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6(2007)년 제1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김  성  호

눈내리는 첫 새벽의 거리는 사뭇 고요하다.

희읍스름한 미명속에 보이는것은 대지에 내려앉아 은빛세계를 펼쳐놓은 정갈한 눈송이들뿐이요, 들리는것은 숫눈길우에 자욱을 새겨가는 규칙적인 눈밟히는 소리뿐이였다.

뽀드득, 뽀드득…

단조로운 그 음향을 따라 외줄기발자욱이 길게 이어진다.

(그러니 오늘이 정녕 련화선생님이 교단을 내리는 날이란 말이지.…)

김은석교장의 입에서는 벌써 몇번째인지 모를 이 말이 다시금 흘러나왔다.

다년간의 교원생활과 교장사업을 하면서 로교원들이 교단을 내리는것은 세대교체로서 명백한 일로 무심히 지나치던 일이였건만 오늘처럼 마음이 번거로와보기는 드문 일이였다.

눈앞에는 반백이 다된 옛 스승의 모습이 조용히 떠오른다.

나이보다 퍽 겉늙어보이는 검버섯 다문다문한 얼굴… 잔주름많은 그 얼굴에는 30여년전 처음으로 익히던 처녀시절의 생기넘친 모습을 흔적조차 찾아볼길 없다. 있다면 제자들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투시해보는 사려깊은 눈빛뿐인지.

하다면 은석의 가슴속에 자리잡은 스승의 모습은 과연 무엇인가.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흘러간 나날의 한복판에서 과거에 있었던 례사로운 한토막의 일화만을 추억하게 한다면 스승과 헤여져야 하는 심정이 이처럼 무겁지 않을것이다.

은석에게는 문득 교원들의 사랑을 받으며 애칭되고있는 노래의 한구절이 생각키워졌다.

(인생의 수업종… 인생의 수업종이라…)

가만히 노래를 되뇌이는 그의 머리속에 단정한 치마저고리차림으로 수업종을 울리는 젊은 모습이 덧그려지였다.

…부드러운 손에 감싸여 호기있게 종을 때리는 작은 마치.

땡땡ㅡ 땡땡ㅡ 땡땡ㅡ

되알진 잔향을 끌며 온 운동장을 짜랑짜랑 울리는 종소리, 종소리!

푸르른 교정의 백양나무가 가벼이 설레인다.…

그의 발걸음은 어느덧 흰눈덮인 교정앞에 멎어섰다.

아직도 고요는 계속되고 못잊을 추억을 불러주는 그날의 종소리는 은석의 가슴속에서 메아리치고있었다.

 

첫 수업

(김은석교장의 마음속 이야기)

 

지나간 나날에 대한 추억은 즐거운 추억이든 괴로운 추억이든 누구에게나 감회로운것이다.

나에게도 역시 소년시절에 대한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그 추억이 련화선생님의 그 첫 수업과 잇닿아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나는 한량없는 고마움과 가슴뿌듯한 긍지로 눈굽이 젖어들군 한다.

내가 련화선생님을 처음으로 알게 되던 때는 35년전 이맘때였다. 내가 소학교에 다닐 때였다.

…눈이 오면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수 없지만 하여튼 나도 그 시절엔 눈만 내리면 명절날만큼이나 좋아했다.

그날도 오늘처럼 소담한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는데 집에서 학교로 가는 동안 나는 걷고 달리고 딩굴면서 즐거움에 취해있었다. 눈덩이를 꽁꽁 다져 가로수우듬지를 겨누어 던지면 반짝이는 눈싸락이 새하얗게 흩날리는데 차거운 눈가루가 얼굴을 스치는 그 야릇한 촉감이란 얼마나 유쾌한것인가.

학교정문앞에서는 잰걸음으로 뜨락또르바퀴무늬를 새기면서 퉁탕퉁탕 신나게 《뜨락또르》를 몰아갔다.

수업준비를 알리는 예종이 울려서야 제정신이 들었다.

나는 부리나케 교실로 달려올라갔다. 물론 그속에서도 눈을 한웅큼 움켜쥐는것만은 잊지 않았다. 이 눈덩이가 또 누구의 목덜미로 스며들어가 소동을 일으킬지는 나조차도 모를 일이였다.

교실안에 들어서니 한켠에서는 오구구 모여 변변치 못한 이야기거리를 놓고 승벽내기로 청을 돋구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누군가가 잡아온 박새발목에 실을 매여놓고 파득거리는 그것을 쫓아다니느라 야단법석이였다.

나는 책상우에 가방을 놓고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찰나 와르르 몰려다니며 손을 뻗치던 아이들을 피한 박새가 내쪽으로 날아왔다. 자세를 취하고 흔히 어른들이 닭을 잡을 때처럼 날쌔게 덮치려는데 갑자기 박새가 돌덩이처럼 아래로 뚝 떨어져내렸다. 철명이라고 내 앞자리에 앉은 박새의 《주인》인 그가 새발목에 매여진 실을 잡아당겼던것이다.

