음…》 나는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소.

앞에서 그날의 환영은 사라졌지만 대답을 기다리는 다른 한쌍의 눈길이 진중하게 나를 지켜보고있었소. 나는 기사장을 만나 선언하려던 심중을 이 지배인에게 그대로 터놓았소.

《사실은 저도 걱정이 없는건 아닙니다. 허지만 누가 뭐래도 전 여기서 꼭 성공할것입니다. 중도에서 물러나고싶지 않습니다.》

《동무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정말 반갑소. 그래야지. 지나간 일에 신경을 쓰지 마오. 지금부터는 오직 연구만을 생각합시다. 우린 동물 도울거요.》

렇게 초면인 나와 리창호지배인과의 첫 인사가 끝났고 그와의 새 사업이 시작되였소. 나는 연구에 모든것을 지향시켰소. 성공, 성공!

머리속에는 오직 이 한가지 열망이 가득차있었소.

학자의 인생이 성공이라는 단어와 결합되지 못한다는것은 그자체가 사멸을 의미하는것이라고 나는 늘 자신을 채찍질 해왔소.

창호지배인으로 말하면 열정적인 나의 응원자였소. 대학시절 난 학부축구팀선수로 자주 운동장에 나서군 했는데 그때 응원자들의 열광적인 함성소리가 커다란 도움이 되군 했지. 그런데 과학연구사업에서도 응원의 효과가 그만큼 나타나겠는지…

칠후 난 지배인의 부름을 받고 그의 방으로 갔소. 그의 묵직한 편수책상우에는 여러가지 서류들이 널려있었는데 바로 그 맨우에 나의 연구자료철이 놓여있었소. 그건 내가 엊저녁에 준것이였는데 밤새껏 들춰보았는지 지배인의 눈에는 피발이 서있었소. 난 어쩐지 미안해났소. 나는 어제 저녁에는 합숙의 로동자동무들이 나를 위해 마련한 식사에 초대돼서 즐겁게 피로를 풀고 아침에는 거뜬한 기분으로 주변의 야산을 산책까지 하고난 뒤였던거요.

래서 기분이 저으기 둥ㅡ 떠있던 나는 《성공할수 있습니다. 걱정마십시오. 반드시 성공합니다.》라고 기세있게 대답했소.

《물론 성공할거요. 동무의 연구안에는 확실히 자기 식의 신념과 실력이 집약되여있소. 난 이것을 기쁘게 확신했소! 〈성공〉! 그래 성공해야지! 그런데 언제까지?… 동무도 이제는 우리 현장을 일정하게 료해했겠으니 책임적인 답변을 해주시오.》

《1년이면 됩니다.》

《1년?》

배인의 둔탁한 손이 나의 론문을 꽉 덮고 내리눌렀소.

시후 그는 조용히 고개만 가로젓더군.

《1년… 1년이란 말이지. … 아니, 아니야. … 석달동안, 석달만에는 시운전이 보장돼야 하오.》

는 마치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리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허망한 꿈결에서처럼 들려왔소.

《그렇게는 안될겁니다. 지배인동지.》

도 지배인도 그 자리에서는 더 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소.

는 그의 감정적기개는 리해할수 있었지만(내 보기엔 이 지배인이란 사람의 총체적인 면모가 지나치게 감상적인것 같았소.) 그래도 역시 과학은 과학이요. 이런 때일수록 내가 주견을 흔들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런데 다음날 아침… 신새벽에야 합숙방으로 돌아와 잠간 눈을 붙였던 난 문득 인기척에 눈을 버쩍 떴소.

느새 들어왔는지 지배인이 휑뎅하던 맞은켠벽체와 마주서서 뭔가 하고있었소. 자세히 보니 벽시계를 걸어놓고있더군. 큼직한 수자판의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우는 《백두산》이라는 세 글자가 안겨들었소.

《지배인동지, 제게도 시계가 있습니다. 공연히…》

는 서둘러 일어서며 얼결에 왼쪽팔목을 감싸쥐였소.

《내가 중요한걸 놓쳤댔단 말이야.…》 지배인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여전히 벽시계의 수평을 맞추느라 이리기웃 저리기웃 하더군.

어쩐지 쓸쓸해났소. 《그러지 마십시오. 그런다구 성공의 기일이 절로 당겨지겠습니까! 아무리 따져봐두 그렇게 앞당기지는 못합니다.》

제서야 그 사람이 나를 돌아보더군. 입가에는 웃음을 담고있었소.

