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6(2007)년 제12호에 실린 글

 

  전  설

내   곡   온   천

                                                       김  정  설

보천보에서 대진평방향으로 40리가량 가면 내곡이라는 오붓한 마을이 있다.

옛날 이 마을에 마음 어질고 부지런한 한 총각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있었다고 한다.

총각은 어머니를 잘 모시는 효자라고 원근마을에 소문이 자자하였으나 집이 가난하다보니 나이가 차도록 장가를 들지 못하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대진평에서 산다는 한 로파가 어머니를 찾아왔다.

그가 말하기를 대진평에 땅마지기나 가지고있어 잘사는 한 부자에게 인물 잘나고 마음씨 고운 딸이 하나 있는데 좋은 사위감을 고르려고 수소문하다가 이 집의 아들이 마음이 어질고 부지런한데다가 효도도 으뜸이라는 말을 듣고 혼인을 청한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귀가 솔깃하였다.

대진평은 좁은 골안인 내곡과 달리 땅이 넓은 고장인데 그런 곳의 며느리를 맞아들이면 그 집 덕을 입어 집안살림이 좀 펴이리라는 생각에 어머니의 마음은 기뻤다.

《우리같이 가난한 집에 딸을 주겠다니 우리로서야 마다할 일이 있겠소이까.》

어머니의 반승낙을 받아낸 로파는 앞으로 두 집이 좋은 날을 택하여 처녀를 보도록 하자고 약속하고는 돌아갔다.

그로부터 며칠후 어머니와 아들은 험한 고개를 넘어 대진평으로 갔다.

처녀의 집은 듣던바대로 대진평에서 손꼽힐만 한 부자집이였다. 선을 보이러 들어온 처녀도 키가 늘씬하고 인물도 잘 생겨 나무랄데가 없기에 어머니는 크나큰 기쁨에 휩싸이였다.

(우리 아들이 이런 처녀에게 장가들다니.)

아들도 만족하다고 하여 어머니는 혼인을 락착짓고 잔치날까지 정하여가지고 돌아왔다.

이웃집들에서도 이 집의 행운을 두고 기뻐하면서 잔치준비를 도와나섰다.

그런데 잔치를 며칠 앞둔 어느날이였다.

뜻밖에 대진평의 로파가 이 집에 나타났다.

처녀가 갑자기 앓고있기에 잔치날을 얼마간 미루어야겠다는 사돈집의 의향을 전하기 위해서 왔다는것이였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더럭 겁이 났다. 사돈이 자기 딸을 가난한 집에 시집보내기 아쉬워 딴전을 부리는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들었다.

《처녀가 무슨 병으로 앓기에 잔치날까지 미루자는것이우?》

《큰 병은 아니구 피부병으로 얼굴에 무언가 좀 생기여서 그러지요.》

《피부병이요? 속탈두 아닌데.》

《하지만 첫날 색시얼굴이 그러면 보기에 좋지 않아서 그러겠지요.》

《아이구 이미 제집사람으로 다 정해놓았는데 습진이 좀 났다구 밉겠소?》

《하기야 피부병같은거야 화장을 좀 진하게 하면 나타나지도 않긴 하지요.》

《그렇지 않구요. 사돈집에서 다른 생각이 더 없다면 제 날자에 잔치를 치르자구 하시우.》

로파가 기뻐하며 돌아간 뒤에 사돈집에서 제 날자에 잔치를 하자는 기별이 왔다.

잔치를 제 날자에 치른 그 이튿날 아침이였다.

《어머니, 웃방에 좀 올라오세요.》

아들이 찾는 바람에 웃방에 올라갔다가 며느리의 얼굴과 팔다리를 보던 어머니는 놀라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며느리는 얼굴만이 아니라 두팔, 두다리 그리고 온몸에 피부병으로 인한 상처로 뒤덮여있어 어느 한곳에서라도 성한 살갗을 볼수 없었다.

한동안 넋을 잃은채 며느리의 험상궂은 상처를 보고난 어머니가 물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그제야 며느리는 모든 사연을 실토하였다.

며느리가 이 병으로 앓기 시작한것은 벌써 몇년전부터였다.