나는 빼앗기기라도 할듯이 박새를 덥석 덮쳐쥔 그애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박새는 철명의 손안에서 까만 눈을 데룩거리며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쳤다.

《좀 보자.》

나는 뻔히 거절당할줄 알면서 손을 내밀었다.

《안돼!》

철명은 어깨가 으쓱해서 단박에 퇴짜를 놓았다. 박새를 움켜쥔 손은 바지주머니로 쑥 들어가버렸다. 하긴 퇴박을 맞을수밖에 없었다. 며칠전 복습시간에 나는 그가 잘 대주지 않는다고 괴상망측한 사람을 그려놓고는 철명이라고 놀려주었는데 그에게는 그것이 목구멍에 옹박힌 가시처럼 알알할것이였다.

아쉬운대로 물러나는수밖에 없다. 나는 책을 주섬주섬 책상우에 꺼내놓았다. 바지주머니에 손을 찌르니 녹기 시작한 눈덩이가 만져졌다. 내가 눈덩이를 만지작거리며 속으로 벼르고있는데 옆에 앉은 윤호가 말을 걸어왔다.

《은석동무, 숙제 다 했어?》

《숙제?》

나는 그제서야 숙제생각이 나서 아침 첫 수업으로 되여있는 물리학습장을 윤호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서로 기꺼이 도와주기로 한 약속의 표시였다. 역시 그 약속에는 조건부가 없다. 윤호는 말없이 학습장을 받아들고 열성껏 자기것을 베껴주기 시작했다.

까다로운 숙제가 영 질색인 나는 나의 근심을 지레 알고 매일 매시각 대신해주는 딱친구 윤호의 덕분으로 그럭저럭 무난히 넘기군 하였다. 그럴 때마다 성실하고 마음 무던한 윤호가 얼마나 귀하게 여겨지는지 모른다. 모든 아이들이 다 저 윤호와 같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쉿! 선생님이다.》 그 누군가의 말에 뒤이어 교실문이 방긋 열렸다.

교실이 순식간에 질서정연해졌다.

그런데?… 교수문건들과 교편물을 한가득 옆구리에 안고 들어서는분은 몸집이 강파르고 눈길이 날이 선 물리과목선생님이 아니고 지금껏 본적없는 알지 못할 처녀선생님이였다.

모두가 낯모를 새 선생님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해하였다.

교탁앞에 다가선 그 선생님은 우리들을 향해 깊숙이 머리숙여 인사하였다.

《앉으십시오.》

우리들의 시선이 선생님을 향해 집중되였다.

한창 봄물이 오르는 싱싱한 봇나무같이 청신한 자태는 나의 눈길을 끌었다.

맑고 연한 살결, 바라보는 모든것을 즉시에 따스하게 덥혀줄듯싶은 그윽한 눈동자, 탄력있는 굴곡을 그린 어깨, 함치르르한 중발머리… 한창 젊음이 꽃펴나는 처녀선생의 모습을 눈여겨볼수록 어디선가 피뜩 스쳐본듯 한 인상이 들었다.

어디서 보았을가. 나는 미간을 쪼프리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다가!… 나는 놀라지 않알수 없었다. 며칠전에 본 바로 그 선생이였다.…

야ㅡ 나는 환성을 지르며 내림받이의 두번째 굽인돌이를 맵시나게 지쳐돌았다. 방향을 조절하는 발디디개에 손을 얹고 썰매우에 넙적 엎드린 나는 앞에서 내려가는 동생의 썰매를 손쉽게 따라앞섰다.

간혹 다져진 눈속에 몸을 감춘 돌멩이에 부딪쳐 좀 랑패를 볼 때가 있긴 해도 이 등성이를 쏜살같이 지쳐내리는 썰매를 그까짓 타보지도 못하는 비행기에 비길수 있을가.

지나가는 어른들이 그 길에서 비칠거리며 주먹을 흔들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였다.

썰매가 멎어섰다. 나는 온몸에 가득찼던 쾌감이 사그라지는것이 아쉬워 한참동안이나 까딱 움직이지 않다가 다시 썰매를 끌고 등성이우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좀 더 쌩쌩 날아볼판이였다.

훅훅 단김을 내불며 등성이를 오르던 나는 탐사대마을쪽에서 내려오는 두사람을 보고 주춤 멈추어섰다.

아니 저게 누구야. 물리선생님이?… 나는 허둥거리며 길옆의 으슥한 곳에 얼른 몸을 숨겼다.