《자, 눈을 다시 비비구 이걸 좀 보우.》

배인은 나의 앞에 한장의 신문을 펼쳐놓았소. 그는 분명 흥분하고있었소. 내앞을 지나쳐서는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소. 푸름푸름 밝아오는 새날의 색채가 금시 첫 잠을 깬 이 호실로 안겨들었소.

는 신문에 정신이 팔려있었소. 구절구절이 나의 흉벽을 세차게 두드려주었소.

《날이 밝는단 말이요. 연구사동무, 강성대국의 려명이 밝아온다고 하신 우리 장군님의 말씀을 온 나라가 받아안고 신심에 넘쳐 온 나라가 떨쳐나섰소.

이보라구 정송이, 려명으로부터 새날까지의 거리가 얼마인지 아오?》

배인은 나를 창가로 이끌었소. 밤동안 이슬맺혀 한결 더 푸르러진 산야가 또렷하게 시야에 밟혀왔고 잠을 깬 날새들의 지저귐이 새삼스러운 정서를 한껏 불러주고있었소.

《자, 우리가 이야기를 하고있는 사이 이미 날은 밝았소. 이거야 천문학자가 아니더라도 알수 있는 리치가 아닌가!》

《지배인동지… 저도 신심이 생깁니다.

도 흥분된 심정을 걷잡지 못하고 한동안 방안을 오락가락했소.…

드디여 설계가 시작됐소. 물론 지배인이 요구한 석달이라는 시한부에는 도달하지 못해도 다문 한시라도 한순간이라도 앞당기자는 일념은 과학의 랭정한 세계에 깊이 뿌리내렸소. 1직장 종합가공반의 장치개조가 큰 난문제였소.

퓨터의 프로그람을 적용할수 있게 일부 변들의 위치와 운동방향을 변화시켜야겠는데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소.

때도 역시 지배인이 찾아와 도판앞에 앉아만 있는 나를 현장으로 떠밀었소.

중한 프레스의 함마소리가 그치지 않는 이 무쇠빛의 현장은 투박해도 사람들은 인정미가 있었고 또한 모두가 총명했소.

는 로동자동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무에 대해서도 얼핏 물어보았소. 그런데 아는 사람이 별반 없더군. 서운했지만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떠드는 의견에는 확실히 보석같은 자료들이 차고넘쳤소.

배인은 내가 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그들의 의견에 귀기울이는것을 보며 퍼그나 만족해하는 눈치더군. 여하튼 그의 방조가 극성이였소. 내가 설계를 완성하는 차제로 해당한 부분품들을 지체없이 생산보장하도록 포치를 내리고 때로는 도상사 같은 곳으로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 뛰여다니군 했소.

번은 내가 종합가공반개조에 쓸 부속품을 보충적으로 깎아야 할 일이 제기되여 지배인을 찾아가던 길에 마침 같은 합숙에서 알게 된 공무직장의 경민이란 동무를 만나 선뜻 그에게 부탁했구만. 바쁜 지배인에게 자꾸만 번거로운 심부름을 시키는것 같아 개별적인 부탁을 했던거요.

런데 이 일을 어느새 알아챘는지 지배인이 성난 호랑이처럼 한길이나 뛰더군. 경민이 쉴참을 리용해서 그 부속을 깎다가 된 추궁을 들었소. 내가 달려갔을 때 그는 나에게도 찬서리를 서슴없이 내뿜었소.

《이건 도대체 뭐요?》

《지배인동지, 사실은 이런 소소한 잔부속들때문에 지배인동지에게 너무 부담을 끼치는것 같아서, 제가 짬시간에 깎아달라고 부탁을

《걷어치우시오.》 난 지배인이 그처럼 성이 난것을 처음 보았소.

의 숱진 눈섭이 꿈틀했소.

《짬시간, 부탁… 그래 동문 오늘날 인민경제의 기술적개건이 그 누구의 부탁으로, 짬시간에 이루어지는것이리라 생각하고있는거요? 동무를 위해 제일 유능한 기능공들이 24시간 대기상태에 있소. 동무의 연구사업을 위해 말이요.

