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10호에 실린 글  

 

작 가 일 화

김시습의 총명

 

김시습(15세기 작가이며 철학가)은 세살때부터 사물의 리치를 꿰뚫어보면서 시를 지었는데 그때 지은 시들가운데 오늘까지 전해오는 시는 이러하다.

 

복숭아꽃 붉고 버들잎 푸른

춘삼월도 저물었네

푸른 바늘에 꿰인 구슬은

솔잎에 맺힌 이슬이여라

 

김시습이 총명하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여 찾아오는 사람들로 그의 집 뜨락은 비일 사이가 없었다.

하루는 당시 정승벼슬을 하던 허주라는 사람이 소문을 뒤늦게 듣고서 김시습을 찾아왔다. 그때 김시습은 다섯살이였다. 허주는 방안에서 뛰노는 김시습을 번쩍 들어 무릎앞에 앉히며 이렇게 말하였다.

《자, 나는 네가 보다싶이 늙은 사람이다. 그래 어디 한번 〈늙을 로〉자를 가지고 시 한절 지어보려무나.》

김시습은 그 말이 떨어지자 허주를 한번 훑어보더니 곧 붓을 받아쥐고 단번에 시 한구절을 적어놓았다.

늙은 나무에 꽃이 피니

마음 어이 늙다 하리

 

허주는 시구를 보고 그만 놀랍고 신비스러워 한동안 휘둥그래진 눈으로 시습을 바라보다가 그를 닁큼 들어 빙빙 돌며 《이야말로 세상이 생겨 첨보는 일이렷다. 너는 정말 신동이다.》라고 감탄하였다. 이처럼 세상의 찬탄을 받던 김시습은 문과에 급제하여 출세하려던 뜻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 중이 되였다.

당시 단종을 내쫓고 임금자리에 오른 세조가 여러차례 사람을 보내여 김시습에게 벼슬에 나와 나라정사에 참여해달라고 했으나 그는 끝내 거절하였다. 그가 친구에게 자기의 뜻을 전한 글가운데 이런 말이 있었다.

《나와 세상은 서로 어긋나서 마치 둥근 구멍에 모난 작대기를 꽂으려는것과 같은것이니 나는 산천을 방랑하며 지내지 않을수 없노라.》

그 글을 읽고난 친구들과 세상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탄식하였다.

《그대의 총명은 시와 글에서만 빛나는줄 알았더니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꿰뚫어보는데서 더더욱 빛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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