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7(2008)년 제2호에 실린

 

 단편소설

 

생의 활력

 

백기봉

                                    

1

 

따르릉-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복잡한 하루사업을 마무리짓고 책상우의 문건들을 간종그리며 오늘 계획했던 일중에서 미진된것이 없는가 더듬어보던 박명진은 얼른 송수화기를 들었다.

《부부장 박명진 전화받습니다.》

순간 박명진은 수화구에서 울려나오는 귀익은 친근한 음성에 정중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펴고 몸가짐을 바로했다.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께서 전화를 걸어오셨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지금 인민군부대들을 현지에서 지도하시느라 최전연에 나가계신다.

《마침 방에 있구만. 그런데 왜 아직 퇴근을 하지 않았소?》

《지금... 퇴근하려던 참이였습니다.》

《그렇소? 미안하오. 부대장감시소에서 작전토의를 하느라 내 미처 전화를 걸지 못했소. 강철호아바이에게서 아직 소식이 없습니까?》

박명진은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저... 제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서운하신듯 잠시 말씀이 없으시다가 나직한 어조로 뇌이시였다.

《그런걸 난 또 아바이한테서 무슨 좋지 못한 소식이라도 와서 동무가 보고하기를 주저하고있지 않는가 생각하였댔구만. 아바이가 오늘 수술을 한다고 하였는데...

《장군님, 제 인차 알아보고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래주시오.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는 의사들이 수술한다고는 하지만 난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더 말씀을 않으시고 전화를 끊으시였다.

박명진은 송수화기를 든채 굳어진듯 그대로 서있었다.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자책의 아픔이 온몸을 휘감았다.

인민무력부의 책임일군인 항일혁명투사 강철호는 지금 심장병치료에서 제일이라고 소문난 유럽의 한 병원에 가있다. 그래서 장군님께서는 오늘도 부대장감시소에서 적정을 료해하시고 부대의 전투임무를 확정해주시며 전사들에게 멸적의 투지와 신심을 안겨주는 새로운 주체전법을 깨우쳐주시면서도 멀리 유럽의 한끝에 가있는 전사의 건강이 념려되시여 줄곧 마음쓰시며 근심하시다가 퇴근시간이 되자 더는 기다리실수 없어 전화를 거시였을것이다.

박명진은 죄스럽기 그지없었다. 강철호가 유럽의 그 병원으로 떠난지 벌써 보름이 지나도록 한두번 근심이나 했을뿐 일에 몰리여 알아볼 생각은 못하였다.

왜 그랬는가? 왜? 일이 바빠서? 아니, 일이 바쁘면 나라의 천만가지 일을 다 돌보시는 장군님처럼 바쁘신분이 어디 있으랴.

혁명선배들에 대한 관점이 바로서있지 못했기때문이다. 심장이 뜨겁지 못했기때문이다.

언제면 항일의 로투사들을 그토록 아끼시는 장군님의 그 뜻을 제대로 받들수 있을가.

박명진은 자신을 가차없이 질책하며 급히 전화기의 번호단추를 눌렀다. 해당부문을 찾아 강철호의 수술결과가 어떻게 되였는지 속히 알아보라고 했다.

송수화기를 놓은 박명진은 천천히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에서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있었다. 차길에도 가로수에도 살림집지붕우에도 온통 흰눈이 덮이였다. 그 눈을 맞으며, 그 눈을 밟으며 하루일을 마친 사람들이 즐겁게 웃고 떠들며 집으로 가고있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뻐스를 타고가기도 하고 걸어가기도 하고... 얼마나 행복한가. 아늑한 보금자리들이 그네들을 기다리고있으니...

그러나 그 행복을 지키시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지금 이 시각도 최전연에 서계신다.

이제 또다시 다른 부대 전사들을 찾아 눈내리는 험한 령길을 가실것이다. 미끄러운 령길, 그 숫눈길에 새겨지는 야전차의 바퀴자리들, 그 바퀴자리우에 내려와 쌓이는 눈송이, 눈송이...

불현듯 언제인가 강철호의 담당의사가 들려주던 이야기가 가슴을 두드리며 메아리를 일으키는듯싶다.

...어느 한 회의에 참가했던 강철호가 갑자기 심장병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의사들이 달라붙어 구급대책을 세웠으나 강철호는 눈을 뜨지 못했다. 인공호흡, 산소호흡을 시키는 의사들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그러나 환자의 몸은 안타깝게도 점점 식어가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맥을 놓고말았다. 컴컴하게 질린 그들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어리였다. 귀중한 항일혁명투사 한사람을 또 이렇게 잃게 되는구나. ...

바로 이때 위대한 장군님께서 병원에 찾아오시였다. 강철호의 소식을 듣고오신것이다.

