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1호에 실린 글

 

수필 

새로운 출발선에서

정철호 

나는 어느 한 기념행사에서 뜻밖에도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였다. 취재길에서 낯을 익히고 친숙해진 국가과학원의 송박사였다.

20대에 박사학위를 수여받고 나노재료학부문에서 특출한 성과를 거둔 이름있는 과학자였다. 송박사를 지금 창작하고있는 작품의 주인공으로 정한 나로서는 참으로 절호의 기회였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미래과학자거리에 있는 그의 집으로 달려간 나는 그만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송박사가 오래간만에 만난 가족들과 회포를 나누는것이 아니라 오늘 밤렬차를 타고 떠나야 한다며 가방을 들고나서려는것이였다.

나는 서운한 기분에 한동안 말을 못했다. 훤칠한 이마에 드리운 까만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송박사는 무엇을 잃어버린것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나를 보며 웃었다. 보아하니 가족들은 이러루한 작별에 습관이 된듯했다. 소학교에 다니는 박사의 딸만이 그동안의 생활보고가 채 끝나지 않은듯 그냥 아버지의 귀에 대고 속살거렸다.

딸에게서 겨우 풀려난 송박사가 나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이거 정말 모처럼 만났는데 안됐습니다.》

나는 표정을 밝게 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사실 오늘밤은 많은 이야기를 하자고 했는데… 직업이 그렇다면 할수 없는거지요.》

《직업이라?》 하고 혼자말처럼 외우던 박사가 힐끗 나를 보며 웃었다.

《사실 직업때문에 이렇게 떠나는것은 아닙니다.》

《그럼 무엇때문에?! 선생이야 그 누구보다 생활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사실이 그랬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휴식일이면 가족과 함께 극장에 찾아가는 열성관람객이였고 낚시경기에서 누군가가 일등을 했다고 하면 찾아가서 묘리를 배워달라고 성화를 먹이군 하지만 아직 손바닥만한 붕어 한마리 제대로 낚아본적없는 열성 《낚시군》이였다.

《바로 그 생활이 나를 이 길에 세웠다고 해야 할지… 오늘 행사에 참가하여 내 심장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나선 출발선입니다.》

새롭게 나선 출발선!

결코 그에게서만 들은 말이 아니였다.

얼마전 수십년만에 모교를 찾고 감회에 눈물짓던 생명과학부출신의 녀성과학자는 첨단수준의 생물농약개발성과를 축하하는 우리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고맙습니다. 동지들의 뜨거운 그 마음을 안고 전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나서겠습니다.

아직은 어떤 시련과 난관이 기다리고있는지 모를 머나먼 탐구의 길입니다. 하지만 전 끝까지 이 길을 걸을것입니다.》

소박하지만 진심이 무겁게 실렸던 그 말을 나는 지금 송박사에게서 다시 듣게 된것이다.

무엇이 그들의 지향을 하나로 만들었던가, 그들의 심장속에서 뜨겁게 타오른것은 과연 무엇이였던가.

그것은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이였다. 력사적인 당 제8차대회의 높은 연단에서 사회주의강국건설의 휘황한 설계도를 펼치신 경애하는 그이를 우러러 눈물을 흘리며 다지던 심장의 맹세였으며 새로운 출발선에서 신들메를 조여매고 내디딘 억센 발걸음이였다.

그렇게 달리고달려 고귀한 창조의 열매들을 주렁지우고도 뭔가 다하지 못한듯 다시금 신들메를 조이며 새로운 출발선에 나선 잊을수 없는 사람들이다.

어느덧 우리는 역구내에 들어섰다. 연구기지로 떠나는 송박사를 태울 렬차가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왔다. 송박사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바래움을 받으며 렬차에 오른다.

나의 눈에는 이들모두가 뜨거운 애국의 심장을 안고 출발선에 나선 이 땅에 생을 둔 천만인민의 모습으로 안겨왔다. 이제 그 뜨거운 애국의 심장들이 달리는 길에 주렁질 열매는 그 얼마나 찬란하고 호함진것일가.

격정으로 심장이 불타는 밤, 잠들수 없는 밤이였다.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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