다행히 내가 올리막길에서 미리 몸을 피했으니망정이지 썰매를 타고 내려갈 때 마주쳤더라면 어쩔번 했을가. 당황하여 선생님을 《정면돌입》했을수도 있다. 그러면 성이 잔뜩 나서 눈가루에 매닥질된 옷을 털며 사람들이 다니는 둔덕길에서 썰매를 타면 되는가고 무섭게 책망했겠지… 하다못해 숙제는 다했는가고 꼬치꼬치 따져묻던지.

그런데 물리선생님옆에서 함께 걷는 저 처년 낯이 설었다.

어느새 두사람은 내가 있는 곳 바로 옆을 지나가고있었다.

《3반학생들이 간단치 않아요. 학생들의 실력이 그리 시원치 못한데다가 어떻게나 장난이 세찬지… 공부시간에도 틈만 생기면 솔랑거리는데 글쎄 김은석이란 학생은 수업규률이 문란하다고 지적을 해도 그때뿐인걸요. 련화선생이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지 다스리기가 조련치 않을거예요.》

련화선생?… 그럼 이제부턴 저 처녀선생님이 우리를 배워준단 말인가. 어쨌든 날 공부 안하는 건달군으로 《닥달질》하던 물리선생님을 더는 보지 않게 된것이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처녀선생님은 심중한 얼굴로 머리를 소곳한채 천천히 걷기만 하였다.… 그러니?

나는 빳빳한 뒤머리칼을 살살 문다졌다.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강조하고싶은것은 45분수업시간에 단 1분1초도 헛되이 흘러보내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는겁니다. 순간도 해이되여 긴장성을 늦춰선 안되겠어요.》

선생님은 그루를 박아 말하고는 칠판우에 제목을 또박또박 써나갔다.

오똑오똑하고 선이 또렷한 매 글자들이 대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책상우를 더듬더듬 어루쓸었다. 학습장이 잡히지 않았다. 참, 아까 윤호에게 주었지. 윤호는 내가 팔굽을 건드리자 입을 오물거리며 저으기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쪼꼼만 더 있어. 잠간이면 다 돼.》

아마 숙제를 채근하는줄로 아는 모양이다. 체 떨보같은게. 아무렴 저 선생님이 자기가 내주지도 않은 과제를 검열할가.

《일없어.》

나는 제잡담 숙제장을 내앞으로 끄당겨놓았다. 그리고는 제목대신 선생님을 그려넣기 시작하였다.

한데 생각과는 달리 학습장에는 담담하고 단아한 그러면서도 엄해보이는 선생님대신 왕청같은 뚱뚱한 녀인이 투박한 나무상자같은데 마주서서 마뜩지 않게 나를 쳐다본다. 그밑에 《새로 오신 선생님》이라고 써넣긴 했는데 도무지 비슷도 하지 않은 그림이였다. 저절로 허거픈 웃음이 새여나왔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물체의 운동상태를 특징짓는 물리적량인 속도에 대하여 학습하였습니다. 배운 내용을 하나 좀 물어보겠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안에 조용조용 울려갔다.

이때였다. 파드득하고 깃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좀전에 철명이의 줌안에 있던 박새가 가느다란 실을 연꼬리처럼 휘날리며 교실의 여기저기를 부산스레 돌아쳤다.

《야, 박새다.》

물뿌린듯 잠잠하던 교실안이 삽시간에 끓어번졌다. 빠질 곳을 찾아 마구 헤덤비는 박새를 향해 너도나도 들썩거리며 손을 휘둘러댔다. 그통에 더욱 혼맹이를 잃은 박새는 천정 한구석에 매달려 한참이나 작은 날개를 맥빠지게 저어대더니 돌연 방향을 바꾸어 창문유리에 부딪쳐 떨어졌다.

순간 우리모두의 시선이 선생님에게로 쏠렸다. 이제 선생님은 어떻게 하실가. 철명이는 제 잘못을 깨달은듯 풀기가 없이 고개를 숙이고 쭈밋거렸다.

흥, 잘코사니지. 시시하게 박새나 가지고 재세하더니…

선생님은 땅바닥에 떨어져 파들짝거리는 박새를 들고 피끗 우리쪽을 보는듯 하다가 아무말도 없이 다리에 매인 실을 풀더니 창문을 열고 그것을 놓아주었다. 갑작스런 소동에도 너무나 태연스런 행동이였다.

《학생동무들, 박새는 벌레를 잡아먹는 리로운 새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박새를 잡아선 안되겠습니다. 자, 수업을 계속하겠습니다.》

철명이를 용서한다는건가, 눈물이 찔끔 나도록 닦아세우고 혼쌀을 내도 시원치 않겠는데…

문득 나를 지명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박철명, 김은석학생.》

아이쿠, 걸렸구나. 《칠판앞으로 나와 전시간에 숙제로 제시했던 3번과 4번문제를 풀어보세요.》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였다. 풀어보지도 못한 문제를 어떻게 알수 있는가. 철명이도 사정은 나와 같은것 같았다. 제길 욕을 먹을바엔 혼자보담 둘이 노나먹는게 좀 낫겠지. 나는 백묵을 손에 든채 덤덤히 서있기만 했다.

