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예비대는 없다

 김철룡

(제 2 회)

1

(2)

 

멀지 않은곳에서 가벼운 승용차의 발동소리가 들려왔다.

보매 보통군용승용차였다.

정환은 습관대로 차렷자세를 취하며 경례를 붙이였다.

승용차는 정환의 곁에서 스르르 멈춰서더니 차창이 내려졌다.

《어디 가는 동무요?》

우렁우렁하신 음성에 정환은 금시 심장이 멎는듯하였다.

이분은!…

그렇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지금 정환의 옆에 차를 멈춰세우시고 그를 지켜보고계셨다.

정환은 황급히 옷매무시를 바로하고서 보고를 드리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제61사단군의소 외과군의 대위 진정환… 환자… 환자를 찾으러… 가던중입니다.》

《환자후송을 가오? 그럼 빨리 가야겠구만. 어서 타오.》

김정은동지께서는 주저하는 정환을 위해 차문까지 열어주시였다.

정환은 더욱 긴장해졌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전 다 왔습니다.》

정환이 온몸을 주체 못하고 자책에 겨워 어쩔줄 몰라하는데 그이께서는 이번엔 아예 운전좌석에서 내려서시는것이였다.

《그렇소? 그래 환자상태가 급하진 않소?》

그이께서는 몹시 걱정어린 기색이시였다.

정환은 최고사령관동지의 귀중한 시간을 뺏는줄 알면서도 사실을 그대로 말씀드려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일없습니다. 저- 실은 완쾌된 환자였는데… 저때문에 퇴원날자를 앞당겨서 군의소에서… 도망을… 아니, 훈련에 참가하겠다면서 나갔습니다.》

《그러니 더 안정하며 있어야 할 군인이 군의소에서 뛰쳐나갔다는 소리요?》

《예.… 다 저때문입니다.》

정환의 얼떨한 대답을 나무람하실 대신 그이께서는 한손을 옷섶에 반쯤 찔러넣으시며 일부러 놀라는 기색을 보이시였다.

《원, 이런! 군의소의 규률을 업수이보다니.…》

그이께서 유쾌히 말씀하시였지만 정환은 낯이 화끈 달아올랐다.

최고사령관동지, 사실은…》 하고 정환은 금석이라는 군인이 군의소에서 달아나게 된 사연이 자기때문이라는것을 자초지종 솔직하게 말씀드리였다.

그이께서는 그제야 모든것이 리해되고 맘도 놓이시는듯 가볍게 미소를 지으시며 외투옆주머니에 두손을 찌르시였다.

《이젠 알만하오. 그러니 환자가 규률을 어기도록 부추긴 장본인은 동무였구만, 하하하! 헌데 큰 훈련이 있게 된다는건 어떻게 알았소?》

《전 그 동무에게 그저… 거짓말을 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다만…》

《다만?… 그래 뭐요?》

순간 정환은 저도모르게 얼굴이 더 확 달아올랐다. 공연한 뒤말을 달아 근심이나 끼쳐드리게 되였다고 마음속으로 자기자신을 꾸중하면서도 왜서인지 그이앞에 죄다 아뢰고싶었다.

《우리 사단장동지가 군인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무슨 정황이 제기되여도 막힘없이 전장에 나설 준비가 되여있어야 한다면서 늘 구분대들에 나가 훈련정형을 알아본다기에 그 동무에게 허세를 좀 부리려다 그만 허풍을 쳤습니다.》

《그러니 거짓말이라? 하하하!… 그래, 이자도 동무네 부대장동무를 만나보았는데 군인들의 훈련열의가 대단하다고 하오.… 그게 바로 당에서 바라는 백두산훈련열풍이지.》

마음속깊은 곳까지 환히 들여다보시는듯한 그이의 말씀에 정환은 탄창에 채워진 총탄처럼 잠재되였던 훈련의식이 되살아나 얼마전에 부대장이 진행한 군의소전투동원준비상태검열때 있은 일을 말씀드리였다.

