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8호에 실린 글

 

 련 시

아, 단발머리

               채 성 휘

 

앞서가자

 

아침이다

온 거리가 들썩하게

깔깔깔!―

점잔빼는 남동무들

따라앞서자

 

새침데기 옥이야

단어장 그만 보렴

얼마나 좋은 아침이냐

떠오르는 해님마저

여기 먼저 비쳐주는

우리네 대학거리가

 

탁 트인 옥류교

그저야 어찌 건느랴

순아 밤새 쓴 자작시 읊어달란?

아이참, 넌 또 소설 본 얘기냐

 

그래도 좋구나

쌩― 쌩― 찬바람에

눈덩이 뽀득― 뽀득―

발밑에서 부서지고

우리네 단발머린

기세좋게 날리고

 

옥아 순아

우리 막 뛰여가자마

아이같다 남동무들

웃을라면 웃으라지

그냥그냥 걸어가기엔

아까운 아침이다

 

보렴, 우리들 종종걸음에

남동무들도 눈이 휘둥글

이제야 걸음 다우치지 않니

내기할가, 뛰여갈가

누가 먼저 당도하나

 

앞서가자꾸나 저들을

못 앞설건 또 뭐냐

성적게시판 우리 이름우에

이 아침도 붉은 줄 더 높이 오를텐데

오늘 있을 프로그람경연에서도

우리가 단연 1등 할텐데

 

웃을라면 웃으라지

씽― 눈길우를 지치며

깔깔깔! 앞서가는 우리 단발머리

뒤에서 보라지

아마 기발같을게야

 

거울속의 단발머리
 

교실에 들어서면

제일먼저 단발머리 비쳐보는 거울

경화야, 내 동무야 나는 이 아침도

내 얼굴보다도 네 모습을 먼저 본다

 

앞서거니뒤서거니

층계를 뛰여올라

너와 나 싱갱이질하며 먼저 서군 하던

그 거울이 아니냐

최우등성적증 가슴에 안고

쌍둥이처럼 얼굴 비쳐보군 하던…

 

언제부터였던가

거울속엔 아주

네 얼굴 하나만 비끼군 했으니

경화야 사랑하는 내 동무야

불타는 화염속에 서슴없이 뛰여들어

장군님초상화 보위한 그날

 

타래치는 불길속을 뚫고 날으는

용감한 불새의 나래마냥

단발머리 휘날리며 결사옹위의 길에서 영생하는

꽃나이영웅의 뜨거운 넋은

알른알른 거울속에 눈부시게 번쩍이며

나를 마주 바라보며 속삭이는듯

 

―얘 우리 영원히

  단발머리로 살자꾸나

  약속하지?!…

―그래그래, 약속해

  난 약속해!

 

아, 경화야 내 마음의 거울아

날마다 시간마다 너를 바라보며

다지고다지는 내 마음속 맹세는

세월이 간다고 변함이 있으랴

 

오늘도 거울앞에 서니

온통 네 모습만 보이누나

단발머리 백이 서고 천이 선대도

거울속엔 언제나 네 얼굴만 비끼려니

 

창너머 가닥가닥 비쳐드는 해살에

반짝― 빛나는 거울속에서

나는 지금 네 모습을 찾아본다

경화야 네 눈동자에 비껴있을 내 모습을

너를 닮을 단발머리 나의 모습을…

 

90분 소묘

 

고요한 정적을 깨치며

방싯 열리는 교실문을 향해

일제히 날던 눈빛들

그만에야 휘둥글…

 

강의안 옆에 끼고

교단에 오른

낯모를 단발머리처녀선생님

순간 제대군인동무들

듬직한 어깨 쭉 펴며

선생님을 향해 차렷!

 

×

 

누굴가?

저 단발머리선생님

뒤에 앉은 영철동무

슬며시 나를 쿡― 찌르며 수군수군

―어제 교수경연에서

로교수들을 짜!― 하게 했대요

바로 저 선생님이…

 

그러자 이번엔

앞에 앉은 옥이

살짝 돌아앉아 소곤소곤

―우리 대학에서 개발한

  교육프로그람 《남산》 알지?