《숙제를 해오지 못했는가요? 숙제장들을 가지고 나오세요.》

숙제장을?!… 그럴줄 알았으면 윤호가 마저 해주겠다고 할 때 막지 말았을걸. 하는수없이 우리들은 숙제장을 선생님앞에 갖다바쳤다. 철명이가 앞서고 내가 뒤에 서고…

그런데 이 일을 어찌하랴. 선생님의 차겁고 깔끔한 시선이 나를 파고드는게 아닌가?…

아차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담. 숙제장에 망측한 그림이 있지 않는가.

욕먹을 일을 생각하며 나는 머리를 깊이 숙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흐려졌던 선생님의 안색이 다시 부드러워지더니 차분한 어조로 우리들을 타일렀다.

《꾸준하고 성실한 노력이 없이 요행수를 바래서는 건달군이 되고말아요. 은석학생과 철명학생은 수업이 끝난 다음 숙제를 해가지고 선생님을 찾아오세요. 어서 제자리에 들어가 앉아요.》

소리없는 욕이 더 무섭다고 나는 처음으로 선생님에 대한 어려움을 느꼈다.

자리에 가앉아 괴춤이 축축해서보니 미처 꺼내지 못한 눈덩이가 완전히 녹아버렸다.

하루공부가 끝난 후 나와 철명이, 윤호는 궁금증을 안고 교실에 남아있었다. 무엇때문에 남으라고 했을가.

윤호의 도움을 받아가며 숙제를 마무리하고 분과실로 찾아가니 깐깐히 숙제장을 검열한 선생님이 우리들에게 교실에 올라가 잠간 기다리라고 했던것이다. 우리로서는 선생님의 의도를 알 도리가 없었다.

윤호는 선생님이 자기가 나의 숙제를 해주는것을 다 알고있었다면서 뼈저린 자책을 느끼고있었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동무의 숙제를 대신하는것은 숙제를 안해온것보다 더 나쁜 행동이다. 그건 자기 동무를 위해주는것이 아니라 도리여 구렁텅이에 몰아넣는짓이다.》라고.

혹시 선생님은 우리들의 잘못을 따로 톡톡히 계산하려는것이 아닐가.

창밖에는 벌써 어스름이 깃들고있었다.

이윽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우릴 향해 깊숙이 머리숙여 인사하였다.

《?…》

우리가 영문을 몰라 머뭇거리는데 우리들에게 앉으라고 이른 선생님은 칠판우에 무슨 글인가를 한자한자 써나갔다. 그것은 다름아닌 오늘 배운 제목이였다. 그럼 선생님이 우릴 남으라고 한건?!… 마침내 머리속에 뒤엉켰던 의문이 풀렸다.

《…전번 시간에 배운 내용을 모든 학생들이 잘 알고있습니다. 숙제들을 잘 해왔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들앞에 바쳤던 숙제장들을 내려놓았다.

《!》

나의 숙제장 갈피에는 걸상에 똑바로 앉아 공부에 열중하는 나의 얼굴을 그린 종이장이 끼여있었다. 불시에 그 어떤 충격이 가슴을 뒤흔들었다.…

그후 나는 련화선생님의 지도와 방조속에서 45분수업시간의 귀중함을 가슴깊이 간직하게 되였고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게 되였다.

 

45분은 무엇을 요구하는가

 

내가 련화선생님을 더욱 깊이 알게 된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 배치되여와 교원생활을 시작해서부터였다.

나의 교원생활을 누구보다 기뻐한분은 련화선생님이였다.

《축하해요, 은석선생!》

《선생》이란 호칭이 귀에 설고 별스러웠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어쩐지 학창시절에 친근하게 불리워지던 《은석학생》이란 말처럼 정답게만 느껴졌다.

《의젓한게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군요. 지금의 은석선생을 두고 누가 어제날의 유명짜한 장난군으로 보겠나요. 호호… 세월도 참!》

나는 뒤더수기에 손을 가져다대며 어줍게 웃었다.

《절 많이 배워주십시오.》

《배워주기야 뭐? 이젠 당당한 교원이 아닌가요?》

며칠후 나는 분담된 교수시간에 의해 진행하게 될 첫 수업의 교수안을 분과에 제출하였다.

그 교수안을 작성하면서 나는 선생님을 생각하였다. 첫 수업을 어떻게 해서나 훌륭히 해서 선생님의 기대에 자신을 따라세우리라고 말이다.

마침내 교수안합평회날이 왔다.

나이지긋한 분과장이 륜독한 교수안에 대한 합평을 시작하자고 말하자 위구와 불안, 확신이 넝쿨처럼 나를 휘감았다.

