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ㅡ 주인의 손

  

       실   화

  

주 인 의  손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시였다.

《맡겨진 혁명과업을 주인답게 수행하여야 합니다.》

때는 6월이라 하지만 날씨는 삼복더위 못지 않게 무더웠다.

평안남도 안주시 상서협동농장 청년분조에서는 강냉이밭 김매기가 한참이였다.

청년분조원 김옥경은 동무들과 함께 김을 매나가다가 손에 너무 땀이 나서 장갑을 벗었다. 농촌처녀가 여름에 장갑은 무슨 장갑이냐고 어머니가 보면 지청구하겠지만 손이 요새 몹시 부르터서 부득부득 끼고나온 장갑이다. 손에 난 물집을 다치지 않게 조심히 벗느라 했지만 어느새 《아야ㅡ》하고 소리질렀다. 옆고랑을 타고나가던 같은 분조원 장은별이 호미를 놓고 다가왔다.

《몹시 아프니?》

은별이는 살뜰히 물어보며 그의 물집진 손을 호호ㅡ 불어주었다.

《일없어.》

옥경은 손을 내리며 다시 호미를 잡았다. 실상 은별의 손도 별로 나을게 없었던것이다. 농사일의 첫해가 힘겨우리라고 예상못한것은 아니였지만 이렇게까지 고될줄은 생각지 못했다.

아니, 보다 헐할수 있었다. 모든것은 분조장 옥주때문이였다. 옥경은 호미를 땅에 쿡 박으며 학급이 청년분조로 탄원하던 때를 돌이켜보았다.

…안주시 상서협동농장 청년분조는 지금으로부터 30년전인 주체66(1977)년에 결성된 우리 나라에서의 첫 청년분조라고 할수 있었다.  그때 신안주녀자고등중학교(당시)를 졸업하고 농장에 집단진출하여 첫 청년분조를 뭇고 온 나라의 박수를 받았던 처녀들이 이제는 관리위원장으로, 농장을 떠메고나가는 핵심들로 자라났으며 또 다 자란 자식을 둔 어머니가 되였다.

이 첫 세대 청년분조의 뜨락또르운전수였던 어머니를 둔 량옥주는 졸업식장에서 우리 학급이 청년분조로 진출하자고, 그래서 청년분조의 대를 이어 농장의 주인, 나라의 쌀독을 책임진 주인이 되자고 열렬히 호소하여 교직원학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중학교때 남달리 공부를 잘했던 옥경은 대학에 갈것을 지망했으나 학급전원이 옥주의 발기를 지지하며 적극 탄원하는 바람에 자기 희망을 일시 접어두기로 하였다.

(이제 2~3년쯤 농사를 잘 지으면 농장에서 꼭 대학추천을 해줄거야. 더 좋은 대학에 가게 될지도 몰라.)

옥경은 이렇게 속구구하며 짬짬이 공부를 계속하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처음부터 틀려나갔다. 분조장으로 임명된 옥주가 청년분조포전을 척박한 땅으로 바꿔달라고 농장에 제기하였다는것이다.

옥경은 그달음으로 달려가 분조장 옥주에게 따졌다.

농장에 진출했으면 우선 농사를 잘 지어야지 척박한 땅에서 첫해농사부터 망치면 어쩌는가고.

그때 옥주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청년분조포전은 우리 어머니세대들이 개간하여 옥답으로 만든 땅이 아니냐. 여기엔 우리의 땀과 노력이 없어.》

우리 어머니, 어머니하면서 말끝마다 어머니자랑을 하는 옥주가 미워나서 그런 어머니를 두지 못한 옥경은 한마디 툭 쏘았다.

《어머니세대덕을 좀 보자꾸나. 자고로 후대들은 전세대들의 덕을 보며 살기 마련이야.》

《그럼 우리 후대들의 덕은 누가 마련하는거니?》

《뭐, 우리 후대?》…

이렇게 되여 그들은 돌투성이밭에 짐승피해까지 심하여 농장에서 제일 힘들다고 하던 변대골로 들어오게 되였다.

돌이 어찌나 많은지 그렇게 추어냈는데도 아직 후치를 댈수 없는 형편이였다. 그러다나니 강냉이밭김은 분조원들이 호미질로 다 매야 하였다. 이 밭의 잡초들은 얼마나 억척스럽게 뿌리를 박았는지 연약한 처녀들의 두손을 온통 부르트게 만들었다.

(처녀의 손이 이게 뭐야. 세상에서 제일 미운 손이 아마 농촌처녀들의 손일거야.)

옥경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대충대충 김을 매나갔다.

그런데 옆줄에서 나가던 은별이가 한자리에서 좀처럼 나가지 못하고있었다.

(저애가 또 그 대통풀을 만난게 아니야?)

옥경은 은별이에게로 가보았다. 아니나다를가 은별이가 땀을 흘리며 씨름하고있는것은 분조동무들이 누구나 미워하는 그 질긴 대통풀이였다.