의사들은 안타까와 눈물을 흐리리며 환자를 흔들었다.

《철호아바이, 어서 눈을 뜨십시오. 장군님께서... 장군님께서 오시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아무 기척도 없이 눈을 감고 누워있는 강철호를 보시자 너무도 억이 막히여 와락 그러안으시였다. 목메여 부르시였다.

《아바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정신을 차리십시오, 아바이!》

안타까이 부르시는 그 절절한 음성은 푹 젖어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흔들며 부르시였지만 강철호는 반응이 없었다. 그의 넋은 이미 저세상으로 가버린듯...

사람들은 가슴이 미여지는듯 했다.

(아, 우리 장군님께서 그렇게도 애타게 부르시는데 아바이는 어이하여 한마디 대답도 못 올립니까. 아바이, 너무도 무정합니다....)

모두들 가슴을 쥐여뜯었다.

그러던 의사들은 갑자기 몸을 흠칫하며 눈을 흡떴다. 뜻밖에도 반응이 있었던것이다.

생사기로에서 헤메이던, 아니 이미 저세상에 갔던 환자의 창백했던 얼굴에 점점 피기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차츰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것이였다.

그야말로 기적이였다.

물론 모여섰던 사람들모두가 《야!》하고 목메인 탄성을 내질렀다.

장군님께서 격한 어조로 다시 부르시였다.

《아바이, 눈을 뜨십시오. 김정일이 왔습니다.》

전설같은 일이 일어났다. 환자가 눈을 뜬것이다.

환자의 눈가에 핑그르 뜨거운것이 고여흐른다.

손을 들려는듯 움씰거린다.

《장-군-님-》

《아바이!》

장군님께서는 강철호를 한품에 꽉 그러안으시였다.

《글쎄... 장군님께서... 오신것 같아... 눈을 떠보니... 정말... 이렇게...

사람들은 모두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장군님께서는 그날 강철호의 치료대책을 구체적으로 세워주시였다.

《어떻게 하나 아바이를 꼭 살려야 합니다. 그는 우리 혁명의 원로입니다. 치료전투를 벌립시다. 제기되는것은 모두 나에게 직접 보고하시오.》

긴장한 치료전투가 벌어졌다. 장군님께서는 그처럼 바쁘신 속에서도 시간마다 치료정형과 환자의 건강상태를 료해하군 하시였다.

위대한 장군님의 사랑이 그대로 불사약이 되여 환자의 심장은 점점 힘있게 박동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위험한 고비를 넘긴것이다. 꼬박 나흘밤을 새운 담당의사는 환자가 안정상태에 들어가자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그러자 몰렸던 피로가 한꺼번에 휩쓸어드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환자가 잠이 들고 숨결도 고르로와지자 직일탁을 마주하고 앉은 담당의사는 팔을 탁우에 올려놓고 그우에 얼굴을 묻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의사는 무슨 이상한 소리가 나는것을 느끼고 벌떡 일어났다. 얼른 환자에게 가보니 그는 여전히 잠을 자고있었다. 숨소리도 여전히 고르로왔다.

담당의사는 고개를 기웃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분명 무슨 소리인가 난것 같은데... 착각이였는가?

걸상에 다시 앉으려는 순간 또 한번 짧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그제야 그는 처음에 난 소리도 전화종소리였다는것을 깨달았다.

무슨 전화일가. 무슨 전화이길래 신호를 이렇게 짧게 할가.

의아해서 송수화기를 들었던 의사는 그만 깜짝 놀랐다. 수화구에서는 뜻밖에도 김정일장군님의 우렁우렁하신 음성이 울려나왔던것이다.

《늦게 찾아 안됐소. 그래 지금 뭘 하고있소?》

의사는 얼결에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계바늘은 2시를 가리키고있었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장군님께서는 아직까지 쉬지 못하시고 일보시다가 환자가 걱정되여 전화를 걸으시였는데 자기는 잠을 자다가 전화종소리도 미처 가려듣지 못한것이다. 의사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자책의 눈물이 솟구쳐올랐다.

《장군님, 제 그만... 잠이 들었댔습니다. ...

《잠들었댔다?...

의사의 말을 되뇌여보시던 장군님께서 가볍게 웃으시는 소리가 수화구에서 흘러나왔다.

의사는 긴장해졌다. 왜 그러실가?

《의사선생! 선생이 환자를 옆에 놓고 잠을 잤다니 내 마음이 좀 놓입니다.》

《예?》

의사는 눈을 크게 떴다. 자기가 혹시 잘못 듣지나 않았나 해서 구멍이 송송한 수화구를 얼핏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의사선생이 잠을 잤다는것은 그만큼 환자의 병이 호전되였다는것을 의미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의사는 그만 목이 꺽 메여올랐다. 코허리가 시큰해지고 눈굽이 쩡해졌다.

