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0(2021)년 제6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나는 나팔소리를 듣는다

곽금철

(제 6 회)

6

 

렬차가 덜컹거리더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구내까지 따라나온 할머니와 부모님들이 자그마한 점으로 사라질 때까지 승강구에 서있던 나는 한동안이 지나서야 고개를 돌렸다.

문득 할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안겨왔다.

《난 네가 빨리 가겠다는데 대해 찬성이다. 그러니 하루빨리 삼지연시를 훌륭히 건설해야 한다. 그리고 완공된 그날엔 꼭…》

할머니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할머니의 마음을 읽었다.

아버지의 말씀도 귀에 쟁쟁하다.

《정말이지 너희들은 시대를 대표하는 청년들이다. 송향이라는 처녀도 훌륭한 처녀지. 앞으로 사랑을 해도 그런 처녈 사랑하거라.》

어머니는 다 자란 아들을 품에 꼭 껴안아주셨다.…

렬차는 쉼없이 달린다.

새롭게 다져지는 마음을 안고 좌석으로 가던 나는 눈앞에 비쳐드는 한 처녀의 모습에서 뚝 굳어졌다.

저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이 터지고 심장이 멎는듯 했다.

이게 누군가, 송향이가 아닌가.

나는 두눈을 힘있게 감았다. 다시 떴다. 그러나… 아니였다.

송향이와 비슷한 다른 처녀였다.

자리에 가앉은 나는 줄곧 앞으로의 전투들을 상상해보았다.

새벽에 렬차에서 내린 나는 10리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소대로 향했다.

그러다 소대병실이 바라보이는 길에서 멎어섰다.

따따- 따따- 나팔소리가 울렸던것이다.

(총일인가?)

아니다. 다음순간 심장이 높뛰기 시작했다.

(그다. 송향이다!)

한시도 잊어본적 없는 그의 나팔소리였다.

형언할수 없는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곁에 사람이 있다는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대대장이였다.

《 <도주자>가 왔네!》

그는 나의 어깨우에 손을 얹었다.

《새 설계도안들을 가지고 탄원했더군. 다신 놓치지 말라구.》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나팔소리는 계속 울리고있었다.

백두전구에 영원히 울려퍼질 우리 청년들의 신념의 웨침, 정의 울림이였다.

나를 본 대원들이 와- 환성을 올리며 달려온다.

그들의 뒤에 나팔을 손에 쥔채 서있는 송향이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힘차게 걸음을 내짚었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흘러갔다. 그리고 더 좋은 미래가 달려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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