잎이 넙죽하고 아지에 분홍꽃까지 피는 잡초였다.

뿌리가 얼마나 세괃은지 호미질로는 어림도 없고 꼭 손으로 뜯어야만 하는데 보통 잡초뽑는것보다 힘도 시간도 곱절이나 들었다. 옥경은 은별이를 비켜세우고 대통풀의 밑부분을 잡아당겨보았으나 물집난 손의 아픔만 더해질뿐이였다. 옆에서 김을 매며 나가는 동무들이 점점 앞서나가자 조바심이 난 옥경이는 땅우에 드러난 잡초의 웃부분만 잘라버리고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해도 일없을가?》

《일없어. 이 강냉이라는 이름에 왜 <강>자가 붙은줄 아니? 강해서 그렇다는거야.》

옥경은 《강》자에 힘을 주며 은별이를 안심시키고 자기 자리로 냉큼 뛰여가 부지런히 김을 매나갔다. 그들이 겨우 동무들을 따라잡았을 때 휴식구령이 내렸다.

언제나처럼 김매기를 제일먼저 끝내고 숙소에 내려갔던 분조장이 오이랭국을 풀어가지고 올라왔다.

은별이가 옥경의 몫까지 받아와 그에게 주며 나때문에 손이 더 아프겠구나 하고 미안해하였다.

《세계적으로 무슨 새로운 약들을 많이 만든다는데 아무리 험한 일을 해도 손이 부르트지 않는 약은 왜 못만들가?》

《글쎄말이야.》

동무들도 험한 손을 쓸어만지며 한마디씩 했다.

《아이, 그것도 모르니. 손에 휴식을 주면 되지 않니.》 옥경의 말에 동무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으나 분조장 옥주만은 웃지 않았다.

 

×    ×     × 

 

옥경은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비록 은별에게 큰소리는 쳤지만 마음한구석에는 오늘 량심적으로 일하지 못했다는 가책이 떠나지 않았다.

혹시 눈밝은 분조장 옥주가 자기 이랑에서 대충대충 설치고 간 흔적을 알아차리고 총화모임에서 끄집어내지 않을가? 그럼 망신스러워 어쩔가. 등등 이런 생각에 언제 저녁총화시간이 되였는지 몰랐다.

모임에 참가한 옥경의 가슴은 두근두근하였다. 건너다보니 은별의 얼굴도 어두운것같았다. 이때 분조초급단체비서인 조현옥이 들어오더니 오늘 분조장이 사정으로 늦어진다고 하였다.

호ㅡ 숨이 나갔다. 다들 식사하러 가는데 은별이가 다가와 귀속말로 포전에 나가보지 않겠는가고 속삭이였다. 옥경은 머리를 끄덕이며 동무들이 잠든 다음에 몰래 나가자고 하였다.

이들이 식사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분조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옥경은 궁싯거리다가 얼핏 잠들었는데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지 않고 가만히 누워서 들어보니 분조장 옥주와 관리위원장의 목소리였다.

《그래서 오늘 시내까지 갔댔구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이걸 바르고 동무들의 손이 좀 나아져야겠는데…》관리위원장의 말이였다.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까 동무들이 휴식참에 말하는걸 들으니 제가 분조장구실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무들이 얼마나 손이 아팠으면 그런 말까지…》

옥경의 차례가 되였는지 옥주가 눈을 감고있는 그의 손을 감싸쥐더니 무언가 되직한것을 발라주었다.

호호ㅡ 불어주는 따뜻한 입김이 그의 손을 다정히 어루만지는 순간 옥경은 불시에 가슴이 짜르르 젖어드는것을 느꼈다. 따뜻한 입김은 옥경의 손이 아니라 앵돌아진 그의 가슴을 녹여주는듯 했다.

그러는데 그들의 말소리가 다시 이어진다.

《분조장일이 힘들지? 밤에는 이렇게 분조원들의 험해진 손까지 돌봐줘야 하고…》

《관리위원장동지. 제가 분조원들의 손을 하나같이 억센 손으로 만들수만 있다면, 모두 주인구실을 해서 아버지장군님께 기쁨드리는 보배손으로 만들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걸 생각하면 전 정말…》

그들의 말소리는 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옥경의 뇌리에는 그들의 말이 계속 공명되여 울리였다.

(아버지장군님께 기쁨드리는 손…)

참으로 의미깊게 안겨오는 말이였다.

참으로 많은것을 돌이켜보게 하는 말이였다.

옥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호미를 들고 나서는데 은별이 뒤에서 장갑! 하고 가만히 깨우쳐주었다.

옥경은 머리를 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험한 일을 가려서는 주인이 못돼. 내 이제부터 이 손이 마를새없이 일하고 또 해서 이 땅의 주인이 될테야. 아버지장군님께 기쁨을 드리는 농장의 주인, 래일의 행복을 창조해가는 시대의 주인이 될테야.)

밤하늘의 둥근 달도 그의 앞길을 축복하는듯 밝게 빛났다.

 

본사기자 김은혜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