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10호에 실린 글  

 

수   필

종 업 원 증

권 영 희

선들선들 어디선가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이 가을소식이런듯 나의 가슴에 안겨들었다.

노란 나무잎 하나가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나의 발치에 날아내린다. 눈길을 들어 바라보니 은행나무가지마다에 열매들이 노오랗다.

탐스러운 열매들을 보느라니 저도 모르게 종업원증에 손이 갔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탄광기계공장에 배치받은 내가 오늘 받아든 종업원증이다. 별안간 종업원증이 그 어떤 소중한 열매인듯이 느껴졌다.

아직은 꽃나이 열여덟살, 푸르디푸른 나의 청춘이 서둘러 맺아놓은것만 같은 소중한 《열매》, 허나 아직은 익지 않은 《열매》였다. 집에 들어서니 할아버지가 기다린듯 나를 반겨주었다.

《자, 할아버지, 종업원증이예요.》

나의 종업원증을 받아든 할아버지는 돋보기를 꺼내들더니 보고 또 보신다.

《그러니 이젠 당당한 로동계급이 되였단 말이지. 우리 영희가 대단하다. 대단해!》

그러는 할아버지를 보며 나는 피씩 웃었다.

《할아버지두 참, 로동자가 뭐 그리 대단하다구…》

《대단하지 않구. 우리 장군님께서 제일로 아끼고 사랑하시는 사람이 누군줄 아느냐. 그건 바로 우리 로동계급이란다.》

그 무슨 추억을 더듬듯 창문너머를 이윽토록 바라보시던 할아버지가 격한 목소리로 말씀을 이었다.

《얼마전 저 북방의 어느 한 광산을 찾으신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을 받들어 주체화를 빛나게 실현하고 대국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로동계급의 영웅적장거를 높이 평가하시면서 우리 로동계급들에게 경의를 드려야겠다고 하시며 몸소 허리를 굽히시고 경건히 인사를 하시였단다…》

평소에 말이 없고 과묵한 할아버지였지만 격정에 넘쳐 더 말을 잇지 못하시였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는 나의 가슴은 뭉클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평범한 로동자들에게 보내신 경의.

어쩌면… 어쩌면… 인사를 받으셔야 할분은 누구신데 위대한 령도자가 로동자들에게 경의를 보내시다니 격정과 흥분으로 마음을 진정할수가 없었다.

우리 인민을 하루빨리 강성대국의 무릉도원에서 세상에 부러운것없이 잘 살게 해주시려고 이 세상 고생이란 고생을 다 겪으시며 온 한해를 선군장정의 길에서 맞으시는분은 과연 누구이시고 정녕 최대의 경의를 받으셔야 할분은 누구이신데…

끝없는 사색을 이어가는 나의 눈앞에는 잊지 못할 지난 5. 1절을 경축하던 그밤이 영화화면처럼 펼쳐졌다.

축포가 오른다. 밤하늘에 갖가지 꽃무늬를 새기며 끝없이 끝없이 터져오르던 축포, 축포! 밤하늘을 태우며 찬란하던 그 빛발은 진정 우리 로동계급에 대한 경애하는 장군님의 사랑의 빛발이였다.

황홀한 그 빛발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나던 로동계급의 얼굴모습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한생을 쇠물을 끓이며 로앞에서 살아오며 그 로앞에서 조선로동당원의 영예도 지니고 로력영웅으로 자란 나의 할아버지도 바로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우리 로동계급을 위해 마련해주신 그 축포야회에 참가했었다. 경애하는 장군님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안던 그날의 그 감격이 오늘도 할아버지의 얼굴에 그대로 어리여있다. 그 사랑이 있어 나의 할아버지는 오늘도 로앞을 떠나지 않고있다.

나는 조용히 웃방으로 올라갔다. 한쪽벽면에는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을 한자리에 모시고 찍은 영광의 기념사진들이 정히 모셔져있었고 그 아래에는 작은 유리함이 놓여있었다.

그 함안에는 할아버지가 받은 영웅메달증서와 영웅메달 그리고 훈장들과 중요한 국가회의들에 참가하였던 대표증들이 나란히 놓여있다. 매일 보아온것들이였지만 오늘은 새롭게 안겨온다. 나는 나의 작은 종업원증을 할아버지의 영웅메달증서옆에 나란히 놓아보았다.

로동자임을 증명하는 종업원증과 영웅메달증서!

그렇다. 우리 로동계급을 그토록 아끼고 나라의 맏아들로 내세워주시는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계시는데야 어찌 영웅이 되지 않을수 있으랴.

나도 할아버지처럼 일을 잘하여 영웅이 되리라.

《할아버지, 여길 좀 보세요.》

할아버지는 유리함속에 나란히 놓여있는 영웅메달증서와 나의 종업원증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것 참 잘 어울리는구나.》

할아버지와 나는 마주보며 웃었다. 그 웃음이 하좋아 창문가의 꽃들도 따라웃는듯 싶었다. 온갖 열매 무르익는 풍요한 이 계절 풋내기같은 나의 생각도 무르익어가는 계절이였다.

 (평양시 동대원구역 대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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