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실화ㅇ

꽃  의     기  쁨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시였다.

《오늘 우리 청년들의 풍모는 매우 훌륭합니다.》

때는 여름철이라 산마다 들마다 록음이 한창이였다.

황해남도 신천군 서원협동농장 농장원 최동숙은 평양으로 가는 뻐스에 몸을 실은 후 줄곧 차창밖을 내다보았으나 창밖의 풍경이 조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생의 뿌리가 얼마나 쓴지 철부지 네가 아니?》

뻐스정류소까지 따라나와 손을 잡고 만류하던 고모의 말이 귀가에서 맴돌았다.

고모는 10년전 뜻밖의 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동숙의 세 자매에게 있어서 친어머니처럼 따르고 의지하는 존재였다. 특히 막내 동숙의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꼭 풀어주군 하였다.

하지만 동숙이 이번에 영예군인과 일생을 같이하겠다는 소식을 듣고는 펄쩍 뛰며 반대하였다.

《안된다. 안돼. 네 두 언니들이 영예군인의 안해가 된것만도 돌아가신 네 어머니앞에 마음이 무거운데 너까지. 안돼. 안돼.》

그리고는 돌아앉아 눈물을 꾹꾹 찍으며 제 동생에게 하소연하였다.

《동숙이까지 꼭 영예군인에게 시집보내야 하나? 난 이들이 후날 자기들을 영예군인에게 시집보낸 아버지를 원망할가봐 두렵네…》

중학교시절부터 그와 가까왔던 녀동무는 또 이렇게 말했다.

《동숙아, 글쎄 너야 영예군인의 안해들이 얼마나 힘들겠는지 언니들의 생활을 보아서 남보다 잘 안다고 할수 있지. 하지만 보는것과 직접 겪는것과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아니? 돌아설 길은 애당초 떠나지 말아.》

동숙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난 후회하지 않을거야. 난 끝까지 이겨내겠어.) 동숙은 입술을 깨물며 강잉히 결심하였다.

- 어떻게? 무슨 힘으로? -

그의 마음속에서 다른 목소리가 묻는다.

- 난 그를 사랑하니까 -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가. 동숙이도 처녀시절에 들어서면서 사랑에 대하여 가슴울렁이는 호기심과 아름다운 공상속에 많이 생각해보았다. 한분조에서 일하는 언니들의 이야기도 듣고 영화나 소설책도 보면서 자기에게는 어떤 사랑이 찾아올가 하고 얼굴을 붉히며 생각한적도 있었다.

동숙은 무릎우에 올려놓은 약초꾸레미를 쓸어만지며 영예군인 김영남을 처음 알게 되던 때를 돌이켜보았다.

매해 그러하듯이 올해 6월에도 동숙은 두 언니들과 아저씨들을 면회하려 아버지와 함께 달천료양소로 갔다. 국가적혜택으로 영예군인들에게는 매해 료양권이 나왔으며 그 덕분에 세 자매와 아버지는 한해에 한번씩 이 료양소에서 만날수 있었다. 언니들인들 왜 출가한 다른 녀성들처럼 명절날 집에 오고싶지 않으랴. 동숙은 료양소에서 언니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들이 아버지를 실컷 만날수 있게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주군 하였다. 그날도 호실 창문에서 밖을 내다보고있는데 한 청년이 눈에 띄였다.

그의 아저씨들과 같은 하반신마비의 특류영예군인이 삼륜차에 몸을 싣고 서너계단높이쯤 되는 낮은 구배로 오르려고 애쓰고있었다.

동숙은 계단을 뛰여내려가 그의 삼륜차를 밀어주었다.

《고맙소.》

《아이참, 무슨 말씀을.》

동숙은 대답하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가슴이 찌르르해졌다. 순박해보이는 청년의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던것이다.

보통사람들 같으면 한걸음에 뛰여올랐을 이 낮은 구배길에 오르느라 저렇게 땀을 흘리다니.

동숙은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아주려 하다가 그의 무릎에 살며시 놓아주며 말했다.

《어서 닦으세요. 모든 길들이 높은 곳, 낮은 곳이 없이 그저 평탄했으면 좋겠어요.》 동숙의 천진한 말에 영남은 웃음을 띠우며 말했다.

