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6호에 실린

   

   수필

 

《은방울》향기

김향순

 

나는 렬차원이다. 매일 렬차를 타고 온 나라를 오고가는 나의 승무가방속에는 《은방울》껌이 언제나 넣어져있다.

첫 승무때부터 멀미를 하는 이 딸을 위하여 어머니가 넣어주는 껌이였다. 이제는 렬차원생활도 어지간히 흘러 멀미라는 말이 나에게서 사라진지 오랬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껌을 넣어줄 때면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르는척 하는 나였다. 어쩐지 그 작은 껌들이 어머니의 체취같았고 이 딸을 념려하는 어머니의 사려깊은 눈빛같았기때문이였다.

《음― 아직도 어린애라니까.》

이러한 나를 화학전문학교에 다니는 동생 향이는 늘 시새움하며 놀려대군 하였다.

그래도 할수 없었다. 며칠동안이나 집을 떠나 승무해야 하는 나에게 있어서 그 껌이 어머니사랑을 대신한다는것을 그 애는 모르는것이였다.

어제 저녁 나의 동생 향이는 화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껌공장에 배치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안고 집으로 뛰여들어왔다.

《언니, 이젠 어머니를 대신해서 내가 언니가방에 껌을 넣어주게 됐어.》

《…》

《얼마전에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다녀가신 공장이라는걸 언니도 알지. 텔레비죤에서 그 공장에 대한 소개편집물이 나왔는데 얼마나 감동적인지 몰라.

이제 내가 공장에 들어가면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될거야.》

《넌 정말 좋겠구나.》

나는 부러운 눈빛으로 그 애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좋을가.…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다녀가신 사랑의 일터에서 일하게 될 우리 향이는…

그때 어머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이구, 우리 막내가 벌써 껌공장사람이 다 된것처럼 자랑을 늘어놓는구나. 헌데 향이야. 너 그 껌의 이름을 왜 〈은방울〉이라고 지은것 같으냐?》

《글쎄… 아직 그건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향이는 깜찍하게 생긴 눈을 반짝이며 생긋 웃었다.

《향이학생, 어디 한번 대답해봐요.》

나는 이때라는듯 소학교 교원인 어머니의 흉내를 내며 한마디 하였다.

《예. 대답하겠습니다.

그건 아버지장군님의 어린시절이야기가 깃든 아름답고 향기로운 은방울꽃이름을 따서 그렇게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맞지요, 어머니?》

《점수를 매기면 3점이다.》

어머니가 정색하게 대답했다.

《엥이, 그건 너무 야박해요.》

향이가 응석기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어머니는 나에게 물었다.

《그럼 향순이가 대답을 보충해보렴.》

나는 그만 당황해져 얼굴은 발깃해졌지만 침착하게 생각을 더듬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우리 어린이들과 인민들에게 안겨주신 그 껌이 은방울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것이여서 단순히 그런 이름을 달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나라사정이 어려운 속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면 아까울것이 무엇이냐고 하시며 눈속에서 은방울꽃을 피우시던 그 사랑으로 껌공장을 지어주시고 걸리는 문제들을 다 해결해주셨다고 합니다. 언젠가 우리 렬차에 껌공장건설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탔댔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렬차에 탔던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되였더랬는지 모른답니다.》

어머니는 머리를 끄덕이시며 우리앞에 《은방울》껌을 꺼내놓았다. 명절때마다 수도시민들에게 공급된 그 껌을 들여다보며 나와 동생은 깊은 생각에 잠겨들었다.

어머니의 감동에 젖은 목소리가 심장에 파고들어왔다.

《너희들도 다 알겠지만 어려웠던 그 나날 나라엔 얼마나 필요한게 많았니?

제국주의자들의 악랄한 고립압살책동으로 있는것보다 없는것이 더 많았던 때가 아니냐. 그 나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군대와 인민의 앞장에 서시여 대소한의 강추위속에서 자강도의 험한 산발을 넘으시고 철령과 오성산을 비롯한 최전연초소들을 찾으시였단다. 쪽잠과 줴기밥이란 말이 그때처럼 눈물겹게 들린적이 언제 있었니.…

그런데 바로 그러한 때에 평양에는 껌공장의 기초가 닦아지고있었다. 그것도 가장 현대적이고 멋있는 건물이 말이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게 무슨 건물이요?〉해서 〈껌공장이요.〉하면 〈꿩공장이요?〉하고 반문했다는 말을 들었지. 아이들이 씹는 껌을 위해서 공장까지 세워진다고 그 누군들 상상이나 했겠니. 그것도 가장 어려운 시절에 말이다. 그러나 우리 장군님께서는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기적같은 현실을 창조하고계셨단다.

눈속에서 봄을 앞당기며 은방울꽃을 피우시던 어린시절의 그때처럼 말이다. 인민이 좋아하고 인민에게 필요한것이라면 하늘의 별도 따다놓으시는 위대한 태양을 어버이로 모신 우리 나라에는 날에 날마다 이런 기적들이 태여나는게 아니겠니.》

그렇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세워주신 껌공장도 그러한 기적들중의 하나이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나라일에 바쁘신 가운데서도 몸소 껌공장을 찾으시고 우리 어린이들과 인민들의 건강에 더 좋은 껌을 만들데 대한 과업도 주시고 껌생산을 더 높이기 위한 방도도 가르쳐주시였다.

아, 그 사랑속에 온 나라에 가득찬 껌향기!

어찌 그뿐이랴.

우리 녀성들을 위해 세워주신 화장품공장들에서 넘쳐나는 《봄향기》화장품향기며 탁아소, 유치원, 소학교들에서 풍겨나오는 달콤한 콩우유향기, 기초식품공장들에서는 구수한 기초식품향기가 넘쳐난다.

이것은 정녕 인민을 위하시는 우리 장군님의 사랑의 향기가 아니겠는가.

그 향기속에서 우리 인민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 2012년, 경제강국건설의 령마루에 올라설 그날을 확신하는것이다.

이밤도 나는 승무가방속에 《은방울》껌을 고이 간직하고 승무의 길을 떠난다.

경애하는 장군님의 사랑이 깃든 껌, 어머니의 자그마한 사랑에는 대비할수도 없는 위대한 사랑을 가슴뜨겁게 간직하며 렬차원의 직분을 더 잘 수행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바로 그렇게 하는것이 이 땅에 풍기는 《은방울》향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는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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