  그 주인공이래… 쉿!

 

×

 

별빛같은 스물한쌍의 눈빛들

자신있게 모은 선생님의 강의는

최첨단을 딛고선 지성의 세계인가

쏟아지는 해빛에 더더욱 윤나는

선생님의 까만 단발머리

 

굼뜨게 콤퓨터건반을 두드리던

철웅동무보고

―병사출신답지 않군요

  자! 보세요!

짜르륵 짝짝― 스쳐날으는 열손가락

히야! 반짝이며 따라날으는 눈빛들

 

×

 

찌르릉―

벌써?

아쉬워 일어서는 우리들에게

환한 웃음 함뿍 지으며

선생님은 또다시 머리숙여 인사하네

깊이깊이 숙인 저 단발머리

너와 나 우리 마음속에

높이높이 나래치는 희망의 날개인가

 

새하얀 눈꽃가루

 

교정의 눈덮인 소나무

핑그르르― 안고 돌며

쏟아져내리는 하얀 눈꽃가루

어마 난 그만

온통 눈사람이 되고만걸요

 

해빛에 반짝반짝

단발머리우에 내려내려

달아오른 내 뺨 내 어깨우에

좋아라 내려앉는 하얀 눈꽃가루

 

기쁨일가요

행복일가요

방금 제일선참으로

프로그람경연장을 나선 나에게

교정의 푸르른 소나무가 안겨주는

축하의 꽃보라일가요

 

철부지소녀처럼

즐거워 고개 젖히고

나는 두눈을 스르르 감은채

아지를 흔들어 눈꽃가루 날립니다

쌓이고쌓인 그 모든 추억들이

이 시각엔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처음 대학에 입학하던 날

작은 애솔같던 나의 단발머리

오늘은 저 높은 소나무우듬지처럼

이렇듯 싱싱해지기까진

얼마나 많은 탐구의 낮과 밤이

쌓이고 또 쌓여진것일가요

 

아, 우리 장군님 바라시는

내 조국의 훌륭한 혁명인재로

몸과 맘 새로이 태여나는 대학시절에

억세고 푸르른 소나무처럼

나의 평범한 단발머리시절도

싱싱히 푸르러지는것 아닐가요

 

단발머리 젖히고

두팔 벌려 한가슴 가득히 안아보는

눈꽃가루… 은백색눈꽃가루

한겨울에도 푸르러 설레이는

교정의 소나무의 축복인가봅니다

흰 꽃보라 되여 내리고내리는…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 (1)

 

돌도 못된 갓난애

그 피덩이같은 딸자식을

이웃집할머니에게 맡기고

입술 깨물며 눈물 삼키며

장군별 빛나는 백두산을 찾아간

한 엄마가 있었답니다

 

떠나기 전

마당가의 작은 박우물가에서

치렁치렁 머리채 잘라

정히 달비를 지어놓았더랍니다

 

엄마없이 한살 두살… 일곱살 여덟살

딸은 엄마가 두고간 달비를

엄마처럼 보면서 살았답니다

엄마처럼 매만지며 자랐답니다

 

언제면 오려나

그리운 내 엄마

손꼽아 기다려도

목타게 불러도

돌아올줄 모르던 엄마였답니다…

 

주작봉마루에

혁명렬사릉이 일떠서던 날

그날에야 딸은 엄마를 찾았더랍니다

얼굴도 몰랐던 엄마의 모습을

그날에 처음으로 보았더랍니다

 

백두의 만리광야 설한풍을 헤치며

흰눈을 붉게붉게 더운 피로 물들인

녀투사의 모습 그처럼 못 잊어

붉은 기폭에 휩싸안아 수령님 찾아주신

아, 그날의 단발머리

군복 입은 엄마의 모습이였답니다

 