물론 나는 그때 그의 추궁이 십분 타당한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성을 내니 저으기 불쾌감도 없지 않더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란 말이요. 내가 그의 이야기를 충분히 리해하게 된것은 첫 시운전이 끝난 뒤요. 밤낮없이 전투를 벌린 결과 넉달만에 첫 시험을 치르게 됐소. 이건 나로써도 알수 없는 그 어떤 미궁에서 불쑥 솟아난 속도라 할지…

니, 그것은 우리 장군님 말씀이 그대로 표제가 되여 실린 당보의 글줄이였고 래일을 볼줄 아는 이곳 로동계급들의 뜨거운 숨결이였소.

로 그것이 이런 놀라운 속도를 안아왔던거요.

런 성의있는 사람들의 지원을 중도에서 가로막고 동무를 좌절에로 밀쳐버렸다는 그 기사장에 대한 원망이 새삼스럽게 치솟았소.

제는 성공이요. 탐구자들인 우리에게 있어서 그보다 더 귀중한 단어,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또 어디 있겠소.

런데 나는 웬일인지 시험을 앞두고 주저하게 되더군. 만약 첫 시험이 실패하게 되는 경우 나에게 차례질 무언의 조소와 질시, 나에게 기대를 가졌던 사람들의 실망… 아니, 좀 더 타산해보자. 어쨌든 나는 예정보다 8개월이나 앞당기지 않았는가, 아직 시간적여유는 충분하다. 가능하면 연구소에도 도움을 청하자.… 시운전설비의 조립을 끝내고나서 나는 이런 속타산을 하며 합숙으로 돌아왔고 그간 밀렸던 잠에 쫓기워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졌소. 난 한밤중에 인기척이라기보다 밖에서 들어오는 맵짠 바람에 어깨를 으쓸하며 눈을 떴소.

군가 문을 열고 들어섰소. 얼핏 형체만 보고도 누구라는것이 대뜸 짐작됐소. 그가 조명스위치를 넣자 방안이 확ㅡ 밝아졌소.

지배인이 결국 벌써 두번째로 나의 새벽잠을 깨워놓았던거요.

칠전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 건설장에 지원물자를 싣고 나갔었는데 어느새 돌아와 이렇게 자는 사람 모포밑으로 바람을 쓸어넣어주는것이였소.

《에끼, 이 젊은이가 무슨 늦잠인가, 늦잠이!》

《늦잠이라구요?》 나는 얼굴을 잔뜩 찌프리고 별수없이 일어나앉았소. 《밖을 좀 보십시오. 아직두 재밤중인데

《백두산에선 지금 이 시각 해돋이가 시작되고있네. 여기선 가을이지만 거기선 이미 겨울의 절정이야. 거 자네 애인이 채워준 손목시계가 멎지 않았나 살펴보라구.

《애인은 또 무슨

난 절로 얼굴이 붉어져서 그것을 감추느라 어쩔수없이 꿈지락거리며 자리를 정돈하는척 했소.

《허… 내 눈은 못속인다니. 헌데 난 자네가 시계보다 시간을 잘 다루었으면 하네.

는 솜옷에 한쪽팔을 채 끼워넣지도 못한채 지배인을 따라나가며 소리쳤소. 《아니, 어딜 가는겁니까?》

《시운전하러 가네. 자넨 날밝은 다음 천천히 따라나와도 돼.》

배인은 감정헤픈 사람이였지만 그 고집이라는게 또 여간 아니요.

국 그날 새벽으로 시운전은 단행됐소.

운전과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선된 기대들의 불협화음, 궤도자리길에서의 변들의 리탈, 주유계통의 가열로 인한 냄새, 결과는 명백했소.

패! 나의 첫 시험이 지배인의 그 《감정》에 뜬 강박에 못이겨 실패의 협곡에 빠졌던거요. 순간에 현장에 드리운 무거운 침묵! 숨죽은 기계들… 그런 속에서도 사람들을 비집고 호방하게 나서는것은 역시 지배인이였소.

《자자, 실패는 실망의 근원이지만 성공의 어머니요. 우리 두번째 시험을 래일 또 해봅시다.》

일중? 이게 도대체 과학과 기술이라는걸 아는 사람의 발언인가.…

라운것은 둘러섰던 현장일군들이 모두 그에게 호응하는것이였소.

배인을 닮았겠지. 래일이라는 소리에 난 오히려 놀라지도 서두르지도 못하고 어이없는 한숨만 내뿜었소.

