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7(2008)년 제6호에 실린 글
전설
달맞이꽃 김정설
옛날 고구려가 대성산성을 수도성으로 정하고있을 때라고 한다. 이때 고구려에는 외교에 능한 대로라는 관리가 있었다. 당시 고구려의 북방에서는 여러 나라들과 린접하여있었기에 그들과의 충돌이 자주 일어나군 하였으나 그때마다 대로가 나서면 그 어떤 어렵고 복잡한 문제도 순조롭게 풀리군 하였다. 그러므로 대로는 외교에 능한 관리로 일찍부터 이름을 날리게 되였다. 이러한 대로가 늙어가게 되자 고구려에서는 그의 뒤를 잇게 하기 위하여 한 젊은 관리를 선발하여 붙이고 그의 능란한 외교적수완을 배우게 하였다. 그날부터 젊은 관리는 대로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일거일동을 주의깊게 살피며 뛰여난 외교적수완을 배우려고 애썼다. 그러나 아무리 따라다니며 살피여도 그에게서 남들보다 특이한 외교적수완을 찾아볼수가 없었다. 품격이 우람하거나 위엄스러운 점도 없었고 어디서나 볼수 있는 평범한 사람과 같았으며 인상이 매섭거나 날카로운 점도 없었다. 그는 언제나 인정많은 이웃집의 수수한 로인과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다른 나라 외교관들과 대결하기 위해 사전에 사리정연한 말구를 고르느라고 밤을 지새운적도 없었다. 그러나 일단 다른 나라 외교관들을 만나 론박을 벌릴 때에는 분노가 어리기도 하고 너그러운 빛이 흘러넘치기도 하는 그의 앞에 다른 나라 외교관들이 꼼짝달싹 못하고 굽어들군 하였다. 젊은 관리는 대로에게 다른 외교관보다 다른 어떤 특점이 있기에 이런 효험을 발휘하는가를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그것을 찾아낼수 없었다. 오직 그가 다른 관리들에 비해 다른 점이 있다면 꽃을 몹시 사랑하는것뿐이였다. 이때에 외교일로 다른 나라에 가게 되는 관리들은 그 나라의 특산물이나 희귀한 상품을 마련해가지고 오는것이 하나의 관례로 되여있었다. 그리하여 이때 외교관으로 가는 관리들은 다른 나라에 가서는 그 나라의 특산물이나 희귀한 상품을 구하는데 급급해하며 많은 정력을 바쳤다. 그런데 대로만은 희귀한 상품엔 개의치 아니하고 오직 아름다운 꽃을 구하기에 힘썼다. 다른 나라에 갔던 관리들은 수레마다 물건짝들을 가득히 싣고 돌아와 자기의 재산을 불구고 친척, 친우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였으나 대로의 짐이란 한두개의 꽃화분과 한두봉지의 꽃씨뿐이였는데 그것도 자기 집에 심거나 뿌리지 않고 자기 관청곁이나 대성산성남문주위의 산기슭에 심고 뿌리였다. 그가운데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꽃도 있었고 움트지 못한 꽃씨도 있었으나 거의다 자라 해마다 번식해나갔다. 젊은 관리는 나라에 이름있는 외교관의 품격에 맞지 않게 녀인들처럼 꽃을 보고 오금을 쓰지 못하는 대로를 민망스럽게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젊은 관리는 어느해 봄에 대로가 하넓은 대성산성남문앞의 공지에다 꽃을 심는것을 보다못해 한마디 물었다. 《무슨 덕을 바라서 이런 수골 하시나이까?》 《무슨 덕을 바라서 이러겠나. 그저 다른 고장에 있는 꽃이 우리 평양성에 없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치 않아서 그러지.》 《마음이 편치 않으시다구요?》 《그래, 우리 평양성이 꽃 한떨기에서도 다른 나라보다 뒤지게 하고싶진 않거던.…》 이때 젊은 관리는 이런 말을 듣고 대로가 괴이한 취미를 가지고있는것으로만 치부하고 스쳐지났다. 이리하여 젊은 관리는 대로에게서 특이한 외교적수완을 발견하지 못하여 안타까와하던중에 대로가 그만 세상을 떠났다. 