《장군님, 환자가 이제는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렇습니까! 치료전투를 하느라 그동안 정말 수고했습니다.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니 이젠 마음이 좀 놓입니다. 의사선생도 오늘은 좀 쉬시오. 미안하오, 단잠을 깨워서...

《장군님!》

의사는 송수화기를 가슴에 끌어안으며 뜨거운것을 삼켰다. 눈물이 핑그르 돌았다.

정말이지 장군님께서 얼마나 환자에 대해 걱정이 크시였으면 이렇게 자정이 훨씬 넘은 2시에 전화를 하시였을가.

밤중이여서 사람들을 놀래울가봐, 혹시 잠들었으면 그 잠을 깨울가봐 짧게 신호를 하도록 하시였을 그 세심하고도 다심한 은정이 온몸을 뜨겁게 달구어주는것이였다.

환자를 두고 얼마나 마음을 쓰시였으면 잠든 의사를 두고 탓하시기 전에 환자의 건강상태부터 가늠해보시였을가.

바로 그 의사도 지금은 환자와 함께 머나먼 유럽땅에 가있다.

전화종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박명진은 생각에서 깨여났다.

박명진이 문의했던 강철호의 수술정형과 현재 건강상태에 대한 전화였다.

박명진은 장군님의 그토록 크나큰 관심속에 있는 항일의 로투사가 오늘 수술을 받는다는것도 모르고있었던 자신을 질책하며 전화를 받다가 그만 깜짝 놀랐다.

수술은 끝났으나 결과가 시원치 못하다는것이였다.

재차 수술을 하여야 하겠는데 환자가 지금 건강상태로 꽤 감당해내겠는지 론의중이라고 했다.

수술비용도 엄청나게 많은 량이여서 장군님께 보고드리기가 서슴어진다고 하였다.

장군님께서 벌써 그 어떤 심상치 않은 예감을 받으시고 알아보라 하셨구나 하고 생각하며 박명진을 그이께 보고드리려고 전화기의 수자단추들을 급히 눌렀다.

보고를 받으신 장군님께서는 잠시 침묵을 지키시다가 힘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환자의 상태를 잘 고려하되 잊지 말아야 할것은 그가 바로 항일의 로투사라는것입니다. 항일의 준엄한 전구들과 전화의 불비속을 헤쳐오면서 죽음의 고비들을 한두번만 이겨내지 않았습니다. 강철호아바이에게 전해주시오. 이 김정일이가 수술립회를 선다고 생각하고 수술을 받으라고 말입니다. 수술비용은 생각도 하지 마시오. 무조건 그를 살려내야 합니다.》

박명진은 가슴이 확 달아올랐다. 수천수만리 먼곳에서도 수술립회를 서시는 장군님, 그렇다. 이 세상 그 어딜 가나 우리는 장군님의 품에서 사는것이 아니겠는가.

사랑의 전파는 곧 저 멀리 유럽의 한끝으로 날아갔다.

 

2

 

그때로부터 다섯달이 지나갔다. 이날도 장군님께서는 전선중부의 어느 한 부대장감시소에 서계시였다. ...

 

젊은 부대장의 정황판단과 그에 따르는 방어력량편성은 참으로 대담한것이였다.

부대장감시소에는 숙연한 정적이 깃들었다. 바람이 위장풀을 스치는 소리만이 들릴뿐이였다. 부대지휘관들도 최고사령부작전조성원들도 모두 긴장한 자세로 서있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감시소작전탁에 펼쳐놓은 방어략도를 유심히 들여다보시였다.

적들이 최첨단무기를 동원하여 공격해오는 경우 이 부대의 방어에서 더는 빈틈이 없겠는가? 방어종심은?... 그리고 린접부대들과의 협동은?...

방어략도를 하나하나 다시금 따져보신 장군님께서는 시선을 드시였다. 방어전방을 쌍안경으로 주의깊에 살펴보시다가 고개를 끄떡이시였다.

강철호가 손때묻혀 키운 지휘관이 다르다는 생각이 드시였던것이다.

《전반적으로는 부대장결심채택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방어력량편성도 기존방식이 아니라 대담하게 갱신한것이 마음에 듭니다. 이만하면 그 어떤 대적이 쳐들어와도 능히 물리칠수 있습니다. 여기에 내 생각을 좀더 보충한다면...

장군님께서는 한손을 들어 방어전연전방을 쭉 가르시며 적들이 립체전에 대응할 방어력량편성에 대하여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시였다.

