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주체102(2013)년 제8호에 실린 글

벽소설

건설장에서

                                                                                                  김 영

 

사흘째 먹장구름이 바다바람을 타고 금천기계련합기업소의 드넓은 상공으로 꾸역꾸역 밀려들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누구보다 불안을 느낀것은 설계실의 류선희책임기사였다. 지금 한창 완공단계에 이른 주철주물공장 지붕공사를 장마철전으로 끝내지 않으면 안되기때문이였다.

원래 지붕공사는 트라스연공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건설기업소 연공들이 맡아하게 되여있었다. 그런데 그 기업소 연공들이 갑자기 중요대상건설에 동원된 부득이한 사정때문에 지붕공사일정이 미루어졌던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장마가 시작되면 지붕이 없는 상태에서 설비조립공사를 진행할수 없는 그것이였다. 하여 련합기업소 지배인은 협의회를 열고 하루빨리 주철주물공장 지붕공사를 끝낼수 있는 방도를 찾아내자고 련관부문 일군들에게 절절히 호소하였었다.

주철주물공장 설계자의 한사람인 선희는 며칠동안 지붕공사문제를 풀기 위해 모지름을 썼지만 이렇다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안타까운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리창혁지배인이 불쑥 설계실에 나타났다. 그는 놀란 눈길로 자기를 지켜보는 선희에게 대뜸 이렇게 물었다.

《기사동무, 뭐 좀 생각해본게 없소?》

《아직까지는…》 하고 얼버무리던 선희는 아버지처럼 다심하게 느껴지는 창혁의 기대어린 어조에 힘을 얻고 언제부터 하고싶었던 자기의 속생각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저… 지배인동지, 지금실태를 성에 보고하고 도움을 받으면 어떻습니까?》

선희는 주철주물공장건설을 올해중으로 완공하여 첫 쇠물을 뽑기로 한 기업소의 결심을 적극 지지해나선 성에서 오늘의 실태를 안다면 얼마든지 도와줄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우에다 손을 내미는건 우리 기업소 로동계급으로서는 량심이 허락치 않는 일이긴 하지만 급할 때 어쩌다 한번 손을 내밀었다 해서 기업소의 얼굴이 깎이겠습니까.》

귀여운 딸의 투정을 들어주듯 미소를 지은채 선희의 얼굴을 지켜보던 창혁은 말없이 머리를 가로저었다.

선희는 그런 지배인을 안타까이 바라보다가 맥없이 중얼거렸다.

《그럼 무슨 방도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방도는 있소, 지상확대조립식방법이요,》

《예?!》 하고 선희는 놀랐다. 이어 알아듣기 힘든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그건… 이전에 실패한… 방법이 아닙니까?》

《바로 그거요.》

선희는 지상확대조립식방법에 대해 잘 알고있었다. 그 방법은 선희의 애인인 정대철이가 압축기직장천정기중기조립 당시에 내놓았다가 실패하고 쓴 맛을 본것이였다.

선희는 실패한 그 방법을 다시 들고나오는 지배인이 놀랍기만 하였다.

선희는 대철이를 위해서라도 지상확대조립식방법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배인동지, 그 방법은 안됩니다. 지붕우에 올려야 할 트라스가 몇개인줄 아십니까?

그걸 돌격대의 힘으로 올린다는건 말도 되지 않습니다. 설사 올린다 해도 그 정확성이 보장되겠는가가 문제입니다.》

《대철동문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안전성이 담보되는 새 방법을 완성했다고 하오.》

《하지만…》

지배인은 선희의 말을 도중에서 끊어버렸다,

《그럼 기사동문 자기 애인도 믿지 않는단 말이요?》

《예?!》

지배인의 뜻밖의 물음에 선희는 그만 대답을 얼버무렸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를 믿읍시다. 대철동무가 실패한 그 방법을 또다시 들고나온데는 거기에 확고한 믿음이 있기때문이 아니겠소. 그러니 우리가 그를 잘 도와줍시다.》

지배인은 이렇게 대철의 지상확대조립식방법에 대한 자기의 지지를 보여주었다. 더는 고집할수 없게 된 선희는 입술을 깨물며 주저앉았다. 좀처럼 불안감에서 헤여날수가 없었다.

