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1호에 실린 글
수필
수첩
최송
《아이, 정말 보고싶었어. 그래 지금은 뭘하니? 너의 교원생활은 어때? 참, 남편은? 아들애는?》 대학동창생의 전화를 받은 나는 그리웠던 나머지 인사말도 뛰여넘어 한꺼번에 생각나는대로 물었다.
《호호호… 대학시절의 유명한 물음동이! 아직도 여전하구나. 넌 참 그렇게 많은걸 한꺼번에 물으면 난 어떻게 대답하라니, 호호호. …》
학급동무들중에서 류달리 이새가 고와 누구나 부러워하던 그의 웃음소리가 랑랑히 들려온다.
그리운 대학동창들과 모교의 선생님들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서 한참동안 웃고 떠들던 내가 전화를 놓고 저도 모르게 꺼내든것은 수첩이였다. 그것은 대학시절의 추억이였고 대학을 졸업하는 동창생들과 그리운 선생님들의 정다운 목소리였다.
《창작의 명수, 너의 성과작을 기다린다.》
《녀류작가 송이, 앞으로 지면에서 만나자.》
《영원히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처럼 굳세기를!》
글속에서 나는 그들의 기대어린 눈빛을 볼수 있었고 더 높은 목표를 안고 전진하기를 바라는 그들의 숨결을 들을수 있었다.
수첩을 쓰다듬노라니 이상하게도 그들의 열정넘친 체취가 10년이 넘은 오늘까지도 생생히 느껴졌다.
대학시절의 수재였던 학급의 한 녀동무는 기자가 되여 무슨 글이나 척척 써내는 문필가가 되였고 또 어떤 동무는 조국이 맡겨준 미래를 키워가는 길에서 밑거름이 되여 TV화면으로 자기 소식을 동무들에게 전하였다.
헌데 나는 언제부터였던지 그렇게 나
지금 선생님과 동무들은 내가 끌끌한 대학생들의 존경을 받으며 성스러운 대학의 높은 교단에서 지혜와 열정을 다 바치고있을것이라고 굳게 믿고있을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정의 울타리를 뛰여넘지 못하고 손에 쥐였던 펜대도 저도 모르게 놓게 되였던것이다.
내가 모교의 스승들과 벗들의 기대와 당부를 나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무거이 새겨안았다면 소박한 글 한편도 내놓을 여유가 없는 가정주부로만 살수 있었으랴.
미술가들은 보다 인상깊고 아름다운 생활화폭과 정경을 생신하고 진실하게 담으려고 점 하나, 획 하나, 색 하나에도 온 심신의 정열을 모아 그리여낸다.
하지만 해님을 향해 기운껏 아지를 펼치고 쉴새없이 마음속진정을 속살거리는 푸르른 나무잎들의 설레임소리, 뭍을 향해 어리광치듯 마주달려오는 하이얀 파도의 설레임소리를 그림에는 담을수 없다.
우리 당의 품속에서 마음껏 나래를 퍼덕이는 새세대들의 꿈이 커가는 소리, 해님보다 더 따스한 그 품에 안겨 행복에 울고웃는 인민들의
목소리와 더불어 이 땅 그 어디에서나 소리높이 들을수 있는 로동당만세소리, 사회주의만세소리를 보다 격조높은 시어로,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운률에 실어 마음껏 노래해야 할
그렇다. 수첩은 인생의 참다운 목표를 향해 기운차게 일어서려는 내 마음을 후려치는 채찍이고 언제나 당을 따라 곧바른 길만 걷도록 이끌어주던 정다운 선생님들의 엄한 손길이였다.
수첩, 먼 후날에도 조국이라는 큰 거울에 비쳐질 나의 모습을 아름답게 하여주고 또 내 인생을 떳떳이 총화하는 한장의 자서전이 될수 있는 이 수첩!
이 땅 그 어디에서나 봄날의 새순처럼 움터나고 무성한 잎새처럼 푸르싱싱해지는 사회주의조국의 아름다운 현실을 소리높이 노래할 새로운 결심을 가다듬으며 추억의 수첩을 꼭 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