그날부터 단발머리모습은

가슴속에 새겨진 엄마의 모습

그 딸의 귀밑머린 희여졌어도

흰서리 내리지 않는 단발머리엄마는

오늘도 영생의 언덕에 서있는

나의 할머니랍니다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 (2)

 

해풍에 감알들이 빨갛게 익고

백사장의 해당화 붉게 피는 날

꿈에도 그립던 어버이수령님

해안포진지에 오셨더랍니다

 

화력복무훈련을 보아주시고

병사들이 부르는 그리움의 노래

즐겁게 다 들어주시며

제일먼저 박수를 보내주신 수령님

 

문득 한 녀병사의 얼굴에서

잊지 못할 녀투사의 모습 찾아보시고

그리도 대견해하셨답니다

그 어머니의 그 딸이라고…

 

엄마를 그려

달비를 매만지며 자란 그 이야기에

그리도 가슴 아프셨는가

흰구름 피는 머나먼 북녘하늘

오래도록 바라보시던 수령님

 

곁에 세워 함께 사진을 찍으시며

엄마가 보고프면 이 사진을 보라고

네 엄마도 군복입은 단발머리였다고

내 단발머리 자꾸만 쓸어주실적에

 

한번도 살틀히 느껴본적 없던

친어머니의 따스한 체온이

녀병사의 심장속에 뜨거이 스며들어

어머니! 그 이름 목메여 부르며

수령님품속에 얼굴 묻었더랍니다

 

어머니처럼

어머니의 뒤를 이어

달리는 살수 없는 단발머리시절

수령님기억속에 남아있는 그 시절을

오늘도 가슴속에 보석처럼 안고사는

어제날의 그 녀병사

 

아, 오늘도 끝없이 끝없이

이어지고이어지는 단발머리이야기

잊지 말라고

이어가라고

이 가슴 뜨겁게 울리여주는

옛말 아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나의 어머니랍니다

 

아, 단발머리

 

기발인가

불길인가

단발머리

단발머리…

 

붉은기 나붓기는 주작봉마루에

녀투사들의 단발머리 날리고있는 땅

수류탄묶음 안고 적땅크에 뛰여든

영웅간호원의 단발머리가

불멸의 군상으로 빛나고있는 땅

 

말해다오, 조국이여

언제나 어느때나

그대 사랑해준 청춘의 단발머리

천으로 헤이랴

만으로 헤이랴

 

오늘도 저기 무재봉기슭에서

결사옹위 불노을로 너울치는 단발머리

어서 가자 마대야 장군님 마중가자

흙마대를 끌고서 한치 또 한치

로반을 닦고 새 발전소 일떠세운

위훈속에 빛나는 단발머리

 

아, 단발머리

이국의 하늘가에 공화국기 휘날리고

돌아올 땐 눈물겨워… 눈물에 젖어

단발머리 깊이 숙여 큰절 드리는

조국이여

사랑하는 어머니조국이여

 

그대의 존엄을 지켜

그대의 무궁한 번영을 위해

꽃다운 젊음을 바치고바쳐

그 어느 름름한 아들보다도

그대의 더 큰 믿음 받아안는

민족의 장한 딸이 되고싶어

열정으로 불타는 단발머리시절이여

 

나는 몰라라

단발머리시절이 끝나는 그날을

언젠가는 누구의 안해가 되고

누구의 어머니로 불리운대도

가슴속에 안고살 푸르른 청춘시절

단발머리 이 시절밖에는

 

힘차게 날리라

단발머리

단발머리

내 나라 강성번영의 기둥감이 될 그 길에

피와 땀을 바치고 청춘도 바쳐갈

그 단발머리우엔

세월도 백발을 얹지 못하리니

 

앞서가자

달려가자

새로운 혁명적대고조의 앞장에

우리 청춘시절로 조국이 젊어있게

우리 단발머리로 끝없이 부강하게

심장을 불태우는 조국의 딸이 되자

단발머리들아

아, 단발머리들아

 

(김형직사범대학 작가양성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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