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97(2008)년 제8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수 필

 

다시 돌려진 발걸음 

 

                                                                                                      최 병 선                

 

북천강변에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이다.

내가 떠날 준비를 갖추고 역전방향으로 난 길에 나서는데 퇴근길에 오른 사람들의 물결이 도로를 따라 흐르고있었다.

그들의 뒤를 따라 걷느라니 사람들의 흥이 난 말소리가 바람결을 타고 나의 귀에 들려왔다.

그런가 하면 닭알과 꿀병을 들고 방금 해산한 딸을 찾아간다는 로인내외도 보인다.

허나 나의 발걸음은 이들과 달리 류다른것이였다.

며칠전 나는 직장이동으로 먼 산골마을을 떠나 장자강이 유유히 감도는 이곳 강계땅에 이사짐을 풀었다.

새집에 오니 기분도 좋고 할일도 많았다.

윤기도는 가마들도 새롭게 걸어야 했고 가구들도 기호에 맞게 정리해야 했다. 그런데 주변의 이웃들이 도와나서서 예상외로 빨리 짐을 정돈하게 되였다.

이날 저녁이였다.

새집들이기쁨으로 흥성이던 우리 가족이 텔레비죤시청을 하던참이였다.

문기척소리에 밖에 나가보니 낯모를 처녀가 찾아와 기다리고있었다.

일시에 의혹이 실린 눈빛들이 처녀의 얼굴에 집중되였다.

처녀는 미소를 머금고 상냥한 목소리로 자기 소개를 했다.

《전 여기 인민반 담당의사예요.》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알수 없었지만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인지라 반갑지 않을수 없었다.

발그레하게 윤기가 도는 처녀의 입에서는 은은하면서도 여물은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건강관리부〉를 가져오셨습니까?》

전혀 예상외의 첫 물음이였다.

《예? 〈건강관리부〉라니요? 그건…》

《어마나, 그걸 모르시는분도 있습니까?》

웃음이 찰랑거리던 처녀의 얼굴이 삽시에 놀라움으로 번져졌다. 그러더니 그는 이내 자신을 수습하고 그럴수도 있다는듯 차근차근 설명해주는것이였다.

《건강관리부》는 가족들의 몸상태며 병치료정형, 예방대책이 담겨진 문건이라는것, 우리 나라에서는 누구나 태여나서부터 《건강관리부》를 가지게 된다는것이였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이 소학교, 중학교에 다니도록 오늘까지 병원에 한번 찾아가본 일이 없는 나로서는 정말 귀에 선 문건이 아닐수 없었다.

다른 지방으로 이동하는 수속문건외에 《건강관리부》라는 문건이 또 있단 말인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그런 문건은 이곳 병원에서 다시 만들면 되지 않는가고 반문했다. 그러자 담당의사는 상냥하던 처음의 그 인상과는 다르게 두부모베듯 단호했다.

《이것 보십시오. 설사 가정이 한번 자리를 옮기면 다른것들은 이곳에서 만들어 사용할수 있지만 〈건강관리부〉는 그렇게 할수 없습니다. 〈건강관리부〉는 한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하는 문건이고 나라앞에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문제는 우리가 책임지고있습니다.

그러니 전 거주지에 가서 〈건강관리부〉를 가져오십시오.》

명령이라도 하는듯 오금을 박고난 의사는 깍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여 나는 시간을 내여 내가 살던 고장에 다시 가게 되였던것이다.

그런데 나는 역전에서 뜻밖의 일을 당하게 되였다. 웬 녀인이 나를 보고 반가와하며 다가오는것이였다. 분명 어데서 보았던 인상인데 아무리 기억의 갈피를 뒤져도 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에게로 다가온 그 녀인은 가방에서 한통의 서류를 꺼내더니 나의 앞에 내밀었다.

얼결에 받아서 펼쳐보니 그것이 바로 내가 찾아오려고 길을 떠나려던 우리 가정의 《건강관리부》였다.

《이사를 간다기에 이〈건강관리부〉를 가지고 집에 가보니 벌써 떠나간 뒤였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찾아오게 되였습니다.》

그 순간에야 나는 이 녀인이 내가 살던 마을의 담당의사임을 알았다.

나는 불시에 코마루가 찡해옴을 어쩔수 없었다.

나는 아이들이 다 자라도록 병원에 한번 가본 적이 없어 의사를 기억하지 못해도 그 누가 기억하든 안하든 자기의 의무를 성실하게 지켜가는 보건일군의 그 사심없는 성실성앞에 머리가 숙어졌다.

나는 내가 쥐고선 문건을 다시 살펴보았다.

《건강관리부》!

크지 않은 이 문건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느라니 얼마전 신문에 났던 어느 한 나라의 보건실태의 한구절이 나의 뇌리를 스쳤다.

세계문명을 자처하는 미국에서는 사람이 감기에 걸려 주사를 맞는데 얼마, 렌트겐촬영을 한번 하는데 얼마, 임신부가 해산하는데 또 얼마…

그것은 일반 로동자가정이 몇달 생활하고도 남는 돈이라고 한다. 하기에 약육강식이 사회적풍조로 되고있는 자본주의나라들에서는 수백수천만의 근로대중이 병이 나도 그 엄청난 치료비로 하여 치료받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병에 시달리다못해 목숨을 끊고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있는것이 아닌가.

사람의 생명을 가장 귀중히 여기며 모든것을 인간의 복리증진과 무병장수를 위하여 돈 한푼 받지 않고 치료해주는 무상치료제의 따뜻한 해빛이 집집마다에 따사로이 비치는 우리 나라 사회주의제도와는 얼마나 판이한 현실인가.

가정에는 동담당의사가 있고 현장에 가면 현장담당의사가 사람들의 건강을 보살펴주는 우리 나라 사회주의.

자그마한 병이라도 생길세라 집집에 찾아와 예방주사를 놓아주고서야 마음을 놓는 의사들의 희열에 넘친 모습.

일촉즉발의 무거운 전쟁구름이 떠도는 엄혹한 정세속에서도 산모와 새 생명을 위해 이름없는 두메산골마을을 향해 날아올랐던 비행기의 동음소리.

무병장수하라 보내주신 100돐 생일상을 받아안고 격동된 심정 누를길 없어 경애하는 장군님께 삼가 큰절을 드리며 안녕을 바라던 장수자들의 그 절절한 목소리!

복속에서 복을 모른다고 우리는 얼마나 복된 삶을 한껏 누리며 근심걱정없이 선군시대의 하늘가에 무병장수의 아름다운 노래를 울려가고있는것인가.

정녕 대대로 뜨겁게 받아안는 태양복이 있어 이 나라 인민모두가 온 세상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하많은 사랑의 복중에 장수복까지 누리고있는것이 아닌가.

나의 가슴속에서는 이 고마운 사회주의제도를 한몸바쳐 빛내여갈 심장의 맹세가 용암마냥 끓어번지고있었다.

(자강도작가동맹위원회 로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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