(지배인, 그는 역시 응원자에 불과하다. 성공에 대한 감성적인 욕구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

람들이 다 흩어져간 가공반현장에 홀로 주저앉으며 난 머리를 싸쥐였소. 결국 그는 기사장과는 또 다른 형태의 차단봉에 불과했단 말인가, 과학연구에서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건 초보적인 상식이고 규범이다, 그런데 내가 지배인의 요구앞에서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니 누굴 탓하랴!

는 이렇게 모대기며 끝없이 후회했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군가 곁으로 다가왔소.

《용기를 내세요.

게 누군가? 누구의 목소리던가? 리향이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아니면 어머니의… 그렇소. 어머니의 목소리 같았소. 정이 깔린 부드러운 그 음성… 그런데 이건 꿈인가.

《어머니가 어떻게》 난 얼결에 이렇게 부르며 돌아섰소.

은 아니였소. 물론 어머니도 아니였구.

침마다 공장합숙에서 범상하게 만나던 녀인, 이 공장의 한 평범한 관리원녀인이였소.

런데 그에게서 이런 목소리를 듣게 될줄이야.

《용기를 내세요. 정송동무.》

인은 재차 말하며 들고왔던 음식구럭을 내 손에 들려주고 돌아서더군. 내가 그때처럼 처신머리가 없어보기는 아마 처음일거요.

맙다는 인사 한마디 못하고 말뚝처럼 숨소리, 말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서있었으니 참, 그러나 단 한가지, 내가 그 평범한 녀인을 통해 어머니를 보았고 리향이를 보았고 간절한 기대에 불타는 조국의 눈동자를 보았다는거요.

는 다시 힘을 내리라 결심했소. 순간이나마 번뇌에 빠져, 고민에 빠져 무릎을 떨던 꼴이 수치스러웠소. 다시 시작하자!

패의 원인을 규명하기 전엔 현장을 뜨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녀인이 가져다준 밥보자기를 그 자리에서 펼쳐놓았소.…

녁녘에야 합숙으로 돌아오면서 지배인을 찾아보니 아침 일찍 차를 타고 어디론가 나갔다는거요.

(차라리 그편이 낫지.)

는 속으로 입맛을 다시며 지친 몸을 끌고 설계실로 들어가 주저앉았소. 갑자기 피로가 몰려들며 온몸이 나른해졌소.…

벽녘에 지배인이 온통 땀투성이가 되여가지구 설계실로 들어서더군. 난 처음엔 놀랐지만 다음엔 더 놀랐소.

가 글쎄 나를 가까이 부르더니 배낭을 활짝 열어 책상우에 올려놓은것이였소.

《자, 변환기조립에 필요한 일체 전자요소들이 이안에 다 있네.》

《네?!》

나는 목이 꽉 막히는듯 했소. 지배인이 이것때문에 장밤을 객지에서 새웠단 말인가! 나는 기쁘고 놀라와서 그의 두손을 막 그러쥐였소.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변환기에 이상이 생겼다는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저 소경 문고리잡은 격이랄가. 자, 이 손은 놓구 어서 배낭이나 쥐라구. 오늘중으로 두번째 시험을 또 해야지. 참 합숙엘 먼저 가서 요기부터 하자구.》

나는 서두르는 그의 껑충한 뒤모습을 멍청히 지켜보기만 했소.

이들의 전투력이 여간이 아니였소. 로동자, 기술자들이 모두 힘을 합쳐 한낮이 기울어갈무렵에는 필요한 부분품들에 대한 조립을 거의다 끝내게 됐소. 함께 일하면서도 나는 그냥 새삼스럽게 안겨드는 지배인의 길쑴한 얼굴을 자주 바라보군 했소.

이젠 시운전준비도 거의다 끝나가는데 별안간 지배인이 손을 휘ㅡ휘ㅡ 내저으며 작업중지구령을 치는게 아니겠소. 시운전을 뒤로 미루어야겠다는거요. 이건 또 무슨 변덕이람.

《아니 왜 그럽니까?》

《오늘 공장창립절을 맞으며 진행하는 직장별 축구경기가 있단 말이요. 내 여태 그걸 잊고있었군.

《축… 구요?

지배인은 당장 나를 둘러메고 경기장으로 달려나갈 자세였소.

《자네 대학때 축구선수였다지? 오른쪽날개라고 했던가? 그럼 내가 왼쪽날개야. 오늘 함께 달려보자구.》

물론 축구라면 나도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종목이였지.

