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98(2009)년 제3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나무가 설레인다.

우리의 교정을 푸른 아지와 아지로 겹싸안은 키높은 나무들이…

그우로 새들이 날아퍼진다.

아마도 정든 보금자리를 떠나 멀리 먼 창공으로 훨훨 날아가려는가보다.

나무들은 작별이 아쉬운듯 아니, 깃을 편 새들이 대견한듯 가지와 가지를 흔들며 바래운다.

나도 언젠가는 저 새들처럼 교정을 떠나 조국이 부르는 곳으로 달려가리라. 나의 스승들은 마치나 저 나무와 같이 가슴속 그득한 소원을 안고 우리 제자들을 바래워주시리라.

졸업론문을 마무리하다가 창밖에 언듯 눈길을 주었던 나의 마음속에는 어느덧 고마운 스승들에 대한 뜨거운 추억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날은 우리 대학 창립절이였다.

교정길 그 어디라없이 늘여진 꽃테프, 눈부신 창문들을 울리는 환영곡…

대학창립절을 축하하여 졸업생들이 대학에 찾아오는것이 우리에게 기쁨을 더해주었다.

백발의 스승들도 이제나저제나 교문쪽만을 바라보며 어찌할바를 모르신다.

《온다!》

환영곡이 더 세차게 울렸다.

선생님들은 교문밖에까지 나가 어제날의 제자들을 맞아들였다. 길 량쪽으로 늘어섰던 우리는 꽃보라를 뿌리고 또 뿌렸다.

앞가슴에 훈장을 가득히 달고 모교를 찾아오는 옛제자들을 앞세우며 스승들은 뒤에 서려 하고 제자들은 제자들대로 스승들을 앞세우려 하다나니 나라의 중요초소에서 일하고있는 《김일성상》계관인들을 비롯한 이름있는 과학자, 교육자들이 마치나 금방 학교에 부모들의 손을 잡고 입학하는 사람들처럼 스승들의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교정에 들어서는것이다.

자연히 나는 선생님들의 가슴이 훈장으로 무거운 제자들의 가슴에 비해 너무도 비여있다는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였다.

(아, 선생님들!)

나는 꽃보라를 힘껏 뿌렸다. 그속엔 선배들에 대한 경탄의 감정보다도 스승들에 대한 나의 존경의 감정이 더 짙게 스며있었다.

아마 그래서 이윽하여 진행된 상봉모임때 영웅메달을 달고 나온 한 졸업생이 가슴에 달고온 자기들의 훈장은 거의나 스승들의 몫이라고 절절히 말할 때 나는 그리도 기꺼이 큰 박수를 보내고 또 보냈던가.

그렇게 창립절의 기쁜 하루가 흐르고 교정에 고요와 어스름이 깃든 저녁…

우리는 그날에 받은 감흥에 대해, 또 앞날의 계획에 대해 떠들썩하게 터놓으며 집으로 돌아가고있었다. 우리의 화제는 거의나가 다 위훈을 세우고 모교로 찾아왔던 졸업생들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그들처럼 살고싶은 뜨거운 갈망으로 이어졌다.

등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울렸다.

《동무들도 꼭 그렇게 되라구!》

선생님이시였다. 이미 우리 이야기를 다 들으며 뒤따라오신듯 만족한 웃음을 짓고 서있는 선생님을 우리는 막 둘러쌌다.

《선생님, 오늘 상봉모임에서 토론한 그 영웅의 담임선생님이 바로…》

《선생님, 그 과학자의 졸업론문지도도 선생님이 하셨다는게 사실입니까?》

우리들의 거듭되는 물음에 아니, 물음이라기보다 련속적인 감탄에 선생님은 그저 빙긋이 웃고만 서계셨다.

그러는 선생님을 바라보던 나는 그만에야 까르르 웃음이 터져나오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선생님의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에 아침에 우리가 뿌려드렸던 꽃보라가 여적 그대로 남아있는것이 아닌가.

《저 선생님, 아직 꽃보라가 머리에두 어깨에두…》

그제야 나의 웃음의 원인을 아신 선생님도 더 크게 웃으신다.

《놔두라구. 좋구만. 이런 꽃보라라면 평생 떠이고 살고싶소.》

나는 순간 가슴이 쩌릿해왔다.