《그런 평탄하기만 한 길이 어디 있겠소. 길이란 본시 고루지 못하고 올리막과 내리막이 있는거요. 인생길도 같지. … 난 보답의 올리막을 얼마 걷지도 못했는데 보다싶이 20대에 벌써 국가의 혜택만을 받는 몸이 되였소.》

웃음으로 시작된 그의 대답은 자기비판으로 끝나며 흐려졌다.

알고보니 그는 조국보위초소에 선지 3년만에 몸을 다쳐 영예군인이 된 청년이였다.

《생각해보오. 이 나라에 태여난 사람이면 누구나 근심걱정없이 배려만 받으며 11년제의무교육을 마치지 않소. 내 군복을 입으면서 이제야 겨우 당과 수령의 은덕에 보답할수 있게 되였구나 하고 생각했더랬는데 이건 정말 에이…》

동숙은 놀랐다. 그리고 끝없이 높은 령마루에 올라선듯한 청년의 높은 정신세계에 머리가 숙어지였다. 누구나 너무도 젋은 나이에 영예군인이 되였다고 애석해할 몸이건만 자기의 몸에 대한 걱정은 안중에도 없이 그 몸때문에 조국에 대한 보답의 길이 막혔다고 괴로와하는 청년.

조국에 자기의 가장 귀중한 청춘과 더운 피를 바치고도 더 바치지 못함을 안타까와하는 청년!

그런 훌륭한 청년을 내가 도와줄수 없을가?

동숙은 언니들을 만나고 오면서도 줄곧 이 생각을 하였다.

그는 바쁜 농사일을 하면서도 틈틈히 약초들과 산나물들을 뜯어다 말리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선뜻 말이 나가지 않았다.

어머니없이 10여년간 딸들에게 그늘이 갈세라 새 어머니도 맞지 않고 애써오신 아버지, 요즘따라 아버지의 머리우에 내린 흰서리가 아프게 눈을 찔렀다. 언니들이 시집간 후 자기가 아버지를 잘 돌봐드리지 못했다는 자책의 감정이 그의 가슴속에 솟구쳐올랐다.

(언니들도 편지마다 아버지를 부탁하군 하는데 아버지를 끝까지 돌보자니 영남동지가 걸리고. 아이 참 어쩌면 좋아.)

동숙의 이 괴로운 심정을 누구보다먼저 눈치챈 사람은 아버지였다. 동숙의 이야기를 듣고난 아버지는 그의 결심을 적극 지지해주었으며 리당에서도 아버지걱정은 말라고, 리당에서 책임지고 돌봐주겠다고 그의 등을 떠밀어주었다.

드디여 동숙은 결단내리고 영남에게 편지를 썼다.

《…영남동지! 자신의 앞날에 대하여 너무 비관하지 마세요. 함께 가는 사람이 있을 때 먼길은 가까와지고 높고 험한 길도 쉬이 오를수 있는게 아니겠어요.… 우리 함께 보답의 길을 꼭 걸읍시다.…》

ⅹ      ⅹ      ⅹ

예상대로 영남에게서는 거절의 짧은 회답이 왔다.

리유인즉 자기는 동지들을 구원하거나 조국의 귀중한 재산을 구원하다 몸을 다친 그런 훌륭한 영예군인도 못된다는것, 그러니 한 처녀의 일생까지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것 특히 동숙의 아버지를 홀로 계시게 할수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하였다. 그후 아버지까지 내 걱정은 말라는 편지를 써서 동숙의 편지와 함께 보냈으나 묵묵부답이였다. 동숙은 회답을 더 기다리지 않고 평양까지 수차례나 그를 찾아갔으나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였다. 하지만 오늘 동숙은 또 그를 찾아간다.

이것이 사랑일가?

끝없이 바치고싶은 마음, 그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고 또 해도 더 하고싶은 마음, 그 일이 비록 고되고 힘에 부쳐도 그에게 도움이 되고 그의 몸을 추세울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고 즐거워지는 마음.

어마나, 내 무슨 생각을. 동숙은 누가 눈여겨보는 사람도 없었건만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뻐스는 어느새 평양에 도착하였다. 집에서 떠날 때는 맑게 개인 날씨였는데 평양에서는 비가 쭈룩쭈룩 내리고있었다.