처음에는 손과 발에 생긴 상처자리가 점점 퍼지더니 나중에는 온몸을 덮어버렸다. 겁에 질린 부모들이 이 병에 좋다는 약들을 구하여 치료하였으나 효험이 없었고 수많은 재산을 털어 능하다는 의원들을 찾아다녀보기도 하였으나 어느 의원도 고쳐내지 못하였다.

시집갈 나이가 된 처녀가 피부병을 고치지 못하고있는것은 집안의 큰 걱정이였다.

선을 보러 왔던 총각들이 피부병으로 옴쟁이처럼 온몸에 상처로 뒤덮여있는 처녀를 보자 질겁하여 달아났고 이 소문이 퍼지자 청혼하러 오는 총각도 없어졌다.

귀한 딸을 피부병때문에 시집을 보내지 못하고 처녀로 늙힐 생각을 하니 부모들은 기가 막혀 궁냥을 하던 끝에 집이 가난하여 장가 못가는 늙은 총각을 하나 골라 속여서라도 맡겨버리자는 생각을 가지게 되였다.

그래서 총각에게 선을 보이는 날에는 처녀대신 그의 동생을 들여보내는 놀음까지 꾸미게 되였다.

부모들이 꾸민 이런 놀음을 처녀가 모르지 않았으나 부모들은 그 계책이 드러날가봐 처녀를 독방에 가두어넣고 얼씬하지 못하게 하였던것이다.

사연을 듣고난 어머니는 기가 막혀 방바닥이 꺼질듯 한탄만 하였다.

《아이쿠,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에 있다더냐. 아이쿠.》

그러자 며느리가 난처하여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어머님, 걱정하시지 마소이다. 이 한몸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두 집은 다 무고할것이오이다.》

이 말에 아들이 엄하게 꾸짖었다.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니 그게 무슨 말이요. 인젠 우리 집 식구가 되였으니 살아도 이 집에서 살고 죽어도 이 집에서 죽어야 할게 아니요.》

치마폭에 얼굴을 묻은 며느리는 하염없이 흐느끼기만 하였다.

한편 계교를 꾸며 병신딸을 시집보낸 부모들도 마음이 편할수 없었다.

이제나저제나 딸이 쫓겨오지나 않을지, 사돈집에서 행패하러 달려오지나 않겠는지 하는 생각을 하며 날을 보내자니 바늘방석에 앉은듯 하였다.

그러다나니 집안의 둘째 딸이 느닷없이 방문을 벌컥 열어도 가슴이 덜컹하였고 누가 대문을 두드려도 가슴이 활랑거리군 하였다.

그런데 시집을 보낸 딸에게서 한달, 두달이 지나고 반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자 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바질바질 타들었다.

소식만 기다리느라고 속을 더 태울수 없다고 생각한 그들은 사람을 남몰래 보내여 사돈집의 동정이라도 좀 알아오게 하였다.

동정을 살피러 갔던 사람이 돌아와서 하는 말이 그 집의 어머니와 아들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밭에 나가 일을 하고 딸은 보이지 않기에 이웃집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앓아누워있다고 대답하더라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부모들의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

(사돈이나 사위가 왜 아무 항의도 하지 않을가? 방에 혼자 누워 앓는 딸이 죽게 되지나 않았을가?)

《이거야 어디 그냥 앉아있을수가 있나.》

딸의 아버지는 드디여 용단을 내렸다. 사돈어머니에게서나 사위한테 어떤 된욕을 먹고 또 그 동네에서 어떤 망신을 당하더라도 앓고있는 딸의 정상을 보지 않고서는 그냥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에라, 이거야 죄를 짓고는 못살겠구나.》

딸의 아버지는 어느날 사돈집을 향해 떠났다.

새벽에 떠난것이 한낮이 되여올 때에야 사돈집을 찾아 뜰에 들어서니 조용하였다.

《계십니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두어번 찾으니 부엌문이 열리며 후리후리하고 해말쑥한 한 녀인이 나와 《누구세요?》라고 했다.

딸의 아버지는 처음 보는 녀인인지라 머뭇거리며 물었다.

《이 집의 어머니가 안계시오?》

그러자 그 녀인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흐느꼈다.

《아버지… 흐흑…》

(아버지라니? 내 딸이란 말인가?)

아버지는 주저앉아 흐느끼는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마며 눈, 귀는 분명 어렸을 때 자기 딸의 모습이였다.