한평생 제자들에게 꽃보라만을 뿌려주며 사시는 우리 선생님들.

대학에 입학하는 그날에도 누구보다 먼저 꽃보라를 뿌려주며 우리를 맞아주신 스승들이 아닌가.

최우등의 영예를 지녔을 때도, 《대학생과학탐구상》을 수여받았을 때도 과연 우리에게 선참으로 축하를 안겨준분들도 부모형제보다 먼저 스승들이 아니였던가.

꽃보라는 축하의 날들에만 내렸던가, 아니다.

례사로운 교정의 날 스승들이 진행하는 정열적인 강의시간속에서도, 함께 밤지새우시는 교정의 창가에도 꽃보라는 내리고 또 내리지 않았던가.

거기에는 조국의 참된 인재로 자라나길 바라는 스승의 기대와 소원이 무겁게 담겨져있었으니 우리의 잘못을 두고 안타깝게 질책하실 때조차 아, 꽃보라 너는 내 마음에 내리지 않았던가.

그러한 스승들의 머리우에 오늘은 제자들이 뿌려드린 감사의 꽃보라가 내렸다.

언제봐야 우리 제자들때문에 밤길도 많이 걷고 눈길로도 많은 자욱을 찍으신분들이 아닌가.…

언제인가, 눈보라치던 한밤중의 일도 생각났다.

그날 나는 학과토론시간에 토론을 잘하여 선생님으로부터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잠시후 선생님은 어느 한 책의 제목을 대시며 그 책을 읽고 토론준비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것이라고 아쉬웁게 이야기하시는것이였다.

나는 그 책이 너무 오래전에 출판된것이여서 미처 구해볼수 없었다고 솔직히 이야기하였다.

선생님은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떡이시였다. 나는 그것을 나에 대한 어느 정도의 리해로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발편잠을 잤다. 한밤중에 누군가 우리 집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누구인지 알아볼수가 없었다. 너무도 온통 하얗게 눈을 뒤집어쓰다나니 마치 눈사람같았던것이다.

《자, 향이동무. 내가 좀 늦었구만. 내 한 친구의 집에서 이 책을 보았던 생각이 나길래…》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선생님을 알아보았다.

온 집안식구가 집으로 이끌었지만 선생님은 단잠을 깨워서 정말 미안하다고 오히려 우리 부모들에게 사죄를 하며 떠나가셨다. 책 한권을 남겨두고 오늘날의 지식에 자그마한 공백도 없길 바라는 뜨거운 당부를 남겨두고…

다음날 강의시간에 나는 왜 선생님을 마주 쳐다볼수 없었던가. 그것은 선생님의 백발이 하루사이에 더 세여버린것 같기때문이다. 그전날 밤, 하얀 눈발이 그속에 스며든것은 아닌지…

우리 스승들은 그렇게 사시였다. 그렇게 늙으셔서 조국의 미래에게 지혜로운 청춘을 주시는것이다. 그날 선생님과 우리는 래일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하며 거리를 걸었다.

등뒤에서는 별하늘을 떠이고 선 교정의 나무들이 설레이고있었다.…

어느덧 나의 추억의 창문에도 별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졸업론문의 마지막글줄들을 맹세런듯 쪼아박고나서 교문을 나섰다.

잊지 못할 그날처럼 교정의 나무우듬지에는 별들이 많이도 내렸다.

나무는 꽃보라를 떠이고 웃고계시는 나의 스승의 모습을 련상시킨다.

나도 멀지 않은 앞날에 이 교정을 떠나가리라.

허나 스승에게 뿌려드릴 꽃보라를 안고 다시 돌아오리라. 아마도 저 나무우에 반짝이는 별들은 키워준 나무를 못 잊어 멀리 떠나갔던 새들이 하나하나 물고 날아와 나무우듬지에 얹어놓은 꽃보라일지도 모른다. 스승들이시여, 제자들이 또다시 뿌려드릴 꽃보라를 기다리시라. 거기에는 조국의 축복이 무겁게 담겨있으리라.

그렇다, 조국에 대한, 미래에 대한 책임감으로 불타는 이 나라 스승들의 사랑과 열정이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내 조국의 또하나의 큰 정신력이 되여 번영할 래일을 떠받들고있는것이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