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뿌 리
조 유 정
《엄마, 저 나무들은 저렇게 키가 큰데 어떻게 서있을가요?》
《그건 뿌리가 저 나무를 받들고있기때문이란다.》
《그런데 그 뿌린 보이지 않나요?》
《뿌리는 땅속에 묻혀 나무들이 줄기를 뻗치게 하고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게 하는 숨은 공로자나 같단다.》
전국수학올림픽경연에서 1등하고 돌아오는 이 순간 기쁨에 넘친 나를 반기는 가로수들을 바라보니 유치원시절 어머니와 나누던 그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는것은 무엇때문일가.
소학교에 다니던 때였다.
얼굴이 동그스름하고 눈매가 고운 녀선생님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우리 학급 담임으로 배치되여왔는데 수업이 끝났을 때 문득 선생님이 나를 찾았다.
집에 무슨 일이 있는가고 묻는것이였다.
바로 그날 저녁에 선생님이 집에 찾아오셨다. 군인인 아버지는 늘 집을 떠나살았고 어머니는 앓고있었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선생님의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얼버무리는 나의 눈길에서 선생님은 모든것을 다 읽으시였던것이다.
선생님은 어머니가 서야 할 부엌에도 내려와 일손도 도와주었고 그날 배운 수업도 반복하여 해주었다.
그날부터 나와 선생님의 퇴근길은 같아졌고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날까지 선생님은 우리 집에 오군 하였다.
내가 소학교 전기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떳떳한 마음으로 초급중학교에 진학할수 있은것은 그런 선생님의 남모르는 수고와 노력이 있었기때문이였다.
나는 소학교선생님과 헤여지기 서운했다.
그런 다심하고 정깊은 선생님을 만날것 같지 못하여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가를 나는 후에야 알게 되였다.
초급중학교에 입학하는 날 소학교선생님이 우리를 따라왔었다.
새로 우리를 담임하는 선생님에게 매 학생들의 학업성적과 취미, 성격에 대해 밤이 깊도록 상세히 설명해주던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나는 초급중학교에 입학하였다. 나를 바라보는 초급중학교선생님의 눈길은 소학교선생님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다른 과목보다 수학을 즐기는 나의 남다른 취미에서 어머니도 미처 느끼지 못하는 싹을 발견하였고 분과에 제기하여 과외지도를 받게 하였다.
내가 푼 수학 한문제, 한문제의 정확성을 검토하는 선생님의 눈길에 얼마나 큰 당부가 실려있는가를 느끼며 나는 열정을 다바쳐 학업에 몰두하였다.
그 고마운 믿음에 떠받들려 나는 끝내 전국수학올림픽경연에서 1등의 영예를 지니였다.
경연을 성과적으로 치른 날 교정을 나서는 나를 향해 막 달려오는 모습들이 있었다. 어머니와 나의 선생님들이였다.
나를 그러안고 기쁨에 눈물짓던 어머니가 서둘러 나를 품에서 놓으며 선생님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정말 고마워요. 선생님들의 수고에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수정이 어머니,
해빛처럼 밝고 바다처럼 넓은 그 사랑이 있어 우리 아이들을 위한 민들레학습장공장에서,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에서, 평양가방공장에서 울리는 생산정상화의 동음이 노래 《세상에 부럼없어라》의 선률이 되여 푸른 저 하늘에 끝없이 메아리치고있는것이다.
아, 그 사랑의 해빛을 자양분으로 안고 시들세라, 마를세라
누가 보건말건, 알아주건말건 묵묵히 후대교육사업에 한생을 다바치는 선생님도 있고 나서자란 수도 평양을 떠나 외진 섬초소와 산간마을에서 청춘의 꿈을 꽃피우는 선생님도 있다.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할데 대한 당중앙위원회 4월전원회의 과업관철을 위해 모든것을 다 바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땅속의 뿌리처럼 눈앞에 보여오지 않는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헌신과 열정이 있어 조국의 푸른 숲은 나날이 키를 솟구고 더더욱 무성해지고있는것이다.
무성한 푸른 잎, 아름드리나무, 아름다운 꽃, 향기로운 열매. 이것은 억센 뿌리가 안아올린 우리 래일의 모습, 미래의 조국의 모습이다.
(동대원구역 김창복고급중학교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