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11호에 실린 글

련 시

 

 

나의 사계절 (2)

리 광 근

 

 

3. 첫해 겨울 (겨울)

 

힘들었더라

겨울은

온실의 꽃처럼 피던 내가

사회에 진출하여 처음으로 맞은 이 겨울은…

 

온종일

나무모를 돌보고 부식토를 나르며

허나 그보다 더 힘든것은

봄 여름 가을 웃음소리 높던 이곳에

내리는 눈과 함께 찾아드는 적적함…

 

야속도 했더라

누가 보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그저 일감만을 찾아내는

반장어머니조차

 

몇십리 잘 넘는 교외에서

나무모를 떠온 그밤엔

나약한 마음은 쓰러져 앓기도 했다.

 

그날 반장어머닌 말해주었어라

찬바람에 터갈라진 나의 손 잡고서

잔디는 그저 푸른것 아니라고

눈속에서 우리의 땀을 바라고있다고

꽃은 그저 피는것이 아니라고

겨울에도 가꿔야 봄에 곱게 필수 있다고

 

아, 그밤

돌이켜보았어라 내 자라온 나날들을

숙제장 펼쳐놓고 해지우던

푸른 잔디밭밑에 어떤 땀방울이 맺혔던지

그저 바라보며 웃던 고운 꽃이

어떤 손들에 떠받들려 피였던지

 

누가 찾아주는 사람 없어도

소박하고 성실한

우리 관리원어머니들의 투박한 손우에서

잔디가 푸르다 꽃들이 웃는다.

 

인민의 웃음 한껏 넘칠

봄 여름 가을을 위해

고요한 공원을 가꾸는

아, 정든 사람들을 닮으며

로동의 첫걸음을 뗀 첫해 겨울

내 마음에도 애국의 꽃이 핀다.

 

 

 

4. 봄의 소원 (봄)

 

기다려온 봄이다

연두색버들잎처럼

망울지는 꽃들처럼

소원조차 애모쁜 봄이다.

 

새싹 푸른 잔디

검불을 걷어내면서도 바란다

지난해 산원의 창가에서 웃던 아이들이

내 가꾸는 푸른 잔디우에서

행복의 첫걸음마 떼기를

어서 나라위한 큰 걸음 익혀나가기를

 

바라노라 작년여름

공원의 나무가지 꺾어들다

나를 울리던 장나꾸러기들이

이 봄날엔

저 청류벽이며 대동강을 바라보며

조국에 대한 첫 자작시를 읊기를

 

소원하노라 풍요한 가을

불같은 단풍 밟으며

새 창안 무르익힌 그 청년과학자도

이 공원 고운 꽃속에서

성공의 기쁨과 함께

꼭 마음에 드는 처녀에게 사랑의 고백 터놓기를

 

아, 나는 꿈많은 처녀

나는 정녕 바라노라

이 좋은 봄날

한해동안 늘 강행군길에 계시던 장군님

먼 전선길에서 돌아오시다

잠시라도 잠시라도 우리 유원지에 들리시기를

 

들리시여

나의 정성 봄빛되여 흐르는

꽃길 걸으시며

만시름 잊으시고 환히 웃어주시기를

 

흥하며 변이 나는 내 나라

행복한 인민의 모습이

봄꽃처럼 만발한

이 꽃같은 릉라도에서

아, 장군님 잠시 쉬여가시였으면

 

그 소원을 안고

그 순간을 기다려

단발머리 백발이 된대도

그저 정성만을 바치고픈 마음

 

아, 소원이여

봄의 소원이여

사계절에 흐르라

내 한생에 가득차 흐르라!

 

(릉라도유원지관리소 로동자)

 

 

 

 

 

나의 사계절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