동숙은 약재꾸레미를 비닐로 꼭꼭 포장하여 역전에 맡기고 비를 맞으며 만수대창작사로 갔다.

전번 평양길에 부탁해놓고 간 꽃병을 찾기 위해서였다.

영남과 몇번 만나보는 과정에 동숙은 뜻밖에도 그가 꽃을 좋아한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아마도 밖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몸이라 밖이 그리워 그럴가? 동숙은 아릿한 심정을 금치 못하며 그의 책상에 늘 생신한 꽃을 꽂아줄수 있는 멋있는 꽃병을 마련해주리라 마음먹었다. 그날부터 동숙은 여러 상점들과 매점들을 돌아다니고 이름난 도자기생산지들에도 알아보았으나 마음에 드는것이 없었다.

어떻게 하나 그의 마음에 꼭 드는 훌륭한 꽃병을 구해야 할텐데.

그는 전번 평양길에 만수대창작사를 찾아갔다.

동숙은 창작사에서 오랜 기간 훌륭한 도자기들을 많이 창작하였다는 공훈예술가를 만나 사연을 이야기하며 간절히 부탁하였다. 그는 초면의 처녀가 참 기특하다고 동숙을 칭찬하며 꼭 잘 만들어보겠다고 하였다.

그때를 회상하며 동숙은 접수실로 가서 그를 찾아달라고 하였다. 얼마후 동숙을 찾아나온 공훈예술가는 반백의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인사를 나누고난 후 그는 동숙과 영예군인의 마음에 들겠는지 모르겠다면서 꽃병을 보여주었다.

《야!-》 부지중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꽃병은 기막히게 아름답고 예술적으로 훌륭히 형상된 창작품이였다. 동숙은 그에게 몇번이고 곱씹어 감사를 표하고 그 길로 영남의 집으로 향했다.

그가 얼마나 기뻐할가 하고 생각하니 쾌속으로 질주하는 지하전동차의 속도도 더디게 느껴지였고 마음은 벌써 그의 집문을 두드리고있었다.

동숙은 둥실 날아 그의 집에 도착하였다.

《영남동지, 보세요. 꽃병이예요. 이제부터 여기다 꽃을 꽂아놓고 보세요.》

꽃병을 보는 영남의 눈에 황홀한 빛이 확 피여올랐으나 그것은 순간이였다.

영남은 고개를 외로 돌리고 말했다.

《꽃이야 제 땅에서 피여야 곱지, 꽃병에 꽂으면 인차 시드오.》

《아니예요. 꽃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려고 피는거예요. 순간을 피여도 자기의 아름다움과 향기로 사람들에게 이바지하면 그게 꽃의 기쁨이예요.》

동숙은 절절한 목소리로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이야기하였다.

(이러다간 이 처녀를 또 돌려세우지 못하겠구나.)

영남은 자신에게 화가 났다.

《말공부는 그만 하오. 당장 이 꽃병을 가져가오. 당장!》

영남은 자기 몸을 잊고 침대에서 일어서다 넘어지며 그만 꽃병이 놓여있는 원탁을 붙잡았다.

순간 원탁이 흔들리며 꽃병이 미끄러져 방바닥에 떨어졌다.

《짱그랑-》

꽃병은 깨여졌다.

아니? 깨여진 꽃병을 본 동숙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동숙은 깨여진 꽃병쪼각들을 줏다가 《앗!-》 소리치며 주저앉았다. 발을 쳐드니 빨간 피가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동숙이!-》

영남은 화닥닥 놀라 그에게로 달려가려다 그만 침대에서 굴러내렸다.

《영남동지!》

동숙은 자기 발의 아픔도 잊고 다가가 그를 부축하였다. 영남은 처녀를 뿌리치며 주먹으로 땅을 치였다.

《더이상 괴롭히지 말고 제발 물러가주오. 어서!》

너무도 통절한 영남의 눈길을 마주한 동숙은 그만 머리를 떨구고 문으로 향했다. 불시에 눈물이 솟구쳐올라 서둘러 문을 나섰다. 밖에는 아직도 비가 소리치며 오고있었다.