그이께서 힘있게 가로세로 손세를 쓰실 때마다 철벽의 방어진들이 불쑥불쑥 솟아나고 강력한 반타격력량이 적의 뒤통수를 치고 사등뼈를 꺾어놓아 다시는 덤벼들념을 낼수 없게 할 위대한 주체전법이 태여나군 했다. 지휘관들은 대번에 심장이 쑥쑥 커지고 키가 자라는듯 자신만만해진 눈길로 방어전방을 내려다보았다.

장군님께서는 말씀을 끊으시고 두손으로 허리를 짚으신채 잠시 전연전방을 휘둘러보시다가 만족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만하면 이 부대도 자기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할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떻습니까?》

젊은 부대장을 비롯한 부대지휘관들과 최고사령부 성원들도 가슴을 쑥 내밀며 환희에 찬 어조로 말씀드렸다.

《이제는 그 어떤 대적이 덤벼들어도 자신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미더운 눈길로 그들을 둘러보시며 고개를 끄떡이시였다.

《신심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절대로 자만해서는 안됩니다. 동무들의 뒤에는 조국이 있는것만큼 단 한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됩니다. 적들이 덤벼들면 단 한수로 통장훈을 부를수 있게 부단히 전투조법들과 전술을 연구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이젠 우리 전사들을 좀 만나봅시다.》

장군님께서는 감시소를 내리시였다. 병사들의 침실과 식당, 세목장과 일일창고까지 돌아보시고 그들의 소박한 예술소품공연도 보아주시고나서야 만족한 마음을 안고 부대를 떠나시였다.

밤은 어느덧 깊어 하늘에는 뭇별들이 총총히 빛나고있었다.

굽이굽이 령길을 달리는 야전차의 좌석등받이에 몸을 기대이신 장군님께서는 방금전 젋은 부대장이 하던 말이 귀에 쟁쟁히 들려오는듯싶으시였다.

《장군님, 밤이 깊었는데... 또 이렇게 험한 길을... 이제는... 이런 위험한 최전연길은... 부디 삼가해주십시오. 우리 전사들의 한결같은 소원입니다.》

울먹거리며 간절히 아뢰이던 그 목소리...

미더운 동무였다. 부대의 전투준비는 물론 생활도 이악하고 깐지게 꾸려나가고있다. 마음이 놓이신다. 구분대들이 서로 경쟁이나 하듯 전투력을 높이고 살림살이들을 꾸려나가고있다.

문득 강철호의 너부죽한 근심이 어린 얼굴이 떠오른다. 언제인가 강철호가 어느 부대에 간다고 해놓고는 벼락같이 바로 조금전에 장군님께서 찾아가시였던 그 부대 어느 한 중대 식당으로 뛰여들어 병사들이 먹는 그대로 한사람분을 걷어가지고 부대지휘부에 갔다고 한다. 그때부터 강철호가 부대지도사업이 끝날 때까지 병사들이 먹는 그대로 식탁을 차리게 하고 식사를 하군 하는 바람에 지휘관들이 진땀을 뽑았다고 한다. 다른 부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부대지휘관들은 강철호가 일도 빨찌산식으로 한다고 하면서 그의 눈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부대전반수준을 끌어올리려고 아글타글해오고있는것이다.

《철호아바이, 이젠 이 전연부대들에 대해선 마음놓아도 되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이제 강철호를 전화로 만나 하실 말씀을 입속으로 뇌여보시며 미소를 머금으시였다.

강철호는 지금 다섯달하고도 보름이 다되도록 그 유럽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다. 그는 치료를 받으면서도 인민군부대들의 전투준비때문에 마음을 못 놓고있을것이다.

책임적인 위치에 있는 오랜 로장이 자리를 비운것으로 하여 장군님의 사업부담은 자연히 곱절로 많아지게 되였다.

강철호가 맡은 직책이 잠시도 자리를 비워서는 안되는, 조국의 생사운명과 직결된 그런 중요하고도 책임적인 사업이기때문이였다.

며칠전 박명진은 무척 안타까와하는 어조로 이렇게 말씀드렸었다.

《장군님, 지금 장군님의 건강때문에 모두들 걱정하며 속을 태우고있습니다. ... 강철호아바이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데 그의 자리를 메꾸는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의견들입니다.》

장군님께서는 그 말에 무춤 놀라시였다. 전혀 생각도 못해보셨던 문제이기때문이였다.

《자리를 메꾸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장군님의 얼굴이... 지금... 몹시 축갔습니다.》

《내 얼굴과 철호아바이의 자리를 메꾸는것이 무슨 관계가 있소?》

《철호아바이가 자기 사업을 못하니... 장군님, 모두들 걱정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철호아바이는... 인제는 나이도 있고 건강도 좋지 못한데다가...