몇년동안 피부병을 앓고있는 딸의 모습만 보아오던 아버지는 상처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해말쑥해진 딸을 보고도 자기 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던것이다.

《얘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아버지는 너무도 놀랍고 신기하여 딸을 붙안고 흔들면서 물었으나 딸은 너무도 반가와서인지 아니면 그동안 혼자 속태운것이 억울해서인지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여 울기만 하였다.

《얘야, 울지 말고 어서 말하려마. 네가 그 병을 어떻게 다 털어버렸느냐? 이렇게 깨끗이.》

아버지가 안타까이 독촉해서야 딸은 아버지를 방안에 모시고 자초지종 이야기하였다.

시어머니와 남편은 처음에 험악한 그의 모습을 보고 놀랐으나 밤마다 상처자리가 가려워 자지 못하는 그에게 어디서 뜨끈한 물을 길어다 씻어주고 찜질을 하여주니 가렴증이 점점 없어졌다. 그 다음엔 남편이 큰 나무물함지를 만들어놓고 거기에다 늘 뜨거운 물을 길어다 가득 채우고 그더러 밤낮 목욕을 하게 하였다. 반년이나 하루와 같은 치료를 하였더니 온몸의 상처가 말끔히 없어졌다고 하였다.

마침 점심때가 되여 밭에 나갔던 사돈어머니와 사위가 돌아오자 딸의 아버지는 그들앞에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였다.

《이 사돈을 용서하시오이다. 병을 고치지 못한다는 딸을 이 아버지는 내버렸으나 사돈어머니와 사위가 이렇게 살려냈으니 이 은혜 무엇으로 갚으며 이 죄를 무엇으로 씻겠소이까?》

딸의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하며 엎드린채 녀인처럼 눈물을 흘리였다.

《사돈님, 왜 이러십니까? 제집사람의 병을 제집사람들이 고쳤는데. 어서 일어나시오이다.》

어머니와 사위가 진정시켜서야 바로 앉게 된 딸의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정중히 물었다.

《우리 딸의 피부병을 무슨 약으로 고쳤으며 그 값에 돈은 얼마나 쓰셨나이까?》

《약값은 무슨 약값이겠어요?》

《아니외다. 내 딸을 살렸는데 내 이제 무엇을 아끼겠소이까. 꺼려마시고 말씀해주소이다. 그 값은 우리가 다 보상하겠소이다.》

《그만두시우. 진정 사례를 표하시려면 저 우리 백두산천지에다 하여주시오이다.》

《백두산천지라니요?》

의아해하는 딸의 아버지에게 시어머니가 차근히 일깨워주었다.

며느리의 피부병을 고친것은 백두산천지에서 흘러나오는 내곡의 온천이라고 하였다.

《그 온천이 어디 있소이까?》

딸의 아버지는 사돈어머니와 같이 온천에 올라가보았다.

딸의 병을 고쳐준 온천은 바위틈에서 흰김을 풍기면서 퐁퐁 솟아오르고있었다.

《세상에 이런 신비한 온천이 있단 말이요?》

딸의 아버지는 절이나 하듯이 온천앞에 꿇어앉더니 두손으로 온천물을 뜨고 또 떠보았다.

이후에 딸의 아버지는 자기 집재산을 털어 이 온천에 큰 집을 짓고 사위더러 관리하게 하였다.

이런 소문이 널리 퍼지자 이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병치료를 하러 이곳 온천으로 꼬리를 물고 모여들었다.

이 온천이 바로 오늘 내곡에 있는 내곡온천이다.

내곡온천은 백두산천지에 근원을 둔 온천으로서 사철 물량이 많고 수질이 좋아 피부병, 관절염, 신경통, 만성위염을 비롯한 여러가지 병치료에 특효가 있다.

지금 내곡온천에는 고산지대의 지형적특성에 맞게 현대적으로 꾸려진 휴양각과 료양각, 목욕탕, 문화회관, 식당 등이 일떠섰고 가림천기슭에는 유보도와 인공못, 정각 등이 일떠서 근로자들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고있다.

관광객들은 온수평휴양각에서 려장을 풀고 온탕에서 목욕을 하고나면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가셔지고 새힘과 젊음이 용솟는다고 기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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