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1호에 실린 글
옛이야기
능란한 언변
봉이 김선달은 엉뚱하고 우스운 이야기를 세상에 많이 남겼다. 그가 남긴 많은 이야기들중에는 능란한 언변술로 시험관을 꼼짝 못하게 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한번은 평양영문에서 활쏘기시합을 열고 여기에서 일등한 사람에게는 많은 상을 주기로 하였다. 당시 평양에서는 말 잘 타고 활 잘 쏘기는 봉이 김선달과 허달이가 유명했다고 한다. 봉이 김선달이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기의 재주를 다하면 반드시 1등은 자기가 하는것인데 허달이에게는 미안한노릇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허달이는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친구였던것이다. 그렇다고 허달이에게 1등을 양보하기는 좀 창피한지라 생각다못해 그를 찾아갔다. 《여보게 허달이! 이번 시합에서 자네와 내가 함께 1등을 해야겠는데 어찌하면 좋겠나?》 그러자 허달이는 눈이 둥그래지며 말했다. 《아니 어떻게 1등을 두사람이 한단 말인가? 자네 활쏘는 솜씨야 나보다 나은데 자네가 1등을 하면 되는거지. 친구로서 자네가 1등하는것을 못마땅해할리 있겠나? 걱정하지 말게.》 봉이 김선달은 사심없는 말을 하는 친구의 심정이 고마웠으나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의 계획대로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렇게 의논했다. 《허달이!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세. 활쏘기시합때 자네가 쏜 다음에 내가 쏘겠네. 그렇게 해서 우리 점수가 꼭 같아지도록 하세. 그러면 승부가 나지 않아 1등상을 쌍으로 냈지 별수 있겠나.》 허달이는 자기를 생각해주는 봉이 김선달의 마음에 감동되여 머리만 끄떡거렸다. 드디여 활쏘기시합을 하는 날이 왔다. 봉이 김선달과 허달이가 구름같이 모여든 사람들속을 헤치고 들어가서 시합에 참가했는데 과연 두사람의 점수가 제일 높았다. 그런데 점수가 꼭 같은지라 시험관은 련속 활쏘기를 되풀이했다. 세번이나 다시 했으나 점수가 여전히 꼭 같았다. 시험관은 이제는 할수없이 구술시험(구답시험)을 받아내기로 했다. 시험문제는 십장생이 무엇이냐 하는것인데 봉이 김선달이 먼저 들어가서 잘 치르고 나와서는 허달에게 십장생을 불러보라고 하였다. 허달이는 사슴이니 거부기니 하며 아는대로 다 말하였는데 딱 하나만은 아무리 대주어도 잊어버리는것이였다. 봉이 김선달은 허달이에게 계속 주입하다못해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 내앞에서 이렇게 잊어버리는걸 보니 시험관앞에서는 더 말 못할것인즉 내가 문밖에 서있을테니 잊어버리거든 나를 내다보게. 내가 입을 딱 벌리면서 〈학〉하거든 자네도 〈학〉하면 될것이네.》 이렇게 일러 들여보냈더니 아니나다를가 과연 아홉가지는 다 말했는데 학만은 생각나지 않았다. 봉이 김선달의 생각이 나서 밖을 내다보니 김선달이 입을 벌리면서 《학》하였다. 그랬건만 알아채지 못하고 얼핏 봉이의 악지가리(입의 상말)가 생각나서 그 악지가리를 간략해가지고 《악작이》라고 대답했다. 시험관은 대번에 락제를 선언했다. 문밖에서 이 광경을 보고있던 봉이 김선달은 뛰여들어가 왜 불합격이냐고 물었다. 《학을 몰라서 악작이라고 했으니 그렇지.…》 《그때문에 락제라면 그것은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학이란 말은 큰놈의 이름이지 새끼는 악작이올시다. 짐승의 이름이란 큰놈과 새끼의 이름이 다르지요. 소새끼는 송아지, 말새끼는 망아지, 개새끼는 강아지, 닭새끼는 병아리인것처럼 학의 새끼는 악작이가 아닙니까?》 시험관은 그만에야 꼼짝 못하고 두사람에게 1등상을 주고야말았다.
김 주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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