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9호에 실린 글  

 

수  필

자 랑

권 혁

                        

지난 휴식일 나는 빌려온 책도 돌려줄겸 친구의 집을 찾았다. 친구의 집은 대가정이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친구와 그 안해, 두 남매 그리고 대학에 다니는 남동생, 녀동생 이렇게 여러 식구가 왁작왁작하는것이 단출한 식구들속에 사는 나로서는 어리벙벙할 지경이였다.

그중에서도 친구의 맏아들녀석이 여간 아니였다.

성격이 활달하고 붙임성이 좋았다. 언제 친했다고 내 무릎에 척 와앉더니 제가 지은 작문이 5점을 맞았다는것이였다. 전번에 왔을 때는 자기는 수학을 잘한다고 으쓱해하더니?!…

나는 정말? 하고 놀라는척 하였다.

그랬더니 《볼래요?》하면서 이미 말아쥐고 온 학습장을 척 펼치는데 과연 5점이라는 붉은 연필로 쓴 점수가 확 안겨왔다.

《우리 집 자랑》이라는 제목의 글짓기였다. 아마 학교에서 이런 제목으로 작문을 씌운 모양이였다.

《나는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자랑합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전쟁로병입니다. 가슴에 훈장이 가득합니다. 할아버지는 미국놈비행기를 석대나 쏴떨구고 간호원이였던 할머니는 부상당한 할아버지를 아프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애가 글짓기를 잘하누만.》내가 이렇게 말하니 친구도 《잘 짓기야 뭘. 우리 집 자랑이라 할 때 다른 얘기도 쓸수 있었겠는데…》하고 빙그레 웃는다. 사실 이 집에 자랑하자면 할것이 많았다.

아버지는 학위소유자지 어머니는 화장품공장 로력혁신자로서 신문에도 나고 방송에도 났었지 대학생삼촌은 콤퓨터수재로 이름을 날리고 고모는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 대학생으로서 개인경연에서 1등상을 탔지…

그런데 소학교 2학년생인 친구의 아들은 그 모든것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전쟁로병임을 자랑한것이다.

《전번 7. 27때 아이들을 데리고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에 갔더니 이 녀석이 기관단총을 틀어쥐고 비호같이 내닫는 병사의 조각상을 보고는 리수복영웅 하고 중기의 압철을 턱으로 누르고있는 조각상을 보고는 조군실영웅, 위생가방을 멘 녀성군인의 조각상을 보고는 안영애영웅, 우리 할머니도 저렇게 싸웠어 하면서 몹시 흥분해하질 않겠나.》

바로 그것이였다. 위대한 수령님을 따라 조국해방성전에 떨쳐나섰던 항일혁명투사들, 조국의 자유와 후손만대의 행복을 위해 피흘려 싸운 조국해방전쟁시기의 영웅전사들처럼 살며 일하려는 어린 넋과 심장의 순결한 맹세.

바로 그 마음이 작문에 그대로 담겨진것이며 담임선생도 그것을 귀중히 보았기에 두어군데 철자법이 틀린 곳을 놓치지 않고 표식하면서도 총평 5점을 주었던것이다.

《잘 썼다. 진짜 5점이다!》

어린 동심에 그늘을 지울가봐 얼려추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내가 담임선생이였어도 크고 굵직하게 《5점》이라는 점수를 매겼을것이다. 글짓기에 아니, 그보다 그 기특한 어린 마음에…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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