 

×

 

그날 밤이 깊어 합숙에 돌아온 선희는 잠들수 없었다.

지상확대조립식방법때문에 자기들의 사랑이 또다시 난관에 부딪칠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기때문이였다.

선희는 저도 모르게 긴숨을 내쉬며 두눈을 감아버렸다.

그들의 사랑이 꽃으로 활짝 피여난것은 현대적인 압축기직장을 새로 일떠세우던 건설장에서였다.

그때 그들은 압축기직장건설을 끝내는 날에 부모님들을 만나기로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마지막공사인 천정기중기조립을 맡은 대철이가 연공들도 감히 엄두를 못 내는 지상확대조립식방법을 주장해나섰다. 그의 발기를 심중하게 받아들인 일부 일군들이 돌격대의 힘으로는 안된다고 머리를 흔들었지만 선희는 그를 적극 지지해주었다.

그리하여 대철의 지상확대조립식방법으로 천정기중기를 들어올리기로 하였다.

모두의 관심속에서 진행된 천정기중기를 들어올리는 작업은 실패로 끝났다, 결국 정대철은 처벌을 받게 되였다. 그들의 약속도 뒤로 미루어졌다. 그런 그들의 사랑을 다시금 꽃피워 열매를 맺게 하려고 노력해준 사람이 바로 지배인이였다. 뿐만아니라 대철이를 주철주물공장건설을 맡은 돌격대대장으로 추천해주었던것이다.

이런 지배인이 함정과도 같은 지상확대조립식방법에 기대를 걸고있다니…

선희는 온밤 뒤척거리다가 쪽잠에 들고말았다.

《악-》

선희는 지상확대조립식방법으로 지붕으로 올라가던 트라스묶음이 떨어져 부러져나가는 끔찍한 광경을 보면서 몸을 일으켰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였다. 선희는 꿈에서 본 광경이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아 가슴이 활랑거렸다.

대철이가 정말 지상확대조립식방법으로 트라스를 올리기 위해 현장에서 모의시험을 하다가 사고를 낼것만 같은 생각이 갈마들었다. 대철의 성격으로써는 얼마든지 그럴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희는 와닥닥 자리를 차고일어나 건설현장으로 달려나갔다. 현장은 물을 뿌린듯 조용했다. 돌격대 기술참모아바이만 있을뿐이였다.

《아바이, 대장동무랑 모두 어데 있어요?》

《지금 한창 배구경기를 하고있네.》

《배구경기를요?!》

선희는 아연해졌다.

《오늘이야 일요일이 아닌가.》

선희는 지금 지붕공사때문에 속이 까매있는데 돌격대대장이라는 사람이 한가하게 배구경기나 한다는것이 리해되지 않았다. 그는 당장 대철이를 만나 지상확대조립식방법의 과학적인 담보에 대해 따져묻고싶었다.

그러나 배구장에 이른 선희는 대철이를 만날수 없었다. 배구경기는 고조에 이르고있었다.

선희는 돌아섰다. 그의 생각은 오직 지붕공사에만 가있었다.

설계실로 돌아온 그는 만약을 생각하여 비상대책안을 세우기로 하였다. 아직 확고한 과학기술적담보가 부족한 지상확대조립식방법을 믿을수 없었기때문이였다.

선희는 성에서 자기의 비상대책안을 보고 요구조건들을 다 풀어줄수 있도록 문구 하나하나에 깊은 사색을 기울이며 써나갔다.

그때 현장에 나갔던 설계원처녀가 비상대책안을 보고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여기서 무슨 꿍꿍이를 하고있어요?》

《꿍꿍이라니… 원 애두.》

《대철대장동지랑 지금 뭘하고있는지 아세요?》

《뭘하긴, 배구경기를 하더구나.》

《배구경기야 머리를 쉬우느라고 했지요 뭐.》

《여기에도 지상확대조립식방법의 지지자가 있구나. 그래 기술적담보는 찾았대?》

《예. 그런데 검토는 해봐야 한대요.》

《그게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줄 알아?》

《하긴 그렇군요.》

선희는 완성한 비상대책안을 다시한번 훑어보고나서 돌격대에 전화를 걸었다.

