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10호에 실린 글

 

작가일화

연기로 날려간 300여편의 시

 

1219년 가을 어느날 리규보가 살던 개경의 어느 한 자그마한 집에서는 활활 불길이 타오르고있었다.

(이런 시들을 써놓고 지금까지 시를 쓰노라고 자처했단 말인가. 표현은 현란하지만 내용이 없는 시, 형식밖에 없는 시, 이런 헛가비시들을 써놓고 시라고 가지고있었으니 참 한심하도다!…)

리규보는 시를 쓴 종이장들을 하나하나 집어 불속에 던져넣었다. 순식간에 확 불길이 달리며 불꼬리가 춤추더니 곧 한점의 재가 되여 공중에 이리저리 흩어져갔다.

어느덧 품들여 써온 300여편의 시가 모두 없어졌다. 그러나 리규보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지금까지 마음속을 괴롭히던 잡스러운것들을 털어버리고 새로 일떠선 기분이였다. 이제부터 보다 참신하고 훌륭한 시편들을 쓰리라.

집안에 들어온 리규보는 책상앞에 마주앉아 붓을 꺼내들었다.

《시고를 블사르다》라고 큼직하게 제명을 써붙인 리규보는 힘있게 획을 그어나가기 시작했다.

 

명년에도 올해 지은 시들을 보고

또 이같이 불태워버리리라

 

이처럼 리규보는 스스로 자신에 대한 엄격한 시험관이 되여 자기가 품들여 지은 시를 서슴없이 불태울줄 안 요구성이 높은 시인이였다.

얼마나 많이 썼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전해지는가 하는것이 중요하다는것을 속속들이 깨우쳐주는 산증거인양 오늘까지 전해지는 그의 시작품들은 거의다 성공적인 작품들이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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