여러 교원들이 저마다 일어나 서로 다른 견지에서 고찰한 문제점들을 제기하였다. 각자의 리해와 판단, 분석이 제가끔이였어도 교수안의 기본내용이 교수목적에 부합되여 새로운 방법에 토대하고있다는것이 공통적인 견해였다.

막혔던 가슴이 활 열리는것만 같았다. 내가 며칠밤을 지새운 보람이 없지 않았구나!…

나는 흡족해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인젠 선생님의 의견만 받으면 된다.

깊은 사색에 잠긴듯 턱을 손에 고이고 앉아있는 선생님의 심중한 표정은 나에게 말할수 없는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드디여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소견을 말한다면 김은석선생의 교수안은 기본적으로 잘됐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련의 문제점도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교수의 밀도가 보장되지 못한것입니다. 엄격하게 따져보면 교수의 밀도가 희박한 수업은 사실상 실패한 수업이라고 말할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졸지에 가슴속에서 번개가 번쩍이는듯싶더니 눈앞이 아뜩해왔다. 뜻밖에도 선생님에게서 랭혹한 반박을 받을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45분동안에 교수의 밀도를 높이는것은 우리가 항상 놓치지 말아야 할 사활적인 문제입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교수의 질적수준이 높은가, 낮은가를 결정짓는것이 명백히 45분의 매 1분1초를 얼마나 능률적으로 리용하는가에 달려있기때문입니다. 교원이 45분의 요구를 모르고서는 교수의 성공을 담보할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 김은석선생이 시간분배문제에 주의를 돌리고 다시 교수안을 완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분과교원들이 선생님의 의견에 공감이라는듯 저저마다 머리를 끄덕이였다. 분과장선생도 련화선생의 평가가 충분한 전제조건과 론리적타당성이 있다고 긍정하면서 종합된 견해를 발표하였다. 결국 나의 교수안은 교수단계별에 따르는 시간배정을 엄정하게 하는 방향에서 재작성하는것으로 락착되였다. 이로써 분과모임은 끝났다.

《너무 마음쓰지 말아요. 어떻게 첫술에 배부르겠나요.》

《은석선생, 거 리론수준이 보통이 아니더구만. 앞으로 본때있게 큰소리칠것 같소. 신심을 가지오.》

분과의 교원들이 퇴근준비를 서두르며 내 마음을 눙쳐주느라 왼심들을 썼다.

《자자, 이젠 퇴근들 하자요.》, 《그러자요, 은석선생, 함께 가지 않겠어요?》

《먼저들 들어가보십시오. 전 좀 있다가…》

나는 내키지 않는 선웃음을 지어보이며 사양했다.

《아이, 은석선생과 저녁산보를 좀 할가했더니… 에라 그럼 난 먼저 가요.》

나는 창가에 서서 명랑하게 웃고 떠들며 교문밖으로 멀어져가는 그들을 말없이 바래웠다.

자리에 앉으니 부결된 교수안이 볼수록 가슴을 허우룩하게 만들었다. 저도 모르게 시선은 선생님의 사무탁에 견주어졌다. 텅빈 책상이 눈앞에 안겨왔다.

선생님도 퇴근하셨구나. …하긴 선생님한테야 어린애가 달려있지 않는가. 나는 순간이나마 리기적인 관념에 포로되였던 자신을 타매하지 않을수 없었다.

교수안을 번져갈수록 나의 귀전에는 선생님의 음성이 나직이 들려왔다.

《…교원의 45분의 요구를 모르고서는 교수의 성공을 담보할수 없습니다.》

45분의 요구! …45분은 나에게서 무엇을 요구하고있을가.

나는 두팔을 엇걸고 분과실안을 오락가락했다. 부지중 선생님의 첫 수업이 돌이켜지였다.

교실천정으로 날아올랐던 박새, 선생님을 그렸던 숙제장… 웬일인지 첫 수업을 받던 옛 교실이 못내 그리워났다. 나는 규격지에 침착하고 자신있게 수업을 해나가던 선생님의 초상을 옮겨그리기 시작하였다.

분과실문이 빠끔히 열렸다. 련화선생님이였다. 나는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아니, 선생님이 어떻게?… 무얼 잊고가신거라도 있습니까?》

선생님의 동그스름한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어리였다.

《집으로 가다보니 내가 처음 교수준비를 해보는 은석선생에게 너무 랭담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더군요. 미안해요.》

《아니, 저때문에 되돌아오셨단 말입니까? 어서 들어가 보십시오. 탁아소에서 선생님을 기다리지 않겠습니까?》

《일없어요. 애아버지가 어련히 찾아오지 않을라구요.》

선생님은 사려깊은 안광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은석선생, 내 합평회때도 말했지만 성공적인 수업을 한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우선 교원은 무엇보다 먼저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사전에 료해하여 파악해야 해요.