《그러니 여생을 편히 보내게 해야 한다. 그 말이겠소?》

《그렇습니다.》

《이보오 박동무, 우리가 혁명선배를 아껴주고 위해준다는게 그게 전부일가?》

《하지만 장군님의 건강이...》

장군님께서는 단호하게 한손을 획 내리그으시였다.

《그런 론리는 세우지도 마시오. 내 건강이 어쨌단 말이요? 나는 철호아바이가 해야 할 일까지 맡아하는것이 아니요. 최고사령관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하고있단 말이요. 의리적으로 봐도 그렇지, 사람이 병원에 가있는데 그의 병치료에 먼저 관심을 돌려야지 직무문제부터 론해서야 무슨 인간의 도리겠소. 다시는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도 마시오.》

그렇게 엄하게 그루박아놓으신 장군님이시였다.

물론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는것은 어쩔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다.

항일의 로투사들은 자기의 후대들을 그쯘히 키워놓았다. 강철호가 손때묻혀 키워낸 지휘관들도 지금 자기 초소에서 한몫씩 믿음직하게 맡아하고있다. 바로 오늘 만났던 그 젊은 부대장도 한때는 강철호의 부관이였었다. 그렇다고 이제는 혁명선배들을 편히 쉬우는것이 도리로 되는것이겠는가.

물론 그들이 우리 혁명앞에, 조국앞에 해놓은 일은 헤아릴수없이 큰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혁명에 대한 헌신성에는 끝이 없다. 그들이 혁명투쟁에서 변함없이 자기 위치를 지킬수 있도록 도와주는것이 바로 참다운 동지애이고 의리가 아니겠는가.

장군님께서는 강철호가 가있을 먼 하늘끝 어딘가를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철호아바이! 여기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고 병치료를 잘하십시오. 꼭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십시오.》

장군님의 마음을 실은듯 별찌 하나가 눈부신 섬광을 뿜으며 그 하늘끝으로 날아가고있었다.

 

3

 

강철호는 떠난지 꼭 여섯달 보름만에야 돌아왔다.

그가 돌아오자 누구보다도 기뻐한 사람은 박명진이였다.

(이제는 장군님께서 조금이나마 부담을 더시게 되였구나.)

장군님께서 손수 마련하신 보약지함을 안고 강철호의 집으로 향하는 박명진의 입에서는 안도의 숨이 새여나왔다.

장군님께서는 지금 먼 북방지구를 현지에서 지도하고계신다. 강철호가 돌아왔다는 보고를 받으신 장군님께서는 현지지도를 마치고 인차 가겠으니 박명진더러 이미전에 마련해두셨던 보약을 가지고 먼저 집에 찾아가보라고 하셨던것이다.

온 나라가 《고난의 행군》을 하고있고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준엄한 정세가 조성된 이때에 강철호가 돌아왔다는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박명진이 들어서자 강철호내외가 반겨맞았다. 속옷바람으로 장령견장이 달린 군복을 무릎우에 놓고 어루쓸던듯싶던 강철호는 일순 당황한 표정까지 짓는것이였다.

《부부장동무가 어떻게?...

아마도 박명진이 들어서기 전에 무슨 신중한 이야기가 있은듯 방안분위기가 밝지 못했다. 뜻밖에도 방 한쪽구석에는 낚시대가 세워져있었다. 강철호의 안해가 손님이 오는통에 황황히 구석에 밀어놓은듯싶었다.

《장군님께서 보내시여 왔습니다.》

박명진이 헌헌하게 웃으며 들어서자 강철호가 얼른 다가와 손을 맞잡았다.

《장군님께서는 건강하십니까?》

《예, 장군님께서는 건강하십니다. 장군님께서는 아바이가 병원에서 퇴원은 하였지만 아직은 보약을 많이 써야 한다시며 손수 이 보약을 마련하여 보내주시였습니다.》

강철호는 안해가 받아들었던 보약지함을 쳐다보더니 조심스레 되받아안았다. 그러는 그의 주름깊은 눈가에 핑그르 눈물이 고여올랐다.

한참이나 보약지함을 어루쓸다가 목갈린 젖은 음성으로 띠염띠염 말을 이었다.

《부부장동무, 내... 나이 80이 넘도록... 장군님께... 짐만 얹어드리면서... 사는구려.》

박명진도 목이 메여오르는것을 느끼며 눈을 슴벅이였다.

《빨리 이 보약을 쓰시고 몸을 추세워 장군님의 사랑에 보답을 해야지요. 그래... 건강은 좀 어떻습니까?》

강철호는 젖은 눈길로 박명진을 쳐다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였다.