부대장이 야전조건에서 상병자후송문제를 정황으로 제시하였는데 그때 누구나 위생차를 몰수 있게 준비했다는것, 그러나 부대장은 부대의 특성에 맞게 위생차만이 아니라 장갑차로도 후송할수 있게 군의들이 장갑차운전법도 알아야 한다면서 도달할 훈련목표까지 제시해준데 대해 자상히 말씀드리였다.

그이께서는 번마다 《그래서?》 하고 정환의 말을 받아주시며 시종 미소를 짓고계시였다.

신명이 난 정환은 자기 말의 신빙성을 부여하고싶어 자랑하듯 또 말씀드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전쟁로병이였던 저의 할아버지는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체험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저에게 많이 해주시면서 군의로서의 사명만이 아니라 전장에 나선 전투원답게 뭐나 다 할줄 알아야 한다고 늘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군의가 되였지만…》

정환은 자신이 지내 다사스러워졌다는것을 늦게나마 깨닫자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옥물었다.

그이께서는 분명 제 소리를 하려던 정환의 말속에서도 씨알을 찾아주시려는듯 다우쳐 물으시였다.

《할아버님이 전쟁때 싸운 이야기를 나도 듣고싶구만.》

정환은 잠시 생각을 더듬고나서 어릴적 할아버지가 자주 이야기해준 조국해방전쟁시기의 전투담에 대하여 말씀드리였다.

정환이 이야기하는 전투담은 신비한 전투경험이나 위훈으로 아로새겨진 이야기가 아니였다. 할아버지조차도 가슴아프게 추억하군하였다는 그 전투담은 정환을 군의로 성장하게 해준 교훈적인 이야기였다.

정환의 말을 다 들어주신 그이께서는 왜서인지 놀라와하시였다. 그리고 정환을 새삼스레 여겨보시는것이였다.

《음- 정말 좋은 말씀을 해주셨구만.… 헌데 군의동무, 그 이야기를 내 이번까지 두번째로 듣는데 혹시 총참모부에 형이 있지 않소?》

정환은 그제야 그이께서 놀라와하신 까닭을 알았다.

《예, 진정철이라고 총참모부에서 사업하고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무척 반가와하시였다.

《어딘가 낯이 익다했더니 진동무의 동생이였구만. 동무 형에게서 할아버지의 전투담을 들은적이 있소. 두고두고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지.…》

부드러우신 그이의 손길이 정환의 어깨에 묻은 눈가루를 털어주고계시였다.

《요새 형의 일이 바쁘다보니 만나보지 못했겠구만.》

최고사령관동지, 일없습니다. 화약내가 풍기는 훈련장에만 나서면 형님을 만나볼수 있습니다.》

《허- 그러니 나더러 실전훈련을 조직해달라는 소린가?》

자기의 외람된 속생각을 너무도 정통 찌르시는 그 다정하신 말씀에 정환은 그저 히뭇이 웃기만 했을뿐이였다.

《훈련장에서의 상봉이라?… 군의동무, 전승세대의 후손답게 앞으로 군사복무를 잘하시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정중히 경례를 드리는 정환에게 답례를 하고나서 차에 오르시던 그이께서는 다시 돌아서시였다.

《참, 그 도망쳤다는 병사… 정말 일없겠소?》

《예! 수술자리도 잘 아물었고 경과도 좋았습니다. 그저 안정만 하면 됩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제가 책임적으로 잘 돌보겠습니다.》

그이께서는 그윽하신 시선으로 정환을 미덥게 바라보시였다.

《얼마나 기특한 병사요. 집에서라면 어머니나 누이가 늘 곁에서 시중을 들며 병구완을 했겠는데… 난 마음뿐이구만. 그 병사의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동무들이 어련하겠지만 그래도 다시한번 전해주오, 내가 당부하더라고. 그리고 군의동무에게도 부탁하오. 나를 대신하여 그 동무의 건강을 잘 돌봐주오. 그럼 수고해주시오.》

정환은 눈물이 솟구쳐 《알았습니다!》 하는 말외에는 더 올리지 못하였다. 그이의 승용차는 벌써 뽀얀 눈가루를 날리며 멀리로, 멀리로 질주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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