대로의 령구는 그의 소원대로 대성산성남문곁의 산에다 묻었고 그 주변에 그가 가장 사랑하던 달맞이꽃을 비롯한 희귀한 꽃들을 심었다. 그뒤 얼마 안있어 북방변경에서 또 말썽이 생겨났는데 나라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젊은 관리를 외교관으로 파견하였다. 그가 떠나는 날 임금은 그에게 말했다. 《그동안 대로의 외교적수완을 충분히 배웠을테니 이번 일에서 그처럼 유감없이 잘 처리하고 돌아오기를 바라노라.》 이 말에 젊은 관리는 무엇이라고 대답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대로에게서 이렇다할 외교적수완을 배운것이 없었기때문이였다. 하지만 임금의 앞이라 변명을 할수 없어 잘 처리하고 돌아오겠노라고 다짐하고 떠났다. 어떻게 해야 대로처럼 대방의 외교관들을 쥐락펴락할것인가고 모대길수록 젊은 외교관은 대로에 대한 그리움을 금할수 없었다. 그러한 그리움속에서 대방의 외교관들을 만나야 할 전날 밤을 지새우던 젊은 외교관의 가슴속에는 자기를 전송하여주는듯이 유정하게 설레이던 대성산성남문가의 달맞이꽃을 비롯한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안겨들면서 그 꽃들을 심으며 하던 대로의 말이 새삼스레 울리여왔다. 《우리 평양성이 꽃 한떨기에서도 다른 나라보다 뒤지게 하고싶지 않거던.》 이 말을 되뇌이던 젊은 외교관은 무릎을 치면서 일어났다. (바로 그 마음이였구나! 평양성이 다른 나라보다 뒤지게 하고싶지 않는 마음! 우리 나라가 어떤 나라에 업심을 당하거나 모욕을 당할수 없다는 그 마음, 바로 그 마음이 대로의 능한 외교적수완의 비결이 아니였던가?!) 젊은 외교관은 뜨거워오르는 가슴을 안고 방안을 거닐며 이렇게 속으로 웨쳤다. 그 다음날 그는 린접나라의 외교관을 만나자바람으로 밤새 솟구쳐오르던 분노를 안고 들이대였다. 젊은 외교관은 열기에 어떤 말을 했는지 자신도 기억하기 어려웠으나 대방의 외교관은 두어마디도 못하고 잘못했노라고 하면서 다시는 변경에서 다른 일이 없게 하겠다고 빌었다. 변경에서 벌어졌던 린접나라 외교관들과의 담판에서 고구려의 젊은 외교관이 승리했다는 소식을 받은 임금은 그가 돌아오자 높이 평가해주었다. 《과시 그대야말로 우리 고구려의 자랑이였던 대로의 외교적수완을 그대로 이어받은 능숙한 외교관이로다.》 그러자 젊은 외교관은 머리를 들고 임금에게 아뢰였다. 《아뢰기 황송하오나 소인은 스승인 대로의 외교적수완을 배운것이 아니라 나라와 평양성을 사랑하고 귀중히 여기는 스승의 마음을 배웠나이다.》 그러면서 젊은 외교관은 대로가 외교관으로 일하는 동안 외국에 드나드는 그 수많은 나날에 어떤 특산물이나 희귀한 상품을 들고다닌적이 전혀 없고 외국에서나 오가는 길가와 산기슭에서 평양성에 없는 꽃을 구해다가 대성산일대에 심은 이야기를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난 임금과 관리들은 그제야 대로의 능한 외교적수완의 비결을 알았다는듯이 이구동성으로 감탄하며 말하였다. 《그의 림기응변의 외교적수완은 풍격이나 언변술에 있은것이 아니라 나라와 수도를 사랑하는 그 마음에 있었구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평양성안팎의 인민들은 대로의 애국의 넋을 칭송하여 그가 대성산성에 떠다심은 꽃들을 더욱 정성스럽게 가꾸고 키워왔으며 그가운데 그가 사랑하던 달맞이꽃을 널리 자래워 대성산일대에 만발하게 하였다. 이리하여 외교문제로 다른 나라에 가는 외교관은 물론 적과 싸우러 평양성을 떠나는 장수와 군사들은 대성산의 달맞이꽃을 바라보면서 그에 깃든 이야기를 가슴깊이 새기고 원쑤들과의 대결에서나 싸움에서 언제나 나라와 평양성의 명예와 존엄을 빛내여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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