《건강은 회복되였는데... 나이때문인지... 몸이 이전같지는 못하구려. 수술을 두번씩 받아서인지...

강철호의 안해가 옷고름으로 눈굽을 찍더니 보약지함을 받아 앞차대에 정중히 올려놓았다.

강철호와 박병진은 팔걸이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장군님께서 나때문에 그토록 마음을 쓰시는데 글쎄 어쩌면 좋겠소?》

강철호는 보약지함을 이윽토록 바라보며 말을 시작했다.

강철호는 유럽의 그 병원에서 두번째 수술을 받은 후 몸이 회복기에 들어서기 시작하자 어떻게 하나 빨리 완쾌되여 귀국하리라고 매일처럼 결심을 다지군 하였었다. 장군님께서 친히 전화까지 걸어주시며 건강상태를 물어주시고 일이 다 잘되고있으니 걱정말고 치료를 잘 받으라고 하실 때마다 그 결심은 더욱 굳어지군 하였다.

안팎의 정세가 그처럼 엄혹하여 사회주의를 지키는 결사전에로 전당, 전군, 전민을 이끄시느라 쪽잠과 줴기밥으로 선군길을 이어가시는 장군님이신데 무력부 책임일군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편히 앉아 치료만 받고있다는게 될말이냐. ...

그러나 강철호는 제 마음대로 퇴원할수가 없었다. 아무리 돈이 많이 든다 해도 강철호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병원치료를 받도록 하라는것은 장군님께서 그의 담당의사에게 직접 주신 《특별과업》이였던것이다.

마침내 건강을 회복하고 조국에 돌아온 강철호는 도착하는 즉시 무력부에부터 들려보았다.

장군님께서 의도하시는대로 일이 제대로 되고있는지 직접 알아보지 않고서는 견딜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러나 일은 예상외로 잘 진행되여나가고있었다.

자기가 있을 때보다도 오히려 더 잘되여나가고있었다. 장군님께서 그만큼 큰 관심을 돌려주셨다는것과 또 젊은 지휘관들이 자기 못지 않게 일을 잘하고있다는것을 가슴뿌듯이 느끼게 되였다. 하긴 장군님께서 품들여 키우신 젊은 지휘관들인데 어련하랴싶었다. 오히려 자기가 뛰여들면 그들에게 부담이 될것만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자기가 병원에 입원해있는 사이에 현실도 사람들도 멀리 전진한것이다. 그에 비하면 자기 몸상태를 어떤가.

우선 두차례의 수술후과인지 패기와 정력이 이전같지 못했다. 육체도 행동의 정확성을 잃어버린듯 했다. 이래가지고 과연 인민무력부의 책임적인 사업을 계속할수가 있겠는가.

강철호는 안타까왔다. 그렇지만 한생 군복을 입고 수령님과 장군님을 받들어온 내가 이제 와서 총대를 놓을수야 없지 않는가.

가족들의 견해는 달랐다. 한생을 혁명동지로 함께 살아온 안해까지 도리머리를 했다.

《어쩌겠어요. 이제 당신이 다시 군복을 입는다는건... 장군님께 오히려 걱정만 더해드릴수 있어요. 나라의 어려운 일, 괴로운 일 다 맡아안으시고 비오는 날, 눈오는 날 가리지 않고 온 한해를 전선길에서 보내다싶이 하시는 장군님이신데 오히려 부담이 된다면... 군복을 벗기보다 못하지 않겠어요. 이것 보세요. 막내가 낚시대까지 구해다놓은걸. ...

안해가 낚시대까지 들고 들어오는 바람에 강철호는 버럭 화를 내고말았다.

《그 낚시대 당장 치우지 못하겠소?》

그리고는 화김에 입고있던 장령복을 와락와락 벗었다. 바로 그 찰나에 박명진이 들어선것이다.

《부부장동무, 솔직히 말해주오. 이제 내가 다시 군복을 입으면... 장군님께... 오히려... 짐이 되겠지?》

박명진을 손가락마디들을 꺾으며 대답을 못했다.

무슨 말을 할수 있으랴. 강철호는 그리도 간절히 물었지만, 제발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해주었으면, 하지만... 박명진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였다.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는데 습관된 박명진이였다. 그렇지만 본인앞에서 맞대놓고 그 말을 하자니 괴롭기 그지없었다.

박명진이 괴로와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건너다보던 강철호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동무의 심정을 알만 하오. 하긴 우리 집사람들... 아니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마음일테지. 장군님께 도움을 드리지는 못할망정 짐이 되여서야 안되지.》

박명진은 가슴이 아릿해옴을 느끼며 강철호의 두손을 꽉 잡아쥐였다.

