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3호에 실린 글

 

작가일화

생동하게, 정확하게

 

 

소설가 천세봉은 자기의 실재한 체험에 기초하여 장편소설 《고난의 력사》를 창조하였는데 그 소설에는 다음의 대화가 있다.

《참 좋기는 좋다. 박줄에 박 열리듯 조롱조롱 열렸고나.》

이것은 장서방이 무림이네 집에서 아이들이 많다고 놀라면서 터뜨리는 감탄이다.

농촌특유의 구수하면서도 방불한, 비유도 신통하여 안성맞춤이다.

이 대화가 단번에 저절로 씌여진것은 아니다.

작가는 처음에 이 대화를 《거 애들두 수태는 되는구나.》라고 썼었다. 써놓고보니 너무 평범하였고 또 감칠맛도 없었다.

두번째로는 《거참 구들농살 잘 지었군.》이라고 써보았는데 이것은 또 표현이 지나쳤다. 솔직해보이기도 하고 구수한 맛도 있는듯싶었으나 스스로도 천박해보였다.

그래서 몇번이나 달리 표현하였다가 지금의것으로 락착이 되였다.

《박줄에 박 열리듯 조롱조롱》!

소설에는 또한 이런 문장이 있다.

《멀리에서 번개불이 쳤다. 불빛속에서 현대진네 창백한 초가가 펀뜻 드러났다간 꺼졌다.》

작가는 이 문장에서 《초가》앞에 놓인 형용사 《창백한》이라는 표현이 나올 때까지 여러번 고쳐썼다.

처음에는 《나지막한 초가》로, 다음에는 《어둑컴컴한 초가》로, 그다음에는 《초라한 초가》로…

마지막에야 《창백한 초가》라는 직관적이면서도 성격적인 형용어가 선택되였다.

짤막한 두 실례에는 하나의 대사, 하나의 형용사를 위해 작가가 기울인 깊은 사색과 탐구가 있다.

이렇게 놓고볼 때 소설가 천세봉의 필력을 두고 《미끄러지듯》이라고, 《누에가 실을 뽑듯》이라고 쉽게 말할수 없는것이다.

생동하게, 정확하게 쓰기 위하여 누구나 이렇게 사색한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울것이다.

 

리 춘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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