그런데 지배인이 제잡담 경기에 출전할 준비를 하자 옆에 있던 설계실장이 이마를 싸쥐였소.

《아이쿠, 지배인동지. 그 재간에 경기에 나가렵니까! 우리 행정팀을 뭘루 만들자는겁니까?》

《여보여보! 모르는 소리 작작하오. 내 한땐

그의 거짓허세는 경기장에 나가서 단번에 탄로났소.

헛다리질이 왜 그리 많고 왜 그리도 많이 넘어지는지… 경기장에선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소. 후반전에는 행정팀선수들의 당장 《퇴장》하라는 《강박》을 《완력》으로 물리치면서 또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그렇다고 없던 재간이 갑자기 늘어나지는 못하는거구.

마감시간이 거의 되여 긴장해진 내가 정면으로 돌입하여 슛한 공이 상대편문지기의 손에 맞고 튀여나왔소. 문지기가 재차 달려나와 공을 잡으려는 순간 측면에서 땅크같이 달려든 지배인이 무작정 그를 그러안고 운동장바닥에 나딩굴었소.

그 서슬에 나는 에라 모르겠다. 텅 빈 그물에 공을 굴려보냈지.

와ㅡ 함성이 터져올랐소. 지배인이 반칙을 항의하려고 허겁지겁 다가서는 문지기를 《위협적으로》 가로막더군.

《여보, 1직장장! 지배인도 몰라봐!》

《이건 도적이 매를 든다더니 심판! 숨넘어갈번 했소.》

웃음소리, 환호소리, 북소리, 징소리, 운동장의 분위기는 피로에 주름져있던 내 가슴을 단번에 쭉 펴주었소.

결국 무승부로 경기는 끝났지만 우리는 세면장에 들어가서까지도 떠들썩했소. 지배인이 내앞에 엄지손가락을 내흔들더군.

《여보 정송이, 이제 보니 동무가 최고야. 최고!》

《야, 손을 좀 치우십시오. 물이 튑니다.》

그러거나말거나 그는 물묻은 손을 내 어깨에 척 걸어놓더니 아예 기대시더군.

《그런데 아쉽거던 시간을 1분만 연장했어도 우리가 이기는건데

순간 나는 그의 의도를 대뜸 알아차렸소. 사업에서나 경기에서나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이야기하는 지배인의 그 의도를 말이요.

지배인은 여전히 롱담을 하며 싱글벙글하였지만 난 웃을수가 없었소.

그때 그의 호방한 모습을 다시금 바라보았소.

그는 분명 지성적이면서도 락천적이고 인정이 무르면서도 어딘가 만만치 않은 기상이 엿보이는 함부로 가늠할수 없는 그런 사람이였소.

나는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대하고 따르는것을 보며 그것을 더욱 확신했소. 흠이라고 찾는다면 대체 그것이 무엇일가.

그 순간에 떠오른것이 리향이의 얼굴이요.

이런 사람이 있으면서 어째서 이미전에 이곳에 왔던 섬약한 처녀에게 차례진 곡절을 막아나서주지 못했는가.

밤이 이슥해서 조용한 사무실에 우리 두사람만이 남았을 때 난 이런 의문을 숨김없이 터놓았소.

그러자 그는 한결 심각해지더군. 언제인가처럼 나를 찬찬히 훑어보았소. 한참후에야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소.

《정송동무, 동무는 오해하지 말아야 하오. 동무나 리향연구사가 그토록 원망하는 그 이전 기사장이란 다름아닌 이 리창호요. 이제 와서야 이걸 고백한다고 날 탓하지 마오. 우리에겐 다른 일에 신경쓸 겨를이 없지 않았소.》

이거야 롱담이지, 아니 분명 롱담이다. 나는 지배인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찾아보려 했소. 정말로 믿기에는 아니, 애당초 믿으려 하지 않았소. 그런데 그는… 그는 여전히 정색해있었소.

《리향동무가 떠나간 뒤 난 인차 지배인으로 임명됐소. 이건 사실이요. 물론 그를 떠나보낸것도 나구.》

한동안 랭랭한 침묵이 흘렀소. 나로서는 의미를 알수 없는 공간이 숨을 가쁘게 했소. 나의 무릎우에 포개진 두손에서 피줄들이 세찬 맥박을 호소하며 깜틀거렸소.