마침 기술참모아바이가 전화를 받았다.

《아바이, 대장동물 찾습니다.》

《책임기산가? 대장은 없네.》

《어데 갔습니까?》

《방금전에 전화를 받고 나갔는데… 어제 어머니가 앓는다는 련락이 왔다더니 혹시…》

선희는 어제 대철이 어머니가 앓는다는 말을 들은 생각이 났다.

《알겠습니다.》

선희는 송수화기를 놓았다.

지상확대조립식방법을 검토해보지 못한채 어머니때문에 집으로 갔으니 대철동무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울가.

선희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였다.

 

×

 

이튿날 선희는 지배인방에서 지붕공사문제를 토론하는 협의회에 참가하라는 련락을 받고 설계실을 나섰다. 그는 늘 대철이와 함께 참가하군 하던 협의회에 혼자 참가하자니 별로 마음이 무거워지는것 같았다. 그것은 대철이가 지상확대조립식방법의 기술적담보를 검토해보지 못한 조건에서 자기가 준비한 비상대책안이 협의회에서 론의될것이라는데서부터 오는 무게였다.

선희는 지배인도 이제는 어쩔수없이 비상대책안을 내놓으라고 할것이다고 믿으면서 마음속 준비를 하고있었다. 그런데 지배인이 불쑥 일어나서 기업소참모부에서는 돌격대 대장인 정대철동무가 제기한 지상확대조립식방법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는것을 알리였다.

선희는 어안이 벙벙해지고말았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수 없었다.

(그럼 대철동무가 모든것을 검토해보고 어머니에게로 갔단 말인가?)

《그럼 이제부터 대철동무가 지상확대조립식방법에 대하여 설명하겠습니다. 대철동무, 어서 들어오오.》

지배인의 말에 모두가 나들문쪽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도면말이를 손에 든 정대철이 들어섰다.

선희는 놀랐다.

어머니의 병때문에 간줄 알았던 대철이 이렇게 나타날줄은 몰랐던것이다.

도면을 펼쳐놓고 지상확대조립식방법을 설명하는 대철의 확신에 넘친 목소리가 울렸다.

《이것이 이번에 새롭게 찾은 방법입니다.

저는 이 방법을 룡남가스화공사장에서 실천으로 확인하였습니다. 그곳에서 가스탑을 세우는 작업을 지상확대조립식방법으로 해보았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였습니다. 결과 저는 우리도 얼마든지 할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였습니다.》

대철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긍정과 반신반의, 열기띤 론쟁…

《조용합시다.》

장내가 조용해지자 지배인이 말을 이었다.

《그곳 동무들은 대철동무가 내놓은 새 방법을 믿고 받아들였는데 오래동안 함께 일해온 우리들이 믿지 않는다는게 말이 됩니까?》

모두가 말이 없었다.

《그럼 대철동무의 지상확대조립식방법을 찬성하는 동무들은 손을 들어 표시합시다.》

지배인이 이러며 제일먼저 손을 들었다. 이어 참가자들이 하나, 둘… 손을 들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선희는 머리를 숙였다.

지난 일들이 돌이켜졌다.

실패에 두려워 급급히 비상대책안을 제기했던 자기였다. 그런데 그는 실패에 주저앉은것이 아니라 더 큰 걸음을 내짚은것이였다.

선희의 생각은 깊어졌다.

《아니, 책임기사동문 반대요?》

지배인의 물음에 선희는 정신을 차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오?》

《아마 너무 기뻐 그러겠지요.》

지배인의 물음에 누군가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 바람에 장내에 가벼운 웃음이 일었다.

선희의 얼굴이 딸기빛으로 물들었다.