《건강을 잘 돌보십시오. 우리에겐 투사아바이들이 곁에 앉아계시기만 해도 큰힘이 됩니다.》

《고맙소. 내 건강에 모든 힘을 다할테니 장군님께 나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시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려주오. 그리고 내 후임도 빨리 임명하도록 해주오. 쟁쟁한 젊은이들이 많은데...

《알겠습니다.》

잠시후 박명진을 강철호네 집을 나섰다.

강철호에 대하여 장군님께 말씀드릴 일을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이 가볍지 못했다.

박명진은 가볍게 숨을 모두어쉬였다.

(정말 세월의 흐름은... 어쩔수 없는것이구나.)

그러는 그의 눈굽에 물기가 축축히 고여올랐다.

 

4

 

장군님께서는 두팔을 엇결어 가슴우에 올린채 창가에 서시여 밖을 내다보시며 박명진의 보고를 듣고계시였다.

방금전에 현지지도의 길에서 돌아오신 장군님이시였다.

《음... 낚시대까지 준비해놓았다. ...

장군님께서는 방금전에 박명진이 보고드린 말을 혼자소리처럼 나직이 되뇌이시였다.

가슴이 아프시였다. 이윽토록 창밖 정원을 내다보시였다. 푸름을 한껏 떨치는 정원숲에서는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예고있다.

강철호가 유럽의 그 병원으로 떠날 때에는 눈이 몹시도 내렸었다. 그때 그 펑펑 쏟아져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장군님께서는 백두의 눈덮인 산발을 피흘리며 헤쳐온 그 로투사의 한생을 돌이켜보시였다. 수령님을 따라 눈보라만리, 혈전만리를 헤쳐온 로투사가 부디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와 자기초소에 다시 서기를 애타게 바라시였다. 바로 눈을 뒤집어썼던 저 정원에 이제는 록음이 우거지고 새들이 지저귀건만 로투사는 오히려 패기와 정력을 잃고 돌아와 낚시대나 준비하고있다고 한다. 그게 진심일가? 그는 혹시 나에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고 군복을 벗을 생각을 한것은 아닐가?

장군님께서는 창가에서 돌아서시였다.

《그래 부부장동무생각엔 어떻소. 우리가 그에게 낚시대를 쥐여줘야 옳겠소. 아니면 계속 군복을 입히는게 옳겠소?》

박명진을 약간 당황한듯 한 표정이였다.

《그는 이젠... 몸이 그전과 같지 않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시였다.

《건강이야 글쎄 그전과 같지 못할수 있겠지. 이젠 나이도 있으니깐... 그러나... 내 항상 말하는것이지만 사람에게서 중요한건 육체가 아니라 마음이 늙지 않는것이요. 난 철호아바이가 군복을 벗겠다고 한것이 가슴아파 그러는거요. 혹시 동무네가 아바이한테 무슨 다른 눈치를 보인건 아니요?》

박명진은 얼굴을 붉히며 약간 더듬는듯 한 어조로 말씀드렸다.

《그건... 본인에게서 먼저 나온 말입니다. 그의 가족들도 그렇고...

장군님께서는 그러는 박명진을 유심히 건너다보시였다. 그러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시였다.

《나에게 짐이 된다는 그거겠지?》

박명진을 더 말을 못하고 고개를 수그렸다. 그제야 모든것을 짐작하신 장군님께서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의분을 누르시며 창가에서 집무탁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시였다. 두손으로 집무탁을 짚으시고 박명진을 똑바로 건너다보시였다.

《사실대로 말해보시오. 철호아바이가 무엇을 말하면서 군복을 벗겠다고 했는가를...

박명진이 나직한 어조로 조심히 말씀드렸다.

《철호아바이는... 사실... 자기가 군복을 다시 입으면 장군님께 짐이 될것 같지 않는가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대답을 못하니...

그러다가 박명진이 안타까운듯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는 그의 눈에 물기가 축축히 배여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주먹으로 집무탁우를 꽉 누르시였다.

《동무도 그렇게 생각하고있단 말이겠소. 섭섭합니다. 아바이가 나에게 어떻게 짐이 된단 말이요. 오히려 힘이 되지. ...

장군님께서는 자신의 심정을 몰라주는 박명진이 안타깝기 그지없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의분을 참으실수가 없어 방안을 거니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무도 철호아바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있지 않소. 한생을 총대와 함께 살아온 사람이란 말이요. 그는 싸움길에 나섰던 아버지가 <민생단>에 몰려 억울하게 죽은것이 너무도 원통해서 자기라도 왜놈들과 싸우겠다고 어린 나이에 유격대로 찾아왔던 사람이요. 그때 일부 편협한자들이 <민생단>의 자식이라면서 내쫓은걸 우리 수령님께서 한품에 안아 키워주시고 손에 총을 쥐여주시였소.