조용한 방에서 유일하게 떠도는건 시계의 초침소리뿐 점점 더 숨이 찼소. 더는 견디기 어려웠소.

《지배인동지, 전 사실을 알아야겠습니다. 말씀해주십시오.》

《그게 소원이라면 날 따라오우.》

나는 지배인을 따라 밤작업이 진행되고있는 가공반현장으로 내려갔소. 밤의 정적속에 신비한 음향으로 가득찬 현장의 어느 한 기계앞에 이른 그는 빨간 발광소자가 수자를 기록하며 빛을 발산하는 액정계기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소.

《이것이 바로 리향동무가 우리 공장에서 연구하던 그 수자식연마반이요. 그가 떠나간 뒤 우리 공장 로동자들과 기술자들이 자체의 힘으로 한달만에 완성해냈소.》

《네?!》

《그는 성공 하나에만 현혹되여있더군. 우리 공장의 절급한 실정을 외면하고 자기식의 론문을 현실에서 증명하는데만 급급하던 나머지 보다 빠른 지름길에 들어서지 못하고 또 우리 동무들속에서 새롭게 창안된 조종체계를 보려고조차 하지 않았소. 이제 와서 체계를 바꾸면 품이 갑절이나 든다는거요. 그는 자기 주장을 꺾으려 하지 않았소. 그동안 우리 동무들은 자기들대로의 연구를 심화시켜 성공의 목전에 이르렀소. 나는 그 처녀를 만나 마지막으로 권고했소.

이제라도 우리 동무들과 힘을 합쳐 연구를 완성하라구. 그렇지 않으면 더는 공장에 있을수 없다고 선포했지.

그에게는 그의 시간이 따로 있었던거요. 유감스럽게도 그것이 우리의 시간보다 더딘것이였소. 난 떠나는 그를 더 붙들지 못했소.

차라리 그편이 낫지. 우리의 성공을 눈앞에서 본다면 그가 얼마나 괴로워하겠는가 하는 눈먼 감정에 사로잡혔던거요.

그것이 바로 나의 실수였고 그때문에 동무앞에서도 체면이 서지 않소. 정송이, 난 눈빛을 보면 알아. 동문 분명 그 처녀를 사랑하고있소. 또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거구.

그를 그렇게 내버려둔 나를 탓하라구. 잘못은 내게 있소. 변명에서가 아니라 난 솔직히 탐구속에서 맺어진 동무들의 우정이 앞으로 변함이 없이 더 굳건해지기를 바라네.… 사연은 이게 다일세.

리향이, 난 이 순간 자신을 어떻게 가늠해야 할지 몰랐소. 금시 다리가 휘청거렸소. 그래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이 과연 이 지배인인가 말이요. 나는 그의 모습을 다시한번 쳐다보았소. 리해되지 않았소. 리향이가 이야기하던 그 메마른 모습은 찾아볼래야 볼수가 없었소. 한 사람을 보는 우리의 시각에서 왜 이런 오차가 나는것인가.

《지배인동지, 용서하십시오. 벌써 몇달째 여기서 일하면서도 왜 여태 그런 사연도 모르고있었는지 자신이 민망스럽습니다.》

《그런 소릴 말라구. 그런 가슴아픈 사연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소. 그래 내 공장사람들에게 동무에게 일체 다른 말을 하지 말라고 부탁을 했던거요.

동무가 온넋을 기울여 연구에 전심할수 있도록 말이요.》

그는 별빛이 반짝이는 구내를 조용히 거닐며 나에게 이야기했소.

《정송동무, 새벽이요. 또다시 하루가 시작되오. 우리 조국의 하루, 우리 장군님의 하루가 말이요.

선군혁명령도의 그 바쁜 나날을 이어가고계시는 우리의 장군님께서는 오늘도 야전차의 쪽잠으로 새날을 맞이하고계실것이요.

그러니 우린 어떻게 하여야 하겠소?

높은 과학적실력, 현실적으로 의의있는 실적으로 강성대국의 그 아침을 앞당겨와야 한단 말이요.