아니, 그런데 이게 누구인가. 우산을 들고 비속에 서있는 사람은 바로 그의 아버지 최상봉이였다.

《아버지-》

동숙은 흐느끼며 아버지의 품에 안겼다.

ⅹ      ⅹ      ⅹ

동숙은 아버지를 바래웠다.

아버지는 그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너를 믿는다고 하시며 그의 어깨를 꼭 잡아주고 떠나셨다.

(아버지. 고마와요.)

동숙은 후더워지는 눈길로 멀어져가는 아버지를 바래웠다. 아버지는 언제나 그랬다. 맏언니때에도 둘째언니때에도 말없이 힘을 주고 밀어주셨다. 오늘도 이 막내딸의 마음이 약해질가봐 일부러 그 먼길을 오신 아버지. 농사철인데 하루라도 자리를 비울수 없다시며 비내리는 이 저녁 농장으로 떠나셨다. 이 닭곰단지를 남기고. 그 닭으로 말하면 동숙이가 아버지의 생일에 쓰려고 애지중지 기르던것이였다.

(아버진 정말…)

동숙은 단지를 들어 품에 안았다. 아버지의 소중한 마음을 가슴에 안으니 그 따뜻한 사랑이 흘러드는것만 같았다. 이때 인기척소리가 났다.

《아니, 이게 누구냐? 동숙이 왔구나.》

영남의 어머니였다.

《안녕하세요?》

동숙은 고개숙여 인사했다. 어머니는 비오는데 또 먼길 왔다고 혀를 차며 동숙을 집안으로 이끌었다.

《얘야- 동숙이가 왔다.》

어머니는 들어서며 아들에게 소리쳤다.

《예?》

동숙은 놀라 바라보는 영남의 눈길을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어머니, 동숙의 발을 좀 봐주세요.》

괴로움이 가득 실린 무거운 목소리였다. 어머니는 그제야 동숙의 발을 보고 어찌된 일인가고 물으며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니예요. 제 불찰로 좀… 이젠 일없어요.》

동숙은 상한 발을 뒤로 가져가며 일부러 웃음지어보였다.

어머니는 웃방으로 동숙을 데리고가 발을 처치해주다가 물었다.

《동숙이, 우리 영남이 찾아오는 길에 이렇게 비를 맞고 발도 상했는데 앞으로 또 오겠나?》

《그럼요. 어머니, 제가 오는게 싫어요?》

동숙은 어리광부리듯 어머니의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아니, 동숙이. 어떻게 싫을수 있겠나? 천만번 고맙지. 하지만 성한 몸들끼리 살아도 일생을 살자면 괴롭고 힘든 때가 있는 법이라네.》

《어머니. 제 떠날 때 우리 고모도 고생의 뿌리가 얼마나 쓴지 아는가 하시더군요. 하지만 고생의 뿌리는 써도 열매는 달거예요, 어머니, 꽃은 열매를 위해 진대요. 전 영예군인의 몸이 되여서도 조국에 보답하지 못해 애쓰는 영남동지를 위해서라면 발이 아니라 다리를 상해도 좋고 후날 지쳐 쓰러져도 좋을것 같아요.》

《동숙이-》

영남의 흐느낌소리를 듣고 동숙이 달려왔다.

《영남동지!》

《동숙동무, 난 동무를 나때문에 지게 하는 꽃이 되라 할수 없단 말이요. 나 혼자 보답하지 못하는것만도 죄스러운데 동무마저…》

동숙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영남동지, 보답하지 못하는것은 안타까와하면서 영예군인들의 생활때문에 언제나 마음 못놓으시는 장군님의 걱정을 덜어드릴 생각은 왜 못하세요? 우리 함께 힘을 합쳐 몸을 추켜세우면 장군님의 걱정도 덜어드리고 조국을 위한 보답의 길도 다시 걸을수 있을게 아니예요. 예?》

《동숙이!》

영남은 동숙의 손을 그러당기며 목메여 불렀다.

《에그. 너의 마음 정말 꽃처럼 곱구나.》

어머니도 눈물이 글썽하여 그들을 바라보았다.

동숙의 마음에 감동이 된듯 창가에서는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여 방실방실 웃고있었다.

 

본사기자    김 은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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