수령님의 품에 안긴 철호아바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한생 군복을 벗지 않고 혁명을 하겠다고 맹세했소. 그때부터 그는 정말 잘 싸워왔소. 항일의 그 나날은 물론 해방후에도, 조국해방전쟁시기에도...

이런 그가 어떻게 쉽게 군복을 벗을 생각을 했겠는가. 그가 무슨 고민인들 안했겠소. 동무는 왜 그 심정을 생각 못하오?》

박명진은 눈을 슴벅이며 떠듬거렸다.

《장군님, 전... 그저...

장군님의 음성은 더욱 절절하게 울리였다.

《동무는 철호아바이가 나이가 많다고 그러는것 같은데 그게 무슨 큰 문제이겠소. 정신적으로 늙지 않으면 되는것이지. 철호아바이는 수령님을 따라 한생을 총대와 함께 살아온 사람이요. 백두산시절부터 그는 수령님 한분밖에 몰랐던 사상이 투철한 혁명가요. 우리는 바로 그 사상을 따라배워야 하오. 우리가 하는 선군정치에서도 기본은 사상이요. 사상이 없는 총대가 막대기보다도 못하다는거야 동무도 잘 알고있는 력사의 진리가 아니요. 그렇게 놓고볼 때 철호아바이네가 오늘의 이 선군정치시대에 얼마나 중요한 지위를 차지합니까. 그가 차지하는 그 지위는 그 누구도 대신할수 없습니다.

어서 가서 그를 데려오시오. 우리가 혁명선배를 존대한다는것이 무엇이겠소. 그들의 사상과 전통을 계승하고 그들이 지향하는 삶을 생의 마지막까지 지켜주고 꽃피워준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 아니겠소.》

박명진을 뜨거운것을 삼키며 고개를 수그렸다.

장군님의 그 심원한 뜻이 가슴을 쾅쾅 울려주었던것이다.

 

×

 

그날 저녁 장령복을 입은 강철호가 눈굽이 축축해진채 집무실로 들어섰다. 장군님께서 군복을 그대로 입고오라고 하시였던것이다.

《장군님, 정말... 고맙습니다.》

입귀를 실룩이던 강철호의 량볼로 마침내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장군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두팔을 엇결으시고 천천히 집무실을 거니시며 뜨거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내 언제인가 이야기를 한적이 있지만... 나는 이 난국을 헤치는데서 언제나 인민군대를 앞자리에 내세우고있습니다. 말그대로 선군정치를 하고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수령님의 혁명력사는 철두철미 선군으로 일관되여있습니다. 군대를 먼저 창건한 다음 당도 창건하고 나라도 세웠습니다. 그러니 철호아바이는 선군력사, 총대력사의 체험자이고 증견자인셈입니다. 경험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더구나 귀중한건 한생 수령님만을 받들어온 그 투철한 사상입니다. 그런 아바이가 이 선군시대의 앞장에 서신다면 우리 일은 또 얼마나 잘되겠습니까.》

《장군님, 제 있는 힘껏... 일해보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그러는 강철호를 돌아보시다가 갑자기 눈굽이 저릿해와 고개를 돌리시였다.

《수령님을 모시고 백두산에서 싸우던 로투사들이 이젠 정말 몇분 남지 않았습니다. 최현, 오백룡... 림춘추... 오진우...

그분들이 다 살아계신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니 철호아바이는 나를 위해서라도 꼭 건강하셔서 제곁에 오래 앉아계셔야 합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건강이 기본입니다.》

《장군님!》

두손을 마주쥔채 뜨거운것을 삼키던 강철호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는 그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결연한 빛이, 새로운 생의 활력이 살아오르고있었다. 강철호와 함께 온 박명진도 뜨거운 눈길로 장군님을 우러르며 서있었다. 항일의 로투사를 선군정치의 이 길에 영원히 앞장에 내세워주시려는 장군님의 숭고한 뜻을 이제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 박명진이였다. 이제 강철호는 장군님의 이 사랑과 믿음을 안고 또다시 활력에 넘쳐 전사들속으로 들어갈것이다. 그렇다. 생의 활력, 그것은 바로 장군님의 이 사랑과 믿음에 시원을 두었기에 영원한것이 아니겠는가. 태양이 있기에 소나무가 죽을 때까지 푸른것처럼...

장군님께서는 강철호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시였다. 항일혁명의 백두산시절이며 조국해방전쟁의 간고했던 나날들을 감회깊이 추억하고계시였다. 강철호는 더더욱 젊어지는듯 했다.

참으로 뜻깊은 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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