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예비대는 없다

 김철룡

(제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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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섣달에 들어서면서 해는 더 짧아지고 일감은 대신 많아졌다.

한해사업을 마무리짓는 때여서 누구나 바쁘게 지내는것은 당연했다.

그속에서도 사단군의소의 외과군의 진정환은 더욱 분주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일감이 아니라 성미때문에 공연히 바빠한다고들 하였다.

사실이 그랬다. 군의부문에서는 외과가 기본이기는 하지만 외과환자가 별로 없는 군의소에서 그에게 바쁜 일감이란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늘 드바삐 일하며 살았다.

성미가 온화한것같으면서도 어딘가 불같은데가 있는 정환은 《예, 에-》하며 사람들의 말을 받아들이는듯하였으나 다망한 사업은 여전하였다.

함께 일하는 군의들은 그의 열성을 두고 시비하지는 않았지만 본신임무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도 주고 충고도 주었다.

하긴 부임한지 얼마 안되는 부대장이 일군 새로운 훈련열기로 온 부대가 화독처럼 달아있는데다가 환자들마다 온 병동을 훈련에 대한 좌담회실처럼 들썩케 하였으니 정환이도 감질이 나지 않을수 없었다. 게다가 부임인사 겸 군의소전투준비상태를 불의에 검열한 부대장에게서 정환은 시원한 평가를 받지 못하여 가슴이 알알해있는터였다.

사연인즉 전투환경에서 상병자후송에 대한 정황이 제기되자 정환이 자발적으로 부대장앞에 나선것은 모두의 찬사를 받을 일이였지만 뜻밖에도 위생차가 아니라 장갑차를 몰게 할줄은 그 누구도 상상못했던것이다. 하여 정환은 당황하고도 긴장되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대담하게 장갑차에 올랐다. 꿈에 떡맛보듯 장갑차를 몰아본 정환은 장갑차의 첫 출발을 전진이 아니라 후진으로부터 시작하여 하마트면 사고를 저지를번 하였다. 그때로부터 정환의 뇌리에는 온통 훈련에 대한 의식으로 가득차있었다.

여러가지 차량들의 운전법을 익힌다. 전문병들의 전투행동조법을 연구한다. 심지어 담당간호원들의 야전수기치료술을 높여준다 하는 이러루한 일거리들을 스스로 만들어서 사업의 여가시간을 바치고있었다.

얼마전에도 충수염으로 입원한 공병구분대의 금석이라는 환자를 특별히 대해주며 그에게서 공병기재의 조작에 대해 이것저것 배웠다.

그런건 배워 뭘하느냐 하는 금석이의 물음에 정환은 맞춤한 구실을 댄다는것이 인차 큰 훈련에 참가하게 되여 그런다고 얼림수를 썼다.

그런데 그 얼림수가 그만 사달을 치고말았다.

정환의 말을 곧이들은 금석이는 자기도 훈련판정에 참가하겠다며 퇴원을 하루 앞두고 한밤중에 군의소에서 도망을 친것이다.

다음날아침 회진때에야 군의소에서는 미안하다는 환자의 쪽지편지를 볼수 있었다.

담당군의였던 진정환은 이 일로 거의 반시간째 군의소소장으로부터 된추궁을 받았다.

비록 완쾌되기는 하였지만 아직 안정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이니 담당군의가 책임에서 벗어날수 없은것은 물론이고 허풍으로 환자의 심리를 자극하여 도망의 구실을 만들어준 《과오》는 더욱 용납될수 없었다.

한바탕 책임을 추궁하고난 군의소소장은 저로서도 어깨가 처진 정환이 가엾었는지 《이건 군의나 환자나 다 정상이 아니군.》 하고 혼자소리로 중얼거리며 처벌을 면하겠거던 당장 도망친 환자를 찾아서 다시 입원시키라고 을러메였다.

정환은 덴겁하여 군의소소장의 방을 나서긴 하였지만 차마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다.

지금쯤 《퇴원》의 기쁨을 안고 동지들속에 어울려 있을 병사가 군의소에서 도망을 쳤다는 사실로 하여 중대지휘관들에게서 처벌을 받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자기의 처사가 막 화가 났다.

(에-익!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담.)

어쨌든 가야 했다. 환자를 다시 찾아오라는건 명령이거니와 환자의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의사로서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였다.

끝없는 자문자답속에 무거운 발걸음을 내짚은것이 어느덧 중대로 들어서는 길목에 이르렀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 이날따라 별스레 재게만 느껴져 짜증이 날 지경이였다.

아직 여물리지 못한 생각으로 잠시 길가에서 서성거리는데 날카로운 휘파람소리를 내지르며 눈보라가 채찍처럼 두볼과 귀바퀴를 얼얼하게 후려갈겼다.

정환은 그래도 매를 스스로 청하는 심정으로 눈가루를 그냥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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