매 학생들의 사고수준, 지적능력, 성격과 취미 등 모든 심리적요소들을 명확히 알고있어야 45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리용할수 있어요. 그러자면…》

창유리에는 짙은 어둠이 덮이고 어데선가 소쩍새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밤은 바닥없이 깊어가고있었다.

미진된 숙제를 두고 마음쓰시던 어제날처럼 나의 교수준비에 세심한 관심을 돌리는 선생님의 사심없는 방조는 나에게 있어서 갈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찾아든 생명수와도 같았고 첫걸음마를 떼는 아기에게 내여민 어머니의 정다운 손길과도 같은것이였다. 보석도 연마하면 할수록 빛난다고 그 열렬한 감정으로 나의 교수안은 치밀하게 완성되였다.

선생님의 속눈섭 부드러운 눈가에 피로가 실린듯싶었다.

《이만하면 다 된것 같군요. 인젠 나를 학생으로 삼고 그 교수안대로 수업을 진행해보자요. 교수계획이 아무리 째이고 독특하다 해도 학생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실천수단이 빈약하면 완전무결한 교수가 되지 못한답니다.》

《선생님, 밤이 깊었습니다. 저 혼자서도 능히 해낼수 있으니 걱정마시고 집에 들어가십시오.》

《괜찮다는데두요. 자, 시간을 보면서 교수흐름새를 잘 조절해보세요. 재삼 말하지만 수업은 단 한순간도 드팀이 없어야 해요.》

선생님은 손목시계를 벗어 교탁우에 올려놓아주었다.

철부지아이적부터 선생님의 애를 태운것도 모자라 다 성장한 오늘까지도 선생님의 살뜰한 보살핌을 응당한것으로 받아야만 하는 나같이 불민한 제자가 어디 또 있단 말인가.

나는 뜨거운것을 삼키며 선생님을 상대로 모의수업을 진행하였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45분의 요구대로!… 그 요구를 외면하는것은 교육자의 존재와 가치를 부정하는것이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선생님이 제시하는 각이한 정황과 환경을 능란하게 처리해나갔다. 모의수업이 끝나고보니 나의 잔등은 땀으로 화락하니 젖어있었다. 의미깊은 눈웃음을 짓는 선생님의 이마전에도 구슬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심장의 더운 피가 온몸을 끓이며 생의 희열로 용솟음칠 때 나는 교육자의 빛나는 삶과 영예란 바로 이런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숭고한 모습을 아직까지는 다는 리해할수 없었다.

그로부터 몇해가 지난 어느날이였다.

나에게 한통의 반가운 편지가 날아왔다. 발신인의 이름란에는 정자로 쓴 《박철명》이라고 세 글자가 앙증스럽게 박혀있었다. 편지를 보니 송아지적 동무와의 소중한 우정이 가슴을 그들먹이게 했다.

봉투안에는 군관학교를 최우등의 성적으로 졸업하였다는 소식을 적은 새하얀 편지지와 단정한 군복차림의 사진이 함께 들어있었다.

어깨가 쩍 벌어진 박철명이 중위의 견장을 달고 사내답게 벌씬 웃고있었다.

(철명이가 인젠 벌써 군관이 됐단 말이지.)

나는 사진과 편지를 다시 봉투속에 넣고 옷을 꺼내입었다. 분과장선생님(얼마전부터 련화선생님은 분과장사업을 맡아하고있었다.)이 이 사실을 아시면 얼마나 만족해하실가.

푸릿한 달빛이 보드라운 안개발처럼 길바닥에 교교히 깔리고있었다.

나는 걸음을 다우쳐 울담밖에 채송화며 접중화, 백일홍을 둘러심은 선생님의 집앞에 이르렀다.

저녁밥이 잦는지 밝은 불빛이 어둠을 녹이며 흘러나오는 마당가로 엇구수한 냄새가 풍겨왔다. 금시 선생님을 찾으려고 문손잡이를 쥐는데 아들애를 앉히고 부르는 선생님의 맑고 청아한 노래소리가 나를 멈춰세웠다. 우아한 노래선률에 심취된 나는 선생님의 노래를 들으며 다정다감한 생활정서에 탄복을 금할수 없었다. 노래가 끝나자 여물지 못한 박수소리가 짜락짜락 울렸다.

《야ㅡ 엄마 노래 잘 부르누나!》

《그래? 우리 선혁이 참 곱구나.》

함박꽃을 수놓은 앞치마를 두른 선생님이 관자노리밑으로 흘러내린 잔머리칼을 쓸어올리며 귀여운 아들애의 뺨에 쪽 입을 맞추어주었다. 엄마의 애무를 받은 선혁이가 캐드득거리더니 애원하듯 칭얼댔다.