 

×

 

장마를 알리는 굵은 비방울이 후둑후둑 기업소구내길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속에서 지상확대조립식으로 묶은 트라스를 올리는 긴장한 작업이 벌어지게 되였다.

선희는 불안한 마음으로 돌격대원들이 지상에서 조립한 트라스상태를 확인해보았다.

(제발 성공해야겠는데…)

《선희동무, 이젠 시작하기요.》

작업준비를 끝낸 대철이 선희에게로 다가왔다.

선희는 지배인에게로 눈길을 돌리였다. 대철을 믿지 못해 비상대책안을 내놓았던 그로서는 대철이와 마주설 면목이 없다고 생각되였던 모양이였다.

그의 그런 심중을 꿰뚫어본듯 지배인이 힘있는 어조로 말하였다.

《시작하시오!》

지배인의 말이 떨어지자 대철의 호각소리가 길게 울렸다.

모두가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다음구령을 기다렸다. 그들의 긴장한 눈길을 모으며 대철이 권양기를 향하여 호각을 불었다.

윙- 권양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트라스묶음의 여러곳에 결박된 쇠바줄이 뿌직뿌직 소리를 내며 팽팽해지기 시작하였다. 점차 육중한 트라스묶음이 그네를 타듯 흔들며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10메터, 20메터, 30메터… 긴장하고 초조한 시선들이 트라스묶음에 쏠리였다.

선희는 물론 지배인도 대철이도 모두가 손에 땀을 쥐였다. 그때 갑자기 트라스묶음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짐이 쏠린다!》

누군가의 다급한 웨침소리가 터졌다.

《대장동무!》

지배인이 황급히 대철이를 찾았다.

《지배인동지, 트라스묶음의 한쪽끝에 보조바줄을 걸어야 합니다.》

지배인은 선희의 말은 아랑곳없이 또다시 대철이를 찾았다.

《빨리 대장동무를 찾소!》

《저기… 저기에 있습니다.》

기술참모아바이의 말에 모두의 눈길이 허공중에 떠있는 트라스묶음의 한쪽끝으로 쏠렸다.

대철은 어느새 벌써 바줄 한끝을 허리에 비끄러매고 트라스묶음우에 올라있었다.

《대철동무!》

선희는 터져나오려는 웨침을 삼킨채 트라스묶음 한쪽에서 위태롭게 바줄을 걸고있는 대철이를 지켜보았다.

《권양기!》

대철이의 부름소리에 이어 호각소리가 길게 울렸다.

지배인이 트라스묶음과 함께 움직이려는 대철이를 보며 목멘 소리로 웨쳤다.

《대철동무, 쇠바줄을 걸었으면 내려오오.》

《지배인동지, 절 믿으십시오.》

대철이 싱긋 웃으며 권양기운전공에게 신호를 보내였다.

《아무렴, 믿구말구…》

웃는지 우는지 알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입속말로 중얼거리는 지배인을 보는 선희의 가슴은 뜨겁게 젖어들었다. 그 순간 그의 귀전에는 얼마전 지배인이 하던 말이 다시금 되새겨졌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를 믿읍시다. 대철동무가 실패한 그 방법을 또다시 들고나온데는 거기에 확고한 믿음이 있기때문이 아니겠소. 그러니 우리가 그를 잘 도와줍시다.》

(그렇다. 나는 지금 조국앞에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 천년을 책임지고 만년을 보증하기 위해 저 트라스묶음과 운명을 같이하고있는 대철동무의 그 마음을 믿기는 고사하고 보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아, 그리고도 그를 사랑한다고 했으니…)

선희는 눈물을 머금고 마음속 용서를 빌었다.

트라스묶음은 정확히 제자리에 놓였다.

지붕공사의 완공을 그리도 안타까이 바라던 사람들이였지만 이 시각 모두가 굳어져버린듯 하였다.

《대철동무!》

지배인의 목멘 소리에 사람들이 《성공이다!》 하고 웨치며 대철에게로 달려갔다.

건설장은 순간에 환희에 잠겼다.

대철은 사람들속에서 환하게 웃고있었다.

(룡성기계련합기업소 로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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