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97(2008)년 제12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수   필

우리의 긍지

김  별  성

 

이 땅에서 나서자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가슴속에 소중히 안고사는 긍지가 있다.

봄, 여름, 가으내 구슬땀 흘리며 포전을 가꿔가는 농장원들의 가슴에도 불꽃 날리며 기대앞에서 은금빛제품을 만들어가는 로동자들의 가슴에도, 이 땅우에 하늘높이 기념비적창조물들을 일떠세워가는 건설자들의 가슴에도 자기나름대로의 긍지가 있다.

우리 학교의 정문으로 들어서면 그옆에 한눈에 안겨오는 게시판이 있다. 그 게시판에는 《초소에서 보내온 소식》이라는 고정표제아래 중학교를 졸업하고 초소로 달려나간 졸업생들이 군사복무를 잘하여 초소에서 보내온 소식들이 실린다.

아침등교시간이면 그앞에는 언제나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모여서서 설레인다.

누구는 몇기졸업생이고 누구는 학교축구명수였다고 하면서 그들은 저마다 기쁨을 금치 못해한다.

어찌 그렇지 않으랴. 그것이 교육자들의 기쁨이고 모교의 자랑인데야.

여느날과 다름없이 아침일찍 학교정문으로 들어서던 나는 학교게시판앞에 교원들과 학생들이 모여서있는것을 보게 되였다.

오늘은 또 무슨 새소식이 실려있는게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이 서있는 《초소에서 보내온 소식》란에 눈길을 돌리던 나는 저으기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거기에는 뜻밖에도 내가 몇년전에 중학교를 졸업시켜 내보낸 리명철학생이 군기앞에서 자동보총을 틀어잡고 찍은 름름한 모습이 담긴 영예사진이 나붙어있었던것이였다.

나는 저도 모르게 게시판앞으로 다가갔다.

이때 이순선생이 나를 보고 반겨맞으며 묻는것이였다.

《선생, 저 학생이 선생의 제자가 맞지요?》

《예, 그래요.》

무심결에 이렇게 대답한 나는 다시 사진에 눈길을 주었다. 그의 어엿하고 름름한 모습을 보느라니 저도 몰래 눈앞이 뿌얘지면서 몇해전 어느날에 있은 일이 떠올랐다.

그날 하루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가기 전에 학급학생들에게 지망을 써내도록 한 다음 나는 교원실에서 그들이 써낸 지망서들을 한장한장 펼쳐보았다.

누구는 김일성종합대학, 누구는 김책공업종합대학, 누구는 조선인민군대…

지망서들을 펼쳐보면서 미래의 그들의 모습을 그려보던 나는 명철학생의 지망서를 보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학급에서 그중 공부도 잘하고 또 대학에 가겠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그가 지망서에는 조선인민군대라고 써놓은것이였다.

요즘 저녁마다 동무들과 함께 철봉훈련을 하기에 얼마 안 있으면 동무들과 헤여지게 되니 그게 아쉬워서일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오늘 보니 그의 결심이 달라진것 같았다.

학급학생들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과외시간에 학습지도를 하면서도 늘 연구사업을 위해 집을 나가사는 그의 아버지를 위해 누구보다 품을 넣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영문을 알고싶었다.

나는 하루일을 마무리한 다음 명철의 집을 찾게 되였다. 그런데 그는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것이였다. 땅거미가 짙어가는 이 저녁까지도 그는 어데서 무엇을 하는지…

그의 어머니에게 찾아온 목적을 자초지종 이야기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그가 나의 팔을 잡았다.

어쩌다 모처럼 왔는데 좀 앉아있으라는것이였다.

할수없이 주저앉아 좀 있으려니 명철이가 집으로 돌아왔다.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있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어려있었다.

나를 보자 《동무들과 함께 철봉훈련을 하다가 좀…》하며 꾸벅 인사를 하던 그는 어머니에게서 내가 온 사연을 전해듣고는 쭈밋거렸다.

나는 그에게로 다가가 어깨에 한손을 얹고 물었다.

