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0(2021)년 제12호에 실린 글

 

수필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

장순화

푸른 섬광이 하늘을 찢으며 도시를 순간적으로 발가놓더니 이어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대줄기같은 비가 창끝처럼 내리꽂혔다. 창가에 다가가 상념에 잠겨있는 나의 목전에 따뜻한 입김이 와닿는다. 이제 발전소건설장으로 떠날 딸애가 하얀 두볼을 엄마의 어깨에 살짝 갖다대고 속살거렸다.

《어머니, 폭우를 보니 발전소건설장에 대한 취재를 하고와서 들려준 언제고수이야기가 생각나요.》

무릇 비만 오면 떠올리군 하던 그 나날들이 오늘 새삼스럽게 짜릿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취재배낭을 벗어놓았던 언제우로 당장 넘을듯말듯 차오르는 시커먼 물…

8월중순 어느날 밤부터 몇시간동안 줄곧 퍼부은 폭우는 수위를 급상승시켰다. 여기에 《태풍-10》호가 들이닥쳤다. 다음날 또 그 다음날 새벽에는 4호기중기주행로밑수준까지 치달아올랐다. 비상대책지휘부가 구성되고 긴급조치가 취해졌다. 그날 밤으로 현장협의회가 시작되고 치렬한 언쟁들이 오고갔다.

하지만 종당에는 《물을 절대로 넘길수 없다!》 이렇게 결론되였다.

다음날 새벽부터 수위를 낮추기 위한 결사전이 벌어졌다. 주야로 혼합물이 운반되고 1m높이로 휘틀을 대고 한단 타입하면 물이 1m 올라서고 또 한단 타입하면 물이 또 따라섰다. 그야말로 운명을 내건 결사전이였다. 갑자기 장입이 중지되였다. 아니,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예상을 뒤집었던것이다. 당장 검푸른 물이 언제를 무너뜨리며 쏟아져내릴 위기일발의 순간 누구인가 언제우에 붉은기를 꽂으며 소리쳤다.

《언제와 운명을 함께 할 사람은 나서라!》 그리고는 언제우의 흙마대우에 털썩 누웠다. 하얀 안전모를 쓴 사람이 그옆에 누웠다. 낯익어 뜯어보니 한인민반사람이 아닌가. 그옆에 또 한사람이 누웠다. 금방 모래마대를 메다가 넘어진 나를 잡아일으켜주던 이름모를 젊은이였다. 그다음 또 한사람 또 한사람…

아, 이런 사람들이였구나. 어제날 출근길에서 내 자주 보던 사람들이, 바로 그 평범한 사람들이 지금 돌이 되고 모래가 되여 언제를 떠받들고있는것이 아닌가. 언제를 사수하기 위한 치렬한 격전끝에 드디여 수위는 10여m 낮아졌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날 밤에 언제를 지켜 모래마대를 이고 지고 달리던 그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은 크게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름도 나이도 직무도 알수 없는 그 평범한 사람들이 언제를 기어이 지켜낸것이다.

어찌 발전소건설장의 그 평범하고 이름없는 사람들뿐이랴. 쇠물이 쏟아져나오는 나라의 대야금기지의 용해장에 가보아도 그 쇠물이 솟구쳐나오는 순간을 위해 말없이 자기의 진정을 바쳐온 용해공들이 있고 가물과 폭우를 이겨내며 기어이 풍년가을을 안아오려고 애쓴 농장원들이며 수천척지하막장에서 갱을 떠받드는 동발목처럼 묵묵히 자기의 량심을 바쳐가는 성실하고 근면한 인간들이 있지 않던가. 바로 그 평범한 사람들이 사회주의 내 조국을 굳건히 떠받들고있기에 우리 나라는 그 어떤 고난과 시련에도 끄떡없이 자기의 불변궤도를 따라 강국에로 줄달음치고있는것이 아닌가.

《어머니, 나도 빨리 그 평범한 사람들속에서 어엿한 사람이 되고싶어요.》

《그래, 용쿠나. 어서 떠나거라.》

나는 어렵고 힘든 곳으로 탄원해가는 청춘대오속에 발을 맞춰 발전소건설장으로 떠나는 딸애의 앞길을 축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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