더 높이, 더 빨리 강성대국의 그 아침을 안아오는것, 그것이 우리의 장군님께서 바라시는 시간이고 우리 조국의 시간이 아닐가.》

리향이, 그는 바로 이런 사람이였소. 우리에겐 우리만의 시간이 따로 있었소. 나는 그때에야 깨달았소. 과학은 성공을 위한것이기는 하지만 보다는 시간을 앞당기기 위한것이요. 조국의 찬란한 미래를 다문 한시라도 앞당겨 우리 장군님 현지지도의 그 여백없는 일정에 차곡차곡 끼워드리는것이 과학자로서의 우리의 본분인것이요. 이것을 깨우쳐준것이 우리 지배인이요.

난 그의 청에 못이겨 집에 가서 함께 식사를 나누었소.

대문밖에서 나를 맞아주는 부인이 놀랍게도 낯익은 그 합숙관리원 녀인이였소. 나는 그의 집 벽장속에서 여태껏 그가 애써 내색하려 하지 않았던 이미전에 받은 학사증을 보았소.

그들부부앞에 무릎을 꿇고앉아 오래오래 자신을 뉘우치고만 싶더군.

이날 밤 나는 오래도록 잠들지 못했소. 리창호지배인과 이곳 로동계급에 대하여, 동무에 대하여 그리고 나에 대하여 오래도록 생각해보았소.

 

다음날 아침, 나는 해가 중천에 떠올라서야 잠자리에서 화닥닥 뛰쳐일어났소. 이게 무슨 일인가. 지배인이 걸어준 벽시계의 바늘이 두시간이나 거꾸로 돌아가있었고 두터운 차광막이 해빛을 차단하며 창가에 드리워있었소.

아침일찍 배선작업을 마저 끝내고 시운전을 하기로 토의되여있었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한거요.

나는 이런 장난을 했으리라 짐작되는 경민이를 찾아 옆방으로 달려가 문을 활짝 열어젖혔소.

《도대체 무슨 장난질인가! 무슨 일을 저질렀어. 자네때문에 시험이 두시간이나 연기되게 됐어.》

《이건 지배인동지의 지시입니다.》 경민이 히쭉 웃으며 반죽좋게 다가붙는데 속에서 불이 일더군.

《허튼 소리 말게, 내가 지배인동질 몰라서?》

《들어보라니까요. 〈연구사의 시간은 언제나 귀중한거요. 일을 할 때도, 잠을 잘 때도 말이요. 우리가 그의 시간을 보태줍시다.〉하면서 지배인동진 야간작업에 동원됐던 우리들과 함께 방금전까지 시운전설비의 마지막배선작업을 다 끝냈습니다. 연구사동지, 어서 가서 시운전스위치만 넣으십시요.》

《뭐요?》 나의 벌어진 입술사이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흘러나오지 못했소.

나는 지배인의 지나간 나날에 대하여, 청춘시절의 그의 공로나 공장에서의 그의 자취에 대하여 아는것이 너무도 없소. 그러나 나는 지금 그에 대하여 한가지만은 명백하게 말할수가 있소. 그는 결코 응원자가 아니였소. 탐구라는 헐치 않은 초행길을 언제나 함께 걸어준 참다운 동지였고 동시에 나를 성공에로 떠밀어주는 훌륭한 로학자요.

인정이 넘치면서도 만만치 않은 실력이 깃든 그의 인상이 아마도 나의 한생을 두고 잊혀질것 같지 않소.

두번째 시험이 실패로 끝난 지금에도 나는 오직 그것을 생각하고있소.

 

×

 

처녀에게 보내온 문정송의 편지는 이것으로 끝났다.

그때로부터 며칠후 새해를 앞둔 처녀의 집으로 한장의 전보가 날아왔다.

문가에 선채로 그것을 단숨에 읽어버린 처녀의 자그마한 입술에서 탄성이 터져올랐다.

《성공이예요, 성공!》

처녀는 어안이 벙벙해서 자기를 바라보는 부모님들을 향해 손에 든 전보용지를 기발처럼 날리며 달려들어갔다. 《이것 봐요, 꼭 반년만이예요. 그러나 그는 반년을 앞당겼어요. 반년을 앞당겨 성공했단 말이예요.》

리고는 어느새 웃는듯 우는듯…

잡을수 없이 솟구치는 물기에 축축해진 뺨을 자그마한 전보용지에 묻으며 자책에 겨워 흐느꼈다.

《그의 말이 옳았어요. 이제라도 그들에게 다시 가서 용서를 빌고싶어요. 이제는 나도 알았다고요. 나도 … 알았다고 말이예요.》

(평양시 모란봉구역 장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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