《명철학생, 어떻게 된 일이요?》

《…》

《얘, 어서 말하려무나. 선생님이 너때문에 일부러 오셨는데…》

어머니의 재촉에 그는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전 얼마전 우리 옆집에서 살면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초소로 달려나간 경철형님의 편지를 받게 되였습니다. 선생님도 한번 보십시오.》

명철은 책꽂이에 다가가 편지를 찾아들더니 나에게 내미는것이였다.

나는 그가 내미는 편지를 펼쳐들었다.

《…명철아, 기뻐해라.

난 꿈결에도 뵙고싶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만나뵙는 크나큰 영광을 지니게 되였다.

몸소 우리 부대를 찾아주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훈련에서 모범을 보인 우리 병사들을 만나주시였다.

우리들의 모습을 한명한명 미더웁게 바라보시며 담화도 하시였다. 그러시면서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병사의 애국은 참된 복무에 있다는 자각을 안고 군사정치훈련에 전심전력하고있는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총과 함께 보내는 병사시절보다 더 아름답고 값높은 시절이 없다고 따뜻이 고무해주시였다.

군사복무의 영예와 긍지를 가슴가득 안겨주시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나는 보람찬 병사시절의 나날들을 자랑스러운 위훈으로 수놓아갈 불타는 열의를 가다듬었다.…》

내가 편지에서 눈을 떼자 명철은 말을 이었다.

《경애하는 장군님의 전사된 영예와 긍지를 가슴에 안고 경애하는 그이의 품속에서 수령결사옹위의 투사로, 총폭탄영웅으로 자라나는 인민군군인들의 모습은 저의 심장이 무엇을 위해 불타야 하는가 하는 삶의 좌표를 심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국보위초소에서 군사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가려고 결심했습니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하긴 여기에 무슨 긴말이 필요하랴.

사람은 자기 한생이 무엇을 위해 바쳐져야 하는가를 심장으로 절감했을 때 조국이 기억하는 아름다운 삶을 누릴수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하기에 명철은 오늘 저처럼 떳떳하게 모교앞에 나선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그날을 돌이켜보고있는데 이순선생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선생이 키워낸 명철학생은 앞으로 영웅이 꼭 될거예요. 그러니 얼마나 긍지스럽겠나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다시 생각이 깊어졌다.

과연 내가 그를 키워냈던가.

명철학생이 보여준 경철의 편지에서처럼 병사시절의 귀중함을 깨우쳐주며 크나큰 사랑과 믿음을 안겨주신 경애하는 장군님.

언제인가는 눈보라치는 사나운 날에 어느 한 인민군부대를 찾아주시고 여기는 자신께서 와본 곳이지만 수고하는 동무들이 보고싶어 왔다고 마디마디 정을 담아 말씀하신 경애하는 장군님.

더우면 더울세라 추우면 추울세라 병사들에게 훌륭한 생활조건을 마련해주시려 심혈을 기울이시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그 위대한 사랑의 품이 있기에 우리 인민군병사들은 시대의 영웅, 총폭탄 영웅들로 자라나는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그것은 바로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안겨주신 교육자들의 긍지인것이다.

이름없는 산속에서 한생토록 묵묵히 푸른 숲을 가꿔가는 산림감독원의 가슴에도, 국제무대우에 자랑차게 람홍색공화국기발을 휘날려가는 체육인의 가슴에도, 이 나라 이름없는 일터에서 한생을 성실하고 순결하게 바쳐가는 유명무명의 사람들의 가슴에도 끝없이 넘쳐나는 긍지, 그것은 바로 우리의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안겨주신것이 아니던가.

그 긍지가 있어 이 땅우에 자력갱생의 노을이 더 붉게 펼쳐지고 강성대국의 래일이 소리치며 마중오는것이리라.

나는 이순선생을 바라보며 힘있게 말했다.

《아닙니다. 명철학생과 같이 훌륭한 총대병사들을 키워낸 스승중의 스승은 우리 청년들을 선군시대의 기둥감들로 키워주신 우리의 경애하는 장군님이십니다. 그러니 우리 교육자들의 긍지는 바로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안겨주신 긍지가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말을 끝내고난 나는 명철학생의 름름한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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