《엄마, 나 총 사달라. 뚜룩뚜룩하는 따발총! 응?》

《따발총?… 엄마가 래일은 꼭 사줄게.》

《정말?!》

믿어지지 않는듯 선혁이가 머루알같은 까만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따발총?…) 버긋이 열린 창문너머로 선혁의 보동보동한 어깨가 엿보였다.

항상 교수사업에 눈코뜰새없는 선생님은 래일도 필경 아들애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것이다. 그렇다면?…

비릿한 물냄새를 싣고 선선한 강바람이 건들건들 불었다.

한적한 유보도를 밝히며 서있는 가로등의 은근한 불빛아래서 나는 번민하고있었다.

첨벙!

걸죽한 기름처럼 번들거리며 흘러가는 물면우로 밤고기가 뛰여올라 큼직한 파문을 일으켰다.

나의 마음속에서도 지울수 없는 파문이 일고있었다.

엊저녁 선생님의 집토방에서 우연히 얻어들은 따발총에 대한 생각은 온종일 나의 머리속을 하냥 떠나지 않았었다.

마을아이들의 총놀이에 수수대《총》을 들고 뛰여놀 선혁이… 마을어구 둔덕에서 이번만은 자기의 한가닥 소원을 잊지 않고 풀어줄 어머니를 목이 빠지게 기다릴 선혁이… 약속은 어길수 없는 철칙으로만 알고있는 천진란만한 그 애가 오늘도 빈손으로 집에 들어서는 엄마를 본다면 얼마나 섭섭해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교재연구를 하는 짬에 얼른 백화점에 갔다오리라 마음먹었다.

어린이 완구매대에서 따발총을 겨우 손에 넣었을 때 나는 드디여 오늘엔 선생님이 선혁이와의 약속을 지킬수 있게 되였다는 소박한 기쁨에 절로 마음이 흥그러워졌다.

그런데 나의 이 처사가 선생님을 그리도 실망케 할줄은…

《교재연구는 어떻게 되였는가요?》

《저… 그건…》 나는 사무탁우에 널려있는 교수문건을 흘깃 스쳐보며 말문을 얼버무리였다.

분과실안에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엄습했다.

《은석선생의 그 마음은 고맙지만… 섭섭해요. 어쩌면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교수준비를 소홀히 할수 있어요. 교수준비는 45분에 대한 교원의 태도문제예요. 45분속에 교육자의 순결한 량심을 묻는 중요한 사업이란 말이예요.》

나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선생님의 지적은 부정할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였던것이다. 선생님의 대바른 심정에 감심은 되면서도 가슴 한구석에는 고까움도 없지 않았다. 교재연구야 좀 늦어지더라도 어쨌든 해내면야 그만이 아닌가.

나는 어둠침침한 하늘가를 째며 긴 포물선을 긋는 별찌를 올려다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날 아침에야 나는 선생님이 어찌하여 내가 대수롭지 않게 여긴 교수준비에 대해 그토록 마음쓰셨는지 깨닫게 되였다.

아침에 출근하여 분과실에 들어서니 습관처럼 남먼저 출근한 선생님이 자리에 앉아계셨다. 상냥한 웃음속에 아침인사를 건넨 선생님은 나에게 품들여 만든듯 한 교편물을 내놓았다.

《내딴의 타산을 하느라고 했는데 교수에 꽤 도움이 되겠는지 모르겠어요.》

교재에서 취급하고있는 리론적개념들에 대한 명확한 표상과 원리적인 인식에 중점을 둔 교편물은 착상이 기발하고 직관적효과가 뚜렷했다. 창조적인 지혜와 발견이 안받침된 그것을 보느라니 선생님의 남모르는 수고가 헤아려지면서 가슴이 짜르르해왔다.

교수의 주인인 나는 그래도 그 어떤 불가피한 사정을 운운하며 발편잠을 잤는데 선생님은 나때문에…

《내가 어제 지나쳤다면 량해하세요. 난 다만 교육자에게 있어서 45분은 교원생활전기간 반복으로 지속되는 평범한 시간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의 장래문제를 책임진 엄숙하고도 운명적인 시간이라는것을 말하고싶었댔어요.》

《선생님!》

가장 격렬하고 피끓는 감정일수록 말문은 억척으로 막혀버리는지 나는 이 말밖에 더 외울수가 없었다. 가슴속에는 무언가 뜨거운것이 가득차 고패치고있었다.

그렇다. 45분은 바로 그것을 요구하였다.

45분에 심장을 얹고 피도 숨결도 다 바치는 선생님과 같은 열혈의 인간을!

실로 선생님의 모습은 나에게 교육자의 영예와 긍지에 앞서 량심과 의무를 알게 한 참된 인간의 모습이였다.

 

마 지 막 수 업

 

눈은 이미 멎었다.

외줄기 발자국만이 찍혀져있던 학교운동장에 크고작은 발자국들이 무수히 새겨졌다.

교문으로는 삼삼오오 떼를 지은 아이들의 물결이 그칠줄 몰랐다. 벌써 등교시간이 된것이다.

은석은 그제서야 오늘 진행하여야 할 사업계획을 깐깐히 훑어보았다.

어느것이나 다 학생들의 교수교양과 학교관리운영에 절실한 사업들이다. 그중에서도 은석은 세번째시간에 물려져있는 련화선생의 마지막수업에 대한 교수참관사업을 가장 선차적인 문제로 꼽았다.

나이가 지나도록 교단을 내리는것을 한사코 미루어온 련화선생인데 이번 수업을 총화짓고는 곧 그의 예순돐생일상을 차려드릴 결심이다.

일력장우에 활달한 필체가 속도감있게 기입되고있었다.

《5학년 5반 3수업 교수참관! 참가대상…》

《똑똑똑》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 들어오시오.》

고개를 들어보니 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람은… 련화선생이였다.

은석은 그를 의자에 앉히고 보온병에서 더운물을 따랐다.

《선생님두 참, 아 오늘같은 날에야… 자, 이걸 좀 드십시오. …천천히 나오셔도 되겠는데 그러시는군요. 이젠 나이도 있는데…》

《마지막수업이라구 긴장성을 늦춰서 되겠나요?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지막마무리가 더 중요하다지 않나요.》

련화선생은 물고뿌를 내려놓고 그에게 서류문건 하나를 내밀었다. 교수안이였다.

《내 교원생활의 총화작이 꽤 되겠는지 좀 봐주세요. 어쩐지 교장선생의 의견을 듣고싶군요.》

은석은 교수안의 첫장을 번졌다. 발전하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현대적직관수단에 의거하여 교수의 지능화를 실현하려는 련화선생님의 의도가 글줄마다에서 도도히 맥박치고있었다.

(역시 선생님다운 교수방법이다.… 탄도곡선의 특성과 응용문제에 대한 동화상이라?… 이 다매체프로그람을 완성하느라 선생님이 또 밤을 세웠겠구나.)

《그래, 어때요?》

《선생님의 지성에 탄복하게만 됩니다. 탄도곡선을 그리게 되는 리유를 실지 이렇게 동화상을 보면서 체득하게 하면 교재에 대한 학생들의 리해가 한결 수월해질겁니다.》

《교장선생님의 견해가 그렇다니 얼마간 한숨이 나가는군요. 학생들의 반응이 어떨는지…》

《마음놓으십시오.》

은석은 오로지 45분 하나만을 생각하며 마음을 쓰는 선생님의 깨끗한 진정에 다시금 진심으로 머리숙어졌다.

《참, 선생님. 며칠전에 윤호에게서 편지가 왔는데 몇년동안 추진해오던 연구에서 크게 성공하여 학계를 들썩 끓게 했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부교수의 학직까지 수여받았다던지…》

《저한테도 편지가 왔더군요. 윤호동무가 정말 장해요.》

《그것이 어덯게 윤호동무 혼자몫이겠습니까. 윤호동무 말대로 그 성과는 고스란히 45분속에서 우리들을 자래워준 선생님의것이지요.》

《원, 교장선생두. 무슨 말을 그렇게…》

련화선생의 표정이 어색해지더니 교수준비를 해야겠다며 자리를 일었다.…

류다른 정숙과 경건함이 깃든 속에 수업이 시작되였다.

파아랗게 움터난 새싹들을 바라보며 풍요한 가을을 안아보는 근면한 농민의 마음인양 학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더듬는 그의 눈동자에는 더없이 진실하고 아름다운 빛이 실려있었다.

흰서리내린 그의 머리가 깊숙이 숙어지였다.

은석은 지금 추억의 첫기슭에 새겨진 어제날의 첫 수업이 재현되는듯싶었다.

《…우에서 던진 물체의 운동은 화면에서 보는바와 같이…》

학생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나가는 선생님의 모습은 처녀시절의 모습 그대로였다.

선생님의 모습ㅡ 그것은 강성번영할 조국의 래일을 안고 불철주야 선군장정의 길을 이어가시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혁명시간에 초점을 맞추고 한생을 불같이 살아온 모습, 조국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45분을 교육자의 인생으로 안고산 숭고한 모습이였다.

그 45분속에서 얼마나 많은 나라의 기둥감들이 아름드리 무성한 숲으로 자라났던가.

45분속에 비낀 모습! 그렇다. 선군시대 교육자의 모습은 마땅히 련화선생님처럼 후대들이 기억하고 조국이 기억하는 값높은 모습, 45분속에 빛나는 아름다운 모습이여야 한다.

은석은 종이우에 선생님의 모습을 담고있었다.

은석은 이 속사를 예순번째생일을 맞는 선생님께 올릴 가장 큰 선물로 준비하고싶었다.

 

(평안북도 향산군 향산중학교 로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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